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예산 삭감으로 여성에 대한 피임지원서비스 감소
        등록일 2020-09-30

        영국,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예산 삭감으로 여성에 대한 피임지원서비스 감소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영국 여성들 정부의 피임 관련 예산 삭감으로 피임 시술을 받거나 피임약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성과 생식 건강을 위한 초당 의회 모임(All Party Parliamentary Group on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in the UK: 이하 APPG SRH)는 2020년 9월 10일 발표한 ‘여성의 삶, 여성의 권리(Women’s Lives, Women’s Rights: Strengthening Access to Contraception Beyond the Pandemic)’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민건강서비스(NHS) 산하 일반병원들(GP)과 시설 병원들이 피임 지원 서비스를 줄이면서 여성들이 제때 피임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 APPG SRH는 의회 의원들이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특정한 사안을 중심으로 뭉쳐서 활동하는 비공식 모임으로 법안을 내놓는 위원회와는 차이가 있다. APPG SRH는 낙태가 필요한 여성들의 건강과 관련된 사안을 의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과 협업해 관련 정책을 개선하는 것이 활동 목적이다. APPG SRH는 여성건강부 장관(Minister for Women’s Health),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 등 공공기관과 관련 민간 기관에서 제출한 자료와 구술 증언을 바탕으로 해당 보고서를 작성했다.
        •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일상적으로 가능했던 장기 피임(Long-acting reversible contraceptive: LARC) 시술이 중단됐다. 장기 피임이란 한시적 피임이 아니라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장기간 지속되는 피임 방법으로 자궁 내 삽입하는 피임 기구와 호르몬 피임 요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피임 시술이 가능한 전체 병원 중 54%가 긴급 피임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제한했고, 전체 중 39%가 피임 시술 합병증 치료 서비스를 중단 또는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 영국에서 피임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관은 크게 세 곳으로 국민건강서비스(NHS), 지방정부(Local Authorities), NHS 산하 GP 연합체인 Clinical Commissioning Groups(CCGs)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이 코로나19 이후 피임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거나, 피임 업무를 담당했던 필수 의료 인력을 다른 업무에 배치하면서 여성들이 원치 않을 임신을 할 위험에 놓이게 됐다.
        • 보고서는 영국의 피임 지원 시스템에 차질이 생긴 것은 정부의 관련 예산 삭감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2017~2018년도 성과 생식 건강을 위한 예산(SRH budgets)은 2015년도와 비교해 8,120만 파운드 (한화 약 1,213억 원) 깎여 12% 줄었고, 같은 기간 순수 피임 예산도 2,590만 파운드 (약 390억 원) 줄어 감소폭이 13%나 됐다.
        • 특히, 이 기간 장기 피임 시술 관련 예산이 눈에 띄게 줄었다.  보고서는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 산하 일반병원들에서 환자에게 장기 피임 시술을 하면 정부가 진료 및 시술비를 일반병원에 되돌려 준다. 그런데 GP의 예상 청구액보다 정부가 적은 금액을 환급하다 보니 일반병원에서는 금전적으로 손해가 나는 장기 피임 시술 횟수를 가능한 한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예산 삭감은 인력 수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서 GP에서 의료진들에게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데 차질이 생겼고, 피임 전문의와 간호사 등 전문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 APPG SRH 의장인 대임 다이에나 존슨 의원은 “이 보고서는 여성들이 원할 때 피임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이런 현실은 여성들이 스스로 임신과 임신 중단, 출산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