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사회의 젠더 포용성 강화와 여성권리 침해 주장의 충돌
        등록일 2020-01-17

        캐나다 사회의 젠더 포용성 강화와 여성권리 침해 주장의 충돌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캐나다에서는 2019년을 정리하는 언론 보도 중에 캐나다 사회의 젠더 의식에 대한 변화를 이야기하는 기사들이 제법 많았다. 예컨대, 2020년 온타리오의 첫 쌍둥이 소식을 전한 허프 포스트 뉴스(Huff Post News)는 이 아이들의 성조차 밝히지 않았으며, 다만 아이들의 부모가 쌍둥이를 젠더 중립적으로 이들을 양육하기로 한 점을 헤드라인으로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러한 최근 언론 보도 양태는 캐나다 사회가 그 어느 때 보다 젠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큰 지각 변동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그 전반적인 방향은 젠더 포용(Gender inclusivity)이라는 큰 슬로건으로 압축될 수 있다. 캐나다 젠더 정책에서의 젠더 포용성이란 단순히 성소수자의 권리 향상 이상의 함의를 가지는데, 이는 남성과 여성으로 인간을 나누어 일상 공간과 정책을 조직하는 것을 폭력적이라 인식하고 다양한 젠더들을 사회정책 안에 포섭하는 것을 기조로 한다.
        • 캐나다 젠더 정책에서 포용성이 확대된 기념비적 사건은 2017년 Bill C-16이 입안된 것이다. 이 법안은 “젠더 정체성 또는 젠더 표현(gender identity or expression) 을 세 군데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첫째, C-16은 젠더 정체성과 젠더 표현을 캐나다 인권법(the Canadian Human Rights Act)에 삽입하여 나이, 인종, 성, 종교, 장애에 덧붙여 젠더 정체성과 젠더 표현이 차별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둘째, 해당 법안은 캐나다 형법에 혐오 발언 (hate speech), 집단 학살이나 대중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조장하는 연설(advocating genocide and the public incitement of hatred)을 규정하는데 젠더 정체성과 젠더 표현을 포함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당 법안은 법원으로 하여금 혐오 범죄를 의율하는 근거로서 젠더 정체성과 젠더 표현을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제정 당시 이 법안은 대체적으로 다양한 젠더를 포용하는 진보적인 법안으로 평가되었으나, 형법으로 규율될 수 있는 차별이 지나치게 폭넓게 정의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 또한 있었다.
        • 그럼에도 페미니스트 정부를 자처하는 현 자유당 정권 집권 이래 이러한 포용적 경향은 급속히 사회정책에 반영되어 왔고, 가장 눈에 쉽게 눈에 띄는 최근의 변화가 화장실이다. 예컨대 현재 토론토의 공공기관 건물들이 남녀 화장실 외에 젠더 중립 (gender neutral, 혹은 all gender)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대규모 쇼핑몰 등에도 젠더 중립 화장실을 보는 것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2019년 11월 온타리오주의 샬롯타운(Charlottetown) 시 또한 시가 소유한 모든 건물에 젠더 중립 화장실을 설치할 계획을 밝혔으며, 지난 9월 몬트리올(Montreal)시는 곧 신축될 시 수영장 건물에는 남녀 탈의실 대신 하나의 공용 탈의실을 설치하기로 발표하였다. 크고 작은 반발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작년 트뤼도 수상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뤼도 수상은 재선 선거기간 동안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른바 교정 치료(Conversion therapy), 즉 성소수자들의 성지향성이나 성정체성을 바꾸려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일련의 치료들을 법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며, 재선 직후 형법 개정을 위한 업무지시를 법무부에 보낸 바 있다.
        • 이러한 변화들이 대중의 젠더 관념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반발 또한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큰 논쟁은 역시 다양한 젠더를 인정하는 것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나 화장실이나 탈의실, 여성 긴급 구호 센터 등 여성들만의 공간들이 최근의 젠더 포용적인 정책들에 의해 그 기반을 급속히 침식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거세다. 이러한 주장들이 거세지는 이유는 점점 이러한 사례들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8년 토론토에서 여성 전용 중독 재활 시설(the Jean Tweed Centre)에서 트렌스젠더 여성과 같은 방을 쓰게 된 여성이 인권 재활 시설을 인권위에 제소한 사건, 같은 해 브리티시 콜롬비아에서 남성 성기를 보존하고 있는 트렌스젠더 여성이 자신의 브라질리언 왁싱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대부분 이민자 여성이 운영하는 16개의 왁싱샵을 인권위에 무더기 제소한 사건, 2019년 3월 역시 여성 전용 시설인 밴쿠버 성폭행 피해자 쉼터 (Vancouver Rape Relief and Women’s Shelter)가 트렌스젠더 여성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부의 재정 지원이 삭감되었던 사건 등이 그 예이다. 일부 캐나다 페미니스트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힘겨운 싸움을 통해 이룩한 여성의 권리, 여성들만의 공간을 젠더 포용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침식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11월 몇몇 캐나다 페미니스트들은 캐나다 여성의 성 기반 권리(Canadian Women’s Sex-Based Rights)라는 연대를 조직해“여성은 생물학적 실재이지 단지 여성이라는 느낌이 아니다(Woman: fact, not feeling)”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Bill C-16 폐기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여성들만의 공간을 보존해야 하며 C-16은 일종의 국가 주도 가스라이팅(state-sanctioned gaslighting)으로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고자 하는 자들에게 오용, 무기처럼 사용되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고자료>
        ■ HuffPost, Kingston(2020.1.4.), “Ont.’s First Twins Of 2020 Are Being Raised Gender Neutral: More and more parents are choosing to raise their kids outside of the gender binary”, url: https://www.huffingtonpost.ca/entry/raising-kids-gender-neutral_ca_5e0f788fe4b0843d3611bf02 (검색일 : 2020.1.10.).
        ■ CBC(2018.11.8.), “CANADA’S GENDER IDENTITY RIGHTS BILL C-16 EXPLAINED”, https://www.cbc.ca/cbcdocspov/m_features/canadas-gender-identity-rights-bill-c-16-explained(검색일 : 2020.1.10.).
        ■ HuffPost(2019.12.30.), “What LGBTQ Canadians Will Remember From The 2010s: Queer and trans issues were more visible than ever”, url: https://www.huffingtonpost.ca/entry/lgbt-canadian-decade-moments_ca_5e0a593be4b0b2520d19ba64 (검색일 : 2020.1.10.).
        ■ CBC(2019.11.23.), “Gender-neutral washrooms planned for city-owned buildings in Charlottetown”, url:  https://www.cbc.ca/news/canada/prince-edward-island/pei-gender-neutral-washrooms-city-hall-1.5371141 (검색일 : 2020.1.10.)
        ■ Canadian Women’s Sex-Based Rights, “The Issues”, url: https://www.cawsbar.ca/the-issues (검색일 : 202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