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외통신원 2월 원고] 네덜란드 : 단편적인 성교육을 넘어선 섹슈얼리티(Sexuality) 교육
        등록일 2017-04-27

        단편적인 성교육을 넘어선 섹슈얼리티(Sexuality) 교육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네덜란드는 동성결혼, 성 문화 등의 부분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보다 개방적인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네덜란드에서 과연 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며 이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오늘은 네덜란드의 성교육 체제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놀라운 점은, 성교육이 단지 성관계나 피임에 대한 교육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본인과 타인에 대한 성적 정체성, 관계 등 보다 포괄적인 섹슈얼리티에 대해 배우게 되고, 성이라는 것이 사람 간의 행복하고 긍정적인 관계에서 기반하며 인생에 있어 자연스러운 한 요소라는 것을 기저에 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유치원에서부터 성에 대한 교육을 받기 시작하며 그 커리큘럼이 매우 체계적이라는 것이다. 그럼 유치원에서부터 피임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네덜란드 약 4-11세 아동은 신체적, 성적 발달 과정을 고려하여 연령별 맞춤형 교육을 받는다. 유치원 단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인간관계, 친밀감, 애정 등에 대한 개념을 함께 솔직하게 얘기하는 수업을 받는다. 아이들이 포옹하고 있는 사진을 보고 감정을 추측해보기도 하고, 서로 직접 껴안아보면서 신체적 교감 등에 대해 생각하고 말해보는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남성, 여성의 몸을 직접 그려보며 배우는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차는 있겠으나 보통 7세 정도가 되면 남녀 생식기를 포함해 신체 부위별 명칭에 대해 적절하게 인식하고 구별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는 봄 학기 중 의무적으로 섹슈얼리티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유치원 아이들은 사랑, 건강한 관계에 대해 배우게 되고, 10대 학생들은 안전한 성과 피임에 대해 배우게 된다. 봄 학기중 1주일간에 거쳐 집중적으로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을 활용하여 교육을 진행하며, Lentekriebels라는 본 프로그램은 일명 “Spring Butterflies Week” 또는 "Spring Fever"라고도 불린다. 청소년 단계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섹슈얼리티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 진다. 또한 원치 않는 성관계에 있어 거절하는 법, 피임 또는 상대방에 대해 성적으로 존중하는 법, 올바르게 인터넷을 사용하며 성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더불어 성적 정체성에 대한 주제도 다루며, 여기에는 동성(homosexuality)도 포함된다. 네덜란드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어있고 실제 현실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지는 만큼,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두 남성 또는 두 여성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보다 고학년 대상 섹슈얼리티 교육에서는 자위 등 다양한 성행위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토론하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임을 배우면서 여학생은 수동적으로 피임을 하거나 성행위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성적 영역을 지키는 방법, 그리고 싫은 것은 “싫다”고 할 수 있는 법을 적극적으로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SRHR) 분야를 전문으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네덜란드 기관인 Rutgers International 내에서 청소년의 성 관련 전문가인 Ineke van der Vlugt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남긴 바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섹슈얼리티 교육을 한다고 하면, 자칫하면 우리가 마치 어린이들에게 바로 성관계에 대해 얘기한다고 여기는 경우들이 있어요. 섹슈얼리티라는 것은 성관계 그 이상입니다. 개인이 각자 형성하는 성적 이미지, 정체성, 성 역할, 자신의 성적 표현 방법 등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회, 그리고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의 섹슈얼리티 교육을 무조건적으로 더 좋은 체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성에 대해 인식하고 접근하는 방식과 어린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음지가 아닌 학교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향후 한국의 성 교육에서도 긍정적인 벤치마킹을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출처: Rutgers International 웹사이트,
        http://www.rutgers.international/what-we-do/comprehensive-sexuality-education/spring-feverArjun Walia (2015), "In the Netherlands sex education starts in kindergarten: Here's what they tell them and why," 2015년 6월 22일자,
        http://www.collective-evolution.com/2015/06/22/in-the-netherlands-sex-education-starts-in-kindergarten-heres-what-they-tell-them-why/ (접속일자: 2017년 2월 11일)
        Laurel Avery (2016), "Sex education in the Netherlands," 2016년 6월 27일자,
        https://dutchreview.com/dutchness/the-foreign-perspective/sex-education-in-the-netherlands/ (접속일자: 2017년 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