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결혼의 사회학(Sociologie de la famile et du mariage)
        저자 손승영
        발간호 제033호 통권제목 1991년 겨울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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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1960년대 이래 여권론자(feminists)들로부터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아온 
        사회학자들 중의 한 사람이 탈코트 파슨스(Talcott Parsons)이다. 파슨스의 
        이론에 대한 비판들은 대부분 그의 이론에 역사성이 결여되어 있고, 가족의 
        변천이나 부부의 역할 분화를 기능론적으로만 해석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나 부부관계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주의적 여권론자들은 특히 파슨스의 가족 이론이 어떻게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제도가 계속 유지되는지에 관해 
        전혀 설명하고 있지 않음을 비판한다. 

        파슨스의 이론이 단지 1950년대의 안정된 마국의 중산층을 대변하고 있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 역시 타당하다. 그러나 우리가 
        파슨스를 보수주의자의 대명사인양 취급하여 더 이상 가족 연구와는 관련없는 
        학자로 간주하는 태도는 과연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아직도 서구 사회에는 
        파슨스론이 제시하는 전통적 형태의 가족 유형이 상당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므로 사회 구성원들의 실제 생활을 중심으로 파슨스 이론의 적합성을 따져볼 
        때 우리는 보다 확신감을 가지고 파슨스 이론의 유용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몇몇 사회학자들(Soiulli, Gerstein, Alexander)의 경우에는 
        여권론자들이 이론적 입자의 갈림길에서 통합점을 찾지 못하자, 도외시했던 
        파슨스의 이론을 가족연구에 다시 포함시켜 재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존슨(M. Johnson)과 같은 학자는 파슨스의 거대이론체계 속에서 
        사회주의적 여권론과 급진적 여권론의 상이한 입장을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파슨스 이론의 재해석을 
        위한 시도들을 고려할 때, 앙드레 미셀이 파슨스의 가족이론에 많은 지면을 
        할당하여서 파슨스이론이 현재의 가족과 부부관계의 이해에 지니고 있는 한계와 
        장점을 자세하게 설명한 점은 재해석을 시도하는 학자들에게는 오히려 한 걸음 
        앞서 다양한 경험적 자료를 제공해 주는 느낌도 없지 않다. 

        II. 

        이 책에서 저자는 전반부를 가족이론에 할애하고 있는데, 모간(L. Morgan)에서 
        시작하여 모오스(M. Mauss)에 이르기까지 고전이론을 개괄한 다음, 
        레비스트로스와 티이용(G. Tillion)과 파슨스의 이론을 현대이론으로 정리하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미국과 서구 유럽에 관한 구체적인 조사들을 비교연구의 
        관점에서 잘 제시해 주고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동구 유럽과 소련 그리고 
        중동지역에 관한 경험 연구들까지도 비교의 차원에서 도입하여 다양한 
        지역연구들을 포괄적으로 다룬 것에 이채롭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한국에서 
        최근의 유렵가족들을 소개하는 책자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프랑스 학자인 
        앙드레 미셀이 가족 패턴과 부부관계를 미국과 유럽지역의 경험 연구들을 
        중심으로 분석하여 비교사회학적 관점에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제시한 것도 이 
        책의 커다란 의의로 내세울 수 있다. 

        III. 

        제1장에서는 1930년 이래 북미대륙에서 활발히 진행된 가족과 결혼에 대한 
        경험적 연구에 주로 동원된 새로운 연구방법들을 기술하고 가족 연구에서 
        주요하게 사용되어 온 개념들을 영역별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진화론적 입장을 취하여 역사적으로 그리고 거시적으로 가족의 
        변천을 설명하고 있는 고전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족 연구에 유물론적 
        역사관을 적용하여 경제발전 단계와의 관련성 속에서 가족의 변천을 다룬 모간의 
        이론을 소개한 다음, 저자인 엥겔스(F. Engels)가 모간의 이론을 어떻게 수정 
        보완하여 사유재산제도의 변천에 따라 가부장적 형태의 일부일처제 가족의 
        도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지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장에서는 또한 
        진화론적인 입장을 취하여 산업화 과정에서 가족이 어떻게 대가족에서 
        부부가족으로 단선적으로 축소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뒤르겡(E. Durkheim)과 
        모오스의 이론이 뒤따른다. 제3장에서는 진화론의 입장에서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거시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친족의 문제를 전체 사회구조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레비스트로스, 티이옹과 파슨스의 현대가족이론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근친상간의 금기가 인간의 성본능을 허용하는 
        범주를 규정지음으로써 족외혼을 허용해서 인간 사회를 조직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레비스트로스가 원시인에게 적용되는 '1차 가족구조'라고 할 수 
        있는 족외혼 규범의 형성과정을 설명하는 반면, 티이옹은 그 이후에 설립된 
        족내혼 형태인 '2차 가족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록 티이옹이 
        족외혼으로부터 족내혼으로의 이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나 그는 '1차 
        가족구조'와 '2차가족구조'의 공존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함으로써 단선적 
        진화론의 입장은 피한다. 앞서 소개한 이론가들에 비해 훨씬 최근의 서구 
        사회를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파슨스는 가족의 기능과 구조 및 남녀 역할 
        차이를 중심으로 이론을 펴나가고 있다. 파슨스 이론의 요지는 사회 각 기관의 
        기능 분화와 전문화에 의해 가족도 출산과 자녀양육의 기능을 중심으로 축소되며 
        가족 내에서도 부부간의 역할 분화가 잘 이루어져서 남성은 가족의 생계 유지를 
        경제적으로 책임지는 '도구적 역할'(instrumental roles)의 수행자인 한편 
        여성은 가사의 자녀양욱의 책임자로 '표현적 역할'(expressive roles)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가족에 관련된 고전 이론과 현대이론을 소개한 다음 제4장과 
        5장에서 미셀은 미국과 서구 유럽에서 행해진 가족에 관한 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파슨스의 이론과 개념 영역을 적용하여 서구 산업사회에서의 도시 가족의 기능을 
        구조를 분석하였다. 첫째, 가족의 기능 분석을 위해 아동의 사회화와 성인 
        인성의 안정화에 관련된 연구들을 고찰한 결과 이 책에서는 파슨스 유형의 
        성역할 습득이 자녀에게는 자율성을 억제하는 계기가 되고 양성간에는 불평등을 
        증가시킴으로써 가족이 아동의 사회화와 성인의 인성 안정화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파슨스 가족유형의 한계성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 현대 
        가족구조의 비교를 위해 부부가족의 친족과의 고립현상, 가족의 합리성, 성역할 
        구분의 세가지 측면에서 파슨스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셀은 
        파슨스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부부가족이 친족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밝히는 한편, 전업주부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교외로 이주한 
        여성들이 겪는 고독감을 예로 들어 핵가족의 역기능적인 측면도 고려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제6장에서는 결혼에 의해 창출된 가족제도내에서 가족성원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있는지를 혼인, 이혼, 재혼과 독신생활 및 출산, 편부모가족, 맞벌이 
        가족을 중심으로 사회인구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제7장에서는 앞에서 고찰한 여러 경험적 사실들을 종합하면서 미셀은 
        부부관계를 새로이 정의하고 있다. 파슨스가 가족을 합의와 안정의 장소로 
        파악하는 바와는 달리 미셀은 가족 성원간의 상이한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타협과 협상이 오가는 역동적인 교환의 장으로 가족을 
        해석하고 있다. 이에 이 책에서는 블러드와 울프(R. Blood와 R.Wolfe)의 
        자원이론과 히어(D.Heer)의 교환이론을 부부간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이론들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미셀은 파슨스의 전통적 성역할 유형에 
        교환론을 접목시켜 상호성 이론을 개발한 스캔조니(J.Scanzoni)의 경우 교환을 
        총체적이며 전인적인 관계에서 폭넓게 살피고 있지 못함을 비판하고 있다. 
        제8장에서는 부부의 상호관계를 경험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부부간의 적응을 예측하고 분석하기 위해서 여성의 직업적 지위가 부부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와 함께 결혼에 대한 여성의 만족정도를 
        생애주기별로 살피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경험적 연구들의 종합 결과 서구가족들의 구조적인 
        유형과 기능적 유형이 상당히 유사하게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발달과정이 다른 나라들에는 잘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새로이 
        늘어나고 있는 대안적 가족 형태를 포괄하는 데 기존의 가족에 대한 연구들이 
        이론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미셀은 여러 형태의 다양한 
        현대 가족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가족이론이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V. 

        이상에서 대략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책은 가족이론과 경험조사를 함께 
        다룸으로써 거시적 차원과 미시적 차원에서의 연구들을 종합하고 있다. 다양한 
        이론들을 중심으로 가족의 변천 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파슨스가 
        가족이론을 제시한 후에 서구 산업사회에서의 가족 구조와 기능 및 가족 성원간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천되었는지를 아울러 검토하고 있다. 간략히 결론짓자면, 
        이 책에서는 파슨스 가족이론의 적용 가능성 여부의 타진과 함께 파슨스의 가족 
        이론이 발표된 후에 서구가족들이 겪은 변천을 동시에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셀이 비교적 폭넓게 가족과 결혼에 관련된 사회학적 연구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파슨스 이후의 이론에 대해서는 단지 도로시 
        스미스(Dorothy Smith)의 이론만 아주 짧게 소개하고 있을 뿐이며, 1960년대 
        말부터 가족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온 비판 사회학적 관점이나 
        여권론적 입장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을 가할 수 있다. 
        이는 어떠한 의미에서는 우리에게는 이미 고전이 되어 버린 파슨스의 이론 
        체계나 개념들만으로는 현대 가족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경험적 사실들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역동성 있게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이 
        파슨스이론의 비판적 수용만으로 끝나며 새로운 관점에서의 가족학 이론의 
        정립을 단순히 과제로만 남겨놓은 점은 읽는 이로 하여금 아쉬움을 느끼게 
        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서구 사회에서의 가족과 결혼에 관련된 구체적인 경험적 사실들에 
        관해서는 이 책의 3판이 출판된 해인 1986년 바로 직전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으므로, 결혼과 부부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가족연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충실한 입문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여러 나라의 
        사례들의 비교를 통하여 가족과 결혼에 관련된 제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사회 
        인구학적으로 그리고 가족 성원간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점을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높이 사면서 비교사회학적 입장에서 가족과 결혼을 
        고찰하고자 하는 가족학 연구자에게는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 

        끝으로 이 책이 발간된지 채 일년이 지나기도 전에 수정판의 출판에 착수하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변화순, 김현주 두 역자의 열의가 돋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