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개발보건학 석사
- 2026년 9월 영국 정부의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child-like sexual abuse dolls)의 제작·소지·수입을 범죄로 규정하는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 금지 법안(Child-like Sexual Abuse Dolls (Offences) Bill)」이 하원 2차 독회를 통과하였다. 이번 법안은 기존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 2003)」에 새로운 조항을 신설하여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의 제작·소지·수입·공급 및 공급 제안을 범죄로 규정하도록 마련되었다. 범죄가 성립할 경우 정식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대 5년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으며, 해당 물품의 압수·몰수도 가능하다. 또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성범죄자 신고의무(notification requirements)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해당 범죄로 12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신상정보를 경찰이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 영국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계기 중 하나는 2017년 데이비드 터너(David Turner) 사건이다. 초등학교 이사이자 교회 관리인으로 일했던 그는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을 수입하다 국경수비대(Border Force)에 적발됐으며, 이후 자택 수색 과정에서 추가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과 다수의 아동 성착취물 자료가 발견됐다. 당시 법원은 해당 인형이 기존 법률상 수입이 금지되는 음란물(obscene article)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그는 관련 혐의로 징역 1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의 소지가 그 자체로 아동 대상 성범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아동 대상 성적 관심이나 성착취 관련 증거와 함께 발견될 경우 관련 범죄 가능성을 판단하는 정황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 영국 검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 CPS)은 인형의 소지와 실제 아동 대상 성범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반화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아동 형상 인형이 아동 성착취 이미지나 영상 등 다른 아동 대상 성적 관심의 증거와 함께 발견될 경우,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추가적인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기존에는 인형의 단순 소지 자체가 범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검찰은 수입·유통·우편 발송 등 별도의 법률 위반 행위를 입증해야 했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기존 법체계의 공백을 보완하여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의 소지 자체를 독립적인 범죄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법적 변화를 가져온다.
- 기존에는 (1) 수입이 금지·제한된 물품임을 알면서 취득한 경우, (2) 음란물을 판매·유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보유한 경우, (3) 우편으로 음란물을 발송한 경우 등 별도의 법률 위반이 있을 때 기소가 가능했다. 이때 검사는 인형이 성적 목적으로 제작되었는지, 아동의 특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법률상 음란물(obscene)에 해당하는지 등을 판단해야 했다. 특히 수입죄의 경우 피고인이 해당 물품이 수입 금지·제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도 입증해야 했다. 따라서 기존 법체계에서는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의 단순 소지 자체를 처벌할 수 없었으나, 이번 법안은 소지 자체를 독립적인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기존의 법적 공백을 해소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 영국 정부는 아동 성학대 근절, 관련 범죄에 대한 경찰 대응 개선, 가해자 추적, 피해자와 생존자 보호·지원을 위해 기록적 규모인 1억 파운드(약 1,820억 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법안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 아동 성학대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되는 범죄·경찰법(Crime and Policing Act) 관련 조치와 함께, 아동 성학대의 조기 발견과 가해자 개입을 강화하려는 영국 정부의 정책적 흐름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번 온·오프라인 성학대 대응 강화 조치에는 (1) 아동과 관련된 주요 직책 종사자에게 아동 성학대 의심 사례의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 (2) 신고 의무 이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새로운 범죄로 규정하는 방안, (3) 법원이 아동 성범죄의 형량을 정할 때 아동 성착취를 가중처벌 요소로 고려하도록 하는 방안, (4) 인공지능을 활용한 아동 성착취물 생성에 대응하는 새로운 범죄 조항, (5) 국경수비대의 국경에서의 디지털 아동 성착취물 탐지 및 차단 권한 강화 등이 포함된다.
- 이 법안은 직접적으로는 아동 보호 및 성범죄 정책에 해당하지만, 동시에 영국의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VAWG) 예방 정책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영국 검찰청은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에 관한 별도의 기소 지침을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VAWG) 및 아동학대 관련 기소 지침의 범주에서 함께 다루고 있다.
- 특히 실제 판매나 광고 과정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신체와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한 사례가 확인되고, 관련 연구에서도 성적 학대 인형의 소유와 사용 자체가 강하게 성별화된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 문제가 단순한 아동 대상 성범죄의 문제를 넘어, 남성 중심적으로 나타나는 성적 소비와 여성·소녀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재현하는 대상화의 연속선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이러한 점에서 이번 법안은 아동 보호를 넘어 생애주기 전반에서 여성과 소녀가 성적 대상화와 젠더 기반 폭력에 노출되는 구조를 예방한다는 VAWG 정책의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
- 영국 검찰청은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의 소지·사용과 실제 아동 대상 성범죄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충분한 근거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방지협회(NSPCC)는 이러한 인형이나 다른 사실적인 소품의 사용이 아동 성착취물을 반복적으로 접할 때와 유사하게 성적 대상화에 대한 둔감화(desensitisation)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아동 형상 성적 학대 인형을 둘러싼 예방적 우려와 정책적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 이러한 논의는 성인 여성을 성적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재현·소비하는 여성형 리얼돌 역시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성별화된 성규범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인 여성형 리얼돌에 대한 논의로도 확장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성과 소녀의 신체가 성적 대상으로 재현·소비되는 방식과 그 사회적 경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어떠한 기준과 방식으로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논의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 GOV UK (2026.9.4.). “New law to ban depraved child-like sexual abuse dolls”, https://www.gov.uk/government/news/new-law-to-ban-depraved-child-like-sexual-abuse-dolls(접속일: 2026.9.8.)
○ Crown Prosecution Service (2022.5.31.). “Sex Dolls - Childlike” https://www.cps.gov.uk/prosecution-guidance/sex-dolls-childlike(접속일: 202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