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소상인 가족의 생계유지 방식과 여성
        저자 박민자
        발간호 제032호 통권제목 1991년 가을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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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Ⅰ. 서론 
        Ⅱ. 연구방법 및 대상 
        Ⅲ. 자영소상인 계급의 형성과정 
        Ⅳ. 자영소상인 가족의 생계유지 방식과 여성 
        Ⅴ. 여성에 대한 억압체계 
        Ⅵ. 요약 및 논의 

        I. 서론 

        최근 한국에서의 가족연구는 상당한 방향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1970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가족연구자들은 가족내의 부부관계, 부모자녀관계 등 주로 인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구조기능론자들의 성별분업실태를 기술, 확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그것을 비판하는 시도를 한 연구중에는 
        가족내 여성들의 위치를 가사역할분담, 의사결정 등을 통해서 규정해 보려는 
        노력을 하였으나 극히 정태적인 분석이었던 관계로 그들의 억압받은 위치를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연구대상이 극히 일부의 
        연구를 제외하고는 도시 중간계층가족이었기 때문에 농민가족이나 도시 
        저소득층가족에서 나타나는 가족밖의 생산관계나 노동형태 등과 관련된 가족내의 
        제반 문제들을 무시하거나 간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1980년대 이후 서구의 비판론적 시각을 도입하고 그에 영향을 받은 일부 
        연구자들은 가족과 관련된 제반 형태를 비록 그것이 가족내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도 사회적 맥락에서 위치지어지고 역사적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가족은 
        가족밖의 사회세계와 분리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을 갖고 가족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주: 가족에 대한 접근방법과 시각에 관한 다양한 논의는 
        D.H.J.Morgan(1985), The Family, Politics and Social Theory(London: 
        Routledge and Kega Paul) 참고할것.) 특히 여권론적 시각을 가진 연구자들의 
        주된 관심은 가족이란 하나의 억압적 제도이고 가족밖의 더 큰 억압구조와 
        연계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주: 이들은 대부분 마르크스주의 여권론자들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Jane Humphries, Veronica Beechy, Lourdes Benerla등이 
        대표적이다) 가족은 계급적, 성적 불평등관계까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계급이나 빈곤계급이 적합한 연구의 대상이라고 보고 주로 저소득층 
        노동자계급을 연구의 대상으로 하였다.(주: 정이환, 팽경인, 김애령 등의 연구가 
        그 예이다) 다시 말하면 가족내 여성의 억압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적 
        체계에 의한 억압을 자본과 직접 관련이 있는 노동자계급 가족이나 주변 
        계급가족인 빈곤층의 가족을 통해서 보려는 노력을 말한다. 

        이것은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마르크스의 계급론을 이원화해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 계급만이 자본주의사회의 계급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연구경향 때문에 같은 저소득층이면서도 주변화되거나 간과된 
        계층의 가족이 영세자영인 가족이다. 

        본 연구는 이들 중 자영소상인 가족을 연구의 대상으로 한다. 이들의 
        생계유지 방식은 빈곤층 가족이나 농민가족과 마찬가지로 아내인 여성 노동력이 
        생계유지 생산노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생계유지를 할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부부가 동일한 공간에서 24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특징이며 그러한 
        생계유지 방식속에서 이들 자영소상인 가족의 여성은 생계유지 생산노동 외에 
        가사노동까지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담당하는 생계유지 
        생산노동은 소규모의 영세자본과 부부의 노동력인 인적자본을 기반으로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가게내에서 이루어지는 판매와 관련된 노동으로 
        무급노동인것이 특징이고 가사노동 역시 무급노동인 것이 특징이다. 

        이와같이 한 가족 또는 가구의 생계유지를 위해서 독특한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들은 가족내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을까? 구조기능론자들은 남성은 
        생계유지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여성은 정서적 표출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가족내의 성별분업은 자연스럽다고 보고 그 결과 권력적인 측면에서 여성은 
        대등할 수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생계유지역할을 부부가 공히 
        담당하는 자영소상인 가족의 여성은 어떠한 위치에 있을까?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까?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본 연구는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와같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가족 또는 가구의 생계유지에 경제적으로 어떻게 참여하고 
        기여하고 있는가를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는 실제로 그들이 가족내의 
        역할분담면이나 의사결정면에서 그리고 기타의 권력관계면에서 얼마만큼의 
        평등을 누리는가를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것은 단순히 어느 단편만을 떼어 
        내어서 분석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족내의 제반 행태는 가족 밖의 사회구조적 
        요소와 가족내의 인적, 물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소득과 소비활동에 
        참여하는 과정, 가족내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 권력관계가 이루어지는 
        과정 등 일상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당연시 하지않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체계적으로 정리 기술하는 방법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II. 연구방법 및 연구대상 

        자영소상인 가족의 생계유지방식을 여성과 관련하여 규명하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성적, 계급적으로 어떻게 억압을 받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주 목적인 본 
        연구는 질적 조사방법을 사용하였다. 분석하고자 하는 내용이 인과관계를 
        규정하거나 특정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을 기술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양적 조사방법 보다는 질적 조사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필요한 정보들이 복잡하고 극히 사적인 
        경우 한 두줄의 문장으로 그 모든 것을 파악해 내기가 힘든 일이어서 
        심층면접방법을 사용하였다. 물론 한 대상을 연구하는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양적 조사방법과 질적 조사방법을 다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각 
        방법의 제한점을 보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사례를 중심으로 심층면접조사를 하는 질적 조사방법만을 택하였다. 
        따라서 대표성 있는 표본을 연구대상으로 하지 못했고 때문에 조사결과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제한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기술을 
        함으로써 그들의 생계유지방식과 여성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심층면접조사는 구조화된 질문지를 갖고 일차적으로 여성을 주면접대상으로 
        하였다. 필요한 사항이 있을 때는 남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하였다. 

        조사기간은 1991년 7월부터 8월까지였다. 조사대상은 자영소상인 중에서도 
        소액의 자본으로, 가게를 소유하지 않고 임대하며, 고용인을 두지않고 부인과 
        가구주가 전적으로 운영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하였다. 또한 작은 액수지만 일단 
        고정된 자본금과 일정한 영업장소가 있으며 고정시설을 갖고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이것은 노점상이나 행상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조사된 사례는 생선가게, 과일가게, 야채가게, 헌옷수선가게(주: 이 가게의 
        노동내용은 판매라기 보다는 서비스이다. 그럼에도 자녀양육 방식이 특이하여 
        조사사례로 선정하였다.), 정육점 등 다섯 사례이다. 이들은 모두 그 가게의 
        주인 부부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소개를 받은 것이며 며칠전에 미리 
        그들과 약속한 뒤 약속된 시간에 방문하여 가게 현장에서 면접조사하였다. 



        III. 자영소상인 계급의 형성과정 

        자영소상인가족의 생계유지 방식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 가족이 
        한국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위치 지워지고 영향받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판매업이 자본주의사회 체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무엇이고 
        자영업이라는 직업이 차지하는 계급적 위치는 무엇인가? 자영업 특히 
        영세자영판매업이 어떻게 창출되고 지속되고 있는가를 한국의 사회, 경제적 
        구조와 관련시켜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판매업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재생산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상품생산과정에서 잉여가치가 창출되어야 하고 이들 
        잉여가치는 생산된 상품이 유통을 통해 최종소비자의 손에 전달됨으로써 
        실현된다. 전자의 잉여가치 창출은 생산과정에 직접 몰입되어 있는 생산직 
        임금노동자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후자의 실현은 상인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자본이 집중화되고 집중규모가 대량화되면 상업종사자들의 고용이 늘어난다. 
        따라서 생산부문 뿐 아니라 유통부문은 자본주의의 사회구성체를 이루는 
        근간이다.(주: 마르크스는 유통과정의 필수성을 화폐자본 회로도식으로 
        설명한다. 자세한 것은 K.Marx(1976), Capital, Vol.II(New York: Vintage 
        Books)을, 자본주의사회체계에서 판매업의 위치에 대해서는 박민자(1988), 
        "자영상인 가족의 노동력 재생산 방식에 관한 연구", 이화여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pp.45-46참고할 것.) 

        이러한 유통을 담당하고 사람들 중의 일부인 자영상인은 자기 일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은 수송, 보관, 판매를 도와주는 가족노동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영세상인 경우 그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긴 장사시간을 
        유지하는데 가족노동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Alison M.Scott(1979):119) 

        이러한 자영상인은 쁘띠부르조아지라는 계급으로 분류된다. 쁘띠부르조아지란 
        자신이 이룬 제한된 양의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통제하며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얻은 이윤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주: 쁘띠부르조아지 분류 방식은 
        학자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자세한 논의는 F. Bechhoffer and 
        Eliott(1976), N.Poulantzes(1973), 그리고 E.D.Wright(1976)글을 참고할 것.) 

        자본주의 발전의 보편성에 관한 명제에 의하면 자본축적은 더욱더 많은 인구를 
        자본에 의해 조직된 임금노동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쁘띠부르조아지들은 
        생산수단을 박탈당하고 자신의 노동력을 시장에 파는 것외엔 대안이 없는 상태로 
        분해된다(Dale Johnson, 1982:34). 다시 말하면 기존의 중간계급 해체를 통한 
        양극화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제에 의해 오랜동안 쁘띠부르조아지 계급은 사라진다고 보았고 
        그것은 정치적으로 무력하며 경제적으로는 사소한 것이며 구식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근대의 연구들은 제조업, 판매업, 서비스업 등을 포함한 
        자영업부문이 계속 활기를 띠고 있고 특히 판매업 종사자, 그중에서도 소매업 
        종사자의 절대수와 사업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주: 
        자영판매업, 특히 영세자영 판매업의 증가 추이에 관해서는 박민자(1988), 
        pp.49-80을 참고할것.) 이들 자영영세상인이 창출, 지속되는 과정은 우리나라의 
        자본축적과정과 관련해서 설명되어 진다. 

        우리나라는 1962년 정부주도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수립,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공업화가 추진되었다. 자본, 자원, 기술, 그 어느것도 갖지 못하고 
        값싼 양질의 노동력만 가진 상태에서 자본, 원자재, 기술 심지어 시장까지도 
        해외에 의존해야했고 값싼 노동력의 풍부한 공급만이 우리가 갖고 있는 
        자본재생산의 기본요건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선진국 자본이나 국내자본이 
        우리에게서 필요로 했던 것은 양질의 값싼 노동력이었고,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저농산물가격 정책이 뒤따라야 했으며, 동시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곡도입이 이루어져야 했다. 이것은 결국 곡가를 낮춤으로써 도시노동자의 
        노동력재생산비용을 낮추고 그렇게 하여 저임금 유지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농촌의 낙후현상으로 도시-농촌간의 상대적 소득격차를 확대시킴으로써 다량의 
        노동력을 농촌으로부터 유출시켰다. 이들 농촌에서 유출되는 노동력은 대부분 
        농가수지의 악화에 따라 생계유지가 어렵게 된 영세농 및 소농들이었다. 이렇게 
        도시로 방출된 이농인구는 도시의 공업부문에 바로 흡수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공업화는 외국자본 및 기술도입에 의해 추진된 것이기 
        때문에 노동력 공급에 비해 수요는 훨씬 못미치게 된 것이다. 이들 공업부문에 
        흡수되지 못한 대량의 노동력이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는 것은 
        비공식부문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이농 노동인구는 저학력, 무기술, 무자본인 
        것이 특징이었기 때문에 비공식부문 중에서도 하층부분에 거의 몰리게 된다. 즉 
        영세 자영업이나 주변계급인 행상, 노점상 등에 몰리게 된다. 이러한 업종들은 
        대체로 노동집약적일 뿐 아니라 대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어려운 산업이 
        대부분이고 따라서 공식부문이 직접 손대지 않는 부분이다. 큰 자본이나 기술이 
        없이도 영세점포와 영세서비스업체를 설립, 운영할 수 있고 따라서 이농 
        노동인구를 흡수하기에 알맞다. 

        이러한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었던 비공식부문은 자본축적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의 경우 축적된 자본의 규모가 경제의 전면적 공식화를 달성할 만큼 
        크지 못하다는 점에서, 다른 하나는 종속적 발전을 겪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공식화과정이 진행되면서도 그 공식화에 포함되지 못하는 방대한 노동인구와 
        경제활동이 존재하는 것이 자본축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계속 유지될 수 
        있다(최재현, 1986:354).(주: 공식부문과 비공식부문과의 관계 및 비공식부문이 
        자본축척에 기여하기 때문에 창출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논의는 R.Bromley and 
        C.Gerry(1979), eds. Casual Work and Poverty in Third World Cities(New York: 
        John Wiley and Sons)와 허석렬, 이효재(역)(1983), 「제3세계의 도시화와 
        빈곤」(서울:한길사)을 참고할 것.) 

        이와같이 자본의 구조적 요인에 의해 창출, 지속되는 쁘띠부르조아지 계급에 
        위치지워지는 자영소상인 가족은 어떤 방식으로 재생산되는가? 다음 장에서는 
        그들의 생계유지 방식을 여성과 관련하여 분석한다. 



        IV. 자영소상인 가족의 생계유지 방식과 여성 

        1. 생계유지 비용으로서의 임금와 이윤 

        자본주의사회에서 보통 노동자는 노동력을 판매하고 그 댓가를 지불받는 
        임금으로 생계유지를 한다. 즉 임금을 가지고 생계수단인 생활물자를 구매하고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노동력 뿐 아니라 아내와 자녀들의 노동력을 
        재생산한다. 노동력 재생산이란 노동력 생산의 반복으로서 곧 생계유지를 
        의미한다. (주: 노동력 재생산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박민자(1988)를 참고할 
        것.) 

        본래 임금이란 노동자의 노동력 가치의 양을 표현한 것이고 노동력 가치는 
        특정 물품의 생산과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규정된다. 그러나 
        노동력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노동자의 생계수단인 물자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으로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가구수를 포함한 가족성원의 노동력재생산비용으로 간주되어 지불되는 
        임금속에는 가족성원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된 물자구입 비용만 
        계산되었을 뿐 그 물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다시 말하면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필요노동부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노동은 자본주의적 
        생산부문에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데에 더 많은 임금노동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생계유지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즉, 임금을 
        낮춘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노동력 판매 대가로 받은 임금이 그 가족의 실제 
        생계비용과 동일할 수 없는 이유를 시사한다. 실제로 자본은 임금을 부단히 
        생존비 이하로 끌어내리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동력 최저가치 만큼도 
        되지 않는다.(Marx, 1973:572) 

        이와같이 필요한 만큼의 생계비용이 임금으로 지불되지 않는 경우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가구주인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연장하여 근무하는 장시간 
        노동방식이나 아니면 가구주 외의 가족성원이 임금노동자가 되는 방식을 
        전략으로 한다. 

        한편 자영소상인 가족의 생계유지 방식은 어떠한가? 자영소상인은 기본적으로 
        자기 노동력을 스스로 고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금노동자와 구별된다. 즉 
        이들은 소액의 상업자본금을 갖고 자기 노동력을 스스로 
        고용하는(self-employed) 특성 때문에 그들이 취하는 이윤속에는 상인으로서 
        얻게 되는 것과 상업 임금노동자로서 얻게 되는 부분이 통합되어 있다. 

        상인으로서 얻는 이윤이란 자기가 투자한 자본에 대한 비교적 고정된 
        마진율이라는 상업이윤을 말한다. 이 이윤의 원천은 상품매매가격의 차이인데, 
        자본가들이 생산노동자들로부터 수탈한 잉여가치의 일부분을 그들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이?? 이전하는 부분이란 상인이 자본가에게 상품대가로 지불한 
        실제가격과 상인이 그 상품을 다시 파는 가격과의 차이를 말한다.(Marx, 1973: 
        chap 1) 이 이윤은 상업임금노동자로서 수행하는 노동의 대가로 얻는 것이다. 
        그 노동은 상품을 운반하고, 짐을 풀고 묶고, 진열하는 둥 판매를 준비하는 
        노동과 판매를 준비하는 노동이다. 상인들은 자신의 노동대가를 전유한다. 

        이 노동은 두가지 의미에서 경제잉여를 창출한다. 하나는 상인인 본인에게 
        이윤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즉 자신의 무급노동때문에 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보다 신속하게 자신의 영세자금을 회전시킬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상업자본가에게 잉여가치 실현비용을 감소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잉여를 증대시킨다. 무급노동을 더 많이 실현하게 하는 대행자가 된다. 이것은 
        임금노동과는 다른 방법으로 자본의 축적에 기여하고 간접적으로 억압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상인들은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착취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노동을 직접 전유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경제적 억압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G. Carchedi, 1975). 

        이러한 특성으로 보아서 자영소상인들의 노동력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이윤이 
        가구주와 가족의 생계유지비용과 동일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들의 생계유지 
        전략은 아내의 노동력 투입과 노동시간을 늘리는 긴 장사시간이다. 이것은 
        형식면에서 임금노동자들의 전략과 다를 바 없다. 그러면 실제로 자영소상인 
        가족의 생계유지방식은 무엇이고 여성들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사례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하기로 한다. 

        2. 자영소상인 가족의 생계유지와 아내들 
        가. 일반적 사항 및 가족 형성 
        본 사례들은 부부 모두가 30대이고 평균 2명의 자녀들과 핵가족을 이루고 
        있지만 <사례4>처럼 시부모를 모시고 살거나 <사례2>처럼 친정동생을 데리고 
        살기도 한다. 이들은 방1개 또는 2개를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3가구에서부터 4가구, 7가구, 9가구까지도 같이 사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이것은 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서 제1차적으로 하는 지출극소화 
        방식이다. 
        이들은 대부분 극민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학교 중퇴, 또는 졸업하고(<사례5>만 
        남편은 대졸, 아내는 고졸이다) 주로 비공식 부문에 취업하고 있다가 비슷한 
        계급적 위치에 있었던 현재의 남편들은 만나서 대체로 짧은 교제기간을 거쳐 
        동거로 들어가는 등 혼인생활을 시작하였다. 보통 친구의 오빠이거나 오빠의 
        친구, 친척의 친구 아니면 직장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나 연애를 하였다. 

        <사례4>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방에서 서울로 이입해와 객지생활을 하던 이들은 
        <사례3>의 말대로 "외롭고 돈도 별로 없고"해 "쉽게 만나지고 살게 된 것"도 
        혼인 이전부터 이들이 가졌던 생존전략인지도 모른다. 

        자영소상인의 공통된 특징은 다양한 직업경로이다.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들이 
        모두 비공식 부문에서의 임금노동이거나 자영업인 것도 공통점이고 지금의 
        직종이 최초에 가졌던 직종과 유사한 것, 형제들이나 부모, 친척 또는 이웃의 
        알선으로 최초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예컨대 <사례1>은 
        시동생이 생선트럭 장사를 하고 있고, <사례3>은 남편은 맏형의 양복점에서, 
        아내는 이웃 언니의 알선으로 양장점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례4>의 
        경우 야채장사를 하던 시부모와 일을 같이 하기 시작했고 <사례3>은 닭장사를 
        하는 이모집에서 일을 했던 것이 현재의 일을 하게 된 직접적 계기였다. 
        <사례5>만이 그의 학력에 맞게 비공식부문의 경영직에 취업했었으나 결국 현재의 
        직업으로의 전환은 농수산물센터에서 야채 중간상인을 하는 장인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가게를 시작할 때 사금융(사채)을 통해서 자본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사례3>이나 <사례4>처럼 아내의 형제나 친구, 
        친척들에게서 빌리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들이 이자율이 더 낮은 제도금융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절차가 복잡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아예 그런 
        방법은 자신들을 위해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듯 하다. 

        나. 생계유지 방식 
        자영소장인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저소득층들과 마찬가지로 지출을 
        최소화하고 소득은 극대화하는 노력을 한다. 식생활, 의생활, 주생활 모두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요만을 충족하면서 살고 있는 형편이다. 매일 
        식사반찬은 김치나 야채무침 같은 것이 주류이고 매일 돈을 만질수 있는 
        여건이기에 고기는 별로 구애받지 않고 먹는 편이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가장 
        손쉬운 요리방법을 택한다. 매식이나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 것, 식사 외에는 
        커피, 홍차, 과일 등 기호식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이 공통된 특징이다. 
        의복구입의 필요성 조차 느끼지 않기 때문에 "대강 얻어서 입는 등", 의생활 
        비용이 거의 안드는 것, 방 1~2개에서 식구가 다 같이 지내는 것 등 기본적인 
        생활외에도 신문구독, 잡지구독, 영화구경, 가족단위여가 등과 같은 
        문화생활이나 여가생활은 전혀 없다. 

        생활비 지출 내용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지출 극소화를 위해 절약생활을 
        하는가를 알 수 있다. 대부분 가족이 소득의 절반이상은 저축을 한다. 삶의 
        기본조건인 주거비가 그다음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다. 자녀 교육비, 쌀값의 
        순서이고 문화교제비, 피복비명으로 지출되는 것은 거의 없다. 

        한편 소득을 극대화하는 방식과 거기에 아내는 얼만큼 기여하는가를 보기위해 
        부부의 하루 시간대 별로 하는 일을 파악하였다. 자영상인들의 주소득 원천이 
        상품매매가격의 차이에 의한 상업이윤에 있음은 이미 앞에서 밝혔다. 그러나 
        구입 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는 거의 15~20%의 마진율로 고정되어 있다시피 
        하고, 또 그들의 상업행위가 완전경쟁이기 때문에 가격의 차이에서 특별한 
        소득을 올릴 수는 없다. 다만 판매량을 증대하는 것이 유일한 
        소득증대방식이다.(주: 물론 다른 가족성원들의 임금이나, 부동산 임대료, 
        현금이자와 같은 재산을 통한 소득이 있을 수 있으나 본 조사사례들은 자녀들이 
        어리기 때문에 기타 가족의 소득이 없음은 물론, 재산 소득도 특별히 없었다.) 

        자영소상인들은 판매량을 증대하기 위해 아내를 무급노동자로 사용하여 
        장사시간을 늘린다. 매일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연중 휴일이 없는 것이 
        소득증대의 전략이다. 자영소상인 가족의 아내들은, 판매품목이나 가족주기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 아침 6시쯤 일어나서 아침밥 해서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7~8시 사이에 가게문을 열면 가게문을 닫는 밤 12시까지는 가게의 
        판매노동과 가사노동을 번갈아 가면서 쉴새 없이 해야한다. 야채, 과일, 
        생선상인가족의 남편들은 새벽3~4시 사이에 물건을 떼러가기 위해 집을 출발하여 
        물건을 구입해서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이다. 이 시간은 
        도매센터와 살림집, 그리고 가게와의 거리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정육점의 
        경우는 1주일 한두번 정도 지방에 가서 소를 구입, 도축해서 운반해 오는데까지 
        24시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다. 주로 밤 11시쯤 출발해서 그 이튿날 밤 비슷한 
        시각에 도착한다. 

        남편들은 이렇게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낮시간에는 낮잠자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아내들은 가게 문 열고, 청소하고, 물건정리하고 판매하고, 때에 맞추어 
        식사준비하고 설겆이 하고 틈틈이 자녀를 보살피고 공부를 돌보아 주는 일을 
        보면 남편에 비해 훨씬 많은 일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아내들은 
        가게에서는 남편과 똑같은 양의 일을 하고 거기에다 가사노동까지를 담당한다. 
        <사례1>의 경우는 현재 남편이 간 질환으로 입원했기 때문에 평소에 남편이 하던 
        몫까지를 모두 수행한다. 

        휴일이 있는 가족의 경우 휴일에도 아내의 일은 계속된다. 김치 담그는 일, 
        밀린 큰 빨래를 하는 일, 대청소 등을 한다. 남편들은 문자 그대로 쉬는 
        날이다. 그들의 노동력은 하루 16시간 이상 일년 365일 '풀가동'되는 셈이다. 
        아내들의 생계유지에 기여하는 방식은 다음 사례들에서 보다 역동적이고 
        구체적으로 고찰된다. 

        사례1: 생선가게 가족 
        ㄱ부인은 남편과 함께 두평반 되는 장소에서 생선가게를 한다. 보증금 
        700만원에 월세 10만원이 가게 임대료이다. 이 가게는 서울 강동의 한 중산층 
        아파트의 지하상가에 위치해 있고 생선을 취급하는 슈퍼마?이 근접해 있다. 
        ㄱ씨는 현재 만 38세, 남편은 40세이며 13살(중1), 6살난 두아들을 두었다. 

        ㄱ씨는 충남 예산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서울에 올라와서 조그만 회사에서 
        '물품검사담당'의 일을 하였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그 회사의 사장 동생되는 
        현재의 남편과 혼인을 하였다. 남편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혼인 
        당시 그의 직업은 그 회사의 '총무'였지만 월급도 없이 형님을 도와주는 듯했고 
        겨우 용돈이나 타쓰는 형편이었기에 별로 깊게 관계를 갖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교제라고 한것은 3년이 되었다. 하루는 그 사람이 아프다고 해서 집으로 
        병문안을 갔었다. ㄱ씨가 들어가자 남편의 어머니가 어디론가 나가버리고 
        둘이만 남아있던 중 성관계를 갖게 되었고, 그것이 임신으로 연결되어 임신을 
        하고 말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진짜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임신했다는 이유 하나때문에 혼인을 했다. 혼인 당시 나이는 ㄱ씨가 25세, 
        남편은 27세이었다. 혼인 한 뒤 ㄱ씨는 집에 들어앉게 되었고 남편은 
        담배가게.생선트럭장사.자동차 부품장사 등 여러개의 직업을 거쳐 오늘의 
        생선가게를 하게 되었는데 남편이 "기술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성격적으로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해서 힘은 들지만" 결국은 이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남편은 여러가지로 속을 썩이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술을 많이 먹고 친구들만 좋아하며 돈버는 일 보다는 쓰는 일에 더 치중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남편이 주된 생계유지자였던 기간보다는 자신이 생계유지를 
        담당한 기간이 더 많다. 면접할 당시도 남편은 간질환으로 입원중이었고 이틀 
        후에 퇴원한다고 했다. 혼인한 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담배가게를 했을 
        때도 담배가게를 여는데 필요한 돈은 ㄱ씨가 친구에게서 빌어온 돈이었다. 
        친정이 시골에서 정미소를 하였기 때문에 친구들은 친정의 경제적 여건을 믿고 
        돈을 빌려 주었다. 그것도 잘 안되어 남편이 시동생과 함께 차로 생선장사를 
        하다 그만 두었고 다시 ㄱ씨는 가족생계유지를 위해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그녀가 시작했던 일은 구청에서 운영하는 부녀복지관에 등록해서 6개월 코스의 
        한복제조를 배우는 일이었다. 6개월간 열심히 한 까닭에 선생님에게 잘 보여서 
        선생님이 운영하는 한복집에서 낮에는 실습, 밤에는 "시다"노릇을 1년동안 한 뒤 
        드디어 일거리를 맡게 되었다. 시다생활을 하면서 오후에 퇴근할 때 치마감을 
        2개씩 가져오게 되었고 집에 와서는 밤시간을 이용해서 치마를 만들었다. 
        한개에 5,000원씩 매일 10,000원의 수입을 올린 셈이다. 

        ㄱ씨가 이렇게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을 지켜보던 남편은 깨우침이 
        있었던지 일거리를 스스로 찾게 되었고 신문광고에 난 가게자리를 보고 찾아온 
        것이 바로 현재의 가게이다. ㄱ씨와는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일을 저질렀으나 
        상당히 여유있게 살고 있는 시댁의 남자형제들은 ㄱ씨 남편의 주벽때문에 선뜻 
        돈을 빌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ㄱ씨가 같이 장사를 한다면 도와 
        주겠다는 제의가 와서 결국 이제 막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바느질 일을 
        그만두고 현재의 가게일에 뛰어들게 되었다. 지금은 남편이 입원해 있기 때문에 
        혼자서 가게를 운영한다. 입원해 있는 남편은 시어머니가 간호를 해 주신다. 

        ㄱ씨의 하루는 새벽3시에 시작된다. 근처에 살면서 생선트럭장사를 하는 
        시동생이 그 시간에 농수산물 시장까지 태워다 준다. 물건을 해서 가게까지 
        실어다 주는 시간이 6시 20분쯤, 물건을 가게 안에 내려놓고 다시 집으로 간다. 
        6시 반에 밥해서 아이들 먹이고 도시락 싸서 큰아들 학교에 보내고 작은 아들 
        학원에 보낸 뒤 9시쯤 집을 출발하여 가게에 도착하면 9시 20분이다. 물건을 
        진열대에 정리한 뒤 손님들을 맞이한다. 손님들에게는 속이지 않고 폭리 취하지 
        않고 양심껏 싱싱한 물건으로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 "작은 장사"니까 폭리 
        취할 수도 없고 "싱싱한 물건 갖다 놓을수록 마진율은 작지만" 그러나 좀 비싸도 
        신선한 물건을 갖다 놓는 것을 소득증대의 전략으로 한다. 낮시간에 손님이 없을 
        때는 부근가게들에서 빌린 여성잡지를 보거나 졸기도 하고 상가내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9시에 가게문을 닫고 퇴근해서 집에 가면 집안정리, 빨래 
        등을 하고 10-11시 사이에 취침한다. 빨래는 보통 아침 또는 퇴근후에 한다. 
        남편이 같이 할때는 물건 떼오는 일은 남편 전담이었고 물건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판매하는 일은 ㄱ씨가 주로 하였다. 가게는 한달에 한번 꼴로 쉬는데 
        쉬는 날에는 남편은 잠자는 것이 보통이고 ㄱ씨는 밀린 집안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한다. 쉬는 날이라고 해서 부부가 공동으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친척방문도 각각한다. ㄱ씨는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 기본적인 생활만 한다. 
        "먹는 것, 입는 것에서 모두 줄인다." 생선장사를 하는 덕분에 생선은 거의 
        매일 먹고 고기도 먹고 싶으면 먹겠지만 별로 먹고 싶지 않다. 외식 안하고 
        있는 반찬에 먹으니까 먹는데는 별로 돈이 안든다. 다만 아이 도시락에서는 
        신경을 쓰는 편으로 도시락 반찬에는 김치, 김, 돈까스, 햄 등을 번갈아가며 
        싸준다. 아이들 간식은 집에서 하얀 빵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감자, 고구마를 
        삶아 준다. 옷은 주로 얻어 입히고 큰아이의 경우 교복이 있으니까 따로 특별히 
        구입하지 않지만 어쩌다 구입하는 경우에는 "보통 2,000원짜리"를 집동네 싸구려 
        가게에서 구입한다. 어른들의 경우에는 거의 안사입는다. "지금 입고 있는 
        청바지도 고객이 딸 입던 것을 갖다 주어서 입은 것이다." 

        현재 직업은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하는 
        것이다. 남편이 "더 의존하려 하는 것", 새벽에 나와서 저녁에 9시 넘어서 
        들어가기 때문에 가끔 전화로만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체크해야 되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이 이 직업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육체노동이나 농사일 등에 비교해서 힘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소득이 괜찮다. 그렇다고 해서 자녀들에게 이 직업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 하도록 해주겠지만 
        가능하면 육체노동이 아닌 "머리로 사는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평균 매출액이 30만원 정도이고 마진율은 10~15%이다. 한달 평균소득은 
        100만원 정도이다. 이 중에서 아이들 교육비가 가장 많이 지출되고 그 다음이 
        가게세이며 저축은 월15만원 정도한다. 전직이 가능하다면 한복기술을 발휘하는 
        직종으로 전환하고 싶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고 또한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수입도 좋기 때문이다. 

        사례2: 정육점 가족 
        올해 만 29세인 ㄴ부인은 36세인 남편과의 사이에 5살, 3살난 딸 2명과 8개월 
        된 아들이 있다. 현재 친정 막내동생을 데리고 지하에 방 2개(5평)를 전세로 
        살고 있다. 24평되는 가게를 분리해서 한우육과 수입 쇠고기를 모두 취급하고 
        있다. 살림집 임대료는 전세금 1,500만원이고 ㄴ씨네 가구를 포함하여 7가구가 
        같이 산다. ㄴ씨는 전라남도 장흥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 올라와서 
        종로의 고려당 제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였는데 큰오빠 생일날 친구로 
        초대되었던 현남편인 ㄴ씨를 보고 마음에 들어 교제를 시작하였다. 각자가 
        시간이 없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다방 등에서 만나기도 하면서 3년의 
        교제끝에 동거로 들어 갔다. ㄴ씨의 남편은 의붓어머니 밑에서 성장하였는데 
        국민학교 5학년때부터 생선가게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면서 하역작업도 하였다. 
        국민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서울로 도망와서 서울역에서 "거지랑 같이 자고 밥도 
        얻어먹는 등 별짓을 다해보았다"고 한다. 목공소에 들어가서 기술을 익혀 
        가구공장을 세운 뒤 1년만에 망하고, 교도소의 소년원 교육원생 교육담당, 
        군입대.제대, 회사 명성콘도에 내장목공으로 취업, 명성콘도의 도산으로 실직, 
        해외건설 현장에 취업, 귀국 후 닭도매상을 하는 이모집에서 닭배달 등의 직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현 가게를 시작할 때 자본금 비용 5,000만원을 사채로 빌리고 지금은 
        3,500만원이 남았다. ㄴ씨 남편이 ㄴ씨와 혼인을 한 것은 혼자 살면서 지출이 
        심해 살림을 시작하면 좀 나을 것 같아서 삼양동에 방을 얻어 놓고 거의 강제로 
        동거에 들어갔다고 한다. ㄴ씨 친정어머니는 ㄴ씨 남편의 어머니가 
        서모라는이유로 심한 반대를 하기도 했다. ㄴ씨는 동거를 시작하면서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 두긴 했지만 사실 ㄴ씨 본인도 동거하면서 직장에 
        다니는 것이 캥겨서 그만 두었다. 

        ㄴ씨의 하루는 6시에 시작된다. 현재 친정의 막내 남동생을 데리고 있는데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위 제대한 뒤 고등학교 입학 검정고시를 보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다. 6시에 일어나서 동생 밥 해주고 도시락 싸서 학원에 
        보내면 6시 반에 된다. 빨래하고, 아기가 깨면 젖 먹이고, 큰아이준비해서 
        유치원 보내고, 가게에 나오는 시간이 10시이다. 보통 빨래는 손으로 하지만 
        이불호청 빨래같은 것은 세탁기를 이용한다. 요즈음은 약 2달전 수입고기매장을 
        열면서 고용했던 종업원도 내보내고 ㄴ씨가 다시 전적으로 가게에 뛰어 들었다. 
        대신 아기보는 아주머니를 매일 9시 반에서 저녁 7시 반까지 쓰기 시작했다. 
        아직 급료를 지불하지 않았는데 한 20만원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가게에 
        나와서는 청소를 하고 물건진열을 한다. 손님에게 양심껏 물건을 파는 것으로 
        최선을 다 하려 한다. 용도에 따라 고기부위를 선정해서 준다. 용도에 따라 
        부위를 선정하는 것, 고기를 다루는 것 등은 처음 정육점을 시작했을 때 
        "판매기술자"를 6개월간 고용해서 옆에서 보고 배운 것이다. 손님이 없을 때는 
        서점에서 책을 빌려보다가 신문도 빌려보고 김치담을 고구마순 껍집을 벗기는데 
        지난달부터는 큰애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피아노학원에 보낸다. 오후 
        2시에서 2시반 사이에 점심을 먹는데 점심은 근처에서 대중음식점을 하는 
        친정오빠네 식당에 가서 먹는다. 오빠는 식당의 반찬거리용 고기를 이 집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기도 하고 이곳 가게가 바쁠 때는 가게일을 도와 
        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그 집보다는 "벌이가 나으니까" ㄴ씨네가 오빠를 많이 
        도와주는 셈이다. 9시에 문을 닫고 저녁은 집에 들어가서 먹는다. 보통 10시쯤 
        먹게 되는데 남은 음식을 그냥 먹기도 하고 다시해서 먹기도 한다. 밥 먹고나면 
        11시, 몸좀 씻고 12시가 되어야 취침한다. ㄴ씨 남편의 하루는 약간 다르다. 
        그는 1주일에 2번 꼴로 한우를 구입하기 위해 지방을 다녀온다. 보통 밤 11시에 
        서울을 출발해서 그 이튿날 밤 12~1시반에 도착한다. 꼬박 24시간의 노동인 
        셈이다. 보통날에는 아침 9시에 가게에 도착해서 가게문을 연다. 손님이 없을 
        때는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고 주위 가게상인들과 바둑을 둔다. 

        ㄴ씨네 가게는 1년중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소비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득증대의 전략이다. 식사는 고기장사를 하는 만큼 1주일에 
        한두번 빼고는 고기를 반찬으로 한다. 아이들 간식으로 주로 아이스크림, 
        베지밀, 우유 등을 먹인다. ㄴ씨는 자주 기계에서 커피를 빼서 마시고 남편은 
        담배와 특히 술을 즐기는 편이다. 외식은 해본 일도 없고 할 수도 없으며 
        친목계에도 남편만 참석하지 부부동반이란 없다. 의복은 자녀들에게는 필요할 
        때마다 재래식 시장에서 싸게 구입한다. ㄴ씨는 외출복이라고는 따로 입지도 
        않는다. 항상 "입는 것 입고 산다." 

        ㄴ씨는 현재의 직업에 대해 불만은 없다. "돈에 애착심이 많은 편"이어서 
        "같이 하자. 놀면 뭐하나 장사 안하면 못산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산다. 
        ㄴ씨는 그러나 아이들을 생각하면 좀 답답하다. 장사하니까 뒷바라지를 
        못해주고, 돈으로 군것질 많이 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이고, 그래서 앞으로 
        여유가 생기면 집에 들어 앉아서 아이들 키우는데만 정신을 쓰고 싶다. 다른 
        상인과 마찬가지로 이 직업을 계승시킬 생각은 없다. 다만 그들이 원한다면 
        어디까지라도 공부시키고 싶고 "자기 양심 안 속이고 사는데 만족하면서 부모 속 
        안 썩이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현재 하루 매출액은 100만원 정도이다. 마진율은 한우의 경우 마리당 17%, 
        수입소고기의 경우 전에는 28%였는데 지금은 19%이다. 한달 평균 소득은 
        소사러가서 소개비조로 받는 것까지 합하면 550만원 정도인데 이중 350만원 
        정도를 저축하고 가게서 월 40만원(보증금 2500만원)과 상가관리비 30만원을 
        합하면 주거비로 70만원, 큰딸 학원비 등이 지출 내용이고 한달 생활비는 
        60-70만원 정도이다. 현재 빚이 4,800만원 있는데 사채로 빌린 것이어서 이자로 
        96만원이 나간다. 이자율이 낮은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방법도 
        모르고 찾아가서 뭐라고 말하기도 어렵고"해서 손쉽게 신용을 담보로 구할 수 
        있는 사채를 이용한다. 저축을 하는 목적은 장차 가게 늘릴 돈과 자녀들 
        학자금을 비축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6,500만원 계타서 전세금 2700만원, 
        은행융자 700만원 등 모두 합하여 1억원에 해당하는 연립주택을 하나 구입했는데 
        그것도 곧 정리해서 더 큰 장사를 해보는 것이 ㄴ씨 남편의 꿈이다. 먹는 
        장사나 생선회 도매상을 하고 싶은데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생선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술만 안 먹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고 보험을 들어 놓았기 
        때문에 노후걱정도 하지 않는다. 자신은 항상 "공무원에게 시집가려 했었는데, 
        이제 딸들은 남편이랑 함께 직장생활(사무직)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가끔 
        ㄴ씨는 남편과 함께 자녀들이 판사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도 해보지만 
        이루어지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사례3: 옷수선 가게 
        올해 만30세인 ㄷ부인은 31세인 남편과의 사이에 4살난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3평 넓이의 가게에서 남편과 함께 헌옷 수선하는 일을 
        한다. 가게의 임대료는 보증금 400만원에 월세 19만5천원이다. 살림집의 
        전세금은 1,000만원이고 9가구가 같이 사는 집이다. ㄷ씨는 6년전 24살때 
        한살위인 남편과 동거를 시작하였다. 당시 ㄷ씨는 양장점에서, 남편은 
        양복점에서 봉제일을 하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다가 서로 눈이 
        마주쳐서 연애를 하게 되었고 1년정도 교제한 끝에 동거하고 애를 낳게 되었다. 
        교제를 할때는 일이 끝나는 저녁에 "잠깐잠깐"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정도로 
        어디 다닐 시간도 없이 보냈는데 객지에 나와서 외롭고 혼자 살기엔 돈도 더 
        많이 드는 것 같고 해서 빨리 만나서 "합치게"된 것이라고 ㄷ씨 남편은 말한다. 
        ㄷ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놀던 중 먼저 서울로 올라갔던 
        옆집 언니의 소개로 19살에 양장점에 꼬마로 일을 시작하였다. 보통 심부름 
        해주는 사람을 양장점계에서는 꼬마라고 부른다. 단을 꿰매는 "다도매"와 
        다리미질 하는 "웃제자"인 시다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곧 혼인을 하게된 것이다. 
        ㄷ씨의 남편은 전라남도 광주에서 중학교를 겨우 나오고 맏형이 하던 양복점에 
        들어가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였고 별다른 직업경로를 거치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ㄷ씨 남편은 형님집을 나와서 양복점에 취직해서 생계를 전담하였다. 
        아기가 없을 때는 돈에 구애받지 않았고 해서 ㄷ씨는 살림에 전력을 했고 아기가 
        생기니까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겨서 가게를 시작하기로 했다. 
        자양동에서 세탁소를 하는 친언니로부터 돈을 빌리고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서 
        시작하였는데 가게 보증금 400만원과 권리금 400만원이 들었다. 권리금 속에는 
        옷수선에 필요한 미싱, 오버록 기계, 다림대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전에 
        이곳에서 장사하던 사람 것을 그대로 물려 받았다. ㄷ씨 하루는 8시반에 
        시작된다. 4살된 딸아이를 광주 시어머님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에 매일의 
        생활은 조금 편한 셈이다. 8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해가지고 남편과 함께 
        10시쯤 출근한 뒤 가게정리를 해놓고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는 김치, 
        야채무침을 주로 하고 오후 3~4시에 점심먹고 10시에 퇴근해서 집에 가서 
        저녁밥을 해서 먹는 시간은 10시에서 10시 반 사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보통 
        빨래를 하고 12시 쯤에 취침한다. 낮에 가게에서 하는 일은 ㄷ씨는 양장수선을, 
        남편은 양복수선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가게청소는 주로 남편이 하는 편이고 
        수선, 다리미질은 공통으로 하는 셈이다. 손님과 약속한 시간에 옷수선을 
        마치지 못했을 때에 손님들과 실랑이를 해 속상해 하는 일이 있긴 하지만 부부가 
        하는 것으로 수입이 괜찮아서 별불만은 없다. 가능하면 깨끗하게 옷을 
        고쳐주고자 노력하고 손님이 없을 때는 상가에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달 2~3번 정도 쉬는데 그날엔 ㄷ씨는 주로 빨래, 김치 담그는 등 집안 일을 
        하고 TV보는 것이 전부이다. 가끔 친정언니 집이나 큰동서집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부부가 같이 외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특별히 절약하는 것은 없다. 식사도 고기는 일주일에 
        2~3번씩 먹고, 생선같은 것은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손쉬운 고기를 사먹는 
        편이다. 외식은 한달에 3번 정도 하는데 계모임에 나가서 동네 음식점을 
        이용한다. 의복도 어쩌다 하나씩 사입는 편이고 다만 딸아이는 커가는 아이니까 
        필요할 때마다 사서 입히는데 주로 남편친구의 옷가게를 이용한다. 현직업에 
        대해서는 별불만이 없다. 그동안에 배운 기술을 이용해서 이 가게를 한지 
        3년째인데 소득이 괜찮아서 가게 시작할 때 언니로부터 빌렸던 돈도 2년에 걸쳐 
        갚고 지금 버는 돈은 순수입으로 살기에 괜찮다. 다만 자녀양육 문제가 있는데 
        상가에 데려 나오기도 안좋고 그렇다고 집에 둘 수도 없고, 처음에는 유치원 
        종일반에 보내면서 한달에 10만원을 들였었다. 그러나 봄, 가을에는 바쁘고 
        여름에는 덥고 해서 시동생과 같이 사시는 시어머니가 보아주신다고 해서 아예 
        광주로 보냈다. 매달 15만원씩 시어머니에게 돈을 드리고 3~4달에 한번 정도 
        "무슨 날일 때"가서 만나보고 온다. 전화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한다. 
        딸아이에게 이 직업을 물려줄 생각은 전혀 없다. "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끝까지 
        뒷받침 해주고 싶다." 전직은 생각해 본 일이 없고 "그냥 매일 매일 열심히" 
        살뿐 이다. 소득은 일거리가 많은 봄, 가을에는 하루 10만원 정도, 여름같은 
        경우에는 3만원 정도로 순수익은 한달에 평균 200만원은 족히 된다. 그 중에 
        반절은 저축하고 가게세, 관리비 등 주거비와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이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다. 

        가족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남편이 "술 좀 안 먹었으면 하는 것"외엔 별로 
        없다. 여유가 생기면 집에 들어가서 애기 키우며 가끔씩 남편일 돌보아 줄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V. 여성에 대한 억압체계 

        앞의 사례들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자영소상인 아내들은 이념적으로 볼때 
        비공식부문의 무급노동과 또하나의 무급노동인 가사노동을 수행함으로써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자본주의 사회체계를 재생산하는 필수적 존재이다. 가족이나 
        사회가 유지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노동을 수행하는 이들이 가족에게나 
        가족밖의 사회체계와 관련해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가부장제에 의해 받게되는 
        불평등적인 측면과 자본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계급적 억압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1. 성적 억압 
        자영상인 가족의 여성들이 역할분담, 권력관계, 자원분배 면에서 남편들에 
        비해 대등한 관계에 있는가를 보았다. 판매노동이 수행되는 가게에서의 성별 
        분업실태는 판매할 물건구입과 수송을 남편이 하는 것 외에는 부부가 거의 같은 
        일을 공동으로 담당한다. <사례1>과 같이 남편이 할 수 없는 경우 아내가 물건 
        구입부터 정리, 판매, 금전관리 등 모든것을 담당하기도 한다. 아내들은 그일 
        외에 가사노동을 전적으로 혼자서 담당한다. 집안청소는 물론 가게청소, 빨래, 
        장보기, 식사준비, 설겆이, 아기 돌보기, 자녀 공부지도, 학부형 역할 등 가족 
        내에서 매일 수행되어야 하는 제반 일들이 모두 아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집안 수리만은 남편이 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아내가 한다. <사례2>의 
        경우 남편이 목공 출신인데도 아내가 다 한다. 

        기본적으로 자영소상인들은 집안일을 최소화하고 사는 편이다. 간소한 
        식생활은 물론 주거공간이 작은 것이나 의복생활에도 다리미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등으로 보아서 중산층 가족에 비하면 양이 적은 편이지만 그것이 남편과 
        나누어서 되는 경우는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이것은 여성을 
        가정주부로 정의하고 여자이기 때문에 해야할 일이라고 인식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고정관념때문이다.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으니까" "여자가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라는 사례의 아내들의 대답에서 그것은 잘 나타난다. 전통적으로 
        여자가 해야할 일은 변함없이 여자에 의해 담당되어지는 반면에 남자가 해야할 
        일이었던 것을 필요와 능력에 따라 여자도 담당하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것은 여성들의 부담이 증대되는 반면 남성들의 부담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아내들의 판매노동에의 참여없이는 현재수준의 생계유지가 
        불가능한데도 그들을 <가정주부화>함으로써 아내들이 수행하는 가사노동은 물론 
        판매노동까지도 주부가 해야하는 일로 당연시한다. 

        때문에 그러한 노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남편이나 아내 모두 
        아내의 중요성을 "반반이다" "내가 없어도 안되고 남편이 없어도 안된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의사결정이나 재산명의 그리고 자원분배 면에서 남편 만큼의 
        권리행사를 못한다. 집을 구할 때, 가게를 구할 때, 남편의 직업이나 아내의 
        취업과 관련된 일, 금전관리, 출산, 단산과 같은 일 모두에서 부부가 의논하기 
        보다는 남편이 혼자서 주로 결정한다. <사례4>와 같이 시부모님과 같이 사는 
        경우는 시아버지의 권한이 우선인 경우도 있다. "어른이니까" 존중하는것이고 
        "반대하면 집안이 시끄럽기 때문에" 시아버지께 맡긴다고 말한다. 남편이든 
        시아버지든 이들에게 권한이 주어지는 이유에 대해 <사례1>의 아내는 "남자라는 
        자존심과 위신때문에 나의 말이 분명히 옳은데도 듣지 않는다". 그럴 경우 
        "그대로 들어주어야지 집안이 편하다"라고 말한다. 여성들이 지적하는 "집안이 
        조용하기 위해서"라는 말 속에는 평소에 남성들의 권위주의적 횡포에 억압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원분배면에 있어서도 아내의 몫은 최후에도 남는 부분이다. 
        재산명의에서는 가옥, 자동차는 물론 전화, 예금통장 등이 <사례4>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편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에 대하 아내들은 차별받는다 라는 인식은 
        안한다. <사례1>의 아내의 "세대주니까 해주는 것이지 여자에 대한 차별이 라는 
        생각은 안든다"라는 말에서 볼 수 있다. 스스로 가정소득에 대단히 많이 기여를 
        하는데 비해 제반 영역에서 남편과의 관계는 대등하지 않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것을 차별이나 억압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2. 계급적 억압 
        성적 불평등보다 더욱 은폐된 것은 자영소상인 아내들이 참여하는 가사노동 
        그리고 판매노동과 자본과의 관계이다. 이들이 담당하는 두개의 노동은 모두 
        노동을 매매하는 계약이 전혀 없다. "이들 간에는 법적인 규약도 없고 
        생산관계를 특징 지우는 경제적 개념도 없다. 계약이 없다는 사실, 자본에 
        연계되어 있다는 점, 보이지 않는 시장메카니즘 뒤에 가치형성이 숨겨진 점, 
        그리고 그 가치가 가족의 조직을 통해 증대된다는 사실이 이 노동을 쉽게 착취할 
        수 없게 한다. 그곳에는 경제적인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여지며 은폐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노동은 노동으로 취급되지 않고 가족이나 부부간의 애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베로니타 벤홀트-톰젠, 1987, pp.266-267)." 

        사실 그들은 도매업자나 자본가들을 위해 일하는 부분이 더 큰지도 모른다. 
        영세자영상들의 존속은 자본들에 의해 조정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정 소매업 중에는 '소규모 다점포주의'에 의해 소매업이 조장되기도 
        한다. 특히 채소, 과일, 생선판매의 경우 그것이 노동집약적이고, 수요가 
        불확실하고, 마진율이 낮으며 그래서 위험성이 큰 부분이기 때문에 대규모 
        경제가 작용하기 어렵고 따라서 자본이 뛰어들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영소상인들은 사회전체의 절대 판매량을 높이고 자본의 
        잉여가치 실현에 기여한다. ??문에 자본과의 관계는 단순히 수탈적이거나 
        갈등적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 억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제4장에서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자영소상인들은 자본과의 관계에 대해 
        억압적인 관계는 인식하지 않는다. <사례4> <사례5>와 같은 경우 자본가적 
        위치인 도매상들과의 관계를 대등하다고 인식한다. "한 도매상을 고정해서 
        상대하지 않고 그날그날 물건보아서 좋은 곳에서 구입"하기 때문이다. 
        <생선가게>나 <정육점>의 경우 취급물품이 냉동이 가능하기 때문에(정육점은 
        수입쇠고기의 경우) 자본가들이 독점하여 저장을 해놓고 물건의 수급을 조절, 
        가격을 조작하는 경우가 있음을 <사례3> <사례1>의 응답자들이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을 억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최근 유통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 즉 대규모 도매상이나 소매상이 최종소비자를 상대로 유통부문에 침식하는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지도 않는 듯하다. 여성들이 경험하는 성적 억압이나 
        그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계급적 관계는 다음 사례들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례4: 야채가게 
        32세인 ㄹ부인은 34세인 남편과의 사이에 7살난 딸(국교1)과 5살난 아들이 
        있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연탄 난방인 아파트단지 내에 아파트 한동의 
        지하에 가건물로 상가를 만들었는데 살림집이 바로 그 안에 있고 가게는 그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에 아파트 벽에 달아서 만든 것이다. 살림집은 방 2개, 
        부엌겸 식당인 마루까지 합해서 10평의 크기이고 가게는 8평 남짓된다. 이 
        가건물에는 4가구가 살고 있고 화장실 하나를 같이 쓴다. ㄹ씨네는 야채를 주로 
        취급하면서 과일과 생선도 구색으로 갖다 놓고 판다. 살림집과 가게 모두 
        합해서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5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한다. ㄹ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약수동에 위치한 친정의 가구점에서 경리일을 하면서 월급도 없이 일을 
        도왔다. 이종동생 결혼식에서 현 남편을 만난 뒤 2년여의 교제를 거쳐 "나이는 
        먹었고 상대가 있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인을 하였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남편은 어머니가 하는 야채장사를 같이 돕다가 혼인 당시에는 
        과일 트럭장사를 하였다. 한때 개인 화물차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현재 이곳에서 
        장사를 한지는 4년째이다. 이곳 가게터는 개인화물을 하는 남편의 작은 
        아버지가 소개를 해주었고 이때부터 ㄹ씨는 장사에 참여하였다. 

        ㄹ씨는 아침 6~7시 사이에 일어나서 가게문을 연다. 가끔 시아버지가 
        도와주시는 가운데 가게청소, 물건정리하고 큰 아이 머리 빗겨서 학교보내고 
        작은 아이 유치원 보낸 뒤 9시쯤 시아버지께 아침을 차려 드린다. 남편은 
        시어머니와 함께 3시 반에서 4시 사이에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으로 출발한다. 
        9시 30분쯤 남편이 자기 소유의 용달차를 손수 운전해서 물건을 가져오면 
        물건내리고 정리하는 일이 시작된다. 물건이 오는 이 시간은 아파트 동네 
        "아주머니들"이 몰려 오기 때문에 가장 바쁜 시간이다. 아침식사는 먹게되면 
        "차오기전에 먹고" 안먹게 되면 오후 1시쯤 남편과 같이 먹는다. 남편은 늦은 
        아침을 먹은후 2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 오후 5시쯤 점심을 먹는데 시어머니가 
        점심을 차리시는 경우가 많고 "해질때 저녁시간"에 또 한차례 바쁜 시간을 
        넘기고 10시쯤에 저녁을 먹는다. 보통 저녁 8~9시경에 집으로 들어가서 
        방청소하고 빨래한다. 빨래는 틈틈이 시간나면 하는데 보통 "아침에 세탁기 
        돌리면 저녁에 널고, 저녁에 돌리면 아침에 너는" 식으로 한다. 11~12시까지 
        영업을 하니까 취침시간은 12시 이후다. 가게에서 하는 일은 부부가 공히 
        물건정리, 판매를 하지만 물건 떼오는 일, 배달은 남편이 주로 한다.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앉아 있을 시간도 별로 없지만 손님이 없는 틈에는 가게정리를 
        한다. 가게터가 통로니까 꼭 한사람이 지켜야 하기 때문에 낮잠을 잘 수도 
        없다. 남편은 손님이 없는 경우에 낮잠을 자는 편이다. 가게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단골을 안뺏기기 위해서" 놀수가 없다.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특별히 각박한 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 있다면 사주고 그래서 고기나 생선은 자주 먹는 편이다. 요즈음은 
        시아버지의 당뇨 때문에 고기를 피하지만 아이들에게 한 달에 몇번 정도 저녁에 
        돈까스나 탕수육을 직접 만들어 준다. ㄹ씨가 특별히 애용하는 기호식품은 전혀 
        없고 남편은 담배와 술을 가끔 하는 편이다. 가족단위로 외식을 하는 경우는 
        전혀 없고 남편만은 한 달에 2번정도 보신탕집에서 혼자 먹는다. 옷은 
        "아이들이야 필요할 때 시장 등"에서 도매상을 통해서 구입하지만 어른들의 
        경우는 꼭 필요시에만 구입한다. "사둔다 하더라도 입을 시간도 없고 외출복은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는다. 

        현직업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는 편이나 아직은 젊으니까 힘들어도 견딜수 
        있고 벌어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하고 있다. 남의 지배를 받기 싫어하는 남편은 
        "남의 밑에 들어가서 치사한 소리 듣기 싫어"서도 만족한다. 자녀들에게 이 
        직업을 물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이들이 원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 
        하도록 도와주고 싶고, 딸이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무엇이든 제 꿈을 
        그대로 길러 주고 싶다. 가능하면 정신 노동, 예컨대 선생님 같은 것을 
        추천하고 싶다. 

        ㄹ씨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족의 사업소득에 아주 많이 기여한다고 여긴다. 
        남편 역시 기여도가 "반반"이라고 말한다. 집안일을 담당하는 면에서도 상당히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ㄹ씨가 전담하는 것은 빨래와 학부형 역할 
        뿐이다. 청소, 식사준비, 설겆이, 아이 돌보기 등은 시어머니가 도와주고 
        집안수리나 은행 출입 등은 주로 시아버지가 해 주신다. 자녀 공부지도는 보통 
        학원선생님이 해주지만 저녁때 문제를 물어보는 정도의 공부지도는 ㄹ씨가 
        전적으로 한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버니까 집안일도 똑같이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거운 것을 드는 것 같은 일은 남편을 시키키고 한다. 그래도 
        남편보다 ㄹ씨가 거의 다 하는 편이지만 그것가지고 싸우지는 않는다. ㄹ씨는 
        집안일 결정에도 상당히 참여하는 편이다. 남편의 직업이나 출산, 단산 등에 
        관해서는 부부가 의논하는 편인데, 단산수술은 ㄹ씨가 혼자서 결정했다. 
        "남편더러 하라고 했더니 안하겠다고 해서" 혼자서 보건소에 가서 수술했다. 
        그러나 집안일의 많은 부분을 시아버지가 결정한다. 작년에 일산에 "다세대 
        주택"을 구입할 때도 시아버지 혼자서 보고 결정하였다. 오전 중에 번돈은 
        시아버지가 모아서 다음날 물건살 돈을 제하고 나머지 돈이 있으면 은행에 
        "넣는다". 면접이 있었던 날도 오전에 "번"돈 30만원을 이미 시아버지한테 
        맡겼다고 한다. ㄹ씨 남편이 하루 매출액을 밝히기를 거부해서 정확한 액수를 
        파악하지 못했으나 마진율은 15%라고 한다. 나중에 ㄹ씨가 말해준 한달 
        평균소득은 200만원이다. 이 중에 저축 80만원이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이고 
        주거비가 다음이다. 시아버지 약값이 20만원이고 식구가 많아서 쌀값이 많이 
        든다. 자녀교육비로는 큰아이 학원비, 피아노 레슨비로 10만원이 나간다. 재산 
        명의는 전화만 시아버지 이름으로 되어있고, 가옥, 예금통장, 소형화물차 모두 
        남편이름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집안일 결정에 시아버지에게 세력을 많이 주는 
        이유로 ㄹ씨는 "아버지를 믿기 때문에, 어른이니까, 반대하면 집안이 시끄러워 
        지니까" 라고 말한다. 평소 살림을 하면서 돈을 쓸 때는 어느 누구보다 
        자녀들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쓴다. 그것은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에 "애들을 못 돌보고 같이 놀러도 못가고 다른 아이들이 엄마들 하고 
        외출하면 부러워하는 것"을 생각하면 부모의무로서 해야 할 일은 우선 그들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ㄹ씨는 가족의 문제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낙천적인 태도의 소유자이다. 

        사례5: 과일가게 
        올해 37세인 ㅁ부인은 39세인 남편과 11년전에 혼인하여 슬하에는 12세난 
        아들과 9세난 딸을 두고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지불하는 7평 
        크기의 가게에서 과일을 판다. 살림집은 전세금 1,000만원인 방2개에 살고 있고 
        그 집에 ㅁ씨네를 포함하여 3가구가 산다. 전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1세에 서울의 한 작은 회사에서 "도안을 그리는 일"을 했었다. 그 직장에서 
        만난 친구의 오빠인 현 남편과 1년여 연애 끝에 혼인을 하였다. 남편은 광주 J대 
        출신으로 혼인 당시에는 "슈퍼 지점장"으로 있었다. 혼인 후 그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팔아서 사당동에 슈퍼를 냈다. ㅁ씨는 혼인 후 처음 5년 동안은 
        살림만 하다가 슈퍼가게를 같이 하였으나 장사를 해 본 경험도 없고 남편은 
        "슈퍼지점장 일만 하였기 ??문에" 빚은 안졌지만 다 망하고 말았다. 
        가락시장에서 과일도매업을 하는 친정아버지의 도움으로 차로 과일장사를 했다. 
        집안 친적들이 계를 하면서 1번을 만들어 주어서 계탄 돈과 그동안 모은 돈으로 
        5년만에 이 장사를 하게 되었다. 남편이 평사원으로 들어가길 싫어하고 집도 
        없어서 다른 큰장사 할돈을 마련할 수도 없고 해서 이 가게를 시작하였다. 
        ㅁ씨는 7시에 기상한다. 가게에서 자기도 하고 집에서 자기도 하는데 밥쌀을 
        안쳐놓고 가게문을 연다. 애들 학교 보내고 물건정리하노라면 12~1시 사이에 
        남편이 물건을 갖고 온다. 남편의 경우 새벽 3시나 4시에 물건을 떼러가는데 
        늦잠을 잘 경우에는 6시에 가기도 한다. 보통은 아침을 남편이 오면 먹는다. 
        새 물건을 정리하면 오후 3~4시이고 이 시간쯤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면 챙겨서 
        학원을 보낸다. 4~5시쯤 점심을 먹는다. 남편은 점심후 1시간쯤 낮잠을 잔다. 
        가장 바쁜 6시에서 9시 사이가 지난 후 9시반~10시 사이에 저녁을 먹고 
        취침시간은 보통 1~2시 사이다. 가게에서 하는 일은 물건정리, 파는 일은 
        부부가 같이 하지만 청소는 ㅁ씨가 하고 물건떼오고 배달하는 것은 주로 남편이 
        봉고차와 자전거를 이용해서 한다. 손님이 없을 때에는 남편의 경우에는 신문, 
        책 등을 보고 잠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ㅁ씨는 애들 문제지 채점하고 
        신문이나 책을 읽는다. "성격상 애들이 걱정스러워서 낮잠을 못잔다." 가게가 
        쉬는 날은 연중 하루도 없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 먹을 것을 안먹은 편은 아니다. 고기는 한달에 
        두세번, 생선은 자주 먹는 편이다. 나물같은 것은 좋아하는데도 시간이 없어서 
        못먹고 해먹기 제일 편한 고기를 자주 먹는 편이다. ㅁ씨는 커피를 가끔 마시고 
        남편은 담배를 피우며 술도 자주는 아니지만 한번 마시면 폭음을 하는 편이다. 
        한달에 한두번 정도 아이들과 함께 짜장면을 사먹기도 하고 의복은 필요한 때면 
        고속버스 터미날 의류상가에서 구입하기도 한다. 

        현재의 직업은 월급쟁이 보다 수입이 많은 편이어서 좋다. 특히 남편이 
        슈퍼지점장을 할 때는 "아가씨를 사귀고 외박도 잦고 술도 많이 먹고" 해서 
        속상한 일이 많았는데 "내 장사니까" 열심히 하려고 해서 좋다. 1년내 문닫는 
        날이 없으니까 가족이 외출할 시간은 없다. 시누이 결혼식에도 남편만 
        참석했다. 보통 시댁일엔 남편이, 친정일엔 ㅁ씨가 참석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이 직업을 갖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니까 공부 
        많이 해서 교사나 했으면" 좋겠다. 돈이 벌어지면 ㅁ씨는 집에서 쉬고 싶다. 
        남편은 호프집(생맥주집)같은 요식업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ㅁ씨는 
        자신이 사업소득에 50퍼센트 정도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없어도 안되고 
        아빠도 없어도 안되는" 것이 이 장사니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안일은 
        ㅁ씨가 도맡아 한다. 남편은 집안수리하는 일이나 어쩌다 해주는 것 외엔 
        가게청소, 집청소, 빨래, 장보기, 식사준비, 설겆이, 자녀 공부지도, 은행출입, 
        학부형 역할 모두를 담당한다. ㅁ씨는 부부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도 말한다. 
        남편이 오히려 "애들 잘못하면 애들을 잘못 가르쳤다고 야단이다." 이러한 
        남편의 행실에 대해 관습적으로 남자가 할일이 아니니까 여자가 하는 일이기 
        ??문이라고 ㅁ씨는 생각한다. 집안일을 결정하는 힘도 남편이 훨씬 많다. 
        집구하기, 가게구하기, 남편 직업에 관한 일, 아내 취업에 관한 일, 금전관리, 
        출산, 단산은 물론 언제 애를 낳을 것인가 까지도 남편 혼자서 다 결정한다. 
        보험가입여부 및 종류, 투자 등에 관해서는 부부가 의논한다. 그러나 전세 
        계약, 예금통장, 전화 등은 모두 ㅁ씨 이름으로 되어 있다. 봉고차만 남편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재산을 날린 경험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ㅁ씨는 집안 일 결정하는 면에서나 재산관리 면에서 부부가 대등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부부가 의논하다가도 "여자는 꼼꼼히 생각하니까"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기다리지 못해서 또는 의견이 맞지 않으면 남편 마음대로 
        결정한다. 집도 마음대로 팔아 버렸다. ㅁ씨는 자신이 하는 가게일이나 집안 
        살림이 가정경제에 매우 많이 기여한다고 생각하는데 비해 남편과 관계는 대등한 
        관계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남편의 가부장제적 사고방식에서 
        찾는 것 같다. 여자니까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남편에게는 뿌리깊이 
        있는 것 같고 지금도 "자기 어머니, 할머니 일만 이야기"하는데 아마 그들이 
        남편을 기를때 "좋아하는 음식만 해 먹이는 등 너무 위해서 길렀기 
        때문"일것이라고 생각한다. 

        ㅁ씨가 가족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남편의 여자관계를 지적한다. 
        또한 마치 집에서 있는 월급쟁이 부인들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자기에게 
        기대하는 것이다. 예컨대 물건 떼러 갔다 와서도 밥이 준비가 안되었으면 
        야단이 난다. ㅁ씨가 그때까지 놀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VI. 요약 및 논의 

        본 논문에서는 자영소상인 가족의 생계유지 방식에 여성들이 어떻게 연루되어 
        있으며 그들이 가족내에서 남편과 또는 가족 밖의 자본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를 사례연구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부각시켜보려고 하였다. 

        생계유지에 기여하는 방식은 아내의 하루일과를 중심으로 고찰하였고 남편과의 
        관계는 역할분담, 의사결정, 재산명의 및 자원 분배 등을 지표로 하여 
        분석하였다. 자본과의 관계는 주로 여성들이 행하는 두가지 노동 즉, 
        가사노동과 비공식 부문의 판매노동이 자본에 기여하고 연계되어 있는 점을 
        부각시켜 보았다. 

        자영소상인 가족의 아내들은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가게에서 남편과 함께 
        아침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거의 똑같은 일을 한다. 거기다 그들에게는 
        식사준비, 설겆이, 빨래, 청소, 자녀돌보기, 자녀 공부지도 등 가사노동이 더 
        부과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집안일에 관련된 의사결정권이나 재산권 등은 거의 
        누리지 못한다. 자원분배 면에서도 자녀와 남녀에게 분배하고 난 나머지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들을 가정주부로만 보고 그들이 하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여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며 애정의 표현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임과 의무에 비해 권리가 적은 불평등한 관계에 대해 
        남편들은 물론 아내들 스스로도 차별이나 억압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들은 현재의 직업에 대해 불만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도 소득이 
        높은 것에서 만족을 얻는다. 사실은 그 소득을 얻기 위해 부부가 공히 하루 
        16시간 이상을 쉬는날 없이 일을 해야하고, 가족단위로의 문화생활 또는 
        여가생활이 전혀 없는 점이나 단적이지만 커피, 홍차, 과일 같은 기호식품을 
        사용하지 않는 점 그리고 식사시간의 불규칙성은 그들의 삶의 질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이 현재 그들의 직업인 영세상업의 특성에 의해 강요되는 
        것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인식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러한 불편은 높은 소득속에 
        묻혀서 보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직업을 자녀에게 계승시키기를 원하는 가족은 하나도 없다. 이것은 
        본인들이 현재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쩔수 없어서 하는 것이기에 별 불만 
        없이 하지만 자녀들에게까지 물려줄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이 직업의 가장 나쁜 점이 자녀양육과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생활비의 지출내용에서도 저축과 주거비를 
        제외하면 교육비가 제일 많이 든다. 저축을 하는 이유에는 자녀들의 학자금 
        마련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기대하고 소망하는 
        만큼 자녀교육에 충실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녀교육은 조사대상자들이 그들의 가족문제로 지적한 사항이다. 본장에서는 
        이것을 자영소상인인 가족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자영소상인 
        가족문제는 크게 두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자녀교육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을 포함한 삶의 질이다. 먼저 자녀문제를 본다. 

        자녀들의 연령이 국민학교의 저급 학년이거나 취학전인 경우에는 자녀들과 
        가게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크게 문제로 인식하지 않다가 
        고급학년과 상급학교에 갈수록 그들의 공부지도를 못하는 점, 같이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없고 그들의 생활을 지켜볼 수 없다는 점 등 때문에 
        불안해 한다. 그러한 불안을 그들은 학원비용과 같은 교육비 지출을 통해서 
        해소하려고 한다. 즉 자녀들의 학교교육이나 기타 예능교육을 학원에 전적으로 
        위탁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후속적인 지도와 감독을 할수 없기때문에 
        학습효과에 대해서는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특기할 것은 <사례3>과 같이 어린 자녀가 부모와 별거한 상태에서 양육되는 
        점이다. 얼핏보면 부모의 보살핌이 아닐 바에야 조부모의 보살핌이 그 어느 
        것보다 나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녀의 인성 형성이나 지적발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부모 자녀간의 정서적 유대를 생각하면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 삶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바로 자영소상인가족의 삶의 질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삶의 질이란 화폐적 가치로 
        따질수는 없다. 쾌적함과 다양성, 자율성 등 추상적인 가치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영소상인가족이 소득이 높다고 해서 곧 그들이 높은 질의 
        삶을 누린다고 말할 수 없다. 쾌적한 작업장에서 노동을 하고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더 많은 친구를 
        가질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중산층 가족에 비해 자영소상인 
        가족의 부부는 일년 365일을 오로지 돈 벌고, 돈 벌기 위해 피로해진 노동력을 
        휴식시키는데만 사용한다. 경제불경기에 타격을 받기 쉽고 육체노동이기 때문에 
        노동력의 마모가 빨리 올 것이라는 것 등은 장래 불안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이중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여성들이다. 
        평등이란 책임, 권리, 자유 모두를 공유하는 것이라면 자영소상인 가족과 
        여성들은 담당하는 책임에 비해 그들이 누리는 권리와 자유는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 자영소상인 가족의 독특한 가족생활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국가나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이 앞으로 해야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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