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보육수당 인상 및 무상보육 추진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정치학과 방문연구원(Guest Researcher)
- 네덜란드 정부는 2026년부터 보육수당을 인상해 맞벌이 가정의 보육비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합산 소득이 연 5만 6,412유로(한화 약 8,400만 원) 이하인 가정은 정부가 정한 시간당 최대 요금 기준으로 보육비의 최대 96%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실제 보육시설 이용 요금이 해당 최대 단가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은 부모가 부담해야 하며, 반대로 이용 요금이 최대 단가보다 낮을 경우에는 실제 요금을 기준으로 보육수당이 지급된다. 이보다 소득이 높은 가정에 대해서도 보육수당 지원 비율이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6년 보육수당 인상을 위해 총 1억 9,900만 유로(한화 약 2,985억 원)를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 일반적으로 네덜란드의 보육기관은 시간당 이용 요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며, 정부는 보육서비스 이용 비용의 일부를 보육수당(kinderopvangtoeslag) 형태로 지원해 왔다. 2026년 기준 보육수당 최대 지원이 적용되는 시간당 금액은 어린이집의 경우 11.23유로(한화 약 1만 6,800원)이다. 방과 후 돌봄 서비스(buitenschoolse opvang, BSO)는 시간당 9.98유로(약 1만 5,000원), 개인 가정 보육 돌보미(gastouderopvang)는 시간당 8.49유로(약 1만 2,700원)를 상한선으로 한다.
- 보육수당 지급 금액은 부모 또는 보호자의 소득 수준과 유급 근무 개월 수에 따라 산정된다. 이때 정부는 부모 중 유급 근무 개월 수가 더 적은 사람을 기준으로 지원 시간을 계산한다. 부모 또는 파트너가 유급으로 근무한 각 달마다 최대 230시간까지 보육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연간 최대 지원 시간은 2,760시간이다. 또한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수당의 지급 수준은 보육서비스 유형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 이번 개편으로 보육비 지원 체계의 기본 구조가 크게 변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원 규모 확대를 통해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의 재정적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보육 제도 전반도 근로 부모를 중심으로 보다 간소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현재는 부모가 보육수당을 선지급받은 뒤 사후 정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금액을 반환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개편 이후에는 정부가 보육기관에 수당을 직접 지급하고, 부모는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함으로써 자녀를 둔 가정의 재정적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 나아가 네덜란드 정부는 향후 몇 년간 보육수당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9년까지 모든 가정의 보육비를 사실상 무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는 소득 수준이나 근로 개월 수에 따라 보육수당이 감소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장기적으로 노동가능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르헨 노벨(Jurgen Nobel) 국무차관은 “더 많은 부모가 일터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무상보육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복잡한 절차와 수당 환수 문제로 비판을 받아온 기존의 보육수당(kinderopvangtoeslag) 제도는 폐지될 예정이다.
- 이와 함께 정부는 보육 분야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자를 추진하며, 세금 사용과 관련한 몇 가지 추가 조건도 제시했다. 그중 하나는 보육을 정부가 세금이나 보조금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일반경제서비스(Service of General Economic Interest, SGEI)’로 지정하는 방안이다. 또한 보육 서비스를 공공적·필수적 서비스로 간주해, 보육 분야에도 최상위 임금 기준법(Wet normering topinkomens, WNT)의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보육 부문에 투입되는 공적 재원이 서비스의 질 제고와 종사자 처우 개선에 우선적으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보육 서비스 분야가 운영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질 높은 보육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제도 개선 과정에서 보육 현장의 의견과 수요를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 한편, 정부가 2029년부터 사실상 근로 부모를 위한 보육 및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정책 구상을 발표한 이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규제 부담 평가 자문위원회(Advisory Board on Regulatory Burden Assessment, ATR)가 해당 계획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제동을 걸었다. 현재 네덜란드 보육 업계는 약 6,000명의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무상보육 시스템 도입 시 이러한 인력난이 약 20%가량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ATR은 정부가 계획한 관련 법안에 최저 등급의 평가를 부여했다. ATR은 이와 관련해 여러 위험 요인을 지적했다. 마리케 판 헤이스(Marijke van Hees) 위원회 의장은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보육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이미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보육업계가 더 큰 압박을 받아 새로운 문제와 이용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하원의원 마르욜라인 무르만(Marjolein Moorman)은 영아 보육은 특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상보육 확대보다는 부모의 육아휴직 연장 등 대안적 정책 수단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네덜란드 정부가 보육수당 인상을 통해 부모의 보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무상 보육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 긍정적인 정책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보육 인력 수급과 재정 지속 가능성 등 현실적인 과제를 고려할 때, 향후 보육 정책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육을 거의 또는 완전히 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논의되고 있으나, 이러한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