일본에서의 모체보호법과 임신중절시의 배우자 동의 조건에 관해서
        등록일 2022-09-29

        일본에서의 모체보호법과 임신중절시의 배우자 동의 조건에 관해서

        전여주 동경대학교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박사과정
         

        ○ 미국에서 임신중절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뒤집히는 결정이 6월에 나온 이후, 각국의 여성계에서 임신중절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이슈는 임신중절 시의 배우자 동의 조건이다. 이전부터 일본 사회 내에서는 해당 조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하였으나, 최근 이를 실질적으로 변경하기 위한 노력들이 일본 시민사회에서 증대되고 있다. 
        ○ 일본에서는 형법에 따른 ‘낙태죄’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모체보호법’에 의하여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에는 합법적 임신중절이 가능하여 이 경우 ‘낙태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모체보호법에서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인공적으로 태아 및 그 부속물을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을 인공임신중절로 정의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합법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이후 ‘임신중절’로 표기)이 가능한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 조건 1: 임신 22주 미만(임신 21주 6일까지)의 임신일 것1)
            - 조건 2: 모체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지정의사(일본의 행정구역을 단위로 하는 공익사단법인 의사회가 지정하는 의사를 지칭)’가 임신중절을 시행할 것
            - 조건 3: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을 것
            - 조건 4: 이하 중 하나의 해당하는 이유를 가질 것
                1. 신체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것
                2. 강간에 의한 임신

        1) 모체보호법에서는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시기를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로 정의하고 있다. 이의 기준은 의학의 발달에 따라서 개정되어 왔는데, 1990년의 후생성의 통지 이후, 1991년부터 현재까지는 이러한 시기를 통상 임신 22주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실에서의 판정에 있어서는 담당 지정 의사의 재량권이 강조된다. 

        ○ 위와 같이 일본에서는 신체적 이유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에 의해서도 임신중절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조건들을 엄격히 충족시키지 않는 경우에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모체보호법에 의해서 규정하고 있는 합법적인 임신중절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태아가 다운증후군 등의 장애를 얻을 가능성이 검사를 통하여 판명된 경우 등)에도 그러한 요인의 경제적인 영향이 고려될 수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임신중절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며 실제로 다수 이루어지고 있다.
        ○ 위의 임신중절의 조건에서 현재 논의의 중심이 되는 것은 배우자의 동의에 관한 조건이다. 모체보호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을 위해서는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며 한편으로는 남성의 중절 거부권과 출산 강제권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신은 여성의 신체와 사회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남성에 비하여 여성에게 보다 더 직접적인 책임이 발생하는 데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선택권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조항으로 인해 원하지 않는 출산을 강요받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출산을 하게 되는 사례도 있어 일본 내에서 해당 규정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편, 모체보호법에서는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예외의 사례 규정을 두어 ‘배우자가 알지 못하는 때나 그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때에는 반드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적고 있다. 또한 후생노동성은 “미혼일 경우에는 동의가 불필요하다”라고 밝혔으며(2013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는 등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만으로 좋다”라는 견해를 내놓았다(2021년).
        ○ 그러나 모체보호법에서 원칙적으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에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임신중절로 인해 의사가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에 처벌받는 경우도 있으며, 남편의 동의 없이 수술한 병원 측이 남편에게 배상을 한 판례도 존재한다. 따라서 의사들은 이러한 위험을 고려하여 현장에서 배우자의 동의를 요구하거나, 수술 요청을 거절하고 다른 병원을 소개하기도 한다. 
        ○ 실제로 NHK가 올해 8월 보도한 일본 전국 지정의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33%는 미혼자의 임신중절에 대해서 “어떠한 상황에도 상대방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조사에서 “상황에 따라서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는 답변을 한 지정의사는 62%로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법적으로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동의를 구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반대로, 같은 조사에서 미혼일 경우 “어떠한 상황에도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5%에 그쳤다(NHK, 2022.8.18.). 
        ○ 해당 조사에서 미혼자에게 상대방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로는 ‘모체보호법을 그렇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71%)’,‘소송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43%)’라는 답변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모체보호법의 배우자 동의 규정 원칙이 의사들이 법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배우자 동의를 요구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임산부들은 배우자 동의 조건의 예외규정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임신중절 상담을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이유로 임산부들은 임신중절의 가능성에 대해서 불안한 상태에 놓이고, 한 번 상담을 진행하였더라도 해당 병원이 거절할 경우 새로운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임신중절이 지체되어 실질적으로 임신중절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가운데 점차 일본 여론에서 해당 조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한 점은 올 해 5월 경구중절약에 대한 후생노동성의 견해를 둘러싼 일본 사회 내 갈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구 임신중절약의 투약에 대해서 후생노동성은 5월 17일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모체보호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배우자 동의가 필요하다”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한 발언에 대하여 일본의 SNS 상에서는 “자신의 몸에 대한 일에 왜 배우자의 허가가 필요한가” 등의 다수의 비판이 있었고, 언론에서도 모체보호법의 해당 조건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인용되기도 했다. 
        ○ 이러한 맥락 속에서 2022년 6월 24일 미국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후, 일본에서는 배우자의 동의 조건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있었다. 연구자와 조산사 등이 만든 “더 안전한 중절을 액션”은 6월 27일 후생노동성에 약 8만 2천명의 서명을 전달해 인공임신중절 시 배우자 동의 조건의 폐지를 요청했다. 해당 단체는 “안전한 임신중절은 여성의 권리이나 일본에서 원칙적으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는 논지를 강조했다. 또한, NHK는 “클로즈업 현대”라는 방송에서 임신중절을 주제로 하는 특집 방송을 방영하였으며(9월 7일), 이때에 배우자 동의 조건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 한편 의사들도 해당 법의 개정을 원하고 있다. 작년 11월 오카야마현 의사회의 모체보호법 지정 의사를 상대로 요미우리신문이 진행한 조사에서 조사응답자의 66%(44명)이 배우자 동의 조건을 폐지하도록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의 자유기술 항목으로부터 “배우자란에 서명이 없는 수술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본심”이며, “법적으로 의사의 입지가 약하다”라는 등의 의견 등이 확인되었다. 또한, 올해 8월에는 일본산부인과의사회의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폭력이나 성범죄에 연루되어 임신한 경우나 사실혼이 아닌 미혼의 경우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이를 구해서는 안 되며 … 기본적으로 여성 본인의 증언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에는 일본산부인과의사회가 전면적으로 보조해간다”라고 의견을 밝혔다(NHK, 2022.8.18.).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게 된다면, 현장에서 임산부들의 심적 부담은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 그러나, 정치권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인식은 정당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배우자 동의 조건을 둘러싼 법의 개정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더 안전한 중절을 액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정당들 중 입헌민주당, 사회민주당, 일본공산당, NHK당이 배우자 동의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2022년 6월 28일 기준), 자유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이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이 이에 대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해당 법의 조속한 개정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상으로 일본 내에서의 모체보호법의 배우자 동의 규정을 둘러싼 논의를 살펴보았다. 일본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를 포함하여 폭넓은 이유에서 합법적인 임신중절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모체보호법 내의 배우자의 동의 조건이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들에게는 장애가 되어 왔다. 이에 대하여 관련 부처와 의사회가 조금씩 관대한 입장을 표시하고 있으나, 아직 일본 내의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관련한 담론과 정당 및 정부의 입장을 지켜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이트 내 일부 한자어 출력 오류로 인해 해당 게시물 내 원어는 삭제하였습니다. 각 정당의 원어 명칭 및 참고자료는 '여성정책 해외통신원 2022년 9월호' 파일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