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NHS 건강검진에 완경 문항 도입
이지원,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개발보건학 석사
- 영국 정부는 2026년부터 국가 건강검진(NHS Health Check)에 완경 관련 문항을 공식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이하 NHS) 개편 전략인 ‘미래에 적합한 NHS 구축 (Build an NHS Fit for the Future)’ 의 일환으로, 그간 여성 건강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구조적 접근성 부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정부는 완경이 기존 의료체계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 건강 이슈이며, 종종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거나 개인적·정서적 문제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완경을 개인의 경험이 아닌 공중보건 의제이자 여성 건강 불평등 해소 과제로 재위치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현재 NHS 건강검진은 40~74세 성인을 대상으로 5년 주기로 시행되며, 심혈관질환·만성 신장질환·제2형 당뇨병 등 중년기 주요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을 조기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완경 문항을 추가한 것은 완경을 생애주기 건강관리의 핵심 요소로 인정하고, 중년 여성의 예방 중심 건강관리 강화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 NICE)는 여성의 약 75%가 완경 증상을 경험함에도 의료 접근성 제약, 정보 부족, 진단 지연 등으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고 설명한다. 이에 정부는 완경 관련 미충족 의료 수요를 제도적 대응이 필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판단하게 됐다.
- 정부는 향후 몇 달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완경 문항의 구체적 구성과 임상 연계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항은 주요 증상 여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관리 필요성 등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며, 검진 결과는 일반의(General Practice, GP) 상담, 지역 여성 건강 허브 연계, 호르몬 대체 요법(HRT) 정보 제공 등 후속 평가 및 치료 옵션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증상을 조기에 인지하고 명확한 의료 접근 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심혈관·대사성 위험평가에 완경 정보를 통합함으로써 중년 여성의 건강 위험요인을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 완경 문항 도입은 NHS 건강검진 체계에서 그동안 주변화돼 왔던 중년기 여성의 건강 이슈를 공식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여성 건강정책의 지평을 확장하는 중요한 변화로 해석된다. 완경이 자연적 변화 또는 개인적 문제로만 여겨져 체계적 평가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국가 검진 체계 내에서 완경이 정례적으로 확인되는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이 조치는 2026년 발표 예정인 여성 건강 전략(Women’s Health Strategy) 개정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크며, 개정 과정에서는 진단 지연, 산부인과 서비스 대기시간, 통증 관리 등 여성 건강 전반의 접근성 격차가 함께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 인력의 교육 강화, 검진 체계 내 업무 부담 관리, 지역 간 접근성 격차 해소 등 구조적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NHS 건강검진 참여율이 50% 이하에 머무르고 있어 정책 효과가 모든 여성에게 동일하게 미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완경 문항 도입으로 GP 상담 및 추가 진료 수요가 증가할 경우 이미 높은 부담을 안고 있는 1차 의료 현장에 추가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정책 시행 이후의 운영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정기적 모니터링과 보완 조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 종합하면, NHS 건강검진 내 완경 문항 공식 편입은 영국 정부가 여성 건강정책의 중심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하고, 중년 여성 건강 문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완경 인식 제고와 의료 연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 효과는 검진 접근성, 지역 인프라 격차, 의료 인력 역량 등 구조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
<참고자료>
-GOV UK (2025.10.23.), “Major NHS update brings menopause into routine health checks”,
https://www.gov.uk/government/news/major-nhs-update-brings-menopause-into-routine-health-checks (접속일자: 2025.11.20.)
-GOV UK (2025.10.22.), “Government announces Women's Health Strategy to be renewed”,
https://www.gov.uk/government/news/government-announces-womens-health-strategy-to-be-renewed (접속일자: 2025.11.20.)
-GOV UK (2024.12.5.) “Build an NHS Fit for the Future”,
https://www.gov.uk/missions/nhs (접속일자: 2025.11.20.)
-NIC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2025.7.) “Menopause: How common is it?”,
https://cks.nice.org.uk/topics/menopause/background-information/prevalence/ (접속일자: 2025.11.20.)
-NHS (2023.8.14.), “NHS Health Check”,
https://www.nhs.uk/tests-and-treatments/nhs-health-check/ (접속일자: 2025.11.20.)
-The Guardian (2025.10.23.), “NHS health checks in England to have questions on menopause for first time”,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25/oct/23/nhs-health-checks-in-england-to-have-questions-on-menopause-for-first-time (접속일자: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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