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11월 원고] 스웨덴 : 맨스플레인을 위한 전화상담서비스
        등록일 2016-12-14

        맨스플레인을 위한 전화상담서비스

        김연진 스웨덴 룬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1114일 스웨덴의 한 노동조합 Unionen에서 노조 가입 여성근로자들을 대상으로맨스플레인(Mansplain)’전화 상담서비스를 실시했다. 맨스플레인은 남성을 뜻하는 Man설명한다를 뜻하는 Explain의 결합어. Unionen은 맨스플레인을 남성이 여성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마치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설명을 늘어놓는 행위로 풀이하고 있다. 2008년 미국 문화비평가 Rebecca Solnit의 에세이‘Men explain things to me’ 가 맨스플레인 논의의 첫 신호탄이 되었다면, 스웨덴 노조가 실시한 전화상담 서비스는 맨스플레인 현상의 실체와 본질에 대해 한 층 더 깊은 논의를 이끌어 내었다.

        Unionen의 전화상담 서비스는 1주일 간 지속되었다. 매일 오전 10부터 오후 4시까지 총 20여명의 젠더 관련 작가 및 학자 등의 전문가들이 상담을 진행했다. 여성 근로자들은 대부분 남성동료로부터 맨스플레인을 경험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가에 대해 조언을 구했고, 남성 직원들에게 무시당하는 동료 여직원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문의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남성 근로자들도 직장 내 맨스플레이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해 왔다는 사실이다. 몇몇 남성들은 자신들이 무의식적으로 맨스플레인 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 전화상담서비스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의도 활성화시켰다. 일부 남성들은 맨스플레인을 남성들만의 행위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성 이분법적 접근이며, 이는 오히려 성차별적 인식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도 특정 이슈와 관련해 남성에게 일방적으로설명하려 드는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특성을 남성에게만 일반화시켜 모든 남성을 가해자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다른 일부에서는 캠페인 실행 여부 자체를 지적했다. 맨스플레인을 사회문제로 공식화하는 것이 오히려 여성들에게 모든 남성들이 하는 말을 무시해도 좋다는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라는 비판이다. 이 밖에도 남성들은 여성들 앞에서 앞으로 무엇을 설명할 수 있겠냐고 하소연 하는 등, 맨스플레인 캠페인이 야기한 다양한 역차별에 대해 토로했다.

        노조의 대변인 Jennie Zentterström 은 맨스플레인 전화상담 서비스는 직장에서 남녀 근로자들의 대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의 첫 걸음을 마련하고, 이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고취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마치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소한 갈등들이 쌓여 결국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인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맨스플레인은 단순한 여성비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된다. 남성의 상대적 우월성을 암시하는 맨스플레인은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발언권을 침해해 이들의 침묵을 강요하고 이는 다시 극단적인 여성혐오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폭력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종의 첫 방아쇠가 된다. 따라서 남녀 모두가 멘스플레인이 야기할 수 있는 성불평등의 역학을 인지하는 것은 직장 내 성평등 문화 달성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스웨덴 노동조합이 실시한 1주일 간의 전화상담 서비스가 모든 남성에게 맨스플레이너라는 획일적 굴레를 씌웠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는 없어 보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남성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역차별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스플레인은 일상에서 공공연히 반복되지만 여성 개개인이 공론화시키기 어려운 문제이다. 문제 자체가 사소해 보이는 습관적 대화법에서 시발되어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Unionen의 맨스플레인 전화상담 서비스 시행을 놓고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노조는 맨스플레인을 위한 공론의 장을 열고 남녀 모두의 관심을 이끌어 내었다는 점에서 이번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1주일 단기 이벤트에 불과했지만 스웨덴에서 맨스플레인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발전되어 갈 것인지 계속 지켜봐야 하겠다.

         

        참고자료

        스웨덴 노동조합 Unionen

        http://www.unionen.se/om-unionen/press/unionen-oppnar-mansplainingakut-att-uppmarksamma-diskriminering-i-arbetslivet

        http://www.unionen.se/om-unionen/aktuellt/fragor-och-svar-om-unionens-mansplaining-kampanj

         

        기타

        http://www.dn.se/ekonomi/facklig-kampanj-mot-mansplaining-far-kritik/

        http://www.thelocal.se/20161121/men-call-swedens-mansplain-hotline-for-mansplaining-tips

        http://www.independent.co.uk/news/world/europe/sweden-mansplaining-hotline-sexist-men-dominate-lines-blocked-for-women-colleagues-a7431201.html

        http://www.nytimes.com/2016/11/17/world/europe/mansplaining-hotline-swedish-union.html?_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