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스토킹 피해 관련 법제도 및 현황
        등록일 2021-04-30

        네덜란드 스토킹 피해 관련 법제도 및 현황 

        곽서희 Erasmus University Rotterdam 박사과정

         

        • 작년 12월, 네덜란드 한 소도시에서는 26살 여성이 길거리에서 스토커에게 칼에 찔려 현장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언론이 주목한 바 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하기 1주일 전 경찰에 연락했으며, 사건 당일 경찰서에 방문해 담당자와 만날 예정이었다. 경찰에게 신고한 바에 따르면 피해자와 가해자는 알던 사이였는데, 한동안 가해자에게 불쾌한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네덜란드 법률상 스토킹 행위는 범죄로 명시되어 있다. 네덜란드 형법 285b항에 따르면 타인이 특정 행동을 하거나 못하게 강요하기 위해, 또는 공포감을 심어주려는 목적으로 불법적으로, 반복적으로, 의도적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 가해자 처벌 범위는 범죄 행위 빈도, 유형 및 강도에 따라 다양하며, 사회봉사 명령, 벌금형, 또는 최대 3년형까지 처벌 받을 수 있다.
        • 그리고 네덜란드 경찰에서는 공식적으로 웹사이트 상에 스토킹 피해를 입고 있는 경우 피해자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 체계적으로 요약한 매뉴얼을 만들어 게시하고 있다. 매뉴얼에서는 스토킹이란 무엇인지, 단계별 대응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 네덜란드 경찰의 스토킹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특히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스토커에게 공식 등기우편으로 스토킹 행위를 멈출 것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는데 경찰이 이 과정에서 지원해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스토킹 가해자와 대화를 멈추고 증거를 수집해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토킹은 피해자의 공식 신고가 있어야 법적 절차를 밟고 기소할 수 있는데, 만약 피해자가 신체적인 위협에 처한 경우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도 자체 권한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고 검찰 측은 기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만약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상황이면 112로 신고하면 경찰이 즉시 출동한다. 스토커가 위협적인 행위를 가하고 있으면 즉시 체포 및 구금하는데, 매뉴얼에서는 스토킹해왔다는 증거를 수집해 두면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바로 시작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 그리고 경찰이 출동해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 증거가 부족해 체포가 어려운 일도 발생한다는 점을 안내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하는 행위 자체가 경찰 측 데이터에 남기 때문에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현장 체포가 어렵더라도 경찰은 가해자에게 접근하고 대화를 시도하여 스토킹 행위를 멈출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네덜란드 경찰 측은 대략 절반 이상의 스토킹 가해자들이 경찰과 대화를 나누고 난 뒤 가해 행위를 멈춘다고 한다.
        • 경찰 신고나 지원 요청 이외에도 여러 행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전화 및 소셜 미디어 접근 금지, 피해자 근처 특정 범위 내 접근 금지와 같은 행정 명령처분도 내릴 수 있다. 만약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살고 있고 스토킹 행위가 집 안에서 가정폭력의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다. 이 경우 경찰은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접근금지 명령은 관할 시장의 권한으로 집행되며 가해자는 같이 살던 공간에 머물 수 없고 10~18일간 접근 금지 명령 처분을 받는다.
        • 이 밖에도 경찰이나 정부에서 가정폭력이나 각종 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자 운영하는 기관인 Veilig Thuis에 연락하면 개인이 소지하고 있다가 위급상황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기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가해자가 접근했을 때 바로 본인 위치 정보를 경찰에게 전송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누를 수 있는 버튼형 기기이다.
        • 정부 관계당국의 도움 외에도 스토킹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정부단체들이 있다. 전국 각지에 위치한 여러 단체들은 유선전화 또는 온라인 상담 창구를 운영 중이며,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심리 상담 및 제도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관들은 웹사이트상에 스토킹을 명백한 범죄로 보고 피해자가 주저없이 연락하고 법적, 제도적 절차를 밟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 작년에 네덜란드 통계청(CBS)는 12-24세 약 3만8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이버 보안 및 범죄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여성 청소년 중 3.1%가 스토킹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 청소년 응답자 0.8%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여성 청소년 중 2.8%가 온라인에서 성적(sexual)으로 불미스러운 피해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 역시 남성 청소년의 응답률은 0.5%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으로 협박, 스토킹, 괴롭힘과 같은 사건의 피해를 경험한 남녀 응답자들의 43.4%는 불면, 분노 등 심적으로 괴로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온라인으로 협박, 스토킹, 괴롭힘 등의 피해를 경험한 적 있다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9%가 그 행위가 잘못된 행위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11.3%는 어쩌다 발생한 일이고, 7.5%는 피해를 경험한 본인 스스로를 탓하는 응답을 선택했다. 명백히 잘못된 범죄라고 응답한 사람은 4.1%에 불과했다. 그리고 피해를 경험한 이유 해당 사건을 알린 대상은 가족, 친구 또는 선생님인 경우가 36.7%로 가장 높았으며, 경찰이나 유관기관에 알린 경우는 8%에 그쳤다. 공식적으로 경찰에 범죄 피해로 접수한 경우는 매우 낮은 4.8%로 나타났다.
        • 네덜란드에서 법률적, 제도적으로 스토킹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틀은 마련되어 있는 반면, 통계상 스토킹이 범죄로 인식되고 피해자가 관계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스토킹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덜란드 관계당국이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

         

        <참고자료>

        ■ CBS (네덜란드 통계청) (2020.01.10), "Girls more likely to be harassed, stalked online," https://www.cbs.nl/en-gb/news/2020/02/girls-more-likely-to-be-harassed-stalked-online (접속일: 2021.04.26.)
        ■ Politie (네덜란드 경찰 공식 웹사이트), “If you are being stalked: Information for victims of stalking,”https://www.politie.nl/binaries/content/assets/politie/onderwerpen/slachtofferzorg/vertaalde-folders/19049-def-stalking-brochure-a5-eng-digi.pdf (접속일: 2021.04.26.)
        ■ RTL Nieuws (2020.12.11), "Doodgestoken vrouw in Venlo werd al een tijd gestalkt," https://www.rtlnieuws.nl/nieuws/nederland/artikel/5202745/stalker-venlo-dodelijke-steekpartij (접속일: 2021.04.26.)
        ■ Slachtoffer Hulp Nederland(2021), "Straf bij stalking," https://www.slachtofferhulp.nl/gebeurtenissen/stalking/straf-bij-stalking/ (접속일: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