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우 |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사회정책학 박사과정
- 2026년 1월, 핀란드 차별금지 옴부즈맨 레이너 힐튀넨(Rainer Hiltunen)(이하 힐튀넨 옴부즈맨)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즉 배우자 및 파트너 간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에 대한 법적 보호 강화를 촉구하였다. 핀란드 차별금지 옴부즈맨은 핀란드 「차별금지법(Non-Discrimination Act)」에 근거해 설치된 독립 국가기관으로, 피해자 지원, 정부 및 관계 기관에 대한 시정 권고, 차별 및 폭력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발언은 핀란드 국가검찰청(National Prosecution Authority)이 지역 법원의 가정폭력 사건 처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형법적 개선 방향을 제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본 고에서는 핀란드의 친밀한 파트너 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 방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핀란드 국가검찰청(National Prosecution Authority)이 지방법원의 가정폭력 사건 처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사건에서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핀란드의 친밀한 파트너 폭력 대응의 법·제도적 기반이 되는 이스탄불 협약(Istanbul Convention)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 이스탄불 협약은 「여성에 대한 폭력 및 가정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목적으로 하는 유럽평의회 협약(The Council of Europe Convention on Preventing and Combat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Domestic Violence)」으로, 핀란드에서는 2015년 8월 1일 발효되었다. 협약에 따라 핀란드 보건사회부 산하에 국가 조정기구인 ‘여성폭력 및 가정폭력 대응 위원회(Committee for Combat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Domestic Violence, NAPE)’가 지정되어 있다. 본 위원회는 협약의 국내 이행 조정, 이행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및 평가, 구체적 이행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Action Plan) 수립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 구체적으로 이스탄불 협약은 여성에 대한 폭력 및 가정폭력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가해자에 대한 효과적이고 비례적인 제재를 요구한다. 힐튀넨 옴부즈맨은 현행 핀란드 형법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명확한 가중처벌 규정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 조사 결과, 핀란드 전역의 지방법원에서 다룬 80건의 가정폭력 사건 대부분은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폭력이었으며, 가해자는 대체로 남성이었다. 사건의 약 94%는 유죄 판결로 종결되었으나, 상당수가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55%의 사건에서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는 점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며, 나머지 45%의 사건에서도 해당 관계가 언급되었음에도 처벌 수위가 실질적으로 강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힐튀넨 옴부즈맨은 현재 또는 과거의 배우자·파트너 대상 폭력은 낯선 사람에 대한 폭력보다 더 중대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이를 형법상 명시적 가중처벌 사유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 한편, 핀란드 정부는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2025년 말에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THL)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이용자는 총 5,979명으로 2025년 대비 180명 증가하였다. 현재 핀란드에는 총 28개의 쉼터가 운영 중이며, 가족 단위 또는 단독 피해자를 위한 228개의 보호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이는 2026년 243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핀란드 보건사회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놀라린야(Nollalinja)’ 헬프라인과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Seri Support Centres) 운영을 지원하며, 상담 및 트라우마 회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이와 같이 피해자 지원 인프라는 점진적으로 확충되고 있으나, 최근 옴부즈맨의 권고에 비추어 볼 때 친밀한 파트너 폭력의 특수성을 형법상 명확히 반영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법적 대응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Daily Finland (2026.01.28.). “Domestic violence victims on rise in Finland”, https://www.dailyfinland.fi/national/47525/Domestic-violence-victims-on-rise-in-Finland (접속일: 2026.02.10.)
-Ministry of Social Affairs and Health (2025.10.09.). “Combating domestic and intimate partner violence”, https://stm.fi/en/combating-domestic-violence (접속일: 2026.02.11.)
-YLE NEWS (2025.07.03.). “Non-discrimination ombudsman denied second term, new ombudsman Rainer Hiltunen”, https://yle.fi/a/74-20170834 (접속일: 2026.02.10.)
-YLE NEWS (2026.01.20.). “Non-Discrimination Ombudsman calls for stricter penalties for intimate partner violence”, https://yle.fi/a/74-20205484 (접속일: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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