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의 노동시간 단축정책 실험과 젠더 관점에서의 중장기적 효과
        등록일 2025-06-30

        아이슬란드의 노동시간 단축정책 실험과 젠더 관점에서의 중장기적 효과 

        윤선우,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사회정책학 박사과정
         
        •  아이슬란드에서 시행되었던 주 4일제 노동시간 단축정책 실험(trials of a shorter working week)의 중장기적 효과가 2024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공개되었다(Haraldsson et al., 2024). 해당 보고서는 특히 성별직종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에 따른 사업장 간의 효과 차이에 주목하며, 노동시간 단축정책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한 각 사업장별 추가적 조치를 제시하였다. 본 고는 해당 정책실험들이 아이슬란드의 어떠한 정책적·사회적 조건 하에서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알아보고, 최근까지 이어지는 구체적인 중장기적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이슬란드의 정책적·사회적 조건>

        •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Reykjavik)시와 아이슬란드 정부에서 각각 실시한 주 4일제 노동시간 단축정책 실험(trials of a shorter working week)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사업장 내 업무협상 방식에 있다. 해당 실험에 참여한 사업장들은 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주 40시간 근무에서 35-36시간으로 단축하는 합의점을 도출하였다(European Public Service Union, 2024). 노동시간 단축은 자칫 의도치 않게 과로 유발의 위험 가능성이 있는데, 해당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업무 전략을 구상하고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함께 조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다(Haraldsson & Kellam, 2021). 구체적으로 논의된 업무조정 내용에는 미팅시간 단축, 불필요한 업무 조정, 일의 순서 변경 등이 포함되었다.
        • 성별직종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를 고려하여 정책실험에 참여할 사업장을 선정한 점도 성공요인으로 볼 수 있다. Haraldsson et al. (2024)의 보고서는 돌봄제공자(51%), 교육 분야 종사자(50%), 보건 분야 종사자(44%)의 소진과 스트레스 수준이 높음을 보여주며, 해당 직종에서 여성(43%)이 남성(29%)보다 많이 종사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레이캬비크(Reykjavik) 시의회는 실험 설계 초기부터 이러한 사회적 조건을 고려하여 서비스센터(Arbaer와 Grafarholt)와 아동보호서비스기관(Reykjavik Child Protection Service)에 근무하는 66명을 대상으로 먼저 실험을 실시하였으며, 그 이후 학교, 유지보수기관(city maintenance facilities), 돌봄기관(care-homes) 등으로 적용 사업장을 확장하였다.
        • 추가로 아이슬란드 정부가 노동시장에서의 성별직종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를 위해 각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돌봄 및 서비스분야 직업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리실 산하 기관에서 여성 일자리 가치 재평가와 관련한 권고안을 내놓았으며(정이예슬, 2024), 해당 현상의 원인 및 완화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타 기관들과 협력하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Iceland Government Offices, 2024: 26-27).

        <정책 실험 효과>

        • 노동시간 단축정책 실험은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보상처럼 주어지는 금요일의 짧은 노동시간(shorter Fridays)이 오히려 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Haraldsson & Kellam, 2021: 39).
        • 임금을 삭감하지 않은 노동시간 단축정책 실험은 가족 내 돌봄과 유급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시간제 노동에 주로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더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6시간 시간제 노동을 하던 여성들이 같은 시간을 노동하면서도 임금은 그대로 보장되어 전일제 노동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Maria Hjalmtysdottir, 2024). 실제로 후속설문에서는 실험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그렇지 않은 통제집단의 노동자들에 비해서 시간제 노동을 덜 선호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Haraldsson & Kellam, 2021: 42).
        • 또한, 여성과 남성 모두 장보기, 청소하기와 같은 가사노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대신 평일에도 나누어서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주말에는 집중적으로 가족 및 파트너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Haraldsson & Kellam, 2021: 43). 남성 참여자들은 특히 청소, 요리와 같은 가사노동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정 내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특히 여성들에게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Haraldsson & Kellam, 2021: 44), 이는 가정 내에서 남성의 책임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 데에서 기인한다.
        • 한편, 참여자 중 젊은 여성들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긴 시간을 자녀와 더 많이 쓰는 반면, 중년 이상의 여성들의 경우 스스로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이 시간사용을 더욱 유연하게 만듦으로써 한부모 가정에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옴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해당 실험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실험 참가자들과의 접촉이 잦은 가족 및 주변 지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첫 정책 실험이 종료된 이후인 2021년 11월과 2022년 5월 사이에 현재 노동을 하고 있거나 쉬고 있는 아이슬란드 시민 약 10,000명을 표본으로 설문이 진행되었으며, 해당 보고서는 노동시간 단축정책 실험이 가지는 중장기적 효과를 추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Haraldsson et al., 2024). 설문 응답자 중 59%는 해당 실험 이후 사업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받았거나 실제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하여, 실험이 종료된 이후에도 노동시간 단축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가는 효과를 지님을 보여주었다.
        • 해당 보고서는 특히 성별직종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에 따른 사업장 간의 효과 차이에 주목하였다. 예컨대 주 51시간 이상 근무하는 장시간 노동자가 많은 호텔 및 숙박업, 교통업, 기계·가공업, 어업 및 농업 등의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노동시간 단축이 다른 사업장에 비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Haraldsson et al., 2024: 41). 이는 가족 및 사회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해당 사업장에 남성 종사자가 다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업장별 추가적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 한편, 보건·사회 및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경우 여전히 업무 강도가 높아 타 직종에 비해 개인적·사회적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노동시간 단축정책 실험 이후 새로운 계약을 맺고 업무시간이 줄어든 경우가 많아 유의미한 효과가 중장기적으로도 나타났으나, 이는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돌봄 관련 업무 자체에서 오는 높은 강도 및 스트레스와 관련한 추가적 조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참고자료
        Haraldsson, G. D., & Kellam, J. (2021). Going Public: Iceland’s journey to a shorter working week. Association for Democracy and Sustainability (Alda) and Autonomy.
        European Public Service Union (2024). Reducing Working Time Case Studies: A Series of Case Studies From Across Europe #02: Iceland.
        Haraldsson, G. D., Kellam, J., & Trickett, R. (2024). On firmer ground: Iceland’s ongoing experience of shorter working weeks. The Autonomy Institute and Association for Democracy and Sustainability (Alda).
        Iceland Government Offices (2024). Job Evaluation: Report of the Task Force on Pay Equity and Equality in the Labour Market.
        Maria Hjalmtysdottir (2024. 11. 21.), “Iceland’s shorter working week has been a huge success and it’s changed my family’s life”,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4/nov/21/iceland-36-hour-working-week-stress-job (접속일: 2025.06.16.).
        정이예슬 (2024.09.17.), “성별 격차와 양극화 해소는 국가 계획의 문제’”, https://www.ildaro.com/10002 (접속일: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