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직장 성희롱 피해 현황과 정부 대책
        등록일 2021-09-30

        영국의 직장 성희롱 피해 현황과 정부 대책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영국 정부가 직장 성희롱을 막기 위해 고용주에게 직장 성희롱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의무를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2018년 12월 정부가 직장 성희롱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지 약 2년 반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먼저 본론에서는 영국에서 공공장소와 직장에서 성희롱이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 알아보도록 한다. 이어서 영국 정부가 내놓은 직장 성희롱 방지 정책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한다.
        • 영국인 10명 중 7명 성희롱 피해 경험 있다 

         - 영국 정부 기관인 정부 평등 사무소 (Government Equalities Office)가 2021년 7월 공개한 보고서 ‘2020 성희롱 설문조사 (2020 Sexual Harassment Survey)’에 따르면, 16세 이상 영국인 남녀 72%가 살면서 한 번 이상 성희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의 43%가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1만2,131명이 참가한 설문 조사는 영국 정부가 2018년 12월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뒤 공공장소 및 직장 성희롱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정부 평등 사무소 (Government Equalities Office)는 보고서에서 “이 설문 조사는 나이와 성별, 사는 지역, 인종과 성 정체성 등 변수를 고려해 영국 전체 인구 집단을 대표하는 샘플링한 최초의 성희롱 설문 조사”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 가장 흔한 성희롱 유형 세 가지는 성적인 농담(sexual jokes), 성적인 시선이나 표정, 성적 발언 (sexual comments)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인구 집단 중에서 최근 1년간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젊은 여성’이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여성 중 “최근 1년간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51%로,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남성 응답자 비율(34%)보다 17% 포인트 높았다. 연령 별로 보면, 16~24세 응답자의 71%가 “성희롱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해 전 연령대 중 성희롱 피해 경험자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25~34세 (63%), 35~49세 (46%) 가 따랐다. 

        - 설문 조사 결과, 백인보다 소수 인종이 성희롱 피해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백인의 경우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비율은 42%였지만, 아시아인을 포함한 소수 인종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49%로 7% 포인트 더 높았다. 

        직장을 제외하고 성희롱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는 길거리(42%) 였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길거리에 이어 클럽과 술집(31%), 대중교통(28%), 대학과 학교(24%), 온라인(23%) 순으로 성희롱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 영국 직장인들은 10명 중 3명(29%) 가 일터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직장 성희롱을 경험한 피해자는 여성과 남성이 각각 30%, 20%로 성별에 따른 큰 차이는 없었다. 성희롱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장소로 직장(20%) 을 택한 피해자가 가장 많았고, 동료들과 사적 교류 (socialising with colleagues), 고객 방문(9%), 구직 활동을 위한 인터뷰(6%), 온라인 메시지 (5%) 등을 통해서도 성희롱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직장 성희롱 피해자는 성별에 따른 뚜렷한 차이가 없었던 반면, 가해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직장 성희롱 피해 여성의 80%가 가해자로 남성 동료를 지목했고, 남성 피해자들도 46%가 남성 동료가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밝혔다. 
          - 성희롱 가해자는 비슷한 직급의 동료 또는 상사가 가장 많았다. 직장 성희롱 경험자 중 38%는 비슷한 직급의 동료를 가해자로 지목했고, 28%는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보고서는 소수의 직장 성희롱 피해자들만 공식적으로 직장에 신고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정부 평등 사무소는 보고서 결론에서 “설문 조사 결과 직장 성희롱 피해자 중 15%만 회사 내부나 외부에 신고해 피해 신고율이 매우 낮다. 고용주들이 실제로 직장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피해 현황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정부, 고용주에게 직장 성희롱 예방 법적 책임 강제할 것  
          - 영국 정부는 2018년 12월, 고용주에게 직장 성희롱 예방을 위한 법적 의무를 강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직장 성희롱 대책을 처음 발표했다. 기업의 도덕적 책임에만 의존해왔던 직장 성희롱 문제에 기업의 법적 책임을 강제하는 쪽으로 정부가 정책 방향을 튼 것이다. 영국 정부는 2019년 7월 11일부터 10월 2일까지 약 석 달간 직장 성희롱 피해자를 비롯해 기업과 피해자 보호 단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앞서 언급된 정부 평등 사무소의 성희롱 설문 조사 역시 정부의 직장 성희롱 예방 정책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 정부 평등 사무소가 7월 21일 발표한 보고서 ‘직장 성희롱에 대한 의견 수렴과 정부 대책 (Consultation on sexual harassment in the workplace: government response)’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마련 중인 대책은 크게 네 가지로 다음과 같다. 
            · 고용주가 직장 성희롱을 예방하도록 ‘합리적인 조치 (all reasonable steps)’를 취하도록 법적 의무를 강제
            · 고객이나 회사 거래처 관계자 등 제삼자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고용주의 법적 책임과 피해자 보호 강화 
            · 정직원 외에 인턴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봤을 때 법적 보호받을 수 있도록 평등법 2010(Equality Act 2010) 개정 고려 
            · 성희롱 등 직장 내 차별 사건을 고용 심판원 (employment tribunal)에 제소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 고용주에게 직장 성희롱 예방을 위한 법적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평등인권위원회 (Equality and Human Rights Commission, EHRC) 는 고용주 실천 강령 (code of practice)를 개발 중이다. 정부 기관인 EHRC는 고용주가 평등법 관련 내용을 위반했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는 조직이다. 실천 강령에는 고용주가 성희롱 예방을 위해 취해야 하는 ‘합리적인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는 인턴과 자원봉사자도 정직원과 똑같은 수준의 보호 의무를 고용주에게 강제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고민하고 있다. 일단 영국 정부는 고용주의 피해자 보호 업무에 인턴은 포함하고, 자원봉사자는 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직장 성희롱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현행 평등법 2010에는 인턴까지 보호 대상으로 들어가 있다. 인턴과 자원봉사자 모두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본인이 지원해 순수 봉사를 목적으로 임시로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까지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고용주에게 지우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 보고서는 “인턴은 업무 경험을 얻기 위해 무보수로 일하는 경우”라면서 정부의 성희롱 대책 마련 의견 수렴에 참여한 영화나 TV 프로그램 제작 현장 또는 정당 등에서 일하는 인턴 등을 예로 들었다. 보고서는 “공청회에 참여한 인턴들은 소속된 조직에서 직급이 가장 낮아 직장 성희롱 피해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면서 고용주가   인턴도 정직원처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은 조직에서 비공식적으로 봉사하거나 임시로 도움을 주는 봉사자들까지 법의 테두리 안에 포함하기엔 고용주에게 과도한 수준의 법적 책임과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영국 정부는 고용주의 성희롱 피해자 보호 법적 의무에서 자원봉사자를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성희롱 사건 발생 시 고용 심판원에 제소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포함됐다. 평등법 2010 3장 121조에 따르면, 성희롱 사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고용 심판원에 제소할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다. 하지만, 성희롱을 당해 심리적으로 어려운 피해자들이 사건 발생 뒤 곧바로 제소하지 못해 가해자나 피해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고용주를 처벌할 기회를 놓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래서 정부는 이후 관련 법을 개정해 현재 3개월 기간 제한을 최대 6개월로 늘릴 방침이다. 
        영국 정부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16세 이상 영국 남녀 72%가 살면서 한 번 이상 성희롱 피해를 당했을 만큼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영국 직장인들은 10명 중 3명꼴로 일터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도덕적 책임에 의존해 왔던 영국 정부가 고용주의 법적 책임을 물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튼 것은 성희롱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둔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 개정과 고용주 행동 강령 제정 등 숙제가 남아 있다. 또한, 영국 정부가 정확히 언제부터 새 정책을 시행할지 구체적인 시점을 공개하지 않아 앞으로 새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Legislation.go.uk(2010),“Equality Act 2010”, https://www.legislation.gov.uk/ukpga/2010/15/contents (접속일: 2021.09.25.).
        Government Equalities Office(2021.07.21.), “Consultation on sexual harassment in the workplace: government response”, 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consultation-on-sexual-harassment-in-the-workplace/outcome/consultation-on-sexual-harassment-in-the-workplace-government-response (접속일: 2021.09.25.).
        Government Equalities Office(2021),“2020 Sexual Harassment Survey”,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1002873/2021-07-12_Sexual_Harassment_Report_FINAL.pdf (접속일: 2021.09.25.).
        GOV.UK (2018.12.18.), “Government announces new Code of Practice to tackle sexual harassment at work”, https://www.gov.uk/government/news/government-announces-new-code-of-practice-to-tackle-sexual-harassment-at-work (접속일: 2021.09.25.).
        GOV.UK (2021.07.21.), “Government response to consultation on sexual harassment in the workplace”, 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consultation-on-sexual-harassment-in-the-workplace (접속일: 202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