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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이민정책 변화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등록일 2026-10-30

        조혜인 | 모나시대학교 Intercultural Studies 조교수·서울대학교 젠더연구소 객원연구원

        ○ 전 세계적으로 반이민 정책이 확산되는 가운데, 호주에서도 토니 버크(Tony Burke) 이민부 장관이 2026년 9월 이민 제도 변경안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는 이번 변경안이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살펴보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 이번 변경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배우자 비자 신청비 인상이다. 신청비는 11,710호주달러로, 전년 대비 25% 인상되었다. 또한 비자 체류기간을 초과한 사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구금시설을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자신의 비자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폭력과 통제에 노출된 이주 여성이 단속 강화로 인해 더욱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다문화 사회인 호주에서 임시비자를 소지한 여성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 비해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 폭력을 경험하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거나 호주에 계속 머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멜버른 대학교 범죄학과 마리 시그레이브(Marie Segrave)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주·난민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가정폭력(데이트 폭력 포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비자 소지자는 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특히 비자 상태와 관련된 통제와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 가해자가 이민 제도를 악용해 피해 여성을 통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방식도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현재 호주 이민정책에는 배우자 비자 소지자가 가정폭력을 경험할 경우 영주권 취득 경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Family violence provisions)이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여성 모두가 배우자 비자를 소지한 것은 아니므로, 해당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닌 여성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학생비자로 호주에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왔다가 현지에서 만난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하는 여성도 있다. 인도주의 비자(humanitarian visas)를 신청하고 호주에 입국한 여성은 가해자가 보호비자(protection visa)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해 폭력을 신고하지 못할 수도 있다.
        ○ 또한 가해자로부터 배우자 비자와 영주권 취득을 약속받았지만, 우선 방문비자로 호주에 입국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가해자는 영주권 취득 약속을 이용해 여성을 통제하거나 이민당국에 신고해 여성을 추방시키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당국이나 수사기관이 가해자 자신의 편을 들 것이라고 협박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 일부 가해자가 언어나 이민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을 상대로 실제 비자 상태를 속이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여성은 자신이 배우자 비자를 소지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방문비자로 입국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정폭력 관련 서비스나 지원을 받기 어렵고, 호주에 계속 체류할 수 있는 선택지도 제한된다.
        ○ 자신이 이미 비자 체류기간을 초과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여성도 많다. 모나시 대학교 연구팀은 임시비자를 소지했거나 이민 관련 통제 행위를 경험했다고 밝힌 여성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소지한 비자와 그에 따른 권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자신이 어떤 비자를 소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권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 여성이 비자 관련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가해자가 이를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단속 강화가 가해자에게 여성을 위협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 그 결과, 더 많은 여성이 폭력을 신고하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에 계속 머물 수 있다.
        ○ 임시비자를 소지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대변하는 전국 단체인 The National Advocacy Group on Women on Temporary Visas Experiencing Violence는 2026년 7월 세 번째 개혁 청사진(Blueprint for Reform 2026)을 발표했다. 이 문서는 현행 이민 제도를 개선해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모든 임시비자 소지 여성이 호주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번 이민 제도 변경안에는 이러한 권고안과 피해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시그레이브 교수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으로 인해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민 제도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이민정책의 변화는 이주와 가정폭력의 관계에 관해 이미 알려진 사실을 정책에 반영하고, 모든 피해 생존자를 위한 안전망을 마련하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지 보여준다. 따라서 피해자가 이용할 수 있는 비자 관련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참고자료>
        ○ Australian Multicultural Women’s Alliance. (2026), Blueprint for reform: Securing safety for victims/survivors of domestic and family violence on temporary visas. https://amwa.net.au/policies/blueprint-reform-securing-safety-victims-survivors-domestic-family-violence-temporary-visas/ (접속일: 2026.10.8.)
        ○ Segrave, M. (2026), “How the government’s new immigration policy will cause more trauma for victim-survivors of domestic violence.” The Conversation. https://theconversation.com/how-the-governments-new-immigration-policy-will-cause-more-trauma-for-victim-survivors-of-domestic-violence-292352 (접속일: 2026.10.9.)
        ○ Women’s Legal Services Australia. (2026), “Statement in response to the Australian Government’s immigration reform announcement.” WLSA. https://wlsa.org.au/statement-in-response-to-the-australian-governments-immigration-reform/ (접속일: 2026.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