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임신중절 금지 이후, 안전한 피난처법(Safe Haven Laws)
        등록일 2022-09-29

        미국 임신중절 금지 이후, 안전한 피난처법(Safe Haven Laws)

        김춘례 세인트조셉 대학교 (Saint Joseph’s University) 조교수
         
        ○ 미국 대법원이 2022년 6월 24일 1973년의 로(Roe)판결을 뒤집고, 임신중절 허용 여부를 각각의 주(State) 법을 따라 결정하게 한 이후, 주마다 그 판결에 따른 대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영아의 안전한 피난처 법(Safe Haven laws)”이다. 
        ○ “영아의 안전한 피난처법”은 1999년 텍사스의 아기 모세법(Baby Moses Laws)을 시작으로 아기의 엄마가 위기의 상황에서 아기를 안전하게 포기/양도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현재 미국의 50개주, 콜롬비아 특별구(the district of Columbia), 괌(Guam), 그리고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에서 “영아의 안전한 피난처법”이 실행되고 있다.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주에서 이 법은 아주 어린 영아의 양도에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애리조나(Arizona), 아칸소(Arkansas), 코네티컷(Connecticut), 조지아(Georgia)를 포함한 7개주와 괌(Guam), 그리고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에서는, 태어난지 72시간 이전의 영아만 법의 보호를 받으며 다른 23개의 주에서는 태어난지 30일 이전의 영아만 양도가 가능하다(Child Welfare Information Gateway, 2022) 
        ○ 영아의 양도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아무 곳에나 영아를 양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서, 병원이나 응급 의료 서비스 제공 기관과 같이 법이 지정한 장소에만 영아를 양도할 수 있다. 영아의 양도 장소로 지정된 기관의 종사자들은 법적으로 영아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미국의 5개 주(애리조나, 켄터키, 뉴햄프셔, 등등) 및 푸에르토리코는 교회에도 영아를 양도할 수 있으나 영아를 양도하는 부모의 경우 양도 당시 교회 담당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만 가능하다. 영아의 양도를 맡은 기관에 대해, 대부분의 주에서 양도 후 영아에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민사책임을 면해주며 35개의 주에서는 형사책임에서도 면제가 된다(Child Welfare Information Gateway, 2022). 
        ○ 미국 내에서도 엄격한 임신중절법을 실행하고 있는 텍사스의 경우도 영아의 안전한 피난처법이 임신중절 금지법으로 인해 임신중절을 하지 못한 여성들의 대안책으로 존재하고 있다. 텍사스는 태어난지 60일 이전의 영아를 병원, 응급실, 혹은 소방서에 이유 불문 양도할 수 있다. 영아가 학대 없이 건강한 상태이면 아이를 양도한 부모는 형사법적 책임을 지지않는다(The Texas Tribune, 2022). 최근 인디아나(Indiana)의 경우 영아를 안전하게 양도할 수 있는 베이비 박스(baby box)의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NPR, 2022). 현재 인디아나주의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있어 베이비박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디아나주는 2016년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들었고 현재 113개의 베이비박스가 미국에 존재하는데 그중 86개가 인디아니에 존재한다(NPR, 2022). 
        ○ 보수당은 “영아의 안전한 피난처법”이 개인의 임신중지 권리를 포기(당)한 여성들에 대해 정부가 양육의 책임을 면해주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정·보호서비스부서(Department of Family and Protective Services)의 데이터에 의하면 텍사스에서 2009년 이후 172명의 아동의 양도가 이루어졌으며 2020년 한 해에는 21명의 영아의 양도만이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대법원의 임신중절법이 뒤집어지기 전 텍사스에서 한 해 동안 이루어지는 임신중절 건수는 50,000건에 달했다(The Texas Tribune, 2022). 이는 수요와 공급 면에서 맞지 않는다. 또한 많은 여성이 이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The Texas Tribune, 2022). 산타클라라 대학교(Santa Clara University) 법대 교수인 미쉘 오버맨(Michelle Oberman)은 정부가 충분히 정책에 대해 알리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NPR, 2022). 
        ○ 또 다른 문제는 법이 존재하고 베이비 박스가 존재한다고 해도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사는 여성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미국 여성이 베이스 박스를 옵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이 임신중절 수술을 못했으나 자녀를 키우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베이비 박스보다는 전통적인 입양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높다고 전해진다. 물론 전통적인 입양방식을 통해 자녀의 양육권을 포기하는 부모의 숫자도 전반적으로 높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 박스와 달리, 전통적인 입양방식을 선택한 여성의 경우 생물학적 부모가 자녀의 입양장소에 대해 통제가 가능하고 입양 보낸 자녀와의 장기간의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베이비 박스보다는 전통적인 입양방식이 선호된다(CNN, 2022). 
        ○ 따라서 전문가들은 영아의 안전한 피난처법이 임신중절금지법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베이비박스를 통해서든 혹은 전통적인 입양 방식을 통해서든,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는 여성이 수는 높지 않고, 또한 자녀의 양육권의 책임뿐 아니라 ‘임신’자체가 여성들의 생활, 직장 등에 미치는 장기적이로 부정적인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CNN, 2022). 현재 더 많은 주에서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법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및 태어날 아이에 대한 보호책은 상당히 미흡하다고 하겠다.
         
        <참고자료>
        ■ Child Welfare Information Gateway (2022) Infant safe haven laws.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Administration for Families, Children's Bureau. https://www.childwelfare.gov/topics/systemwide/lawspolicies/statutes/safehaven/ 접속일: 2022.9.24.).
        ■ The Texas Tribune (2022.6.26)“ Texas has a law that allows parents to give up newborns at fire stations or hospitals. Hardly anyone uses it.” https://www.texastribune.org/2022/06/26/texas-safe-haven-law/(접속일: 2022.9.24.).
        ■ NPR(2022.8.3)“Indiana is installing more baby boxes, where newborns can be anonymously surrendered” https://www.npr.org/2022/08/03/1115456040/indiana-is-installing-more-baby-boxes-where-newborns-can-be-anonymously-surrende (접속일: 2022.9.24.).
        ■ CNN (2022.8.9) Conservatives have pushed infant safe haven laws as an alternative to abortion. But few American women use them. https://www.cnn.com/2022/08/09/us/infant-safe-haven-law-abortion-invs/index.html (접속일: 2022.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