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여성 정치 참여 증진을 위한 총선 성별 할당제의 효과와 한계
        등록일 2024-12-30

        아일랜드, 여성 정치 참여 증진을 위한 총선 성별 할당제의 효과와 한계

        이지원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개발보건학 석사

        • 아일랜드에서는 2024년 11월 제34대 하원(Dáil Éireann)을 선출하기 위한 총선이 실시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선출된 여성 의원은 전체 174명 중 44명을 차지하여, 전체의 약 25%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유럽 여성 의원의 평균 비율인 37%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지난 2012년부터 아일랜드에서 시행된 성별 할당제가 실제로 여성 정치인 수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 지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 아일랜드 의회 성별 할당제 제도 도입 배경 및 이행 현황

         - 아일랜드는 의회 내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정치자금 선거법(Electoral Amendment(Political Funding) Act 2012)을 개정하여 성별 할당제를 도입했다. 이 법은 각 정당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후보자 명단에 최소 30%의 여성과 30%의 남성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정당은 정부로부터 받는 운영 자금의 50%를 삭감당하게 된다. 
         - 2016년 총선부터 처음 적용된 30% 할당제는 여성 후보자의 비율을 2011년 전체 정당 평균 15%에서 2016년 모든 정당이 30% 이상으로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여성 의원 선출 또한 2011년 15%에서 2016년 22%로 증가하는 등 제도 도입 초기에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는 여성 의원 비율이 22.5%에 머물러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 2024년 11월 총선은 2023년 40% 성별 할당제가 도입된 후,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 첫 선거였고, 여성 후보와 의원 비율 증가가 기대되었으나, 여성 의원 비율은 25%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아일랜드 여성협의회(National Women’s Council)의 올라 오코너(Orla O’Connor) 이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과는 아일랜드 정치에서 여성을 위한 진정한 돌파구가 아직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여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확보하기에 성별 할당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많은 여성 후보자가 새롭게 시행 40% 성별 할당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늦게 등록되었던 만큼, 여성 후보가 충분한 선거 자원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당이 조기에 여성 후보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일랜드는 2012년에야 성별 할당제를 도입하면서 여성 정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훨씬 일찍 성별 할당제를 도입한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약 20년 정도 늦게 관련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 선거구 수준의 전략적 개입, 여성 정치인 육성을 위한 멘토링, 캠페인 노하우 전수 등 타 국가의 선진 사례를 바탕으로 여성 정치 참여를 증진하고 성별 할당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 서유럽 국가 사례
         - 벨기에는 1994년 여성 할당제를 최초로 입법화했으며, 2002년 개정을 통해 모든 정당이 후보자 명단에 여성과 남성을 동수로 배치하고, 각 명단의 상위 순위에도 남성과 여성을 각 50%씩 동등하게 배치하도록 규정했다. 성별 할당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위 후보자 순위에도 성별 할당을 도입함으로써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여성 의원 비율을 할당제 도입 이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시키며, 후보자 명단과 상위 순위에서의 성별 할당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음을 입증했다.
         - 영국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 정당이 자체적으로 성별 균형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 노동당(Labour Party)은 1990년대 중반부터 특정 선거구에 출마할 후보를 선정할 때 여성 후보만 포함된 명단에서 후보를 선출하도록 하는 전 여성 후보 명단(All-Women Shortlists)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1997년 총선에서 노동당은 여성 의원 비율을 9%에서 18%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제도 시행을 통해 2019년에는 노동당 전체 의원 중 약 51%가 여성 의원으로 구성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 아일랜드의 이번 총선 결과는 40% 성별 할당제가 처음 적용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의원 비율이 25%에 머물며 제도의 효과가 제한적임을 보여주었다. 그 원인으로 여성 후보자들이 실제로 선거 운동을 준비하고 활동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지방선거와 상원(Seanad Éireann)에도 성별 할당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많은 정치인이 정치 경력을 시작하는 출발점인 지방선거에 성별 할당제를 적용함으로써 여성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참고자료>
        ? Irish Statute Book (2012.7.28.), “Electoral (Amendment) (Political Funding) Act 2012”, https://www.irishstatutebook.ie/eli/2012/act/36/enacted/en/html (접속일: 2024.12.19.)
        ? The Guardian (2024.12.6.), “Irish parliament has worst gender diversity in western Europe, study finds”,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4/dec/06/irish-pIrish%20parliament%20has%20worst%20gender%20diversity%20in%20western%20Europe,%20study%20findsarliament-has-worst-gender-diversity-in-western-europe-study-finds (접속일: 2024.12.19.)
        ? Houses of the Oireachtas (2020.9.1.), “Gender equality in politics”, https://data.oireachtas.ie/ie/oireachtas/communications/education/2020/2020-09-01_gender-equality-in-politics-lesson-plan_en.pdf (접속일: 2024.12.19.)
        ? Belgian Exceptionalism (Devroe, Erzeel, Meier, & Wauters, 2021), “The Long-Term Effects of Gender Quotas in Belgium”, https://www.taylorfrancis.com/chapters/oa-edit/10.4324/9781003104643-4/long-term-effects-gender-quotas-belgium-robin-devroe-silvia-erzeel-petra-meier-bram-wauters (접속일: 2024.12.19.)
        ? Labour List (2019.12.31.), “51% of Labour MPs are women. What now for all-women shortlists?”, https://labourlist.org/2019/12/51-of-labour-mps-are-women-what-now-for-all-women-shortlists/ (접속일: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