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드레스코드와 여성 인권
        등록일 2021-09-20

        캐나다의 드레스코드와 여성 인권

        김양숙 토론토 대학 Visiting Research Fellow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레깅스를 입는 것은 부적절한가? 캐나다에서는 적어도 일상생활에서 여성들이 무엇을 입는지에 대해 사회적 개입은 없는 편이다. 실제로 몸의 형태와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여성들이 레깅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캐나다의 일상적인 풍경이며, 여름에는 여성들이 상의로 스포츠브라만을 착용하고 조깅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사회이다. 그러나 이렇게 개인의 선택과 자기표현에 무척 개방적인 듯한 캐나다 사회 또한 여성의 의상에 대한 규제는 꾸준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근년에는 거의 매년 초중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하는 의상 규제에 대한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의 저항과 그러한 저항들로 인해 학교의 드레스코드가 수정되는 사례들이 꾸준히 보도되고 있는데, 가장 최근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캠프룹 톰슨 학군(Kamloops-Thompson School District) 고등학교의 사례 또한 이러한 추세의 연장선에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주에 있는 이 고등학교에서는 올해 2월에는 한 여학생이 수업 중에 교장실로 호출, 귀가 조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학생은 사건 당일 무릎길이의 검은색 레이스 슬립 원피스를 흰색 목티 위에 겹쳐 입었는데, 수업 중 교사가 해당 학생에게 그 복장이 남성 보조 교사를 불편(uncomfortable)하게 만드는 부적합 복장이라고 지적한 후 귀가 조치한 것이다. 이 사건은 학생의 아버지가 페이스북에 이를 게시하면서 빠르게 공론화되었는데, 학생의 아버지는 이 사건을 여성에 대한 부당한 처사, 여성에 대한 통제로 보며 통렬하게 비판하였다(CBC 2021.2.24). 이후 해당 학교에서 학생들이 귀가 조치된 학생을 옹호하는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여학생의 어떤 복장이 남자 보조교사를 불편하게 한다는 주장은 마치 성범죄에서 피해자를 탓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며 저항하였고, 해당 학교의 드레스코드는 상반기 내내 진통을 거쳐 2021년 7월 개정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드레스코드 논쟁은 꾸준히 불거졌고, 점차 캐나다 정부는 직장에서의 드레스 코드를 통한 성차별 (sexualized dress code)을 인권 문제로 보기 시작하였다. 2016년 온타리오 인권위(The Ontario Human Rights Commission)가 세계 여성의 날에 발표한 성명에는 캐나다 정부가 드레스 코드를 젠더 불평등과 인권 측면에서 보는 입장이 잘 명시되어 있다(0HR 2016). 온타리오 인권위는 이러한 반인권적 드레스코드 규제 가이드라인에서(Policy position on gender-specific dress code) 문제가 되는 드레스코드의 예로 요식업계에서 여성 종사자들로 하여금 꽉 붙는 옷이나 하이힐, 짧은 치마, 밑위가 짧은 바지 등을 입도록 요구하는 것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드레스 코드는 종업원들로 하여금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되게 하고 젠더 정체성에 기반해 특정 개인들을 배제하므로 차별적인 근무 환경 조성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직장에서 요구하는 드레스코드가 차별적이라고 생각되면 인권위에 신고할 수 있고 인권위는 피해자들을 위한 무료 법률 자문을 지원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러한 차별적인 환경에 놓인 개인들의 대다수가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대다수가 젊은 여성이며 이들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상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시하기 어려운 점을 인지하고 있다(CBC 2016). 따라서 인권위는 차별에 직면했을 경우 우선 신뢰할 수 있는 직장 동료와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고 고용주에게 인권위의 가이드라인을 첨부하여 정식으로 항의를 먼저 해본 후 적극적인 법정 투쟁을 준비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OHCR, Challenge sexist dress codes. Assert your rights). 
        드레스 코드에 대한 젠더적 접근은 학교, 요식업계뿐만 아니라 캐나다 사회 전반에서 꾸준히 퍼져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2019년에는 캐나다 군대가 여군에 대한 규정을 완화하기도 하였다. 이전에는 셔츠 칼라 아래로 내려오는 기장의 머리는 반드시 묶어서 올려야 했으며 치마 제복 착용시 여군들은 반드시 스타킹을 착용하고 5cm 가량의 미들힐을 신는 것이 규정이었다. 2019년 캐나다군은 이러한 규정을 완화하여 작전 수행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머리 모양을 자유롭게 하고 스타킹 착용 규정을 없앴으며 굽이 없는 플랫구두의 착용을 허락하기 시작하였다.

         <참고자료>
        CBC(2021.02.24.), “B.C. dad angry daughter’s turtleneck and dress outfit was deemed inappropriate for school”, https://globalnews.ca/news/7660826/bc-kamloops-student-dress-code-violation/ (접속일: 2021. 09.18.).
        CBC(2011.07.20.), “Women's topless court victory 20 years later”, https://www.cbc.ca/news/canada/women-s-topless-court-victory-20-years-later-1.1026403 (접속일: 2021.09.18).
        CTV News(2021.07. 20.), “It’s been 30 years since Gwen Jacob went topless in Guelph and launched a fight for women's rights”, https://kitchener.ctvnews.ca/it-s-been-30-years-since-gwen-jacob-went-topless-in-guelph-and-launched-a-fight-for-women-s-rights-1.5515506 (접속일: 2021.09.18.).
        CBC(2016.03.05.), “Women and dress code discrimination: 3 cases that made it to human rights tribunals”, https://www.cbc.ca/news/business/women-dress-codes-human-rights-1.3476964 (접속일: 2021.09.18.).
        OHCR, Challenge sexist dress codes. Assert your rights. http://www.ohrc.on.ca/sites/default/files/Infographics_Does%20your%20dress%20code%20violate%20the%20HR%20code.pdf (접속일: 2021.09.18.).
        Ontario Human Rights Commission(OHCR, 2016). “OHRC calls for an end to sexualized workplace dress codes that discriminate”, http://www.ohrc.on.ca/en/news_centre/ohrc-calls-end-sexualized-workplace-dress-codes-discriminate (접속일: 2021.09.18.).
        Ontario Human Rights Commission(OHCR), “Sexualized and gender-specific dress codes: FAQs”, http://www.ohrc.on.ca/en/ohrc-policy-position-gender-specific-dress-codes/dress-code-faqs
        National Post(2019.04.10.), “Bare legs, ponytails and flats now allowed for women as Canadian-forces update dress regulations”, https://nationalpost.com/news/bare-legs-ponytails-and-flats-now-allowed-for-women-as-canadian-forces-update-dress-regulations (접속일: 2021.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