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 채택
        등록일 2026-02-27

        곽서희 |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정치학과 방문연구원(Guest Researcher)

        • 202511월 말, 오스트리아 연방정부는 여성과 여아에 대한 폭력 대응의 범정부적 지침이 될 2025~2029 여성·여아 대상 폭력 근절 국가 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 20252029)을 공식 채택했다. 24쪽 분량의 이번 계획은 선언적 차원을 넘어 2026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는 구체적 입법 과제와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투입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본 고는 행동계획 수립의 배경과 추진 과정,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그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 이번 국가 행동계획은 정책 설계 초기 단계부터 현장 실무자, 학계, 행정기관, 정책결정자가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통해 마련됐다. 주제별 실무그룹과 다수의 하위 워킹그룹에는 25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해 350여 개에 달하는 정책 과제를 도출했다. 이후 해당 과제들은 정치적 조정기구의 검토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재정적·기술적 타당성을 점검받았으며, 그 결과 국가 차원의 최종 행동계획으로 확정됐다. 계획에는 분야별 세부 목표와 주관 부처, 이행 시한이 명시돼 있다.
        • 본 계획은 여성 대상 폭력 국가조정기구 주관 아래 수립되었으며,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산하 위원회(GREVIO)의 권고, 감사원 지적 사항, 유럽연합(European Union) 지침(2024/1385)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아울러 이스탄불 협약(Istanbul Convention) 이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여성폭력을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구조적 문제로 규정함으로써 연방정부 차원의 종합 대응을 천명했다. 특히 이주 배경 여성, 장애 여성, 고령 여성 등 다층적 차별에 노출된 집단의 특수성을 고려해 맞춤형 보호·지원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 본 행동계획은 출신, 연령, 장애 여부, 직업, 생활양식과 무관하게 모든 여성과 여아가 폭력 없는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비전을 토대로 한다. 사회 변화와 국제적 의무, 여성과 여아의 다양한 삶의 조건을 반영해 기존 제도를 보완하고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내용은 다음의 8개 중점 분야로 구성된다.

        1) 유아기부터 대학까지 폭력 없는 성장 환경 조성, 2) 비폭력적 노동환경 조성과 경제적 자립 지원, 3) 사적·공적 공간에서의 폭력 근절, 4) 디지털·미디어 영역에서의 안전한 참여 보장, 5) 예술·문화·체육 분야의 폭력 예방, 6) 사전 예방 중심의 폭력 차단 체계 구축, 7)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조기 발견 및 신체적 자기결정권 보호, 8) 특별한 취약성을 고려한 여성·여아 보호 조치 강화

        • 한편, 2025년 연방부처법(Bundesministeriengesetz) 시행에 따라 여성 정책 추진 체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기존 연방총리실 산하 여성 정책 부서는 독립성이 강화된 여성·과학·연구부(Federal Ministry for Women, Science and Research)로 이관됐다. 이에 따라 해당 부처는 향후 5년간 본 행동계획의 이행을 총괄·감독하고, 관계 부처 및 기관 간 조정을 담당하게 된다. 정부는 2029년까지 폭력 예방과 조기 발견, 대응 체계 강화, 피해자 보호 확대, 가해자 제재 강화를 중심으로 구체적 정책 조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그러나 행동계획의 실효성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의 보도에 따르면, 자유당(Freedom Party of Austria, FPÖ)과 녹색당(Die Grünen)은 정부 대응이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로자 에커(Rosa Ecker) 자유당 여성 대변인은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적 담론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정부 발표 내용이 구체성과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메리 디소스키(Meri Disoski) 녹색당 대변인 역시 이번 계획을 구속력 없는 문서에 그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제도적 이행과 예산 집행의 실질성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 이와 관련해, 행동계획 채택 이전인 20256월 비엔나 노동자회의(Arbeiterkammer Wien)는 별도 보고서를 통해 재원 조달과 예산 배분의 체계성을 주문한 바 있다. 재정 긴축 상황에서도 여성정책 예산 비중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체 규모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안정적 재원 확보와 계획 사업에 대한 중장기적·구조적 예산 배분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종합하면, 오스트리아 연방정부의 이번 국가 행동계획은 여성과 여아에 대한 폭력을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랫동안 제기돼 온 국내외 요구를 포괄적 계획으로 구체화했다는 의의가 있는 만큼, 향후 이행 과정에서 제도적 실효성과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고자료>

        -Arbeiterkammer Wien (2025), "Doppelbudget 2025/26: Knappe Mittel und neue Prioritäten", Working Paper-Reihe der AK Wien Materialien zu Wirtschaft und Gesellschaft, June 2025,
        https://wien.arbeiterkammer.at/interessenvertretung/wirtschaftswissenschaften/Doppelbudget_2025-2026.pdf (접속일: 2026.2.15.).

        -Bundesministerium für Frauen, Wissenschaft und Forschung (2025), “Nationaler Aktionsplan zur Bekämpfung von Gewalt gegen Frauen und Mädchen 20252029 der Bundesregierung (National Action Plan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 2025-2029 (National Action Plan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 2025-2029),”
        https://www.bmfwf.gv.at/frauen-und-gleichstellung/nap_gegen_gewalt_an_frauen.html (접속일: 2026.2.15.).

        -ORF (2025.11.26) "Regierung beschloss Aktionsplan (The government adopted an action plan),“
        https://orf.at/stories/3412646/ (접속일: 2026.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