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통계청, 여성의 저임금 근거리 직장 선호가 성별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 발표
        등록일 2019-09-13

        영국 통계청, 여성의 저임금 근거리 직장 선호가 성별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 발표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지난 9월 4일, 영국 통계청(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은 직장 출퇴근 시간이 길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를 담은 '통근 시간과 임금의 성별 격차(Gender differences in commute time and pay)'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영국의 시간 임금 연간 조사(Annual Survey of Hours and Earnings, ASHE) 자료를 바탕으로 임금과 통근 시간이 남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통계청은 ASHE에 포함된 직장인의 집과 직장 주소 정보를 활용, 차와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 직장까지 걸리는 통근 시간을 각각 계산했다.
        • 연구 결과, 육아 부담이 큰 여성은 임금이 낮더라도 집과 가까워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하고, 반대로 남성은 출퇴근 시간이 길더라도 급여가 더 높은 직장을 택해 ‘커뮤팅 갭(commuting gap)’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임금 격차가 영국 사회의 큰 관심사인 상황에서 통근 시간이 남녀 임금 격차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이 연구를 통해 증명된 셈이다. ‘커뮤팅 갭’은 여성이 임금이 낮더라도 집과 직장이 가까워 통근 시간이 짧은 일을 택하고, 남성은 통근 시간이 길어도 급여가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뜻한다.
        • 여성이 임금이 더 낮더라도 통근 시간이 짧은 직장을 택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육아’ 때문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여성의 통근 시간이 남성보다 짧아지는 커뮤팅 갭이 발생하는 연령대가 30세부터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영국 여성이 평균적으로 20대 후반에 출산을 경험하고 30세 무렵 육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육아가 커뮤팅 갭의 변수라는 것이다. 영국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영국 여성이 첫 아이를 갖는 평균 연령은 28.8세다.
        • 연구진은 남녀의 차량 소유 여부도 커뮤팅 갭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17년 영국에 등록된 전체 차량 중 여성이 소유한 차량은 전체의 3분의 1로, 남성 차량 소유주가 더 많았다. 즉, 차보다 통근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대중교통에 여성이 더 많이 의존하고 있어 남성보다 출퇴근 시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 성별 임금 격차 줄이기는 영국 정부의 주요 정책 화두 중 하나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직원 25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남녀 성별 임금 격차 공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펴는 등 남녀 임금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영국 통계청의 이번 연구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통근 시간이 짧고, 임금이 낮은 직장을 택하는 이유가 결국 육아와 연결된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 앰버 러드 영국 여성평등부 장관은 9월 4일 발표된 정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통계는 여성이 육아 부담 때문에 더 높은 급여와 직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와 기업들이 여성이 부모와 직장인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