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성 주도 창업 투자 펀드 확대 추진 

• 영국 정부는 2025년 7월,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 창업 생태계 강화를 목표로 총 5억 파운드(약 9,515억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발표했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이번 계획은 성별, 계층, 배경에 따른 자본시장 내 투자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핵심 경제 전략이다. 특히 이 중 5,000만 파운드(약 951억 원)가 여성 주도 창업 투자 펀드(Venture Capital)에 추가 투입된다. 그동안 영국의 창업 투자 시장은 투자 대상 기업도, 투자 결정을 내리는 주체도 대부분 남성이 차지해 왔다. 그 결과 창업 투자 자금의 2% 미만만 여성 창업자에게 돌아가고, 창업 투자 조직의 고위 임원 중 여성 비율도 1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 창업자에게 자금이 직접 전달될 수 있도록 투자 구조를 재편하고, 동시에 여성 투자 운용 인력을 육성해 여성이 자금을 운용하고 투자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 이번 정책은 단순한 여성 창업자 대상 보조금 지원을 넘어, 여성이 ‘투자받는 사람’에서 ‘투자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적 지원이라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다. 정부와 영국공공은행(British Business Bank)은 ‘투자자 육성 경로 지원 프로그램(Investor Pathways Capital Initiative)’을 통해 여성, 소수 인종, 장애인, 저소득층 등 다양한 배경의 신규 투자 운용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 이 프로그램은 소외된 인력을 위한 직접 지원, 소규모 창업 투자 펀드에 대한 투자 확대, 투자자 진입 경로 구축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실제 자금을 운용하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초기 운용 실적을 쌓는 데 필요한 자본을 지원하고, 개인 자산이나 네트워크가 부족해 진입이 어려웠던 영역에는 초기 자본, 교육, 멘토링을 함께 제공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업계 인맥이나 자산이 부족한 잠재 투자자에게는 소규모 투자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투자업계에서 필요한 역량과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 기존의 여성 창업 지원이 주로 창업 초기의 보조금이나 컨설팅 중심이었다면, 이번 조치는 창업 투자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 여성 창업자와 투자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앞서 언급한 성별 격차를 근거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체 투자금의 최소 50%를 여성 투자 운용 인력이 주도하는 창업 투자 펀드에 배분하고, 여성 창업자 대상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2019년 도입된 ‘Investing in Women Code’를 활용해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고, 투자 데이터의 성별 통계를 매년 공개함으로써 정책의 실행력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한다. 이 코드는 정부와 민간 금융기관, 투자업계 대표가 참여하는 산업 협약으로, 은행, 투자사, 창업투자조합 등 서명 기관은 여성 창업 기업에 대한 연간 투자 실적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여성 창업 기업은 객관적인 투자 실적을 증명할 수 있고, 여성 투자 운용 인력은 공공 자금뿐 아니라 민간 자본까지 유치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 이번 투자 확대 계획은 영국의 여성 창업·투자 생태계가 단순한 지원 대상에서 경제 성장의 주체로 전환되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 투자 운용 인력에게는 초기 실적을 축적해 대형 창업 투자 펀드로 진출할 기회를, 여성 창업자에게는 성별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영국 경제 내 구조적인 자본 접근 격차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여성의 자산 형성 및 고용 창출 기여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목표, 즉 전체 투자금의 절반을 여성 주도 창업 투자 펀드가 운용하고 여성 창업자 대상 투자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간 창업 투자 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여성이 수동적 수혜자에서 능동적 투자 주체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성평등 경제정책 중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