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보조생식기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ies, ARTs) 지원정책과 다양한 가족구성권 논의
        등록일 2025-05-31

        덴마크의 보조생식기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ies, ARTs) 지원정책과 다양한 가족구성권 논의

        윤선우,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사회정책학 박사과정
         
        •  보조생식기술(ARTs)은 인공적으로 생식과정을 유도하는 모든 의료행위를 의미하며, 국가별 경제·문화·종교적 차이에 따라 다른 목적으로 규제 혹은 지원된다(The European IVF-Monitoring Consortium (EIM) for the 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ESHRE) et al., 2024). 이는 보조생식기술 지원정책이 단지 가용재원(affordability) 뿐만 아니라 임신·출산 및 다양한 가족형태(new forms of parenthood)에 대한 논의방향에 따라 상이한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본 고에서는 덴마크 사례에 주목하여 보조생식기술 관련 법·제도적 설계(legal frames), 의학계의 기술 사용에 대한 규제(regulations), 정책대상자 범위(accessibility), 공적재정지원(financial coverage) 등을 중심으로 보조생식기술 지원정책 형성 및 발전과정을 살펴본다.

         

        <덴마크의 보조생식기술 지원정책의 발전>

        • 덴마크는 유럽국가들 중 보조생식기술로 태어나는 아기가 가장 많은 국가들 중 하나이다. Smeenk et al. (2023: 2326)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가 출생아 수 대비 보조생식기술로 태어난 아기의 비율은 덴마크가 6.3%, 스페인(8.9%)과 그리스(7.5%)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아이를 출산할 당시 여성들의 평균 나이가 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이후 보조생식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2022년 기준 첫 아이를 출산하는 평균나이 29.9). 동시에 유급육아휴직, 현금지원, 무상 보육서비스 등의 정책이 특히 한부모가정을 대상으로 충분히 보장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시술을 결정할 수 있다(Pedersen, 2023).
        • 덴마크의 보조생식기술 지원정책은 1997년 첫 입법을 시작으로 2006, 2013, 그리고 2024년 세 번의 주요한 개정이 이루어졌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보조생식기술 관련 입법과정에서 발생하는 논쟁은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 특히 낙태와 관련한 여성들의 권리에 관한 정치적 논쟁과 유사했던 반면, 덴마크의 경우 두 가지는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인식되었다. 1977년 무렵부터 국가의 규제없이 의학계 내부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던 IVF(In Vitro Fertilization, 체외인공수정) 관련 실험들은 첫 입법을 논의할 당시 정치인들이 보조생식기술을 여성의 재생산권보다는 우생학 및 과학기술사용의 윤리에 관한 의학계 규제 의제로 인식하게 하였다(Larsen, 2015). 당시 해당 기술은 인간의 생식과정에 인공적인 기술이 개입하는 괴상한 것(monstrosity)’ 혹은 비자연적인 것(unnatural)’으로 인식되었다(Herrmann, 2022).
        • 이러한 인식 속에서 1993년 덴마크 보건국(National Board of Health)은 규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는데, 해당 가이드라인은 보조생식기술이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보건당국의 개입이 필요함을 명시했다(Herrmann, 2022). 의학적 기술활용을 제한하는 방식 중 하나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여성들의 나이를 제한하는 조치가 포함되었다. 가이드라인은 의사들의 판단을 통해 여성들이 자연적으로출산할 수 있는 나이의 상한선을 40세와 45세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의사들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나이제한을 명시하였다. 이후 이는 1997년 도입된 법안(Act on Artificial Fertilisation)에서 45세 나이제한으로 굳어졌다.
        • 보조생식기술이 가족정책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 시기는 2006년 개정이 이루어질 무렵이다(Herrmann, 2022). 해당 시점 이후로 보조생식기술은 단순히 불임치료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문화적 이유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이들(특히 비혼모와 레즈비언 커플)이 가족을 만들 수 있는 대안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보조생식기술은 누가 부모(parenthood) 혹은 어머니(motherhood)의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쟁점을 위주로 이야기되었다(Larsen, 2015). 예컨대, 레즈비언 커플의 기술 활용은 아버지의 부재가 태어날 아이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이라는 프레임 하에서 문제적이라 여겨졌으며, 이는 여성과 남성으로 이루어진 이성애 규범 하의 가정 내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젠더화된 가족규범을 드러냈다(Bryld, 2001).
        • 정치적 논쟁 끝에 2006년 비혼모와 레즈비언 커플이 공적 건강보험 지원을 통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고, 2011년 법안의 이름이 Act on Assisted Reproduction으로 바뀌면서 기술적 측면 이상의 논의가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Herrmann, 2022). 특히 2013년 개정으로 보조생식기술을 활용한 레즈비언 커플이 공동으로 어머니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게 되면서(co-motherhood) 새로운 가족형태에 대한 법적 지원체계 또한 마련되었다.

         

        <덴마크의 현 보조생식기술 지원정책과 다양한 가족구성권 논의>

        • 보조생식기술은 기본적으로 덴마크의 공적 건강보험을 통해 덴마크 거주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남성과 달리 여성에게만 법적 나이제한(45세 이하)이 존재하여 여성이 해당 나이 이전에 난자냉동을 한 경우에도 46세 이상이 되면 공적 및 사적의료기관에서 모두 시술이 금지된다. 또한 IVF3번의 시도까지만 공적보험 적용이 가능하며, 이후의 시술은 사적기관에서만 추가비용을 지출하여 가능하다. 이는 남성은 나이의 제한 없이 아버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지만 나이가 많은 여성은 아이에게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젠더화된 의미를 내포한다(Pedersen, 2023: 8).
        • 덴마크는 2018년 아이가 부모 중 적어도 한 사람과 유전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법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정자와 난자 모두를 타인으로부터 기증받을 수 있는 이중기증(double donation)을 허용하였으나(The European IVF-Monitoring Consortium (EIM) for the 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ESHRE) et al., 2024), 2024년 이전까지 이는 오직 의학적 목적이 입증되는 때에만 가능했다. 그러나 2024년 개정 이후 의학적 목적이 아닌 경우에도 이중기증을 허용하면서 레즈비언 커플들이 이전보다 유연하게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게 되었다.
        • 비혼모의 경우 보조생식기술을 활용하여 두 번째 아이를 가지고 싶은 경우 공적 건강보험을 통한 무상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개인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했다. 이때 파트너가 있는 경우에는 무상으로 두 번째 시술이 가능했는데, 이는 여성이 혼자 아이를 기르는 것을 오히려 저해하는 조치였다(Pedersen, 2023). 그러나 2024년 이후 파트너가 없이도 두 번째 시술을 가능하도록 허용하였으며 이를 국가에서 보상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진행되었다.

         

        • 덴마크는 1997년 이후 작년(2024)까지 지속적으로 다양한 가족형태 구성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생식기술과 관련한 법을 개정해왔다. 덴마크의 보조생식기술 입법과정에는 출생률에 대한 국가의 개입보다는 어떤 가족의 형성을 지원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들이 있어왔다(Larsen, 2015). 한국 정부가 비혼 출산 동의율 상승 현상을 두고 관련 기술을 저출생 완화의 한 대안으로 여겨 정책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현 상황에서 덴마크의 보조생식기술 활용과 관련한 지원정책의 발전 방향은 국내에도 여러 논의할 지점들을 남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참고자료

         

        Bryld, M. (2001). The Political Debate on Assisted Reproduction in Denmark. The European Journal of Women’s Studies, 8(3), 299-312.

        Herrmann, J. R. (2022). ‘Taming Technology’ In E. Griessler et al. (Eds.), The Regulation of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ies in Europe: Variation, Convergence and Trends. London: Routledge, pp. 45-65.

        Larsen, L. T. (2015). The problematization of fertility treatment: biopolitics and IVF policy in Denmark. Distinktion: Scandinavian Journal of Social Theory, 16(3), 318-336.

        Nordic Council of Ministers (2006). Assisted Reproduction in the Nordic Countries: A comparative study of policies and regulation.

        Pedersen, F. H. (2023). Tacit Concepts of Family in Legislation on Assisted Reproduc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Law, Policy and The Family, 37(1), 1-16.

        The European IVF Monitoring Consortium (EIM) for the 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ESHRE) et al. (2023). ART in Europe, 2019: results generated from European registries by ESHRE. Human Reproduction, 38(12), 2321-2338.

        The European IVF Monitoring Consortium (EIM) for the 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ESHRE) et al. (2024). Survey on ART and IUI: legislation, regulation, funding, and registries in European countries an update. Human Reproduction, 39(9), 1909-1924.

        Retsinformation Denmark. “Proclamation of the Act on Artificial Insemination in connection with medical treatment, diagnostics and research, etc.”, https://www.retsinformation.dk/eli/lta/2006/923 (접속일: 2025.5.20.)

        한겨레(2025.05.19.), “20~30결혼하지 않아도 아이 낳을 수 있다40% 넘겨, ‘비혼 출산동의율 상승”,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198163.html (접속일: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