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기업 여성임원 할당제 합의
        등록일 2022-08-31

        유럽의회, 기업 여성임원 할당제 합의

        곽서희, 에라스무스 로테르담 대학(Erasmus University Rotterdam)
        국제사회과학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of Social Studies) 객원연구원
         
         
        ○ 지난 6월, 유럽연합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과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이하 EP)는 상장기업 내 비상임 이사회(non-executive boards)의 최소 40%를 여성으로 임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침안(Directive)에 합의했다.(1) 유럽연합의 법률체계에서 지침(Directive)은 지침에서 제시하는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회원국에게 구속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형식과 수단 등 실질적인 내용은 회원국에 위임하는 형태이다.
         이는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이하 EC)가 2012년 지침 입법안을 제출한 이래 10여 년간 답보상태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지침안은 영국을 비롯해 여러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혀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채 오랜 기간 찬반 논의가 반복되어 온 의제였다. 그러다 유럽위원회(EC)는 2020년 법안을 일부 수정하여 추진했고, 드디어 정치적 합의에 이른 것이다.
         
        (1) 유럽연합의 법률체계에서 지침(Directive)은 지침에서 제시하는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회원국에게 구속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형식과 수단 등 실질적인 내용은 회원국에 위임하는 형태이다.

        ○ 엄밀히 말하면, 본 지침은 상장기업 의사결정직 내 성별 균형을 목표로 한다. 즉, 기업은 같은 자격을 갖춘 후보 중‘대표성이 낮은 성별(underrepresented sex)’을 가진 후보를 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낮은 성별은 기업 대부분에서 여성이다 보니, 이번에 합의에 이른 지침은 여성의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한 유럽연합의 제도적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 2026년 6월 30일 자로 발효되며, 유럽연합 회원국 내 250명 이상 피고용자가 근로하는 상장기업에 적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지침에서는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COO)와 같은 임원급의 최소 33%는 여성으로 임명할 것을 명시했다. 본 지침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명시된 할당제 비율을 달성하지 않은 기업은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 단, 능력이나 자격이 부족한 여성을 임명해서라도 비상임이사 40% 여성 할당 비율을 무조건 채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본 지침은 기업이 비상임이사 선임과정에서 성별과 관계없이 개인의 역량에 근거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성별이 다른 두 명의 후보자가 있을 때, 갖춘 자격과 역량이 같다면 기업 내 이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낮은 성을 가진 후보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그리고 탈락한 후보가 요청할 경우, 해당 기업은 후보 평가 기준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본 지침이 제시하는 목표대로 여성임원 비율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기업은 그 사유와 더불어 성별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유럽위원회(EC)의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번 지침안 합의에 대해 "다양성은 비단 공정성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성장 및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제는 유리천장을 깨뜨려야 할 적기다. 이사직에 걸맞은 자격을 갖춘 여성들이 매우 많다. 그런 여성들은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앞으로는 유럽의회(EP)와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가 공동결정절차를 통해 공식적으로 입법 승인해야 하는 단계가 남아있는데, 유럽이사회는 각 회원국 정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절차를 통과하고 유럽연합관보(Official Journal)에 발표된 시점으로부터 20일 이후 발효되고 회원국들은 2년 내로 각 국가 법률로 적용해야 한다. 본 지침은 회원국별 정부 당국에서 이행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권한을 가지며, 회원국별 법원은 만약 기업이 법을 위반하는 경우 이사회 선출을 무효화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 유럽위원회(EC)의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8개 회원국은 여성임원 할당제를 이미 채택하여 이행 중이며, 10개국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수준의 할당제를, 9개국은 관련 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유럽양성평등연구소(European Institute for Gender Equality)가 2021년 10월 데이터를 기준으로 발표한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에 상장한 기업 내 이사직에 임명된 여성 비율은 평균 30.6%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발전 추이를 살펴보면 2003년 회원국 평균 8.2%에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2021년 30.6%에 도달한 것으로, 지속적인 기업 내 여성임원 비율 상승 경향을 보인 점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 반면, 유럽연합에 속한 회원국별 상황을 살펴보면 편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합의된 지침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 40% 목표치를 충족하는 국가는 27개 회원국 중 45.3%를 기록한 프랑스뿐이었다.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 40% 할당제를 이미 시행 중인 국가이다. 이탈리아(38.8%), 네덜란드(38.1%), 스웨덴(37.9%), 벨기에(37.9%), 덴마크(36.0%)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는 여성임원 할당제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반면 최하위권 국가는 헝가리(9.4%), 에스토니아(9.1%), 사이프러스(8.5%)로, 기업 이사회 내 여성임원이 10명 중 1명에 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그리고 직급을 보다 세분화하여 살펴봤을 때, 여성 최고경영자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 내 이사회장(board chair) 여성 비율은 8.5%, 최고경영자(CEO) 여성 비율은 7.8%로 나타났
        다. 이 역시 과거 이사회장 1.7%(2003년), 최고경영자 2.2%(2013년)이었던 수치를 고려하면 상당 부분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최고 경영진 직급에 임명된 여성은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 이번 법안을 유럽연합 회원국 정부들과 협상하는 데 관여했던 네덜란드 노동당(Labour Party) 소속인 라라 볼터스(Lara Wolters) 유럽의회 의원은 데이터가 기업 내 성평등은 그저 운이 좋아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이사회 내 다양성 증진은 더 나은 의사결정 절차 및 결과 도출에 기여하고, 여성임원 할당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 이번 사례는 유럽의회 차원에서 상장기업 의사결정직 내 여성 대표성 증진에 관한 정치적 합의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최근 지침안이 가결되었고, 2026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발효되는 만큼, 본 지침만으로 여성의 민간분야 의사결정직 내 대표성 증대에 미치게 될 영향을 판단하기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유럽연합 차원에서 10년 만에 합의된 지침이라는 점, 여성임원 비율 40%, 최고경영직 비율 33%라는 구체적인 수치, 불이행 관련 제도적 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 자체는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국별 사회, 경제적 상황에 따라 본 지침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도입할지 지켜볼 만하다.
         
         
         
        <참고자료>
        ■ European Commission (2022.6.7) "Commission welcomes political agreement on Gender Balance on Corporate Boards",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IP_22_3478 (접속일: 2022.8.22.).
        ■ European Institute for Gender Equality (2022.4.19) "Statistical brief: gender balance in business and finance 2021",
        https://eige.europa.eu/publications/statistical-brief-gender-balance-business-and-finance-2021 (접속일: 2022.8.22.).
        ■ European Parliament (2022.6.7) "Women on boards: deal to boost gender balance in companies", https://www.europarl.europa.eu/news/en/press-room/20220603IPR32195/women-on-boards-deal-to-boost-gender-balance-in-companies (접속일: 2022.8.22).
        ■ The Guardian (2022.6.7) "EU agrees ‘landmark’ 40% quota for women on corporate boards", https://www.theguardian.com/business/2022/jun/07/eu-agrees-landmark-40-quota-for-women-on-corporate-boards (접속일: 2022.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