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경찰 내 심각한 직장 성희롱·성차별 피해에 대해 적극 개선노력 밝혀
        등록일 2020-11-30

        캐나다, 연방경찰 내 심각한 직장 성희롱·성차별 피해에 대해 적극 개선노력 밝혀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2020년 11월 11일 캐나다 왕립 기마경찰대(RCMP: Royal Canada Mountain Police, 이하 연방경찰) 내의 여성혐오, 성차별적인 문화가 피해 여성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조사 보고서 “깨진 꿈, 깨진 삶(Broken Dreams, Broken Lives)”이 공개되었다. 이 보고서는 2016년에 연방 경찰에 근무하며 성차별, 성폭력 등의 피해를 겪은 수천 명의 여성에게 국가가 금전적 보상을 명한 ‘멀로-데이비슨 결정(Merlo-Davison settlement)’이후 4년 만에 당시 사건의 원인과 피해를 심층적으로 보고한 자료이다.
        • 이 조사는 연방경찰이 전직 고등법원 판사 미셸 바스타하시(Michel Bastarache)에게 독립적인 사건 조사를 의뢰하여 이루어졌으며 2016년 멀로-데이비슨 결정 후 저자가 3년 이상 전국을 돌며 피해자들을 만나 조사를 진행했다. 멀로-데이비슨은 당시 집단소송을 주도한 전직 연방경찰 피해 여성들의 이름이며, 당시 접수된 피해 내용 들에는 상사와 성적 관계를 거부하거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불만을 호소했다는 이유로 업무 제외, 특정 임무-예컨대 잠복이나 특수 수사팀 등-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외 혹은 희롱, 직장 내 강간, 경멸적인 언어, 성적인 농담, 성 소수자들에 대한 아우팅(being outed) 등이 있었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연방경찰에서 근무 중 성희롱, 성 지향성 때문에 차별을 당한 여성들에 대한 피해 보상 평가에 있어서 피해의 정도를 여섯 단계로 나누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상하였는데, 1차 평가에서 피해 정도가 레벨3 이상인 여성들은 평가 의원과 인터뷰 시행하였고, 총 접수된 3,086 피해 사례 중에서 2,304의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았고 644건의 인터뷰가 시행되었다. 이 사건으로 연방정부는 1억 2,540만 캐나다 달러(약 1,068억 원)의 피해 보상액을 포함한 1억 3,740만 캐나다 달러(약 1,170억 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 이 보고서에서 저자는 직장 내 여성에 대한 성희롱, 차별 등의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당시 집단소송에 참여했던 피해 여성 다수가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약물 남용, 불안증 등의 정신적 피해 호소하고 있었고, 이들 중 한 명은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했었다. 저자는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의 경찰 자체 조사와 보고서, 법정 공방에도 불구하고 경찰 조직의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독소적인 문화(toxic culture)가 조직 내에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연방경찰 내에는 여성 혐오(misogynistic),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의 문화가 여전히 건재하며 경찰 구성원들은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러한 문화에 순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찰 구성원들은 소수 타인을 탓할 뿐 그러한 독소적인 문화에 순응하는 자신들 또한 그 문화를 정당화하고 제도화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의 경찰 조직 구조가 과연 이러한 독소적 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역량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매우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 소송이나 이를 통한 보상은 문제의 표면만을 다룰 뿐 이 독소적인 문화를 뿌리 뽑지 못하고 있는바, 중앙으로부터의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자는 여성들을 경찰에서 성공 방해하는 요소들을 특정하고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외부로부터의 독립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제언하면서 교육, 채용, 채용 공고, 인사 등 전반에 걸친 52개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 19일 캐나다의 트뤼도 수상은 이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일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2018년 정부가 캐나다 역사 최초의 여성 연방 경찰청장(Commissioner Brenda Lucki)을 임명할 때 정부가 그녀에게 부여한 주요한 임무는 경찰 내부의 이러한 문화를 바꾸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트뤼도 수상은 또한 경찰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을 희롱과 차별로부터 지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캐나다 시민들이 경찰의 법 집행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면서 RCMP를 개혁하기 위한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캐나다 공중안전부 장관 (Public Safety Minister Bill Blair) 또한 성명을 통해 일터에서 누구나 차별이나 희롱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차별이나 희롱을 당하는 것이 많은 여성과 성 소수자들이 경찰 내에서 일상이라면서 경찰 내에서의 가학적인 행위가 조직화 되어 있는 것(systemic patterns of abusive behaviour)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연방경찰 또한 19일 이 보고서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연방경찰의 공식 성명은 직장 내 차별과 폭력에 맞서 나선 여성들의 용기를 언급하면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경찰이 현재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성희롱 사건 접수 및 처리를 일원화하고 효율화하였으며 현재 육아 휴가의 사용 및 원활한 복귀를 돕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 중이라 밝혔다. 또한 경찰은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질 전문적인 팀을 런칭할 계획, 경찰 모집 과정을 현대화하여 경찰 내에 다양성을 높일 계획 등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방경찰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 또한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독소적 문화를 경험한 바 있다고 하면서 경찰이 여성 구성원들을 실망하게 한 것에 분노를 표하면서도 거듭 사과했다.


        <참고자료>
        ■ CTV News(2020.11.19.), “RCMP vows reform after report details 'toxic' and hateful culture within the force”, https://www.ctvnews.ca/politics/rcmp-vows-reform-after-report-details-toxic-and-hateful-culture-within-the-force-1.5195954 (접속일: 2020.11.20.)
        ■ Merlo Davidson Settlement Agreement(2020.11.11.), “Broken Dreams Broken Lives: The Devastating Effects of Sexual Harassment on Women in the RCMP”, https://merlodavidson.ca/wp-content/uploads/RCMP_Final-Report_Broken-Dreams.pdf (접속일: 2020.11.20.)
        ■ RCMP(2020.11.19.), “RCMP response to the report of the Independent Assessors regarding the claims made under the Merlo/Davidson settlement agreement”, https://www.rcmp-grc.gc.ca/en/rcmp-response-the-report-the-independent-assessors-the-claims-made-the-merlodavidson-settlement?fe%20 (접속일: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