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법원, 한부모 가정의 육아휴직기간 확대 판결
        등록일 2025-03-31

        스페인 법원, 한부모 가정의 육아휴직기간 확대 판결

        -노동자 지원으로서의 육아휴직을 아동의 돌봄 권리로의 관점 전환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정치학과 강사(Lecturer)

        • 지난 1, 스페인 남동부에 위치한 무르시아 지역 고등법원(High Court of Justice of Murcia)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는 두부모 가정의 자녀와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배우자가 있는 두부모 가정과 같은 육아휴직기간을 한부모 가정에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되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판결을 내리게 된 배경과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스페인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던 한 여성은 20221, 무르시아 지역에서 딸을 출산했다. 해당 여성은 한부모였는데, 자신의 딸이 두부모가 자녀 출산시 주어지는 동일한 수준의 부모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추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그러나 사회보장국( National Social Security Institute, INSS)은 그녀의 요청을 거부했고, 해당 여성은 법적 대응을 했으나 1심 사회법원(Social Court)에서 기각됐다. 이후 그녀가 무르시아 고등법원에 항소했고, 승소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 지난 1월 무르시아 고등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부모여도 두부모와 동일하게 총 32주의 육아휴직과 관련 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그녀가 부모로서 사용할 수 있었던 기본 육아휴직과 16주에 추가로 배우자가 있었다면 받았을 16주간의 육아휴직을 포함한 것이다. 무르시아 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자녀 출산 후 신생아 돌봄의 필요성 자체는 어느 형태의 가정이든 동일하며, 그 기간이나 강도 역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한부모 가정의 경우 추가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는 다는 것은 해당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이 부모의 육아휴직을 통해 부모 돌봄을 받는 기간이 더 짧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 이번 무르시아 고등법원의 판결 이후 원고였던 여성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도 동일한 기간의 육아휴직을 통해 동일한 돌봄을 받을 권리가 인정받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어 영광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원고 측 변호사는 원고가 출산한 지 3년이 지난 만큼, 법원이 어떻게 판결을 이행하도록 조치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 언급했다. 과거 거부당한 육아휴직에 대한 재정적인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는 피고측에서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상급 법원에 항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아직까지 사회보장국(INSS)은 해당 판결에 대한 상고까지는 공식적으로 진행하지 않았으나, 판결 내용에 대한 해석 요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는 무르시아 고등법원에 해당 원고 여성이 근로자로서 16주의 육아휴직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아니면 노동법 규정상 10주만 인정될 수도 있는지 명확하게 추가 설명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 무르시아 고등법원이 이러한 판결을 내리게 된 법적 배경으로는 지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언급할 수 있다. 작년 11,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한부모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이 두부모 가정의 아동과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며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 해당 위헌심사는 근로자법(Workers’ Statute)48조 및 사회보장법 일반법(General Social Security Law)177조의 휴가 규정과 관련된 것으로, 헌법재판소가 한부모 가정의 어머니가 출산 및 육아 휴가를 16주 이상 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의 위헌여부를 심사한 것이다.

        • 헌법재판소는 입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공식적으로 현행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한부모 가정의 육아휴직은 자녀를 출산한 여성에게 주어지는 휴가 16주에 다른 부모를 위한 휴가 10주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파블로 부스틴두이(Pablo Bustinduy) 사회적 권리, 소비자 문제, 2030의제 담당 장관(Minister of Social Rights, Consumption and Agenda 2030)은 한부모 가정의 권리 확대를 위한 진전이라며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본 원고에서 소개한 무르시아 고등법원의 판결은 스페인 내 한부모 가정의 육아휴직에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 이번 무르시아 고등법원에 회부된 실질적인 사건에 적용된 것이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기존 16주에 추가로 10주를 더해 총 26주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지만, 무르시아 고등법원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가 두부모 가정과 동일한 육아휴직 혜택과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해석에 기반하여 총 32(기존 16+ 배우자에게 주어질 16)를 인정했다.

        • 한국은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에서 육아휴직 기간과 급여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으면서 한부모가족지원법도 별도로 제정되어 있어 한부모 육아휴직 급여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은 지속적으로 한부모와 두부모 가정의 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해 왔는데, 이번 스페인 사례에서는 한부모 육아휴직을 단순히 근로자를 위한 지원으로 접근하는데 그치지 않고 태어난 아동이 동등한 돌봄의 권리를 갖는다고 해석한 관점을 긍정적으로 참고할 만 할 것이다

        <참고자료>

        ○CNN Espana (2025.1.28.), "La Justicia española reconoce el derecho de una madre soltera a recibir también la pensión paternal", https://cnnespanol.cnn.com/2025/01/28/espana/justicia-espanola-reconoce-derecho-madre-soltera-pension-paternal-orix (접속일: 2025.3.18.)

        ○RTVE (2024.11.6.), "El Constitucional reconoce los permisos ampliados de 26 semanas a todas las familias monoparentales", https://www.rtve.es/noticias/20241106/constitucional-reconoce-permisos-ampliados-26-semanas-familias-monoparentales/16319005.shtml (접속일: 2025.3.18.)

        ○The Guardian (2025.1.20.), "Single mother entitled to same parental leave as couple, Spanish court rules",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5/jan/20/single-mother-entitled-to-same-parental-leave-as-couple-spanish-court-rules (접속일: 2025.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