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우 |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사회정책학 박사과정
- 스웨덴 연금청은 2026년 6월 18일 연금 가속 장치(pensionsgasen)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관련 법이 2026년 8월 1일부터 발효, 2027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제는 안나 텐예(Anna Tenje) 사회부 장관이 의장을 맡고 있는 연금분과위원회에서 발의되었다. 연금 가속 장치는 연금 기금의 불필요하게 높은 적립을 방지하고, 해당 재원이 연금 수급자와 납부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구상되었다. 연금 기금의 자산이 부채를 15% 이상 초과할 경우 2027년 1월 1일부터 잉여금을 자동으로 배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편 스웨덴의 일부 기관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여성과 남성 간 연금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스웨덴의 연금제도와 2027년 적용을 앞둔 연금 가속 장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해당 장치의 도입으로 연금 성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다층적 노후보장체계로, (1)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보증연금, (2) 소득비례연금 구조의 공적연금, (3) 직업(퇴직)연금, (4) 개인이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개인연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인 공적연금은 소득연금(16.0%)과 프리미엄연금(2.5%)으로 구성되며, 보험료율은 총소득의 18.5%이다.
- 개인이 납부한 보험료는 가상 개인계좌에 등록되며, 매년 평균 임금 상승률에 연동해 증액된다. 스웨덴 연금청은 매년 연금 재정 자산, 즉 앞으로 경제활동인구가 납부할 보험료의 가치와 완충기금액의 합계와 연금 부채, 즉 현재 및 미래 은퇴자에게 지급해야 할 총연금액을 산정한다. 자산보다 부채가 커질 경우에는 알고리즘에 따라 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재정안정장치, 이른바 ‘연금 감속 장치’가 작동한다. 실제로 이 장치에 따라 2010년, 2011년, 2014년에 소득비례연금이 자동으로 삭감된 바 있다.
- 한편 프리미엄연금은 금융확정기여 방식으로 운용되며, 가입자가 별도의 자본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기본 공공 펀드에서 자동으로 운용된다. 올해 6월 말에는 독일 총리도 연금 지급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 임금의 일부를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스웨덴식 공적 연금 펀드의 도입을 지지한 바 있다. 또한 보증연금은 사회보험료가 아닌 일반 조세로 전액 조달되지만, 무조건적인 정액 기초연금의 형태가 아니라 소득연금 수령액과 연계해 차감되는 보충적 형태의 최저생계 보장 장치로 기능한다.
- 이와 같은 스웨덴의 공적연금 구조를 바탕으로 연금 가속 장치의 도입을 추진되었다. 2027년부터 시행될 해당 장치는 호황기에 발생한 잉여금 일부를 현재 은퇴자들에게 배분하고, 미래 퇴직자들의 연금 수령액도 늘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기존 회계 시스템이 적자를 식별하도록 설계되었을 뿐, 배분이 가능한 잉여금을 식별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 한편 스웨덴 성평등청(Swedish Gender Equality Authority)과 스톡홀름대학교 법학부를 비롯한 일부 기관에서는 잉여금 배분이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공적연금 제도에 이미 성별 격차가 존재하는 데다, 보증연금 수급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이다.
- 실제로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연금을 받고 있다. 2024년 스웨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연간 연금 수령액은 남성보다 평균 약 50,000스웨덴크로나(2024년 기준 한화 약 650만 원) 적었으며, 남성 수령액의 약 82% 수준이었다. 연금 유형별로 보면 공적연금에서 성별 격차가 가장 작아 여성의 수령액이 남성의 89% 수준이었던 반면, 퇴직연금에서는 여성의 수령액이 남성의 61%에 그쳐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 퇴직연금의 성별 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것은 실제 지급받은 임금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산정되면서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육아휴직, 시간제(파트타임) 근무, 노동시장 이탈 등은 생애소득과 연금 적립액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연금 수령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스웨덴 연금제도가 기본적으로 생애소득을 토대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과도 관련된다.
- 보증연금 수급 구조 역시 연금 가속 장치의 성별 영향을 살펴볼 때 중요한 요소다. 소득비례연금과 보증연금을 함께 수령하는 약 120만 명 가운데 여성의 비중은 70%에 이른다. 잉여금이 배분되어 소득비례연금 수령액이 증가할 경우, 이에 연동해 보증연금 수령액이 감소할 수 있다. 잉여금이 개인의 연금액에 비례하는 백분율 방식으로 배분되는 만큼, 기존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금액이 돌아가는 구조이기도 하다.
- 물론 잉여금 배분이 주거보조금이나 노인생계지원금 등 별도의 추가 지원제도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잉여금 배분이 모든 연금 관련 급여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비례연금에 연계되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성별 연금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스웨덴의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한 연금 성별 격차는 유럽연합(EU) 평균 수준인 26~29%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번 잉여금 배분 역시 생애소득을 기반으로 산정되는 연금에 적용되는 만큼, 기존 연금제도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를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 Deutsche Sozialversicherung Europavertretung (2025.12.). “Swedish pension system”, https://dsv-europa.de/en/news/2026/01/schwedische-gasregel.html (접속일: 2026.09.10.)
○ Financial Times (2026.06.23.). “Germany seeks to set up Swedish-style public pension fund”, https://www.ft.com/content/76f3a074-c0d0-4585-adf3-88d8d43f2d08?syn-25a6b1a6=1 (접속일: 2026.09.14.)
○ SCB (2026.06.18.). “Women’s pensions are lower than men’s – and the gap persists”, https://www.scb.se/hitta-statistik/statistik-efter-amne/befolkning-och-levnadsforhallanden/jamstalldhet/jamstalldhetsstatistik/pong/statistiknyhet/jamstalldhetsstatistik-kvartal-2-2026/ (접속일: 2026.09.14.)
○ Sweden Herald (2025.12.21.). “Women receive the least when Swedish pension surpluses are distributed”, https://swedenherald.com/article/women-receive-the-least-when-swedish-pension-surpluses-are-distributed (접속일: 202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