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심각한 여성살해(Femicide) 문제에 대한 지원대책 고심
        등록일 2020-11-30

        독일, 심각한 여성살해(Femicide) 문제에 대한 지원대책 고심

        채혜원 독일 통신원

        • 독일 내에서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살해) 문제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독일 언론 도이치벨레(DW) 보도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는 3일에 한번꼴로 여성이 현재 남성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지난해 독일에서 119명의 여성이 살해당했고, 2018년에는 독일의 여성살해 건수가 유럽연합 국가 중 가장 많았다. 매해 현재 파트너이거나 전 파트너 남성에게 살인뿐만 아니라 신체 상해, 성폭력, 스토킹 등의 피해를 당하는 여성은 13만 명에 이른다.
        • 헤센주 내무부의 범죄예방부서를 이끌고 있는 줄리아 셰퍼는 ‘도이치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프랑크푸르트에서 발생한 여성살해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32세 의사였던 피해자는 전 파트너에게 칼로 18번 찔려 사망했는데, 그는 이 사건이 불행하게도 전형적인 여성살해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전 파트너인 가해자를 떠났고 이후 가해자는 지속해서 피해자를 찾아와 위협하고 학대했다. 피해자는 경찰을 찾아가 접근금지 명령도 신청했지만, 가해자는 피해자를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살해했다. 줄리아 셰퍼 검사는 “남성 파트너에 의한 살해는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는 모욕과 수모, 경제적 압박으로 시작해 수년간 이어진 폭력의 결과다”라고 말했다.
        • 위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는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독일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형량이 문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랑크푸르트 살해 사건과 유사한 많은 사건에서 독일 법원은 최대 10년형인 과실치사로 사건을 마무리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여성변호사협회(Deutscher Juristinnenbund)의 레오니 슈타인은 “대부분 피해자는 가해자가 결정한 삶에 따라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해당하고 있으며 이는 젠더에 기반한 불평등의 결과이다”라며 “이것이 바로 젠더로 인한 죽음인 페미사이드, 즉 여성살해의 정의”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변호사협회 회원들은 남성이 자신을 떠났거나 자신을 떠나가고 싶어해서 이전 또는 현재 파트너인 여성을 죽이는 경우는 ‘살인’으로 간주돼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독일 여성변호사협회 회원들은 독일에서 여성살해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이들은 “많은 이들이 여전히 ‘페미사이드’란 용어를 들어본 적 없거나 여성이 납치, 강간, 살해되는 것이 멕시코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여성 살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나왔지만, 아직도 독일에서는 큰 문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여성살해 범죄에 대한 독일 언론 매체의 보도 행태를 비난했다. 이들에 따르면 독일 매체는 정기적으로 살인 사건을 선정적이고 낭만적으로 다루며 ‘열정의 범죄’, ‘사랑의 비극’ 또는 ‘가족 비극’이라는 잘못된 단어를 사용해 여성 살해 사건을 다룬다. 독일 비영리 여성단체 테르데팜므(Terre des Femmes)의 바네사 벨은 “매체에서 사용하는 이런 잘못된 문구는 대중이 여성살해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페미사이드가 독일 사회 문제가 아니라 사적인 문제로 잘못 인식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에서 여성살해가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여성살해 사건 통계에는 가해자가 기소되었거나 유죄판결 받은 사례만 속하고, 실제 발생하는 살해 사건은 훨씬 많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2014년 유럽연합 연구에 따르면, 가정 폭력 사건의 1/3만이 경찰에 신고되었다.
        • 이와 함께 활동가들은 ‘이스탄불 협약’ 발효와 관련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스탄불 협약’은 여성폭력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포함한 유럽 내 첫 공통기준이다. 가입국은 협약에 따라 여성 폭력을 방지하고 근절하는 데 필요한 법안과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포괄적인 정책과 여러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서명 이후 협약 비준을 위해 마련된 법안이 2018년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2021년에는 피해자를 위한 심리적 및 법적 보호 확대, 피해 여성 쉼터 마련, 국가 인식 캠페인 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보고해야 한다.
        • 한편 여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독일 정부는 올해 1월부터 4년간 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주거 공간인 ‘여성의 집(Frauenhäuser)’과 전문 상담소의 지원을 확대 중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 1억 2천만 유로(한화 약 1,555억 원) 예산을 편성했다. 현재 독일에는 총 353개 ‘여성의 집’과 약 40개의 임시 주거시설이 있으며, 매년 약 3만여 명의 여성이 이곳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참고자료>
        ■ DW(2020.11.10.), “Germany sees high numbers in femicide”,  https://www.dw.com/en/germany-sees-high-numbers-in-femicide/a-55555702 (접속일: 2020.11.20.)
        ■ Council of Europe(2020.8.31.), “Istanbul Convention Action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 and domestic violence”, https://www.coe.int/en/web/istanbul-convention/germany (접속일: 2020.11.24.)
        ■ Bundesministerium für Familie, Senioren, Frauen und Jugend(2020), https://www.bmfsfj.de (접속일: 202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