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적 이미지 부당 유포에 대한 처벌 강화
이지원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개발보건학 석사
- 영국 정부는 영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성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2023년 10월 제정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을 재정비하고 ‘사적 이미지 부당 유포(Intimate image abuse)’에 대한 처벌 강화를 발표했다. 피터 카일(Peter Kyle) 기술 장관(Technology Secretary)은 온라인에서의 사적 이미지 부당 유포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사회적 불이익과 정신적 고통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조장된 여성 혐오 분위기(Misogynistic culture)를 사회 전반에 퍼뜨릴 우려가 있으므로, 온라인 안전법 강화를 통해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23년 제정된 온라인 안전법은 온라인에서 어린이와 성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소셜 미디어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다양한 의무를 부여해 개인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구인 오프콤(Office of Communications, Ofcom)이 해당 기업들이 규정된 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법의 적용 대상은 소셜 미디어, 클라우드 스토리지 및 공유 사이트, 비디오 공유 플랫폼, 온라인 포럼, 데이팅 서비스, 메시징 서비스 등 다양한 웹사이트와 앱에 해당하며, 영국 외부에 있는 기업도 영국과 연관된 경우 법의 적용을 받는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관련 게시물을 사전에 방지하고 삭제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오프콤은 해당 기업에 최대 1,800만 파운드(한화 약 317억 원) 또는 전 세계 수익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 2024년 1월에는 온라인 안전법에 따라 개인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발효되었다. 처벌 대상에는 사적 이미지 부당 유포를 비롯해 자해 조장(Encouraging or assisting serious self-harm), 원치 않는 음란 이미지 전송(Cyberflashing), 의도적으로 해를 입히기 위한 허위 정보 전송(Sending false information intended to cause non-trivial harm), 위협적인 의사소통(Threatening communications), 고의적인 선동(Epilepsy trolling) 등이 포함된다. 이 조항은 해당 행위를 저지른 개인에게 직접 적용되며, 특히 원치 않는 음란 이미지 전송과 위협적인 의사소통은 이미 유죄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 2025년 봄부터는 강화된 온라인 안전법에 따라, 동의 없이 사적 이미지를 공유하는 행위는 가장 심각한 유형의 온라인 범죄인 ‘우선 범죄(Priority Offence)’로 분류된다. 우선 범죄에는 극단적 성폭력(Extreme sexual violence), 불법 이민 및 인신매매(Illegal immigration and people smuggling), 불법 약물 및 무기 판매(Selling illegal drugs or weapons), 테러(Terrorism)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영국 정부는 이번 법률 강화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온라인 성범죄와 여성 혐오 게시물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영국의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인 Refuge가 발간한 온라인 학대 보고서 ‘비사회적 공간(Unsocial Spaces)’에 따르면, 영국 여성 3명 중 1명 이상(36%)이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학대를 경험했으며, 특히 18-34세의 젊은 여성의 경우 3명 중 2명(62%)이 온라인 학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대 경험자의 95%는 온라인 학대가 정신 건강과 사회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으며, 이에 대한 지원 부족으로 인해 지속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 제스 필립스(Jess Phillips) 안전보장부 장관(Safeguarding Minister)은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폭력은 국가적 비상사태”라며, 폭력이 일어나는 장소에 상관없이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러한 학대를 예방하고 대응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스 필립스 장관은 소셜미디어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게시되는 내용, 이미지, 영상 등 호스팅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대부분의 학대 피해자가 무력감, 쇠약감을 경험하는 것을 고려해 피해자 지원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는 단순한 행정적 절차 개선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 서비스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적 이미지 부당 유포에 대한 별도의 법률 도입을 촉구하며, 딥페이크 생성물의 제작 및 유포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가 가해자와 기업에 직접 조치할 수 있는 민법 개정, 피해자에 대한 사후 지원 방안 마련 등 핵심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최근 출범한 영국 정부는 2024년 8월에 극단적 여성 혐오를 테러로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조치가 사회적 인식 변화와 피해자 지원 방안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 정부가 기존 법률을 재정비하고 있으나, 이러한 행정적 변화가 실제로 여성 혐오와 여성 및 소녀에 대한 폭력 감소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GOV.UK (2024.9.13.), “Crackdown on intimate image abuse as government strengthens online safety laws”, https://www.gov.uk/government/news/crackdown-on-intimate-image-abuse-as-government-strengthens-online-safety-laws (접속일: 2024.9.18.)
○ GOV.UK (2024.5.8.), “Online Safety Act: explainer”,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online-safety-act-explainer/online-safety-act-explainer (접속일: 2024.9.18.)
○ Refuge (2021.10.29.), “'Unsocial Spaces' - make online spaces safer for women and girls”, https://refuge.org.uk/wp-content/uploads/2022/04/unsocial-spaces-.pdf (접속일: 2024.9.18.)
○ GOV.UK (2024.1.31.), “Online Safety Act: new criminal offences circular”,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online-safety-act-new-criminal-offences-circular/online-safety-act-new-criminal-offences-circular#part-10--communications-offences (접속일: 2024.9.18.)
○ End Violence Against Women (2024.9.13.), “Image-based abuse: no meaningful changes in government announcement”, https://www.endviolenceagainstwomen.org.uk/image-based-abuse-no-meaningful-changes-in-government-announcement/ (접속일: 2024.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