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11월 원고] 아이슬란드 : 남녀임금격차 개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그 의미
        등록일 2016-12-14

        남녀임금격차 개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그 의미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1024일 오후 238분 일하고 있던 직장에서 일제히 나와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 내 광장에 모여, 오후 315분부터 남녀 임금격차 시위를 진행했다.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크게 경제, 교육, 보건, 정치 네 가지 분야에 있어서의 성평등 정도를 평가하여 매년 발표하는 성 격차지수(Gender Gap Index, GGI)에서 2015145개국 중 1점 만점에 0.081점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아이슬란드에서 시위가 일어나게 된 그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왜 오후 238분이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소 구체적으로 보이는 그 시간 내면에는 상당히 무게 있는 의미가 담겨있다. 아이슬란드 여성근로자는 동일 직종 및 조건의 남성근로자보다 약 14-18% 정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를 법정 근로시간 기준 임금으로 고려한다면, 현재 아이슬란드 여성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오후 238분까지에만 해당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여성 근로자들이 오후 238분부터 오후 5시까지는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지적하는 의미이다. 실제로, 성 격차지수(GGI) 내 여러 가지 지표 중 하나인 '동일직종 내 남녀 평등임금' 부분을 살펴보면 아이슬란드는 16위로, 종합 1위라는 최고 순위에 비교할 때 비교적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본 시위가 처음 발생한 것은 197510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명 여성 휴무일(Kvennafrídagurinn, Women's Day Off) 이라고도 불리는 날로, 수많은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걸어 나와 레이캬비크에 광장에 모여 사회 내 여성의 역할 인정 및 확대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당시 아이슬란드 여성 인구의 90%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아이슬란드의 양성평등 인식 변화와 정책 발전에 주요한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1975년 아이슬란드 도심 내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 전경

        출처: Iceland Magazine (2016) "Women in Iceland will stage a walkout from work today" 20161024일자,

        http://icelandmag.visir.is/article/women-iceland-will-stage-a-walkout-work-today (접속일: 20161120)

         

        [사진] 2016년 아이슬란드 도심 내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 전경

         

        출처: Charlotte England, "Iceland's women leave work at 2.38pm to protest gender pay gap," Independent, 20161025일자,

        http://www.independent.co.uk/news/world/europe/iceland-women-protest-strike-gender-pay-gap-leave-work-early-a7378801.html (접속일: 20161120)

         

        이후 1985, 2005년에도 같은 대규모 시위가 열렸는데, 2005년 당시에는 여성들이 직장에서 걸어 나온 시점이 오후 28분이었다. 2008년에는 오후 225, 그리고 올해 2016년은 238분이었다. 이는 약 11여 년간 매년 3 내외 수준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소폭 감소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미미한 변화에 대해 아이슬란드 노동조합(Alþýðusamband Íslands, ASÍ) 회장인 자일피 안비욘슨(Gylfi Arnbjörnsson)은 아이슬란드 국영방송(Ríkisútvarpið, RÚV)과의 인터뷰에서 60여 년간 아이슬란드에서는 법적으로 성별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는 것이 불법으로 명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개선 수준이라면 남녀 동일임금을 이루는데 50여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는 그 누구도 원치 않으며, 비단 성별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이유로든 임금 차별하는 문제를 개선하는데 50여년이 걸린다는 것은 한 평생이 걸리는 것으로, 용납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국가들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아이슬란드는 성 격차지수(Gender Gap Index, GGI) 종합 1위 국가로 선정된 만큼 남녀 임금격차 비율이나 근로환경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이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완전한 동일직종 남녀 임금 평등을 이루어내기 위해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Charlotte England, "Ice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