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외국인 돌봄인력 감소 현황 및 원인
윤선우,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사회정책학 박사과정
- 최근 핀란드 이민국(Finnish Immigration Service, Migri)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 핀란드의 보건 및 사회복지 분야에서 근무할 자격을 취득한 외국인 노동자는 3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필리핀(12명)과 스리랑카(10명 미만) 출신으로,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체류허가를 받은 인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72명이 허가를 받은 것과 비교해 약 94% 감소한 수치다. 특히 2023년 한 해 동안 돌봄 분야에서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가 2,000명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감소세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외국인 돌봄노동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공공 돌봄기관과 최근의 이민정책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 이 같은 감소세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핀란드 돌봄노동 구조 전반의 변화와 정부 정책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핀란드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의 급증 속에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2024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2030년까지 약 2만 명의 전문 보건·돌봄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핀란드는 유럽연합(EU) 외 국가로부터 간호사와 돌봄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2023년에는 외국인 돌봄인력 체류허가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일부 지역 요양원(care home)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 인력의 10%를 차지하는 등, 이들은 이미 핀란드 돌봄체계의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 그러나 2024년 이후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돌봄노동자의 주된 공급국이던 필리핀 인력의 감소다. 핀란드의 보건·돌봄 분야에서는 필리핀 국적 근로자의 비중이 높으나, 2024년 이후 이들의 수가 감소하면서 전체 외국인 돌봄인력 수 축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초 필리핀 국적 노동자의 취업허가 건수는 전년 대비 약 40%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취업 이민자 수도 19% 줄었다. 필리핀을 제외한 스리랑카, 인도, 베트남 등 국적의 노동자 수도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2025년 초 핀란드 취업허가를 처음 신청한 외국인은 총 1,417명으로, 이 중 61%가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돌봄 분야는 최근 6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핀란드의 돌봄인력 감소가 단순한 국제 노동 이동의 문제를 넘어, 국내 구조적 요인과 정책적 제약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임을 보여준다.
- 핀란드 정부는 공공보건의료체계의 재정난을 외국인 노동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재정 압박으로 인해 각 지역 자치단체가 충분한 구인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을 수 있는 돌봄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체류허가가 발급된 지역이 소수의 주요 도시로 제한된 것은, 인력난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 더불어 복지서비스자치주(Wellbeing Services Counties)의 인력 감축 계획은 향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복지서비스자치주는 2023년 1월 1일 도입된 제도로, 전국 21개 자치주가 각 지역의 1차의료, 전문의료, 사회복지, 아동·노인·장애인 돌봄 등 핵심 공공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담당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이 올해 가을부터 2,000~3,000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예고하면서, 돌봄 현장의 구인난은 물론 서비스의 공공성과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한편, 돌봄인력 감소의 보다 장기적인 요인으로는 핀란드의 이민정책 변화가 지목된다. 올해 6월 11일 개정된 외국인법(Aliens Act)은 취업비자를 보유한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경우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보호기간(protection period)’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했다. 정부는 이를 보다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핀란드 국민조차 일자리를 찾는 데 6개월 이상 걸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여전히 이민자에게 불안정한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즉, 정책의 방향성은 완화되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노동 이주자의 정착과 고용 안정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결국 핀란드의 돌봄노동자 감소 현상은 공공부문의 재정 제약, 제도 개편의 여파, 이민정책의 한계가 중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돌봄인력 확보 문제는 단순한 노동시장 과제가 아니라 복지체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핀란드의 사례는 돌봄노동의 국제적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재정·정책적 불안정이 외국인 노동자의 참여를 제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해외에서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돌봄정책과 이민정책 모두가 여성 노동자의 삶과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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