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와 여성 관련 정책의제
        등록일 2022-04-27

        프랑스 대통령 선거와 여성 관련 정책의제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교(Erasmus University Rotterdam) 국제사회과학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of Social Studies) 객원연구원

         
        • 프랑스에서는 2022년 4월 10일,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재임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과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대표인 마린 르펜(Marine Le Pen) 후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4월 24일에는 두 후보의 결선투표가 실시되었다. 본 원고에서는 프랑스에 정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두 후보가 제시하는 여성, 양성평등 관련 정책의제나 공약은 무엇인지, 그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지 개괄해 보고자 한다.
        • 우선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년 임기 동안 양성평등을 우선 정책의제 중 하나로 추진했고, 여러 부문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여성 피임약 무료 처방 대상 확대(2020년 15세 이하에서 2022년 25세 이하로 변경), 합법으로 인정하는 임신중지 기간 연장(12주에서 14주로 변경),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 폭넓은 여성정책들을 추진했다. 또한 폭력을 행사한 바 있는 가해자가 피해 여성으로부터 접근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전자발찌 제도 도입,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24시간 핫라인 개통 및 운영 등도 성과로 볼 수 있다.○
        • 2022년 3월, 대통령 1차 투표를 앞두고 프랑스의 세 시민단체인 Oxfam France, Equipop, Care France는 지난 5년간의 양성평등 정책 변화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목표는 원대했지만 결과는 미미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다. 동 보고서에서는 예를 들어 양성평등을 목표로 마련된 정책은 국가 전체 예산의 0.25%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며(2022년 기준), 여전히 3일마다 1명꼴로 프랑스 여성들이 현 또는 전 배우자에게 살해당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프랑스 여성단체들은 양성평등 달성을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구조적, 제도적 변화와 적극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프랑스 여성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은 여성 살해(femicide), 이슬람 여성에 대한 혐오, 남녀임금격차, 여성의 불안정한 고용 문제 등 현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실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2022년 2월에는 프랑스의 여성단체 대표 또는 단체 내 고위관계자 7명이 주간지 르 주르날 드 디망쉬(Le Journal du Dimanche)를 통해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양성평등 달성을 위해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10가지 의제에 대한 공동서명을 발표한 바 있다. 본 발표문에서 제시한 10가지 정책 제안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가정폭력 철폐를 위해 연간 10억 유로 예산 투입(한화 약 1조 3490억 원): 폭력 피해여성을 대면하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 역량 강화, 관련 기관 재정 지원  

         2. 여성 대상 폭력 철폐를 위해 국가 차원의 논의 기구 조직(예: 대통령 직속 산하 기구)

         3. 여성 대상 폭력 관련 사법 기관 및 인력 역량 강화

         4. 헌법에 임신중지 합법화,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 접근성 보장

         5. 아동의 평등, 성(sexuality) 교육 보장, 음란물 사업으로부터 아동 보호

         6. 모든 시민에게 양질의 보건 서비스 접근성 보장

         7. 남녀동등한 임금, 시간제 일자리 강요나 직장에서의 남녀 차별 문제 해결

         8. 여성의 경제적 해방(economic emancipation)을 위한 법률 제정, 여성 고용 불안정성을 높이는 기존 제도적 장치 철폐

         9.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여성 근로자의 유급 출산휴가 확대, 부모 양측 모두 활용할 만한 육아휴직 제도 

         10. 외교 정책에서 실질적인 여성주의적 관점 도입,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국제적 차원 재정 기여 증대

        • 르펜 후보는 스스로 여성주의자(feminist)라고 칭한 반면, 정치적으로 극우 성향과 결합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르펜 후보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한 매체를 통해 온라인으로 "프랑스 여성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발표하였는데, 본 발표문에는 길거리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이민자들을 성범죄자로서 규정하고 추방하겠다는 의견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일었다.
        • 프랑스의 여성단체‘Osez le féminisme’에서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 발언 등이 얼마나 여성의 권익을 고려하고 옹호하고 있는지 심도 있게 검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여성주의적 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파비엔 엘 쿠리(Fabienne El-Khoury) 대변인은 단체의 정치적 성향은 없고 한 정당에 치우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르펜 후보 측이 제시하는 공약 프로그램은 여성 대상 폭력 철폐나 남녀임금 불평등 문제 같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제안을 담고 있지 않다. 르펜 후보는 인종차별적(racist) 관점에서 외국인들을 공격해야 할 때만 여성 권리를 언급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르펜 후보 측이 만든 정책 공약집에서 여성 관련 정책은 전혀 없으며, 가족 정책 분야에서 출산 및 육아 관련 부분에 걸쳐 2번 정도 여성이 언급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 파리 근교 한 도시에서 폭력 피해여성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단체인‘Maison des Femmes’설립자이자 산부인과 전문의인 가다 아템 강처(Ghada Hatem-Gantzer)는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여성들 중에는 외국인 이민자 여성들도 있는데, 르펜이 당선되면 외국인들의 의료 접근성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면서 "르펜에게 한 표 던지는 게 여성을 위한 투표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 위에서 소개한 10대 제안서에 서명하기도 한 여성단체 중 하나인 ‘Fondation des Femmes’의 안-세실 멜페르(Anne-Cecile Mailfert) 대표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르펜 후보의 여성, 양성평등 관련 인식과 정책방향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녀는 “대통령 후보가 여성이라고 해서 꼭 여성의 편에 서 있는 게 아니다. 르펜 후보는 극우 노선에 서있는 후보일 뿐이며, 대개 극우 정당이 집권하게 되면 여성의 권리는 후퇴한다. 그녀가 스스로 본인과 결을 같이 한다고 언급하는 헝가리 총리, 브라질 대통령 등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이는 다른 여성단체 대표 역시 지적한 부분이다. 
        • 여느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대통령 결선투표 결과는 여성 및 양성평등 정책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어떤 여성 관련 정책이 어떻게 추진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시민사회에서 제기하는 여성 대상 폭력 해결과 같은 현안이나 후보 측이 내세운 여성 관련 공약이 어느 정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 CNN (2022.04.07.), "The quest for égalité: What's at stake for women in the French election", https://edition.cnn.com/2022/04/07/europe/macron-french-presidential-election-gender-equality-as-equals-intl-cmd/index.html (접속일: 2022.04.23.).
        ■ FigaroVox (2022.03.07), "Marine Le Pen: Lettre aux Françaises", https://www.lefigaro.fr/vox/politique/marine-le-pen-lettre-aux-francaises-20220307 (접속일: 2022.04.23.).
        ■ France 24 (2022.03.30), "Five years of Macron: A gap between words and action on presidential priorities", https://www.france24.com/en/france/20220330-five-years-of-macron-the-gap-between-words-and-action-on-president-s-priority-issues-part-4-of-4 (접속일: 2022.04.23.).
        ■ Le Journal du Dimanche (2022.02.05.), "Tribune: Candidats, engagez-vous sur les 10 mesures de notre plan d'urgence pour l'égalité femmes-hommes", https://www.lejdd.fr/Societe/tribune-candidats-engagez-vous-sur-les-10-mesures-de-notre-plan-durgence-pour-legalite-femmes-hommes-4092062 (접속일: 2022.04.23.).
        ■ Oxfam France (2022.03.07) "Egalité femmes-hommes : grande cause, petit bilan", https://www.oxfamfrance.org/rapports/egalite-femmes-hommes-grande-cause-petit-bilan/ (접속일: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