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코로나 위기로 여성의 경제활동은 감소하고, 돌봄 부담은 증가
        등록일 2020-05-29

        독일, 코로나 위기로 여성의 경제활동은 감소하고, 돌봄 부담은 증가

        채혜원 독일 통신원

         

        • 코로나 위기가 여성으로 하여금 경제활동을 중단하거나 근무시간을 강제로 줄이게 하고, 집안일과 무급 돌봄 영역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남성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여성은 무급 가사노동을 하는 과거 노동 분업 구조로 돌아갈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 독일의 ‘한스 뵈클러 재단’(Hans-Böckler-Stiftung)이 칸타 도이칠란트(Kantar Deutschland)에 의뢰해 총 7,677명의 여성 경제활동 인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19 위기로 여성의 노동 시간은 줄어든 반면 집안일과 무급 돌봄 업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소(WZB)의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독일에서 일하고 있는 부모의 16%가 코로나 19 이후 일을 덜 하게 됐으며, 이는 주로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코로나 19 이후 봉쇄조치(lock down)로 인해 모든 보육센터와 유치원, 학교가 폐쇄됨에 따라 부모, 특히 여성이 주요 부담을 지게 됐다. ‘한스 뵈클러 재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4세 미만의 자녀가 최소 한 명 이상 있는 가정에서 자녀 보육으로 인해 근무시간을 줄인 여성 비율은 27%에 달했다. 이에 비해 근무시간을 줄인 남성 비율은 16%였다. 저소득 가정일 경우 근무시간을 줄인 남녀 비율 격차는 더욱 컸다.
        • 또한 봉쇄조치로 인해 여성이 근무시간을 줄여 돌봄 손실을 메운 비율은 가구당 소득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월 소득이 2,000유로(한화 약 273만 원) 이하인 가구의 경우, 여성이 근무시간을 줄이고 집안일 및 무급 돌봄 업무를 한 비율은 31%(남성 19%)였다. 월 소득이 2,000유로부터 3,200유로(한화 약 273만~436만 원) 사이 가구의 경우, 여성이 근무시간을 줄인 비율은 32% (남성 18%)로 2,000유로 이하인 가구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에 비해 월 소득이 3,200유로(한화 약 436만 원) 이상인 가구의 경우에는 여성이 근무시간을 비율이 24%(남성 1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 독일 경제주간지 ‘비어트샤프트보허(WirtschaftsWoche)’ 보도에 따르면, 사회학자 유타 알멘딩거(Jutta Allmendinger)는 코로나 19로 인해 여성 역할이 3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독일의 여성 고용률은 72%이지만 30년 전인 60% 미만대로 감소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1991년 독일의 여성 고용률은 57%였고, 이전에는 55% 정도에 그쳤다.
        • 유타 알멘딩거는 “1990년대 초에는 3세 이하 어린이나 방과 후 아이를 돌보는 종일학교 등이 없어 여성이 경제활동보다 무급 돌봄 영역에 머물러야 했다”며 “하지만 현재 봉쇄조치로 인해 많은 유치원,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서 과거처럼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가 늘었고 이 부담이 여성에게 가중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와 관련해 독일 서부에 위치한 파더보른 대학교(Universität Paderborn)의 베티나 콜라우쉬 교수는 “최근 예산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파트너와 맞벌이 하는 여성은 코로나 위기 이전에도 더 많은 돌봄 일을 수행했으며, 코로나로 인해 집안일과 돌봄 일에 대한 여성 의존도가 높아져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말했다.
        •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코로나 위기 이후 증가한 돌봄 노동 일이 주로 여성에 의해 수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4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부 중 코로나 위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집안일과 돌봄 일을 비슷한 비율로 나눠서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0%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한 가구당 수입이 2,000유로(한화 약 273만) 미만인 부부나 파트너십의 경우 52%가 코로나 위기 이후 여성의 집안일 및 돌봄 일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 전문가들은 코로나 위기로 인해 부모와 자녀가 집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됐고 이로 인해 청소, 요리, 학교 교육을 대체할만한 아이 돌봄 등의 일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부담은 주로 여성이 자신의 경제활동을 포기하거나 줄이는 것으로 감당하고 있다. 독일 언론을 통해 전문가들은 “현재 가정마다 위기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경력 관리에 지장을 받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있는 남성일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 위기로 인해 남녀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참고자료>
        ■ Hans-Böckler-Stiftung(2020.05), “RÜCKSCHRITT DURCH CORONA”, https://www.boeckler.de/de/boeckler-impuls-ruckschritt-durch-corona-23586.htm (접속일: 2020.05.28.)
        ■ WirtschaftsWoche(2020.05.05.), “Zerstört Corona Frauen-Karrieren? ”, https://www.wiwo.de/erfolg/beruf/zurueck-an-den-herd-zerstoert-corona-frauen-karrieren/25802466.html (접속일: 202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