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정부, 일·가정양립법 추진
        등록일 2022-05-31


        아일랜드 정부, ·가정양립법 추진

         

        곽서희, 에라스무스 로테르담 대학(Erasmus University Rotterdam)
        국제사회과학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of Social Studies) 객원연구원

         

        ○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 새로운 일·가정양립법(Work Life Balance and Miscellaneous Provisions Bill)을 상정했다. 이 법안은 유럽연합(EU)의 일·가정양립 지침(Work Life Balance Directive)에 발맞추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노동시장에서 여성 참여 확대는 이 법안의 여러 목표 중 하나이다. 
        ○ 유럽연합(EU)은 일·가정양립(EU rights to work-life balance)을 규범화하여 공표했는데, 여성은 최소 14주 출산휴가 (국가별로 최소 병가 수준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유급휴가), 최소 10일 배우자 출산휴가 (출산휴가와 마찬가지로 유급휴가), 최소 4개월 육아휴가, 가족 구성원 돌봄을 위한 연간 5일간의 돌봄휴가 등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 및 육아휴가에서 복귀하는 근로자는 유연근무제를 신청할 수 있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시간 단축, 탄력 근무, 근무 장소 선택(재택근무) 등을 포괄한다. 유럽연합(EU) 측에서는 올해 8월부터 위와 같은 사항들을 유럽연합 일·가정양립 지침(directive)에 맞춰 회원국들이 법적 기반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번 새로운 일·가정양립법을 추진함으로써 유럽연합이 제시하는 일·가정양립 권리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 이번에 추진되는 새로운 일·가정양립법안에 대해 로데릭 오고먼(Roderic O'Gorman) 평등정책 장관(Minister for Equality)은 근로자들의 근로 의무와 양육 또는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역할 양립의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보장하고자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오고먼 장관은 이번 법안이 늦어도 2022년 7월 말까지는 하원 및 상원을 통과하고 8월부터 발효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 본 법안 주요 조항들 중에서도 다음 세 가지에 주목할 만하다. 첫째, 12세 이하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나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 보호자의 유연근무제다. 근로자는 고용주가 근로시간 축소 또는 유연근로 전환을 거부할 경우 직장관계위원회(Workplace Relations Commission)를 통해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아일랜드 직장관계위원회는 2015년 설립된 독립기구로, 고용 및 근로와 관련된 법률 이행 모니터링, 갈등 중재 및 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아일랜드 내 근로자는 고용주에게 최소 6개월 전에 유연근무를 요청해야 하고, 고용주는 4주 내로 답변해야 한다. 둘째, 5일간의 무급 병가는 자녀 또는 현재 근로자와 같이 거주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으로 한정한다. 그리고 근로자는 돌봄을 위해 고용주에게 유연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셋째,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한 여성 근로자를 수유 휴식시간 확대이다. 우선 현재 아일랜드의 여성 근로자는 모성보호법(Maternity Protection Acts)에 의거하여 42주의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데, 26주 유급, 16주 무급휴가이다. 또한 모성보호법에 따라 여성 근로자는 근무시간 중 자녀에게 수유할 권리가 있다. 수유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 고용주는 별도의 수유 공간을 마련할 의무는 없다. 여성 근로자는 출산 후 26주 동안 하루 1시간을 수유를 하거나 모유를 유축할 수 있으며, 주어진 1시간은 20분 3회, 30분 2회와 같이 분할 사용도 가능하다.
        ○ 기존 모성보호법에서도 모유 수유 시간이 임금에서 공제되지는 않으며, 수유실이 없는 경우 근로시간에서 수유시간을 일정 부분 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법안에서는 근로에 복귀하면 여성 근로자가 근무시간 중 자녀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간을 26주에서 104주로 대폭 확대하고자 한다. 현재 아일랜드에서 여성근로자는 모유 수유를 매일 1시간, 6개월간 모유 수유 시간을 사용할 수 있고 유급이다. 본 법안이 제정되면 이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새 법안이 고용주, 피고용자 양측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네일 맥도넬(Neil McDonnell) 아일랜드 중소기업연합회 회장(chief executive of the Irish Small and Medium Enterprises Association)은 이번 법안에 대해 “온갖 유형의 휴가 제도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하면서 정작 비즈니스에 미치게 될 영향과 그 소요비용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 또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 리처드 그로건(Richard Grogan)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중소기업, 영세 사업자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대체인력이 없거나 아침부터 밤까지 지속적으로 바쁜 경우, 실제로 본 법안이 명시하는 유연근무제 같은 조항을 이행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5일 무급병가에서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중대한 의료적 사유' 조항이 모호할 수 있는데, 진단서 발급을 증거로 인정할지, 부모가 자녀가 아파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만약 5일 이상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여러 이슈가 제기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로건 의원은 이번 법안이 아일랜드 근로자들의 일·가정양립에 굉장히 유의미한 성과이지만, 동시에 일부 직군이나 기업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그리고 노동당(Labour Party)은 이번 법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마리 셜록(Marie Sherlock) 상원의원 겸 노동당의 고용·예술·문화·미디어·게일어 사용지역(Employment Affairs, Arts, Culture, Media and the Gaeltacht) 대변인은 이번 법안이 근시안적이며, 일·가정양립이 비단 자녀가 어릴 때만 필요한 게 아니므로 자녀가 12세가 넘어도 근로자는 유연근무제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번 정부가 상정한 법안이 만약 제정된다면 일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을 통해 자녀 양육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분명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여성 근로자의 수유 권리 대폭 확대이다.
        ○ 이번 법안에서 일부는 아직 다각도의 논의를 통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후 공개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정부 측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사용할 수 있는 유급휴가 제도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본 법안이 담게 될 최종 세부내용과 제정 여부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BreakingNews.ie (2022.4.23.)“Work Life Balance Bill has potential to be 'nightmare for employers and employees” https://www.breakingnews.ie/ireland/work-life-balance-bill-has-potential-to-be-nightmare-for-employers-and-employees-1293845.html (접속일: 2022.5.23.).
        ■ European Commission "EU rights to work-life balance" https://ec.europa.eu/info/policies/justice-and-fundamental-rights/gender-equality/women-labour-market-work-life-balance/eu-rights-work-life-balance_en (접속일: 2022.5.23.).
        ■ Independent(2022.4.21.)“Workers will be able to take case against employers who refuse reduced or flexible hours requests under new legislation” https://www.independent.ie/irish-news/news/workers-will-be-able-to-take-case-against-employers-who-refuse-reduced-or-flexible-hours-requests-under-new-legislation-41572285.html (접속일: 2022.5.23.).
        ■ Irish Government "General Scheme of a Work Life Balance and Miscellaneous Provisions Bill" https://www.gov.ie/en/publication/1105a-general-scheme-of-a-work-life-balance-and-miscellaneous-provisions-bill-2022/ (접속일: 2022.5.23.).
        ■ Maternity Protection (Amendment) Act 2004 (2004) https://www.irishstatutebook.ie/eli/2004/act/28/enacted/en/pdf (접속일: 2022.5.23.).
        ■ RTE (2022.4.21.)“Work Life Balance Bill brought to Cabinet” https://www.rte.ie/news/business/2022/0421/1293450-work-life-balance-bill/ (접속일: 202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