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코로나19 위기 속 가정폭력 실태와 대책
        등록일 2021-02-26

        영국: 코로나19 위기 속 가정폭력 실태와 대책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영국에서는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이동 제한 조처가 내려진 뒤 가족들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폭력 피해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영국 정부와 폭력 여성 피해 단체들은 다양한 정책을 펼쳐 사각지대로 몰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영국 정부의 피해자지원 정책을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인 지난해 상반기와 현재를 중심으로 각각 나눠서 살펴본다. 이후 영국의 코로나19 이동 제한 조치와 경찰의 가정폭력 발생 건수를 연구한 보고서를 참고해 코로나19가 가정폭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다.

        □ 코로나19와 영국의 가정폭력 피해실태

        ○ 코로나19 봉쇄 이후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의심 신고 증가
         - 지난해 3월 영국에서 코로나 19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진 뒤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의심 신고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통계청(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이 지난해 11월 25일 발표한 ‘코로나19 범유행과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가정폭력(Domestic abuse during the coronavirus(COVID-19) pandemic, England and Wales: November 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의심 신고는 총 25만 9천 324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에 24만 2천 413건인 것과 비교해 7%가량 증가했다. 2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18%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통계청은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시행된 뒤 가정폭력 의심 신고 건수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이러한 증가 추세에 코로나19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보고서에서 “경찰이 가정폭력 관련 범죄 기록을 개선하면서 최근 몇 년간 가정폭력 의심 신고 건수가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이러한 상승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 이와 함께 코로나19 봉쇄 기간 런던경찰청(London’s Metropolitan police service)에도 가정폭력 사고 신고 건수가 증가했다. 런던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5일부터 6월 10일까지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총 4만1천158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에 3만6천727건이었던 것보다 12%나 증가했다. 특히, 봉쇄 조치가 시행된 이후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크게 는 이유에 대해 통계청은 “피해자의 직접 신고가 아닌 사건 목격자 등을 통한 제삼자를 통한 신고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많은 사람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예전보다 집에서 발생하는 이웃의 가정폭력을 목격할 가능성이 커졌고, 신고도 증가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 영국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도 높은 봉쇄조치가 처음 시행된 것은 2020년 3월 23일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영국 전역에 식료품 쇼핑과 운동, 회사 출퇴근과 병원 방문 같은 필수 활동을 제외하고 거주지 밖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이동 제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영국의 봉쇄 조치와 더불어 가정 폭력 피해 신고 건수가 늘었다. 지난해 4월 영국 가정 폭력 피해 여성 지원단체인 Refuge에 따르면, 봉쇄령이 내려진 뒤 피해 신고 건수가 봉쇄 전주보다 270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영국의 폭력피해여성 지원정책 현황
        ○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 폭력 여성 지원 예산 1천만 파운드 편성
         - 2020년 4월, 영국 정부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피해 여성을 돕는 비영리 단체가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긴급 예산 60만 파운드 (한화 약 9억 4천만 원)을 지원했다. 코로나19 이전 폭력피해 여성 지원단체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 상담하는 대면서비스를 주로 제공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유지 조치 때문에 대면서비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가정 폭력 피해 상담 건수가 증가하고 온라인 상담과 같은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피해자 지원단체의 운영 비용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 영국 법무부가 지난해 4월 2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지원금은 피해자 지원단체가 상담 인력을 확충해 피해자지원 전화 상담 서비스(helpline) 이용 가능 시간을 늘리고, 화상 채팅이나 온라인 채팅 등 디지털 비대면 상담 서비스 기술을 도입하는 데 사용됐다.
         - 2020년 5월에는 영국 정부는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와 위기 아동 등 코로나19로 더 큰 고통을 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긴급지원금 7천800만 파운드(약 1천185억 원)을 편성했다.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책정된 예산만 1천만 파운드(약 155억 9천만 원)이다. 코로나19 이후 집이 더 위험한 공간이 된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를 확충하고, 피해자 쉼터를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를 돕는 데만 810만 파운드(약 126억 원)가 투입됐다. 해당 정책 담당 부처인 주택공동체 지방자치부 (Ministry of Housing and Local Government)에 따르면, 이 예산은 코로나19로 갈 곳을 잃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공간을 확충해 침대를 1천500 개 이상 추가하고, 피해자 쉼터를 운영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영국 전역에 피해자 3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쉼터를 운영하는 Refuge, 다른 가정폭력피해 지원단체 4곳과 제휴를 맺어 최대 200 명 수용 가능한 쉼터가 있는 Birmingham and Solihull Women’s Aid가 지원금을 받은 주요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피해자 지원단체 Refuge가 단독으로 받아간 지원금만 90만 파운드(약 14억 300만 원)로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해 시민사회 단체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ndependent Sexual Violence Advisors (ISVA) 채용 예산 확대
         - 2020년 6월, 영국 법무부는 Independent Sexual Violence Advisors (ISVA)를 채용하는데 예산 300만 파운드(약 49억9천만 원)를 썼다. ISVA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경찰 조사, 성폭력 피해자 자문센터(Sexual Assault Referral Centres, SARCs) 서비스 소개, 피해자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피해자가 원하면 사회 복지 정책, 주거 지원까지 연결하는 폭넓은 임무를 수행하는 폭력 피해자 전문 상담가다. ISVA는 2005년 제도적으로 정착돼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지원과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ISVA는 피해자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피해자의 권리부터 경찰 조사, 법원에서 사건 처리 과정, 후속 서비스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자를 곁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 ISVA의 핵심 역할이 피해자를 위한 정서적 지원인 만큼 ISVA 숫자가 늘어나면 코로나 19 발생 이후 정부와 피해자 보호 단체의 대면 서비스가 줄어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에도 1600만 파운드(약 250억 원) 더 투입해 ISVA 숫자를 최대 4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예산은 올해 4월 집행된다.
        ○ 가정폭력 피해자, 전국 약국에서 ‘ANI’ 암호로 도움 요청
         - 올해 시행된 가정폭력 피해자지원 정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Ask for ANI’이다. 올해 1월 14일 시행된 이 정책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영국 전역 2,855개 약국에서 암호 ‘ANI’를 사용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만약 피해자가 약국 직원에게 ANI라는 암호를 사용하면 약국 직원이 약국 상담실같이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 이야기를 나눈 뒤 경찰이나 피해자 지원단체 등으로 연결한다. 동네 곳곳에 있는 약국이나 슈퍼마켓 같은 시설을 가정폭력 피해 신고 거점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폭력피해 여성 보호 단체 쪽에서 먼저 나왔고, 지난해 5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올해 1월 정책으로 탄생했다.
        ○ 민관 협업 중심의 폭력피해여성 지원정책
         - 코로나19 발생 뒤 영국 정부의 폭력피해 여성 지원정책은 시민사회 단체와 협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영국 정부는 폭력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해 상당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폭력 피해자 쉼터 설치 등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긴급지원금 1천만 파운드를 투입했고, 폭력 피해자 전문 상담가인 ISVA를 추가 모집하는데도 지난해 300만 파운드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 1,600만 파운드를 추가로 투입했다. 대면 상담 서비스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폭력 피해자가 약국에서 암호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한 정책 ‘ANI’ 역시 피해자 지원 단체와 정부가 협업해 만든 정책이다. 즉, 폭력 피해 여성 지원단체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지원해 피해자를 돕는 방식이 코로나19 위기 속 폭력 피해 여성을 돕는 영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자료>
        ■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2020.11.25), “ Domestic abuse during the coronavirus(COVID-19) pandemic, England and Wales: November 2020”, https://www.ons.gov.uk/peoplepopulationandcommunity/crimeandjustice/articles/domesticabuseduringthecoronaviruscovid19pandemicenglandandwales/november2020 (접속일: 2021.2.20.)
        ■ Home Office (2017. 9.1.) “The Role of the Independent Sexual Violence Adviser: Essential Elements”,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647112/The_Role_of_the_Independent_Sexual_Violence_Adviser_-_Essential_Elements_September_2017_Final.pdf (접속일: 2021.2.21.)
        ■ GOV.UK (2020.4.23.) “Funding boost for remote victim service”, https://www.gov.uk/government/news/funding-boost-for-remote-victim-services (접속일: 2021.2.21.)
        ■ GOV.UK (2020.5.2.) “Emergency funding to support most vulnerable in society during pandemic”, https://www.gov.uk/government/news/emergency-funding-to-support-most-vulnerable-in-society-during-pandemic (접속일: 2021.2.21.)
        ■ GOV.UK (2020.6.5.) “Over 100 frontline domestic abuse charities given government funding”, https://www.gov.uk/government/news/over-100-frontline-domestic-abuse-charities-given-government-funding (접속일: 2021.2.21.)
        ■ GOV.UK (2020.6.26.) “£22 million emergency coronavirus funding for more than 540 sexual violence and domestic abuse charities”, https://www.gov.uk/government/news/22-million-emergency-coronavirus-funding-for-more-than-540-sexual-violence-and-domestic-abuse-charities (접속일: 20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