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군내 성범죄 대응을 위한 독립 기관 설치법안 제출
이지원,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개발보건학 석사
- 영국 군대 내 성범죄 대응 절차는 내부 신고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상명하복 구조와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절차의 신뢰성 및 사건의 효과적 처리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이에 영국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군인의 복지와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독립적인 군 위원회를 설립하고 복무 및 복지 문제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자 『Armed Forces Commissioner Bill 2024-2025』을 발표했다.
- 제이슬리 벡 사건 : 10대 여성 군인 제이슬리 벡(Jasley Beck)의 자살 사건은 군 내 성범죄 대응 체계의 심각한 문제점을 부각했다. 지난 2월 검시관(corner) 니콜라스 라인버그(Nicholas Rheinberg)는 영국 정부가 한 젊은 군인을 상관의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으며, 가해자의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관심이 그녀의 생명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2021년 12월, 제이슬리 벡은 다수 상급자의 지속적인 성폭행, 희롱, 스토킹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전 그녀는 내부 신고를 통해 군의 조사를 받았으나,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가해자인 남성 장교와 중령에게 가장 가벼운 처벌인 반성문 작성을 요구하는 데 그쳤다. 유족들은 국방부를 상대로 재조사를 요청했고, 검시관은 군 내 처리 절차의 체계적 실패(systemic failures)를 지적하며 성폭행 신고에 대한 군의 미흡한 대응이 사망에 일조했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군이 해당 사건을 경찰에 보고하는 대신 내부의 사소한 행정 조치로 처리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후 국방부는 여성 군인의 복지와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성명(inquest)을 발표했지만, 독립 기관 설립을 통한 외부 감시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 제이슬리 벡 사건 이후, 국방부는 군 내 여성들이 여전히 범죄적인 성적 행위의 표적이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2022년 국방부는 국방 중대 범죄 부서(Defence Serious Crime Unit, DSCU)를 사령부 내에 설립하여 성범죄 대응 훈련을 받은 군 간부가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담당하도록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내부 인력에게 직접 고발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으로 인해 신고를 꺼리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피해자 및 증인 보호 부서(Victim and Witness Care Unit, VWCU)를 설립하여 외부 전문가가 사건에 대해 처리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군 내부 조직이라는 한계로 인해 독립적인 조사와 공정한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되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4년 11월, 영국 정부는 독립적인 군 위원회 설립을 통해 군 내 복무 관련 복지 문제를 외부 위원이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Armed Forces Commissioner Bill』을 하원에 제출했다. 특히, 군 내 성범죄 조사 절차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조사 기관의 독립화가 이루어지면, 피해자와 증인 보호가 강화되고, 심각한 불만 사항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법안 논의 과정에서 제이슬리 벡 사건과 검시관의 결론이 언급되며, 군 내 성범죄 대응 시스템 개혁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이 3회 독을 거쳐 상원에서 통과된다면, 왕실의 동의를 거쳐 최종 입법될 예정이다.
- 영국 정부는 해당 법안 도입을 통해 외부 익명 서비스를 제공하여 내부 조사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인 군대의 성차별과 계급 차이에 의한 위력 성범죄 문제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남아있다. 첫째, 독립 조사 기관의 역할과 권한이 군의 기존 지휘 체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필요하다. 군 내부의 위계질서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 법안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둘째,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시스템이 단순히 법률적 개선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군 내 조직문화의 변화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법안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독립 기관이 조사 및 처벌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군 내부의 인식 변화와 문화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며, 피해자가 신고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추가적인 보호 조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군 당국은 단순한 법안 통과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 시행과 제도적 개선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UK GOV (2025.3.18.), “Fundamental changes to Armed Forces processes to better support Women in UK Defence”, https://www.gov.uk/government/news/fundamental-changes-to-armed-forces-processes-to-better-support-women-in-uk-defence (접속일: 2025.3.19.)
-UK Parliament (2025.3.17.), “Armed Forces Commissioner Bill”, https://bills.parliament.uk/bills/3881 (접속일: 2025.3.19.)
-UK Parliament (2025.3.6.), “Written evidence submitted by the Centre for Military Justice”, https://committees.parliament.uk/writtenevidence/138731/pdf/ (접속일: 2025.3.20.)
-The Guardian (2025.2.20.), “UK government may have breached young soldier’s right to life, coroner concludes”, https://www.theguardian.com/uk-news/2025/feb/20/teenage-soldier-jaysley-beck-sexually-assaulted-coroner-concludes (접속일: 2025.3.20.)
-UKDJ (2025.3.12.), “Government enhancing welfare of women in the forces”, https://ukdefencejournal.org.uk/government-enhancing-welfare-of-women-in-the-forces/ (접속일: 202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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