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급 출산휴가 확대
곽서희, 에라스무스 로테르담 대학교(EUR) 국제사회과학원(ISS) 박사 졸업
- 스페인 정부는 부모를 위한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일부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으로 부모는 출산휴가(17주)와 양육휴가(2주)를 합쳐 총 19주의 유급휴가를 보장받게 된다. 이 조치는 7월부터 행정부 승인 시행령을 통해 선제적으로 도입되었으며, 이번 달 초 의회 가결을 통해 공식적으로 입법화 되었다. 본고에서는 이번 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스페인의 출산휴가 제도에 대한 기존 맥락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 우선 부모 각각에게 주어지는 기본 유급휴가가 기존 16주에서 19주로 늘어난다. 출산, 입양, 또는 위탁 직후 6주는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반드시 연속적이고 전일제로 사용해야 한다는 기존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의무 휴가를 사용하고 잔여 기간 중 11주는 자녀가 만 1세가 되기 전까지 원하는 시점에 나눠 사용할 수 있고, 추가로 부과되는 2주는 자녀가 만 8세가 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2주는 기존에는 무급이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유급으로 전환되었다.
- 또한 양육 부담이 한쪽 부모에게 집중되는 한부모 가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한부모 가정의 경우 유급휴가가 기존 16주에서 32주로 두 배 확대된다. 이 중 4주는 자녀가 만 8세가 되기 전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 가장 관대한 출산휴가 제도를 갖춘 국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EU 회원국 가운데, 출산 시 부모 모두에게 동일하게 전액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국가는 스페인과 핀란드 두 곳뿐이다.
- 단, 부모에게 각각 부여된 유급휴가는 서로 양도할 수 없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처럼 부모가 휴가를 나눠 쓰거나, 출산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으로 출산휴가 사용을 미룰 수 없는 점도 스페인 제도의 특징이다. 이러한 정책 설계는 특히 아빠들이 본인의 권리를 반드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스페인은 최근 수년간 부모휴가 제도를 대폭 개선해왔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다섯 차례 개정을 통해 아빠의 유급 출산휴가는 기존 2주에서 16주로 늘어났고, 엄마와 동일산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개혁은 단순히 휴가 일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의 실제 행동 변화까지 이끌어낸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욜란다 디아스(Yolanda Díaz) 부총리 겸 노동사회경제부 장관(Second Deputy Prime Minister & Minister of Labour and Social Economy)은 이번에 확대된 유급 출산휴가가 임금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유급휴가 기간 동안 급여는 고용주가 아닌 사회보장기금에서 지급되며, 근로자는 통상 임금의 100%를 보장받는다. 새롭게 확대되는 부모 유급휴가는 사회보장의 출산·육아 급여 지급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지원되며, 국립사회서비스청(Instituto Nacional de Seguridad Social, INSS)이 이를 관리·집행하게 된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제도 확대에 따른 비용을 약 15억 유로(약 2조 2천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 디아스 부총리는 스페인이 유럽연합(EU)의 일·가정 양립 지침(Directive 2019/1158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June 20, 2019, on the reconciliation of work and family life for parents and carers)을 제때 이행하지 않아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고 있다며 이번 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지침은 출산, 입양, 육아를 위한 부모휴가 제도 개선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스페인은 이를 정해진 기한 내에 법제화하지 않아 이행 지연으로 간주되었다. 회원국의 법제화 및 이행 마간 기한은 2022년 8월 2일이었다.
- 유럽사법재판소(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JEU)는 지난해 3월, 스페인 정부에 벌금을 부과했다. 재판소는 스페인이 일·가정 양립 지침을 기한 내에 국내법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의 항소를 받아들여 약 683만 유로(약 99억 원)의 일시금 납부를 명령했다. 이 판결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벌금은 회원국 정부가 직접 납부해야 한다. 또한 판결문에는 불이행이 지속될 경우 부과되는 일일 벌금이 약 4만 3천 유로(약 6천 2백만원원)로 명시되어 있다. 스페인 일간지 El Pais에 따르면, 노동부 관계자들은 이번 유급 출산휴가 확대를 통해 스페인이 지침 이행 요건을 충족하게 되었으며, 최근 기간에 대해서는 벌금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번 개정은 지난해 총선 당시 집권 사회노동당(PSOE)과 급진 진보 정당연합 수마르(Sumar)가 약속한 ‘부모 각각 20주 출산 휴가’ 공약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디아스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은 여성주의와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결코 퇴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엘마 사이스(Elma Saiz) 스페인 포용·사회보장·이주부(Minister of Inclusion, Social Security, and Migration) 장관은 “스페인은 오늘날 국제적으로 조화, 공동 책임, 평등 정책의 모범이자 기준이 되고 있다”며, “이번 제도적 진전은 사회보장이 가족 지원을 확대하고, 더 많은 권리와 평등, 진보를 통해 더 나은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참고자료>
Catalan News (2025.7,29) "Q&A: How Spain's new parental leave rules will work",
https://www.catalannews.com/society-science/item/qa-how-spains-new-parental-leave-rules-will-work (접속일자: 2025.9.14.)
El Pais (2025.8.1) "La justicia europea multa a España con 6,8 millones por no cumplir a tiempo la directiva que obliga a retribuir el permiso parental (The European Court of Justice has fined Spain 6.8 million euros for failing to comply on time with the directive requiring paid parental leave)",
https://elpais.com/economia/2025-08-01/la-justicia-europea-multa-a-espana-por-no-cumplir-a-tiempo-la-directiva-que-obligar-a-retribuir-el-permiso-parental.html (접속일자: 2025.9.14.)
Libertad González, Lídia Farré, Claudia Hupkau and Jenifer Ruiz-Valenzuela (2025.7.23) "Well designed paternity leave makes Spain a model of success",
https://blogs.lse.ac.uk/businessreview/2025/07/23/well-designed-paternity-leave-makes-spain-a-model-of-success/ (접속일자: 2025.9.14.)
Ministry of Inclusion, Social Security, and Migration(2025.7.29) "El Gobierno amplía en tres semanas el permiso de nacimiento y cuidado de menor y lo incrementa a 32 semanas para familias monoparentales (The Government extends the maternity and childcare leave by three weeks and increases it to 32 weeks for single-parent families),“
https://www.inclusion.gob.es/w/el-gobierno-amplia-en-tres-semanas-el-permiso-de-nacimiento-y-cuidado-de-menor-y-lo-incrementa-a-32-semanas-para-familias-monoparentales-1 (접속일자: 2025.9.14.)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2024.3.25.), “Action brought on 30 January 2024 — European Commission v Kingdom of Spain (Case C-70/24)”,
https://eur-lex.europa.eu/LexUriServ/LexUriServ.do?uri=CELEX%3A62024CN0070%3AEN%3AHTML&utm_source=chatgpt.com (접속일자: 2025.9.14.)
Reuters (2025.7.29) "Spain's new parental leave gives fathers one of Europe's most generous allowances",
https://www.reuters.com/world/spains-new-parental-leave-gives-fathers-one-europes-most-generous-allowances-2025-07-29/ (접속일자: 202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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