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법원, 집단성폭행 피해 영국소녀에 허위신고로 집행유예 선고 후 불공정 판결 비난 야기
        등록일 2020-01-10

        키프로스 법원, 집단성폭행 피해 영국소녀에 허위신고로

        집행유예 선고 후 불공정 판결 비난 야기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키프로스 공화국 (이하 키프로스)에서 이스라엘 남성 12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영국 10대 소녀가 거짓 신고를 한 혐의로 집행 유예를 선고받자 영국은 물론 키프로스와 이스라엘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불공정한 판결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소녀 측은 키프로스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해당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에 재소할 계획을 밝혀 앞으로 싸움이 더 장기화할 전망이다.
        • 가디언, BBC, 미러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2020년 1월 7일 키프로스 법원은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소녀 A(19)양이 허위로 신고했다며 공공 소란죄 혐의로 집행유예 4개월에 벌금 148유로(한화 약 18만 원)을 선고했다. A양은 2019년 7월 휴가차 찾은 키프로스의 한 호텔 방에서 15~22세 이스라엘 남성 12명이 집단으로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이들 중 1명과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기로 했으나 해당 남성이 자신을 결박한 뒤 다른 남성들과 함께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 그러나 키프로스 법원은 A양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결했다. 미칼리스 파파타나시우 판사는 “A양의 나이와 정신적 상태, 미성숙함 등을 고려해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 A 여성 측은 재판 결과에 불복했다. 키프로스 경찰이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A 양을 압박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진술을 번복하게 했다는 것이다. A양이 진술을 바꾸는 바람에 군 복무를 앞둔 이들을 포함해 피의자 12명 모두 본국인 이스라엘로 돌아갔고, A양은 보석으로 석방되기 전까지 한 달간 교도소에서 지내야 했다. A양 변호인 루이스 파워는 “이번 선고로 A양이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양 측은 2심인 키프로스 대법원에 상고하는 한편 유럽인권재판소에 사건을 가져갈 의향까지 밝혔다.
        • A양의 엄마는 “경찰관을 꿈꾸는 딸이 올해 9월 대학에서 범죄학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며 외상 후 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딸의 심리 상태를 설명했다. A양 엄마는 딸의 무죄를 호소하며 소셜미디어에서 키프로스 관광 보이콧을 주도하기도 했다.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키프로스는 영국인이 찾는 인기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 이번 사건은 영국은 물론 키프로스 여성들을 자극했다. 법원 판결이 있었던 당일, 키프로스 여성단체는 물론 이스라엘에서 온 여성들까지 ‘We Believe You(우리는 당신은 믿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A 양을 응원했다. 키프로스 여성들이 이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는 조금 더 복합적인데, 과거에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로 여성 7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키프로스 군인인 30대 남성이 필리핀 출신 등 외국인 여성 7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는데, 범인 검거까지 긴 기간이 소요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 바 있다
        • 키프로스 여성을 떨게 한 이 사건 이후로 여성 권리 옹호 단체인 ‘Network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NAVAW)’이라는 단체가 출범했다. 키프로스에서 시위에 참여한 아르겐톨라 이오아노우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연쇄살인범 손에 외국인 여성 7명이 키프로스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당국의 부실한 수사로 몇 년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의 분노가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이스라엘 여성들도 키프로스로 원정 시위에 참여해 A양에게 힘을 보탰다. 이스라엘 여성 50명은 A양 판결이 선고되던 날, 파마구스타 지방 법원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A양을 응원했다. 이스라엘 성폭행 위기센터 연합(Associate of Rape Crisis Centers) 대표인 술리지아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성폭행 사건의 복잡함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판사를 비판했다.

        <참고자료>
        ■ Mirror(2020.01.07.), “British teen in Cyprus ‘gang rape’ case spared prison and set to return home”, url: https://www.mirror.co.uk/news/uk-news/breaking-british-teen-cyprus-gang-21228838  (검색일: 2020.01.13.) 
        ■ BBC(2020.01.08.), “Ayia Napa Briton returns home after false rape claim sentence in Cyprus”, url:  https://www.bbc.com/news/uk-51026133 (검색일: 2020.1. 13.)
        ■ The guardian(2020.01.07.) “Cyprus rape case: British teenager returning home”,  url: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jan/07/cyprus-case-british-teenager-given-suspended-sentence (검색일: 2020.01.13.)
        ■ The guardian(2020.01.07.), “What legal challenges does UK teenager in Cyprus rape case face?”, url: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jan/07/cyprus-case-what-legal-challenges-does-the-uk-woman-face (검색일: 2020.01.13.)
        ■ The guardian(2020.01.05.),  “UK teenager’s conviction touches a nerve with angry Cypriot women”, url: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jan/04/cyprus-british-rape-case-womens-rights-anger-at-injustices (검색일: 202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