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인공지능(AI) 여성 목소리 서비스의 성별 편견 고착화 지적
        등록일 2019-06-21

        유네스코, 인공지능(AI) 여성 목소리 서비스의 성별 편견 고착화 지적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여성 목소리를 내는 스마트폰 음성 인식 서비스와 스피커 등 AI 기능이 탑재된 많은 제품이 성별 편견을 더 고착화한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비서 역할’을 하는 AI에 여성 목소리를 사용해 친절하고, 순종적인 여성상을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 유네스코(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UNESCO)는 2019년 5월 발표한 ‘I’d blush if I coul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비판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애플사 아이폰의 음성 인식 서비스인 시리(Siri)가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을 때 "저도 얼굴이 붉어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I’d blush if I could)”라고 부끄러운 여성처럼 반응하는 것에 빗대 활용한 것이다. 보고서는 애플사의 시리뿐 아니라 아마존 사의 AI 스피커 알렉사(Alexa), 구글사의 스피커 구글 홈(Google Home) 등 세계적인 IT 업체가 개발한 제품이 여성 목소리를 사용해 순종적이고, 친절해야 하는 여성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네스코 보고서는 AI가 여성 목소리를 장착하도록 개발된 원인으로 남성 중심의 IT 업계 문화를 지목했다. IT 업계에 종사하는 남성 비율이 여성보다 훨씬 높아 IT 제품을 만들 때 남성 중심적인 사고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간한 2018년도 G20 국가의 직업별 취업 자료를 인용, 여성 정보통신전문가(ICT specialists) 비율이 가장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도 32%에 불과했다고 지적하면서 IT 업계 종사자 다수가 남성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 개별 IT 회사를 들여다보면 기술직 근로자의 '남성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적인 IT 업체의 기술직 근로자 중 여성 비율은 애플과 구글이 각각 20%이었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17.5%를 기록했다. 애플 시리는 2013년 남성 목소리 기능을 탑재했으나, 영국식 영어와 아랍어, 프랑스어에 한해 이뤄졌다.
        • 이와 함께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이나 성적인 농담에 대해 AI가 응답하는 방식도 문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잘못된 언어 사용을 지적하기보다 "제 얼굴이 붉어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라는 식의 소극적 방식의 대응이 남성 중심의 사고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또 보고서는 “대부분 음성 서비스가 여성 목소리고, 기계의 전원을 켜거나 끝내는 명령어가 'hey' 또는 'okay'다. 이는 마치 여성이 유순하고 다루기 쉬운 존재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비판했다.
        • 끝으로 보고서는 “AI 개발자들이 음성 지원 서비스를 만들 때 성 중립적인 음성을 사용하고, 성차별적 농담이나 욕설을 저지할 수 있도록 음성 지원 서비스를 프로그래밍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참고문헌>

        ■ UNESCO (2019) “I'd blush if I could: Closing Gender Divides in Digital Skills Through Education”, https://unesdoc.unesco.org/ark:/48223/pf0000367416.page=1(검색일: 2019.6.15.)
        ■ BBC (2019.5.21.) “Female-voice AI reinforces bias, says UN report”, https://www.bbc.com/news/technology-48349102 (검색일: 2019.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