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헌법 개정을 통해 남성 중립적인 단어를 성 중립적인 단어로 변경 추진
        등록일 2018-08-14

        스페인, 헌법 개정을 통해 남성 중립적인 단어를 성 중립적인 단어로 변경 추진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스페인에서는 지난 6월, 내각을 이끌기 위해 임명된 부총리를 포함한 장관직급 중 경제, 국방 등 주요 보직 11명이 여성인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렇게 내각에서 여성 장관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경우는 스페인이 1975년 민주화된 이후 최초라고 한다.
        • 새 내각이 자리 잡은 최근, 까르멘 깔보(Carmen Calvo) 부총리(Deputy Prime Minister)를 중심으로 사회주의당(Socialist) 정부에서는 현 스페인 헌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헌법에서 남성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언어 요소들을 수정하려는 것이다. 부총리는 현행 헌법에서 남녀 복수를 의미하는 대명사에도 남성형 대명사 ‘señores’를 사용해왔다는 점, 장관 및 차관직을 언급하는 법 조항 문구에서도 남성형 명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등에 주목하며, 이러한 표현들이 헌법에서 여성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데 일조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헌법 개정을 통해 현재 명시되어 있는 남성형 대명사‘señores’ 를 남녀 모두를 나타내는 ‘señores y señoras’로 수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 이를 위해 지난달 초, 평등정책 장관직(Equality Minister)도 맡고 있는 깔보 부총리는 왕립학술원(Royal Spanish Academy, Real Academia Española)측에 1978년 제정된 헌법이 보다 성 중립적이고 포괄적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 왕립학술원은 1713년 설립된 왕실 직속 기관으로, 스페인어의 보존과 발전을 총괄하고 있다. 공식적인 제도 자체뿐만 아니라 언론, 그리고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교육계에까지 왕립학술원의 지침이나 입장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그런데 정부의 이러한 헌법 내 성 중립적 용어 수정 계획에 대해 사회적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깔보 부총리 측의 계획에 대해 왕립학술원의 입장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다리오 빌라네우바(Darío Villaneuva) 왕립학술원장은 스페인에서 가장 큰 일간지인 El País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헌법 언어 수정 계획은 실현될 만한 것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는 “언어는 경제적으로 사용하려는 원칙(더 짧고 편리하게 쓰고자 하는 경향)에 기반을 두고 사용하는 만큼, 불필요하게 늘여서 같은 뜻의 단어를 두 번 쓰게 하는 것은 이 원칙을 망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리고 일부에서는 단어 끝에 (남성형 어미) ‘o’와 (여성형 어미) ‘a’를 ‘e’로 일괄적으로 통일하자고 하는데, 이는 실현되기 어려운 어리석은 제안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이에 반대하는 입장도 거세다. 또한 대명사 자체에서 이미 남녀 다 그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고, 페미니스트들이 실제로는 언어 안에 존재하지 않는 성차별주의를 만들어내 논란을 키우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언어는 정부가 바뀌면서 정치적 입장이나 압력으로 바뀌어야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일부 비평가들은 현 정부의 관점과 동일한 맥락에서 스페인어 특유의 어미변화 구조, 그리고 남성형 명사를 쓰는 경향은 여성을 사회에서 남성에 비해 덜 두각을 나타내게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왕립학술원 내에서도, 학계에서도 정부의 본 계획안에 대해 현재 의견이 양분된 상황이다.
        • 이번 헌법 개정안 계획안은 아직 추진 초기 단계라 할 수 있고, 그 결과도 예단하기는 어렵다.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변화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온라인이나 문자를 주고받을 때, 남성형 어미인 ‘o’ 대신 ‘@’또는‘x’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모든’이라는 뜻의 언어인 'todos' 대신 'tod@s' 또는 'tadxs' 라고 쓰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문법적 표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일시적인 사회적 트렌드일 수 있다. 그러나성 중립적인 언어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생겨나고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며,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자체는 주목할 만하다.

         

        • 참고자료
        1. Quartz (2018), "Spain’s controversial battle over whether to make its constitution gender-neutral," 2018년 7월 18일자, https://qz.com/1329801/spain-is-battling-over-whether-to-make-its-constitution-gender-neutral/ (접속일자: 2018년 8월 11일)
        2. The Atlantic (2018), "Can #MeToo Fix Spain’s Language Problem?," 2018년 7월 27일자, https://www.theatlantic.com/entertainment/archive/2018/07/can-metoo-fix-spains-language-problem/566003/ (접속일자: 2018년 8월 11일)
        3. The Local (2018), "Spanish bid for gender neutral constitution sparks row," 2018년 7월 16일자, https://www.thelocal.es/20180716/spanish-bid-for-gender-neutral-constitution-sparks-row (접속일자: 2018년 8월 11일)
        4. The Telegraph (2018), "Spanish language academy in row over eradicating gender bias from constitution," 2018년 7월13일자, https://www.telegraph.co.uk/news/2018/07/13/spanish-language-academy-row-eradicating-gender-bias-constitution/ (접속일자: 2018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