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외통신원 6월 원고] 영국_여성에게 월세 무료라는 광고 뒤 숨은 검은 그림자
        등록일 2017-08-04

        여성에게 월세 무료라는 광고 뒤 숨은 검은 그림자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어느 나라든 대도시에서는 살 공간을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도 예외는 아닌데, 최근 들어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대신 성관계를 요구하는 광고들이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인 논란을 낳고 있다. 어떤 의미일까?
        말 그대로 월세 무료(free rent)라는 광고는 금전적인 월세 지불 대신 성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주인은 여성에게 방이 있으니 이사 와서 머물라고 한 뒤, 본인의 여자 친구 행세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더 구체적으로 '나쁜 여자 스타일의 젊은 여성'을 원한다는 광고도 있다. 대부분이 ?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데, 한 웹사이트에서는 젊은 남성을 타겟으로 한 광고가 게재되어 있었으며 내용은 '방 있음: 월세 대신 서비스(services)' 였다. 여기서 서비스란 바로 성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세입자 구한다는 광고에 대놓고 '몸매가 좋은 사람에 한함' 또는 '답변 보낼때 사진 첨부 필수' 등을 기재해 놓기도 한다. 집주인 뿐만 아니라 세입자 역시 방을 구하고 있다는 개인광고를 올릴 수 있는데, 한 19세 여성은 본인 소개란에 '19세, 양성애자, 사이즈 38E: 집주인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댓가로 방 무료 월세인 곳 찾고 있음' 이라고 기재해 놓은 경우도 있다. 한 언론사에서는 실험삼아 본인이 22세 여성이고 방을 구한다고 광고를 올려보았는데, 며칠도 지나지 않아 수많은 남성들에게서 엄청난 양의 메세지를 받았다고 한다. 개인 광고, 거래, 생활정보 등을 올리는 대표적인 웹사이트 중 하나인 Craigslist는 높아지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일절 본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여학생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은 과거 폭력을 일삼는 가족을 피해 탈출한 상태였고, 머물 곳을 결국 찾지 못해 남은 선택지는 성관계를 월세로 삼는 위와 같은 거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익명을 요구한 한 집주인은 서로 원하는 것이 명확하니, 윈-윈(win-win)하는 것이 아니냐 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약 6주간 한 여성과 이러한 관계를 유지했고, 지금은 조금 더 나이가 있는 여성으로 대체하려고 광고를 올려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영국의 홈리스(homeless) 지원단체 Centrepoint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젊은 홈리스 403명 중 25%가 잘 모르는 사람(stranger)과 머물어본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14%는 월세 대신 성관계를 맺고 거주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여성 지원단체 Brighton Oasis Project의 멜 포터(Mel Potter)는 "이러한 현상은 자칫하면 세입자가 폭력 또는 학대 피해를 입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이러한 거래가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보니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어려움에 처한 여성, 또는 때로는 남성을 고의적으로 이러한 성적 착취를 선택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웨일스 내 주거지원단체인 Shelter Cymru 캠페인담당 매니저인 제니 비빙스(Jenny Bibbings)는 "이러한 사회문제는 본질적으로 임대인과 세입자간 갖는 힘이 불균형하다는데서 비롯된 것이고, 또한 세입자들이 합당한 가격대의 거주공간을 구할 수 없는 공급문제도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사회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영국 정부에서는 본 사안의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입자 보호 또는 권익 향상을 위한 법안 개정이나 정책안이 구체화 되지는 않고 있다. 서울도 인구 천만명이 넘는 대도시인데다 날로 상승하는 월세 가격으로 거주 문제가 항상 지적되어 온 만큼, 향후 본 사례와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적절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1. BBC News (2017), "Call for Welsh Ban on Sex-for-Rent Adverts," 2017년 5월 17일자, http://www.bbc.com/news/uk-wales-politics-39952525  (접속일: 2017년 6월 20일)
        2. BBC News (2017), "Landlord Adverts Posted Online 'Target Young for Sex'," 2017년 4월 13일자, http://www.bbc.com/news/uk-england-39568458  (접속일: 2017년 6월 20일)
        3. Mirror News UK (2017), "How landlords are exploiting hard-up people by offering free rent in exchange for SEX in sleazy Craiglist adverts,"2017년 6월 11일자,
        http://www.mirror.co.uk/news/uk-news/how-landlords-exploiting-hard-up-10605553 (접속일: 2017년 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