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새 보육수당 지급안 관련 동향
곽서희, 에라스무스 로테르담 대학교(EUR) 국제사회과학원(ISS) 박사
- 지난 5월, 스위스 하원(국민의회, National Council)은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보육수당 제도 법안을 승인했다. 이 제도는 부모의 육아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주된 골자로 한다. 그러나 하원에서 승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재정 조달과 연방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상·하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해당 법안은 추가 논의를 위해 상원(주 대표회의, Council of States)에 다시 회부되었다. 본고에서는 최근 스위스의 보육수당 개혁에 관한 동향을 포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이번에 하원에서 가결된 보육수당안은 주 정부(州, 칸톤)와 고용주가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보육시설이나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 부모의 육아서비스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안에 따르면, 해당 보육수당은 만 8세 이하 자녀를 제도권 보육시설(어린이집, 방과후 돌봄 등)에 맡기는 부모를 대상으로 지급된다. 부모가 정규직 근로자가 아니라 학생 신분이거나 직업 훈련 중이라도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보육수당 금액을 살펴보면, 하원이 승인한 법안은 자녀 1인당 부모가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월 최소 100스위스프랑(약 15만 원)으로 정하고, 추가로 보육 서비스를 더 이용하는 경우 주당 반일 단위 기준으로 50스위스프랑(약 7만 5천 원)씩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 현재는 연방정부 차원도 재정을 투입해 실시하는 보육 지원 프로그램이 2003년 도입 후 시행되어 왔으나, 해당 프로그램은 내년 말 종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스위스 의회는 보다 장기적인 육아 지원 제도 마련을 모색해왔다. 2023년 3월, 하원에서는 연방정부가 공동 자금을 투입해 칸톤(주) 차원의 보육시설 확충및 장애 아동 지원 강화 사업을 추진했던 ‘프로그램 협약(programme agreements)’ 연장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연방 평의회(Federal Council)는 비용이 과도하게 수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작년 12월, 상원도 해당 연장안을 거부했다.
- 상원은 기존처럼 연방정부가 칸톤(주)과 함께 보육시설 확충이나 서비스 제공에 공동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보다는, 각 칸톤(주)이 주도적으로 책임을 지고 필요 시 부모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 보육 지원 관련 정책을 둘러싼 의견 차이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견이 발생하는 주요 지점은 재정조달 방식과 연방정부의 개입 수준이다. 보수 성향의 스위스국민당(Swiss People’s Party, SVP) 소속 스테파니 하임가트너(Stefanie Heimgartner) 의원은 가정 외 보육은 지역의 필요와 상황을 잘 아는 칸톤(주)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라며, 보육 정책은 지방자치 영역에 속하므로 연방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이 지역 차원에서 역할을 맡아 실시하는 방식을 지지했다.
- 반면, 하원의 진보 및 중도 성향 의원들은 연방정부가 전국적인 차원에서 가정 외 보육 환경 개선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ic Party, SP) 소속 에스텔 르바즈(Estelle Revaz) 의원은 “스위스는 아이들과 숙련 노동력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매우 높은 보육 비용 부담, 부족한 보육시설, 제도적 유연성 부족 등의 문제로 부모 중 한쪽이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녹색당(Green Liberal Party, GLP) 소속 카트야 크리스트(Katja Christ) 의원은 연방정부는 단지 규칙만 정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수준의 재정 기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회민주당(SP)은 어린이집 무상 제공 추진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 안은 생후 3개월부터 의무교육 종료 시점까지 모든 아동에게 어린이집, 방과 후 돌봄, 기타 보육시설 이용 보장을 목표로 한다.
- 이번 하원에서 승인된 보육수당 법안과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하원 내 다수는 기존의 ‘프로그램 협약’ 연장 및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하원은 4년간 총 2억 스위스프랑(약 3천억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방향을 결정하면서, 제도권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연방정부가 칸톤의 보육 정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장애 아동 보육수당 관련해서도 상원과 하원간 이견이 있었다. 상원은 장애 아동에 대한 보육 지원금을 기본 금액의 1.5~2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한 반면, 하원은 좀 더 확대된 범위인 1.5~3배까지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 찬반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번 법안은 추가 논의를 위해 상원으로 회부되었다. 부모의 보육 서비스 이용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는 상·하원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이나, 재정 조달 방식과 연방정부의 개입 정도 등 세부적인 제도 이행 방안에서는 의견 차이가 있다. 앞으로 상원과 하원이 추가 논의 단계를 거쳐 어떤 방식으로 조율과 합의에 도달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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