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포용적이며 페미니스트적인 팬데믹 회복 전략 추진
        등록일 2021-03-26

        캐나다, 포용적이며 페미니스트적인 팬데믹 회복 전략 추진 

        김양숙 토론토 대학 객원연구원(Visiting Research Fellow)

        ○ 2021년 3월 셋째 주 현재 캐나다는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3천 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일일 신규 확진자가 9천명을 넘었던 2021년 1월의 2차 유행기를 지나 코로나19 사태가 다소나마 진정의 기미를 보임에 따라 캐나다에서는 길었던 팬데믹이 남긴 경제, 사회적인 상처로부터의 회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 각계에서 다양한 팬데믹 회복 정책들이 논의되는 가운데 이러한 정책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해야 할 비전으로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키워드는 포용적(inclusive) 그리고 페미니스트(feminist)적인 회복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 11일 캐나다 여성젠더평등부(Women and Gender Equality Canada, 이하 여성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고통받고 있지만 이러한 고통 또한 여성들은 불평등하게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면서, 연방정부가 1억 캐나다 달러(약 905억원)의 페미니스트 응답과 회복 자금(Feminist Response and Recovery Fund)을 필요한 기관에 지원 할 것이라 밝혔다. 이 재원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성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동안 캐나다 여성들이 일궈온 진보적 성과들을 되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라 천명하였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심화된 구조적 불평등을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포스트 팬데믹의 논의에서 페미니스트적 그리고 교차적(feminist, intersectional response to COVID-19)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 즉, 여성 중에서도 주변화되고 과소대표되는 그룹들, 예컨대 원주민 여성, 흑인 여성 등과 장애인 여성이나 외진 곳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의 경험을 정책에 반영시켜 정책이 다양한 여성들을 경험을 포용(inclusive)할 수 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부는 이 자금 지원을 받을 기관 선정에 있어 세 가지 우선적 분야를 발표하였다. 첫째,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 근절, 둘째, 여성과 소녀들의 경제적 안정(security)과 번영 증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과 소녀들의 리더십과 의사결정 역할을 독려하는 활동이다. 연방정부는 젠더 폭력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에 이미 1억 캐나다 달러를 1500개 기관에 긴급 투입하여 락다운 와중에서도 안전하게 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는데, 젠더 폭력방지 활동은 앞으로도 연방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캐나다 정부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의 맞이하여 캐나다의 페미니스트 대응과 회복(Canada’s Feminist Response and Recovery Summit)이라는 온라인 행사를 개최, 각계의 전문가들과 정치계 인사들이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현안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 행사에서는 팬데믹이 여성들에게 미친 영향을 논의 하면서도 여성들 간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이주여성, 원주민 여성, 인종화된(racialized) 여성, 돌봄 경제(care economy) 안의 여성들이 펜더믹 상황에서 공통적이면서도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을 논의하였다.  
        ○ 현재 페미니스트 회복 정책 관련하여 캐나다의 학계와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영역 중에 하나는 유급/무급의 돌봄노동이다. 여성으로 하여금 무급/유급 돌봄노동을 전담하게 하는 젠더규범과 이를 뒷받침 하는 제도들은 팬데믹 동안 여성의 경제적, 신체적 안전을 위협한 요인으로 그간 숱하게 언급되어 왔다. 돌봄 노동, 특히 캐나다 여성재단이 5C라고 명명한 직종들, 즉, caring, cashiering, cleaning, catering and clerical work 직종에는 많은 여성들이 고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캐나다에서 여성의 코로나 감염율이 남성에 비해 높은 원인으로 언급되어 왔다(Bourgeault, 2020). 학계와 시민사회는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돌봄 서비스 체계(특히 장기요양 시설들)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접근을 재검토 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히고 있으나 이부분에서의 정책적 개선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미진하다. 
        ○ 육아휴직(parental leave benefit)에 대한 논의에서는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캐나다는 퀘백주에서 육아휴직 제도의 성공적인 모델을 발전시켰음에도 이를 나머지 주들에 확산시키지 못해왔는데, 팬데믹 동안 퀘백을 모델 삼아 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퀘백을 제외한 캐나다 대다수의 주에서 육아휴직 제도는 고용보험(employment insurance, EI) 체계의 한 부분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육아휴직은 고용 정책인 동시에 젠더 평등 정책이면서 또한 돌봄 정책이지만 퀘백 밖의 주들에서 이러한 돌봄 정책의 관점은 그간 간과되어 왔다 (Doucet et al. 2020). 고용 중심의 EI 시스템의 경우 설사 꾸준히 고용상태를 유지 하였다 하더라도 육아휴직 신청 자격으로 600시간의 고용(insuranble employment) 요구하는 조건 때문에 실질적인 육아휴직의 참여율은 퀘백에 비해 늘 낮았다. 2017년에도 퀘백에서는 89%의 여성들이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한 반면, 퀘백을 제외한 캐나다의 9개의 주에서 실질적으로 유급휴가 혜택을 누린 여성들은 평균 65%에 그쳤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락다운이 장기화 됨에 따라 부모들의 실업이 장기화 되고, 이것은 많은 부모들이 고용보험, 그리고 이에 연동되어 있는 육아 휴직 제도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Doucet et al. 2020). 반면 퀘백은 육아휴직을 쓰려고 하는 당 해 전년의 소득이 2000 캐나다 달러 (약 180 만원)만 되어도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어 제도의 진입장벽이 훨씬 낮다. 이에 지난 8월 연방정부는 EI 시스템을 따르는 대다수 주에서 육아휴직 신청 자격을 기존의 600 시간에서 120시간으로 완화하여 퀘백처럼 제도의 진입 장벽을 낮추게 하는 조치를 취해 실행 중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육아휴직 신청 자격 조건을 더욱 완화하고 임금보전율을 최소 70%로 높혀 남성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Atkinson Foundation 2020, Doucet et al. 2020).
        ○ 캐나다의 학계와 시민사회는 보편적이고 접근성이 좋은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늘 해왔고 팬데믹은 왜 정부가 이러한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1년이 넘어간 락다운으로 원생들이 감소하면서 경영난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린이집/유치원들이 속속 문을 닫고 경제적으로 곤궁해진 부모들이 아이돌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은 여성의 무급 돌봄 노동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으며, 이런 상황은 주변화된 여성들, 특히 이주여성들의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1년 넘게 국경이 통제된 상황에서 이민자 여성들은 아이돌봄을 분담할 조부모나 친척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들 여성들이 노동시장 참여를 멈추고 가정 내 무급 돌봄노동으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여성의 경제적 참여율을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여성의 정신과 육체 건강은 물론 사회적, 문화적 주변화를 가속시킬 뿐더러 많은 여성들을 가정폭력에 노출시키고 있다. 이에 최근 몇몇 주 들이 아이돌봄 기관들에 대한 주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최근 유콘 준주(Yukon Territories)는 허가된 어린이집/유치원등의 유아 교육 기관들을 대상으로 전일반 원아 한 명당 월 700불을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예컨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유치원의 전일반 한달 원비가 850불이라면 정부가 700불을 지원하고 보호자가 나머지 150불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다. 전일제가 아닌 경우 시간에 따라 차등 지원하며 이 프로그램은 부모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적용 받을 수 있는 보편적 프로그램이다. 2021년4월 1일 부로 시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모든 기관들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앞으로 2년 후에는 기관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새로운 프로그램에 참여 해야 한다. 유콘준주는 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설명하면서 주정부의 지원 확대로 부모들과 기관의 경제적 부담을 줄임으로써 아이돌봄 종사자들의 처우 또한 개선할 것이라 언급했다.

        ○ 팬데믹에 가장 피해를 받은 집단 중의 하나는 신규 이민자들, 특히 이주여성들이다. 2019년과 2020년 5월 사이 캐나다 태생 비이주민들의 고용률이 7%p, 이주민 남성들의 고용률은 8%p 하락한 반면 이주여성들의 고용율은 같은 기간 12.2%p 하락하였다(Ferrer and Momani, 2020). 이주민 여성들은 또한 팬더믹의 쇼크에서 회복이 가장 더딘 집단이며 이들의 회복이 더딘 이유로는 첫째, 캐나다 출신에 비해 학사학위 소지자가 두 배 이 상 많음에도 자국에서의 교육수준이나 경험을 캐나다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둘째, 사회적 자본이나 직능 네트워트에서 소외된다는 점, 셋 째, 결과적으로 노동계약에 기반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저숙련, 비정규, 고위험 직종에 종사할 확률이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FAFIA-AFAI and YWCA Canada, 2020). 온타리오에서 이주민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OCASI(Ontario Council of Agencies Serving Immigrants)는 세계 여성의날 캐나다의 페미니스트 대응과 회복 행사 발언에서 비공식 부문의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미등록 노동자들, 특히 청소, 주방, 공장, 요양원 등의 필수적이지만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다수가 이민자거나 유색인종임을 지적하면서, 이들은  유급휴가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고 무급휴가는 있더라도 생계 때문에 휴가를 감당할 수 가 없음을 강조 하였다. 실재로 캐나다의 시민단체들은 팬더믹 동안 이들 저임금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유급 병가(paid sick leave)를 온타리오 주정부 차원에서 지원 할 것을 계속 요구하였으나 이는 입법 단계에서 무산되었고 대신 온타리오 정부는 주민 단체들을 지원하여 확진된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자가격리조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체택하였다(Access Without Fear 정책). 요컨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신원이 노출된 염려 없이 코로나 진단을 받게 하고 확진 시 온타리오주가 이들에게 한 달간의 생활 보조금 지원하여 자가 격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생활비만 보조 해 주면 노동자들의 적극적으로 진단을 받을 것이라는 주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불안정한 고용관계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은 자가격리 해제 후 자신들이 돌아갈 자리가 없어질 것을 두려워해 아예 진단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팬더믹 동안 캐나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추방시켜온 마당에 주정부가 이민단속기관과 자신들의 신상 정보 고유 하지 않을 것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 또한 저조한 참여율을 설명하는 이유이다. 
        ○ 이처럼 캐나다의 포스트 팬더믹 재건 정책에 포용성과 페미니즘 지향이라는 합의가 있음에도 세부 분야의 정책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주변화된 여성들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은 미진한 부분이 많다. 특히 캐나다에서 인종주의나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최근 몇 년 간 그 어느때 보다도 활발했음에도 이러한 논의들이 과연 얼마나 팬더믹 회복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 되었는가는 의문이다. 그나마 아이돌봄 분야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나 얼마만큼 이러한 변화의 추진력을 팬더믹 이후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장기적으로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이다.


        <참고자료>
        ■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2020.11.25), “Domestic abuse during the coronavirus(COVID-19) pandemic, England and Wales: November 2020”, https://www.ons.gov.uk/peoplepopulationandcommunity/crimeandjustice/articles/domesticabuseduringthecoronaviruscovid19pandemicenglandandwales/november2020 (접속일: 2021.2.20.)
        ■ Canada’s Feminist Response and Recovery(2021.03.08.~09.), “Canada's Feminist Response and Recovery Summit“, https://gesummitfeministrecovery.ca (접속일: 2021.03.19)
        ■ Women and Gender Equality Canada(2021), ”Feminist Response and Recovery Fund and Call for Proposals”, https://women-gender-equality.canada.ca/en/funding/funding-programs/feminist-response-recovery-fund/feminist-response-recovery-fund-about.html (접속일: 2021.03.19)
        ■ Government of Yukon(2021), “Yukon Early Learning and Child Care Funding Program”, https://yukon.ca/sites/yukon.ca/files/edu/edu-early-learning-child-care-questions-answers-for-families.pdf (접속일: 2021.03.19)
        ■ Statistics Canada, Labour Force Survey(2020.08.), “Context: COVID-19 restrictions continue to ease”, https://www150.statcan.gc.ca/n1/en/daily-quotidien/200904/dq200904a-eng.pdf?st=jY8i2-3A (접속일: 2021. 3.19)
        ■ Ivy Lynn Bourgeault(2020.10.14.), “Policy Options, Having more women at dicison-making tables would help ensure the gendered effects of the pandenci are fully eamined and part of recovery polies”, https://policyoptions.irpp.org/magazines/october-2020/the-missing-voice-of-women-in-covid-19-policy-making/ (접속일: 2021.03.19)
        ■ Atkinson Foundation(2020.07.16.),“Protecting Workers  and the EconomyPrinciples for a New Employment Insurance System”, https://atkinsonfoundation.ca/site/uploads/2020/07/Protecting-Workers-and-the-Economy_-Memo-to-the-PMO-and-PCO-1.pdf (접속일: 2021.03.19)
        ■ Ana Ferrer and Bessma Monami(2020.10.21.), “The Startling impact of COVID-19 on immigrant women in the workplace, Policy Options”, https://policyoptions.irpp.org/magazines/october-2020/the-startling-impact-of-covid-19-on-immigrant-women-in-the-workforce/ (접속일: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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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vernment of Canada(2021.02.11.), Government of Canada Invest $100 Million to Support Women Impacted by Pandemic, https://www.canada.ca/en/women-gender-equality/news/2021/02/government-of-canada-to-invest-100-million-to-support-women-impacted-by-the-pandemic.html (접속일: 2021.03.19.)
        ■ FAFIA-AFAI and YWCA Canada(2020), “A Feminist Economic Recovery Plan for Canada: Human Rights Approach”,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f0cd2090f50a31a91b37ff7/t/5fd17ce4a9eaf43bd84b44e1/1607564520499/Feminist+Economic+Recovery+Plan+-+Human+Rights+Approach.pdf (접속일: 2021.03.19)
        ■ OCASI(2020.09.08.), COVID-19 Reconstruction Plan Must Address Systemic Racial Inequalities,  https://ocasi.org/covid-19-reconstruction-plan-must-address-systemic-racial-inequalities, (접속일: 2021. 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