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력 피해 지원법 제정
        등록일 2025-06-30

        독일, 폭력 피해 지원법 제정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정치학과 강사(Lecturer)
        • 지난 2월, 독일에서는 폭력 피해 지원법(Gewalthilfegesetz)이 16개 주를 대표하는 연방상원(Bundesrat)에서 가결되었다. 이로써 본 법은 2032년부터 독일 전역에 공식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 리사 파우스(Lisa Paus) 연방가족부 장관은 연방상원이 폭력 피해 지원법을 승인한 것에 대해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또한 파우스 장관은 이번 법은 전국적인 지원 체계를 확충하고, 여성 보호시설과 상담소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작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법에 따라 독일 내 모든 피해 여성은 무료 보호와 상담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며, 연방정부가 향후 재정 지원에 직접 관여하게 된 것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 새롭게 제정된 폭력 피해 지원법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전국 어디에서나 누구나 무료로 접근 장벽이 낮은 보호 및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 법은 2032년부터 모든 피해자가 개인적 권리로서 관련 보호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그리고 주요 추진방안으로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 및 대국민 인식 제고 활동 등 폭력 예방 조치 강화, 지원체계 내 유기적인 연계 및 일반 복지서비스와의 협력 강화도 포함하고 있다.
        • 이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은 각 주(州) 차원에서 대폭적인 예산 및 인프라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원체계 구축 과정에서 연방정부는 총 26억 유로(한화 약 3조 8천억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법의 시행으로 앞으로는 피해자 당사자가 속한 지역이나 주에 관계없이 전국 어디에서든 지원 시설을 이용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보호시설과 상담소 운영기관의 통일성을 위해 보다 개선된 지침 및 기준도 새롭게 마련될 예정이다.
        • 현재 독일에는 약 400개의 여성 보호시설 및 쉼터가 운영 중이고, 보호 공간을 제공하는 곳은 총 7,700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꾸준히 매년 증가해 온 폭력 피해 여성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독일의 한 비영리단체가 발표한 2023년 독일 전국 여성쉼터 통계(Bundesweite Frauenhaus-Statistik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약 1만 4,200명의 여성과 1만 6,000명의 아동·청소년이 입소했지만, 2022년에는 공간 부족으로 인해 약 1만 6,300명의 여성이 입소를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 밖에도 현재 독일에서는 여성대상 폭력 피해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 중 하나로 긴급전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여성폭력 긴급전화(번호 116 016)’는 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24시간 연중무휴, 무료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전화 상담뿐 아니라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며,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해 지원한다. 상담은 익명성과 비밀보장이 철저히 보장되며,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도 갖추고 있다. 특히 18개 외국어로 다국어 상담이 가능해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다. 희망하는 경우, 상담사는 피해자와 가까운 지역의 지원 기관을 연계해 주기도 한다. 게다가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주변인이나 전문가들도 이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폭력 피해 지원법의 전면적인 시행은 7년 뒤인 2032년으로 예정되어 있어 실질적인 변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는 각 주가 새로 시행될 법에 맞춰 지원 시스템을 충분히 강화하고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기 위해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법의 실제 효력이 발생하는 2032년까지의 공백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독일 내 한 비정부기관(NGO)은 본 법이 통과되었다고 안심하거나 기다릴 수 없고, 법적 권리가 발효되기 전까지도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긴급 보호 조치 시행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 특히 여성혐오에 의한 여성살해(femicide) 증가를 우려하면서 2032년까지 법이 시행되지 않아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undeskriminalamt, BKA)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독일에서는 938명의 여성과 소녀가 살인 또는 살인 미수의 피해자였고, 이 중 360명이 실제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하루에 한 명꼴로 여성 살해가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현황을 배경으로 일각에서는 2032년보다 좀 더 이른 시일 안에 법이 시행되도록 조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 또한 최근 통과된 폭력 피해 지원법은 성폭행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담고 있지 않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한편, 독일의 공영 라디오 방송국(Deutschlandfunk)은 남성 피해자는 이번 법에서 개념적으로 제외되었다는 점과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폭력도 법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독일 폭력 피해 지원법이 지닌 한계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Bundeskriminalamt (2024.11.19) "Bundeslagebilder - Geschlechtsspezifisch gegen Frauen gerichtete Straftaten 2023", https://www.bka.de/SharedDocs/Downloads/DE/Publikationen/JahresberichteUndLagebilder/StraftatenGegenFrauen/StraftatengegenFrauenBLB2023.html?nn=237578 (접속일: 2025.6.18.)

        Euractiv (2025.2.14) "Germany passes ‘historic’ law against domestic violence., https://www.euractiv.com/section/health-consumers/news/germany-passes-historic-law-against-domestic-violence/ (접속일: 2025.6.18.)

        Deutschlandfunk (2025.2.15) "Mehr Schutz, aber nur für Frauen", https://www.deutschlandfunk.de/gewalthilfegesetz-100.html (접속일: 2025.6.18.)

        Federal Government of Germany (2025.2.14), "Bessere Unterstützung für Gewaltopfer", 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bundesregierung/gesetzesvorhaben/gewalthilfegesetz-2321756 (접속일: 2025.6.18.)

        Frauenhauskoordinierung (2024.10.7) "Bundesweite Frauenhaus-Statistik 2023", https://www.frauenhauskoordinierung.de/fileadmin/redakteure/Publikationen/Statistik/2024-10-07_FHK_Kurzfassung_final.pdf (접속일: 2025.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