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립학술원, 데이터로 남성 편중 세상을 보여준 페미니즘 도서 ‘Invisible Women’에 과학도서상 수여
        등록일 2019-12-30

        영국왕립학술원, 데이터로 남성 편중 세상을 보여준 페미니즘 도서

        ‘Invisible Women’에 과학도서상 수여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영국 여성 인권활동가이자 작가인 케롤라인 크리아도 페레스(Caroline Criado Perez)가 쓴 책이 영국의 굵직한 상 두 개를 휩쓸며 2019년을 대표하는 페미니즘 도서로 이름을 올렸다. 페레스의 두 번째 출간 도서인 ‘보이지 않는 여성들, 남성 중심 세상을 편중된 데이터로 고발하다(Invisible Women: Exposing Data Bias in a World Designed for Men, 이하 Invisible Women)’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설계됐는지 증명한다. 남성용 충격 흡수 인형만 사용해 제작한 차량용 에어백, 백인 남성이 기준인 암 연구 등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일상에서 여성이 얼마나 배제되었는지를 고발한다.
        • 페레스는 2019년 9월 Invisible Women으로 영국 왕립학술원 과학도서상(Royal Society Science Books Prize)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영국을 대표하는 과학 아카데미인 영국 왕립학술원(the Royal Society)에서 전 세계에 출판된 과학 도서 중 최고의 책에 시상하는 권위적인 상으로, 상금만 2만5천 파운드(우리 돈 약 3천800만 원)에 달한다. 페레스는 같이 후보에 오른 천문학자 존 그리빈, 의사 몬티 리만, 언론인 팀 스메들리, 물리학자 폴 스타인하트, 미국 코넬대 교수 스티븐 스트로가츠 등 쟁쟁한 남성 후보 5명을 물리치고 과학도서상을 차지했다.
        • 페레스는 영국의 여성 운동단체인 The Women’s Room의 공동 설립자로 영국 파운드 지폐에 여왕을 제외하고 모두 남성인 점을 지적하며, 영국 은행(Bank of England)을 압박해 2017년 새로 발행된 10파운드 지폐에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넣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 Invisible Women이 다른 페미니즘 도서보다 돋보이는 이유는 남성 중심적인 세상을 데이터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는 사무실 평균 온도를 결정하는 공식을 적용할 때 일반 남성의 휴식 대사량(resting metabolic rate)을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최근 네덜란드 연구진들은 사무직 성인 여성의 휴식 대사량은 똑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남성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무실 온도를 결정하는데 사용되는 공식이 여성의 휴식 대사량을 최대 35% 높게 계산하는 오류를 범했고, 남성 편향적인 데이터 때문에 여름철 에어컨 온도가 ‘남성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름철 사무실에서 남성 동료들은 반소매를 입고 활보하지만, 여성들은 담요를 덮고 추위에 떨어야 하는 이유다.
        • 의학 연구에서도 여성은 종종 배제된다. 영국에서 매년 8천여 명이 업무로 인한 암 진단을 받지만 대부분 연구가 남성 위주로 이뤄진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최근 50년간 산업 재해로 유방암 진단을 받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 연구자들은 여성의 몸, 여성이 다수인 작업 환경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좀체 시행하지 않는다. 여성은 임신이나 생리로 호르몬 변화를 겪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 연구가 더 복잡해진다. 대부분 암 연구가 몸무게 70kg의 25~30세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 결과를 여성에게 적용할 경우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 남녀 화장실에서도 불평등은 존재한다. 보통 건물에서 남녀 화장실을 설계할 때 똑같은 면적으로 각각 설계되지만, 저자는 이 배분법이 과학적으로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겉으로 보면 평등해 보이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화장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2.3배 더 길기 때문에 여성 화장실 면적이 더 넓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자주 아이와 함께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점, 가임기 여성이 생리 기간에는 탐폰이나 생리대를 교체를 위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임신 기간엔 방광 용적이 줄어들어 화장실을 더 자주 가야 한다는 점 등 데이터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 페레스는 과학도서상 외에도 2019년 12월 4일, 영국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와 맥킨지 사(McKinsey & Company)가 선정한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Business Book of the Year Award)로 선정돼 상금 3만 파운드(우리 돈 약 4천500만 원)을 거머쥐기도 했다.

        <참고자료>

        ■ Caroline Criado Perez (2019.03.07.), “Invisible women: Exposing Data Bias in a World Designed for Men”, Penguin Books.
        ■ The Royal Society (2019.09.23.), “Caroline Criado Perez’s ground-breaking gender bias exposé wins 2019 Royal Society Science Book Prize”, url: https://royalsociety.org/news/2019/09/winner-2019-insight-investment-science-writing-prize/ (검색일: 2019.12.23.).
        ■ The Guardian (2019.02.23.), “The deadly truth about a world built for men – from stab vests to car crashes”, url: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19/feb/23/truth-world-built-for-men-car-crashes (검색일: 2019.12.23.) .
        ■ Financial Times (2019.12.04.), “Exposé of data gender bias wins FT/McKinsey book prize”, url: https://www.ft.com/content/6cc894a0-15e9-11ea-8d73-6303645ac406?fbclid=IwAR37kPkVYz7xl8eaM2w8vdZpOWz54ODWPvCcBkiF0wTNUWDCrAOgvM-7VPo (검색일: 2019.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