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 Korean Women's Development Institute

[해외통신원 10월 원고] 스웨덴

왜 스웨덴 여성은 11월부터 무급으로 일하게 되는가?

김연진 스웨덴 룬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며칠 전, 스웨덴의 영자신문을 통해 남녀간 임금격차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기사가 게재됐다. “Why women in Sweden will work for free by November?” 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본 기사에 따르면 스웨덴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 평균 임금의 84.8%에 그친다. 근로일 수를 따져 남성들이 1년 내내 유급으로 일한다고 가정할 때, 스웨덴 여성들은 올해 11월 5일 이후부터는 무급으로 일을 하는 셈이다. EU 가입 국가들의 남성 임금 대비 여성의 임금 평균이 83%임을 감안했을 때 스웨덴은 여전히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스칸디나비아 모델로 분류되는 노르웨이가 92.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저조한 성적이기도 하다.

임금격차의 원인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노동력의 공급 측면에서 보면 스웨덴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종의 종류나 교육 및 기술 수준 등이 언급되며, 수요 측면에서는 직장 내 남녀차별이나 산업에 따른 성별 선호도 등이 언급되곤 한다. 이번 기사에서 다루어진 데이터를 정리한 Expert Market 의 수석연구원은 스웨덴의 임금격차 원인으로 여성들의 파트타임 근로를 꼽았다. 스웨덴이 1962년부터 일찍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내세우며 타국의 롤모델이 되어 왔지만, 동시에 비교적 낮은 임금의 서비스 및 공공부문에 여성의 일자리를 집중시키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파트타임 근로를 적극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스웨덴 여성들의 파트타임 비율은 실제로 남성들의 3배 가까이에 달한다. 예를 들어, 2015년의 경우 20세에서 64세 사이의 남성 파트타임 비율은 11%인 반면, 여성은 29%를 기록했다. 전문직종을 포함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들의 파트타임 비율은 남성들보다 높은데, 특히 임금이 낮은 공공서비스 영역이나 호텔 및 식당 등의 서비스업에서 그 비중이 높다. 또한 ‘육아(약 13%)’가 여성들의 파트타임 사유 중 ‘풀타임 일자리를 찾을 수 없음(약 20%)’ 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반면, 남성들의 파트타임 사유 중 육아는 약 0.3% 이하로 6위에 해당한다는 점도 특기할 만 하다.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마치 나비효과와 같아 단순히 현재의 불평등한 소득 이상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실업을 하거나 육아휴직을 해야 할 때, 혹은 이후 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되었을 때 여성은 자신의 이전 소득에 비례하여 급여지원을 받게 된다. 결국 첫 직장에서 시작한 임금차별이 죽기 전까지의 소득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기준 65-69세에 해당하는 스웨덴 여성들의 연금 수령액은 남성들의 약 73%에 그쳐 본 문제의 연쇄성을 잘 드러내준다.

스웨덴은 부부에게 세금을 따로 부여할 정도로 남녀 각각의 경제적 독립을 중요시 해왔다. 이들에게 남녀 임금 격차는 일차원적인 급여불평등 문제를 넘어 배우자 및 국가에 대한 여성의 의존성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국가적 경계 대상인 것이다. 남녀 간 임금격차는 그 어느 국가도 완벽히 풀지 못한 오랜 사회적 과제이다. 그러나 그 어떤 국가보다도 양성평등 사회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스웨덴이기에 관련 정책적 행보와 그 효과에 대한 꾸준한 비판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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