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성운동사(상·하)
        저자 백영서
        발간호 제036호 통권제목 1992년 가을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첨부파일 중국여성운동사(상·하).pdf ( 2.21 MB ) [미리보기]

        중화전국부녀연합회(편), 박지훈.전동현.차경애 공역, 김염자 감수. 
        한국여성개발원, 1991, 1992. 

        백영서(한림대교수, 중국사) 

        I. 

        지난 겨울방학 기간에 서평자는 미국의 하버드대학이 위치한 캠브릿지에 
        머물고 있었다. 요즈음 한창 진행중인 '1920년대 중국대학사회의 구조'에 관한 
        연구를 위한 자료수집과 집필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번엔 학술모임에 가급적 기웃거리지 않았다. 그런데 2월초 하버드 - 
        엔칭연구소 벽에 붙은 한 광고는 퍽 유혹적이었다. 영어로 "Engendering 
        China:Women, Culture, and the State", 중국어로 "中國之性別觀念 
        婦女.文化.國歌"란 주제의 학술회의의 광고였다. 1920년대 중국대학사회를 
        분석하면서 여성문제, 특히 여학생의 일상생활과 정치사회화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뭔가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될 것만 같아 3일째인 9일의 모임에 
        참석했다. 오전에는 '사회적 성(gender)과 국가'란 소주제가 다뤄졌는데 그중 
        "1920년대의 중공 정책과 여성"이란 발표가 본인의 관심사와 직접 관련이 깊으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지만,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강하게 남는 인상은 
        무엇보다도 산아제한 문제를 놓고 서구의 발표자와 중국인 토론자가 벌인 열띤 
        논쟁의 장면이다. 

        중국정부의 산아제한정책이 여성의 지위향상을 가져온 긍정적 기능보다는 
        여성을 국가정책 수행을 위해 희생시키는 측면이 강하다는 요지의 주장을 펴면서 
        산아제한 정책의 갖가지 '잔인한' 영향을 소개한 발표에 분개한 중국의 한 
        대표는 객석토론의 시간에 발언권을 얻어 피임법의 선전 같은 것이 얼마나 
        여성의 생활을 향상시켰는지를 지적하며, 중국정부의 여성정책이 여성의 
        지위향상에 기여한다는 요지의 반박을 폈다. 흥분된 카랑카랑한 어조는 퍽 
        자극적이었다. 당과 정부의 공식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볼수도 
        있겠지만, 서평자에게 같은 현상을 평가하는 서구인과 중국인의 잣대가 얼마나 
        다른지를 절감하는 충격적인 기회였다. 그리고 서구의 인류학자가 '부녀' 
        '여성'의 용어가 달리 쓰이는 사회적 문맥의 차이를 열심히 분석한 것에 대해, 
        중국인들은 아무리 서로 의논해봐도 자기들로서는 그렇게 구별해 쓰는 관행이 
        없는 같다고 반박했을 때도 같은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II.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현대 중국여성사를 다루는 데도 나타난다. 상세히 따질 
        계제는 아니나 서구와 일본 그리고 중국대륙의 중국여성사 연구동향의 차이를 
        (우리나라에 소개된 저술을 중심으로) 잠깐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중공정권이 성립한 49년 이래 70년대 말까지의 연구는 이념적 내지 정책 
        선전적인 여성해방론에 입각해 당.정부가 지도하는 여성해방론, 여성해방정책, 
        여성해방운동 및 이것들의 선전활동이 중심이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공당의 공식적인 당사에 여성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리고 공산주의운동사가 
        어떻게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켰는지를 사설에 입각해 드러내는 것이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창당 이래 주목해온 '토지개혁'과 '혼인법'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남녀평등에 도움이 되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향이 중공정권이 
        들어섬으로써 그대로 계승 발전된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연구동향은 주로 당의 공식문서나 보고서, 아니면 회고담에 의존해 
        여성해방운동이 '선진적 활동가'의 '빛나는 성공'과 '숭고한 희생'의 모범사례를 
        소개.선전하는 것으로서 당의 정당성을 옹호한 의의야 있겠지만 우리가 중시하는 
        객관적.비판적 연구와는 거리가 있다. 

        70년대 후반 이후 지금까지 '현대화' 노선이 채택되면서 이같은 연구동향은 
        어느 정도 극복되고 있다. 먼저 중국여성해방의 경과를 검토하는데 필요한 
        자료의 정리, 편찬작업이 폭넓게 이뤄졌다. 그 다음으로 당의 여성정책과 다른 
        정책의 관련성을 따지는 등 여성이 처한 여러 상황과 문제에 다양하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방법론상으로도 다양한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서구를 
        중심으로 한 해외의 여성학연구가 소개되는 것은 그 한예라 하겠다. 그러나 
        (중공)당과 정부의 정책적 의도랄까 노선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여성해방과 당.국가 정책과의 관계, 여성해방에 대한 정치체제간의 
        비교와 같은 공산당의 지배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근원적인 문제영역에는 
        손도 못대고 있다. 아래에서 보게 될 서구의 주된 관심영역의 하나가 
        여성.국가.계급의 긴장관계를 분석하는 것과는 퍽 대조적이다. 

        중국대륙에서의 이같은 연구동향의 변화는 거칠게 말한다면 일본에서도 상당히 
        유사하게 반복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70년대 말까지의 연구와 그 이후 지금까지의 연구가 구별된다. 
        중국사연구 전체가 그랬듯이 전반기의 여성사연구는 중국의 현실(정책, 시각)에 
        밀착된 사관(이른바 '모택동혁명사관')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것이 이차대전 
        전의 제국주의적 관점을 극복하고 일본지식인의 '양심'을 회복하는데는 크게 
        보탬이 되었지만, 지금에서 보면 아무래도 관념적인 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 
        경향의 대표적인 저술로서 우리에게 이미 번역.소개된 것이 오노 가즈꼬의 
        [현대중국여성사](원서 1978, 국역1985)이다. 태평천국운동에서 문화대혁명의 
        시기까지 약 130년간의 여성사를 입수가능한 폭넓은 자료를 구사해 치밀하게 
        서술한 수준높은 현대중국여성사의 입문서인 것은 분명하다(유사한 관점에 선 
        당시의 중국여성사와 비교하면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그 시각이 
        중국여성해방의 이념에 밀착한 정치사중심이었다는 비판은 면키 어렵다. 

        70년대 말부터는 이러한 관념론적인 연구에서 벗어나 실증적인 연구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서구 여성학의 방법론, 쟁점과 사회사의 시각이 적극 도입되어 
        활력을 찾고 있다. 1977년부터 활동한 '중국여성사연구회'가 그 중심이라 해도 
        무리는 없겠다. 이 연구회가 엮은 [중국여성해방의 선구자들](1984, 국역 
        1985)은 전기의 모음이다. 

        중국과 일본의 여성사연구자가 현실정치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각기 
        밀접히 얽혀 있었다면, 구미의 연구자도 어떤 의미에서 적어도 초기에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사회주의중국의 여성현실을 반공적인 시각에서 보든, 
        아니면 서구여성의 지위에 대한 '대안'으로 보든 모든 구미의 여성이 처한 
        정치적 상황의 소산이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후자의 예로 우리에게 번역 
        소개된 브로이엘(Claudie Broyelle)의 [하늘의 절반](원서 1973, 국역 1985)을 
        들 수 있다. 프랑스의 여성해방운동가 12인이 1971년 6주간의 중국여행에서 
        관찰한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여성해방론에 입각해 프랑스 
        그리고 소련여성의 지위와 비교함으로써 중국 여성해방의 성과를 부각시킨 점은 
        당시 좌익지식인들의 중국관과 대체로 맥을 같이하지만, 그래도 중국여성해방의 
        '불균형적인 발전'-비록 '혁명'과 '반혁명'의 대립으로 환원되지만-을 지적한 
        점은 지금으로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비해 1978년 간행된 크롤(Elizabeth Croll)의 [중국여성해방운동](국역 
        1985)은 중국 여성해방의 역사를 여성해방운동과 사회혁명운동간의 '긴장관계'로 
        파악하였다. 70년대에 여성해방론, 특히 급진적 여성해방론이 대두되면서 성과 
        계급의 긴장이 인식된 것의 반영이라 할 크롤의 관점은 이후 활발해질 
        연구동향을 앞질러 보여준 가히 이정표였던 셈이다. 크롤이 그랬듯이 70년대의 
        연구는 사회주의혁명이 여성해방운동에 미친 긍정적 측면을 일정하게는 인정한 
        편이나, 8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자료의 현실에 더 쉽고도 폭넓게 접근한 데 
        힘입어 파악된 중국여성의 실태를 근거로 사회주의 여성해방론을 비판하고 
        나아가 사회주의여성해방의 성과를 부정하는 시각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그 
        적합한 예는 아닐지 모르나 인류학자인 울프(Margery Wolf)는 [지연된 
        혁명](원서 1985, 국역 1988)에서, 중국의 혁명지도자들의 초기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 시각으로 인해 여성혁명이 실패하였고 최근의 
        현대화정책은 도시와 농촌의 여성지위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여성해방이 
        지연되었으므로, 따라서 '또 하나의 혁명'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구미 연구의 특징은 여성(해방)을 독자적인 것으로 위치짓고, 
        성.계급.당.국가 및 (전통)문화의 복잡한 관계의 실태를 사회과학의 다양한 
        방법론에 힘입어 꽤 설득력있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III. 

        이번에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출판한 [중국여성운동사](상.하)는 중국의 
        전국적인 여성기구(물론 공식기구)인 중화전국부녀연합회가 1989년에 펴낸, 
        615면이나 되는 [중국부녀운동사(신민주주의시기)]를 완역한 것이다. 

        원서의 간행된 연도는 비교적 최근으로서 위에서 정리한 연구동향에 비춰보면 
        후기의 경향에 해당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시각은 당의 공식적인 역사해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자료이 폭넓은 활용이나 다양한 사실의 해명에서는 
        두드러질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머리말]과 하권의 참고문헌을 보라). 

        제목에서 벌써 드러나는 것이, 그 부제인 '신민주주의시기'라는 용어 자체가 
        혁명사의 정통적인 해석의 소산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래 1919년까지를 근대사, 1919년의 5.4운동에서 49년의 중공정권 수립까지를 
        현대사, 그리고 그 이후 오늘날까지를 당대라 부른다. 그리고 현대사는 그 
        이전의 '구민주주의시기'와 기본적으로 혁명의 과제(곧 반제반봉건 
        민주주의혁명)를 같이 하나 그 수행의 주체가 중국적 특수조건에서는 부르즈와가 
        아닌 프롤레타리아트(를 지도하는 중공당)라는 차이가 있는 
        '신민주주의시기'이다. 따라서 본서는 1919년 이후 1949년까지의 30년 중공당의 
        지도 아래 여성들이 어떻게 혁명에 기여했으며, 또 이 신민주주의혁명은 여성의 
        해방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서술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삼지 않을 수 
        없다. '머리말'은 이 점을 단호하게 밝히고 있다. 

        중국여성들은 중국혁명을 위하여, 그리고 자신의 해방을 위하여 민족해방과 
        계급혁명에 영웅적으로 투입되었으며, 혁명의 용광로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각오로 자신을 개조시켜 해방에 기여했다. 인구의 반인 여성의 영웅적인 분투와 
        자기희생이 없었다면 중국혁명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여성들은 
        혁명적인 변혁에 대대적으로 참여하고 훌륭한 성과를 거둔대 힘입어 사회에서 
        여성의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받게 되었다. 따라서 혁명이 승리한 후 당연히 
        법률적으로 남자와 평등한 지위와 권리를 획득하게 되었으며 실제생활에서도 
        이를 실현해 나아가게 되었다(2면). 

        목차를 보면 그 의도가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제1장 중국여성운동의 흥기, 제2장 중국여성운동의 신기원(1919~1923), 제3장 
        대혁명 격동기 여성운동의 활성화(1924.1~1927.7), 제4장 토지혁명중 농촌여성의 
        투쟁 및 항일민주운동 중 여성계의 재활약(1927.7~1937.7), 제5장 항전시기 
        여성운동의 전면적 발전(1937.7~1945.9), 제6장 내전의 승리와 전국여성의 
        단결강화(1945.9~1949.10). 

        신민주주의 혁명의 시기를 세분하는 정통적 역사서술방식 즉 5.4운동기, 
        대혁명기, 소비에트혁명기, 항일국공합작기, 내전기로 나누는 관점이 그대로 
        관철되어 있다(관심있는 독자는 중국의 표준적인 교과서였더 何幹之主 편 
        [중국현대혁명사(1954)]의 국역본인 [중국민족해방운동과 통일전선의 역사] 
        상.하(1987)와 대조해보면 좋다). 이같은 목차를 대하면 서론격으로 전통시대의 
        여성의 지위, 여성운동의 준비 및 신해혁명기의 여성운동을 다룬 제1장을 뺀 
        나머지 내용은 표준적인 중국혁명사 개설서에서 주체가 여성으로만 채워진 
        것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것으로 본서의 내용요약은 
        충분하다. 나머지는 본 역서의 [발간사]가 지적하듯이 "야사를 읽는 것 같은 
        흥미"를 일으키는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사건의 생생한 묘사"이다. 

        그러나 이로써 본서의 평가를 그친다면 위의 '머리말'에서 인용한 
        대목만으로도 느껴지는 중국여성들의 열정을 너무 냉정히 무시하는 것이기 
        십상이다. 여기서 현대중국여성사에 대해 우리가 품음직한 몇가지 궁금증을 골라 
        본서가 어떤 답을 주는지 좀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중국여성들이 
        왜 마르크스주의를 택하게 되었고, 둘째 대혁명 - 우리 중국사학계의 용어로는 
        국민혁명 - 이 그들의 지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으며, 셋째 혁명근거지 
        여성의 지위는 어떠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중국의 여성의 지위는 
        무엇인가에 대해 본서는 뭐라 서술하고 있는가. 

        첫째 물음에 대해:5.4운동기 지식여성들은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억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질서를 모색하는 방편으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생활공동체운동을 전개했다. 여기에는 실제로 전통적 가족의 결혼압박을 피해온 
        여학생들도 참여했다. 그런데 이 운동이 "여러가지 모순에 봉착해 무너지고 
        말았다", "이러한 실패는 선진적 여성들에게 계속 전진하도록 재촉하였고, 
        새로운 개조된 사회와 여성해방의 길을 탐색하도록 자극하였다"(상권 
        151~152면). 그래서 마르크스주의를 수용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여성억압의 
        근원이 사회경제제도임을 인식하게 되어 사유제도를 없애는 사회혁명으로 
        나아가, "무산계급여성을 그 주체로 하여 전체 여성이 해방을 쟁취하는 새로운 
        역사시기에 돌입하게 되었다"(상권 154면). 

        둘째 물음에 대해:국민당과 공산당이 통일전선을 형성해 군벌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전개한 국민혁명은 북벌로 마무리짓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일련의 조치가 취해졌다. 북벌군이 이르는 곳마다 전족 
        폐습의 폐기가 강행되었고, 단발이 추진되었으며, 축첩제도의 폐지와 
        계집종.기녀의 해방이 시행되었다. 그리고 여성이익을 옹호하는 '혼인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대부분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불균등발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혁명이 좌절되면서 유명무실해진 경우가 
        많았다. 

        셋째 물음에 대해:혁명근거지에서의 여성은 정치경제적 지위와 문화적 역량이 
        향상되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중화소비에트공화국 토지법>과 
        <혼인조례>, <혼인법>이었다. 이로써 농촌의 여성은 남자와 똑같이 토지를 
        소유할 권리를 갖게 되었고,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희생자인 여성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남녀평등의 원칙이 혼인제도상 실현된 일부일처제가 채택됨에 
        의해 축첩과 축비가 금지되었다. 그리고 항일전이 치러지는 동안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여성들이 농업은 물론 공업생산에도 참여한 대생산운동은 여성의 
        경제적.정치적 지위를 향상시켰고 이와 더불어 여성을 위한 문화활동과 
        위생운동이 전개되었다. 

        넷째 물음에 대해:내전에서 여성들이 투쟁한 결과 1949년 9월의 
        정치협상회의에 많은 여성대표들이 참석할 수 있었고, 여기에서 통과된 
        임시헌법적 문건인 <공동강령>에서는 "여성을 속박해온 봉건제도를 폐지하고 
        여성이 정치.경제.문화교육.가정.사회생활의 각 방면에서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가지며 남녀혼인의 자유를 실현할 것을 분명하게 규정하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확립된 "신중국 여성의 정치적 지위와 법률적 지위는 곧 점차적으로 실현되어 
        갔다. 이것은 중국여성들이 중국공산당의 지도아래 28년에 걸친 어령누 투쟁을 
        거쳐 획득한 성과였다. 신중국의 성립을 이정표로 하여 중국여성운동은 또 
        하나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였다"(하권 360면). 49년 이후는 이 책의 범위에 
        들지 않으나 이로써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사회주의혁명으로 여성해방은 
        자동적으로 달성되었다는 것이리라. 

        IV. 

        이책에 대한 평가는 간접적이지만 이미 한 것이나 다름없다. 위에서 중국을 
        비롯한 몇 나라의 연구동향을 정리한 것에 비춰보면 그 특징과 한계가 어느정도 
        명확해 진다. 여기서는 단지 이 책의 발간목적이 내용에서 충분히 
        달성되었는지만 따져보려 한다. '머리말'에서 "선배 여성운동가나 여성 영웅 및 
        수많은 여성대중들이 창조한 업적"은 오늘날 교훈이 되며, 무엇보다 
        혁명간부(특히 여성사업 간부)에게 "좋은 교재"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방금 요약한 내용에서도 그렇고 전체 내용에서도 그 의도가 제대로 
        실현된 것 같지 않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당시의 신문잡지를 비롯한 광범위한 
        사료를 섭렵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기본시각이랄까 방법론에 있다. 혁명에 대한 
        구조적 이해가 아닌 목적론적(또는 주의주의적) 접근에 의존하다보니 설득력이 
        약해진 것이다. 따라서 "좋은" 의도로 간행한 "좋은 교재"가 중국에서는 
        억압적인 이념교육의 도구로 기능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책의 핵심적인 주제는 혁명의 주체로 형성되어온 여성상이 아닐 수 없는데, 
        그 모범으로 '머리말'을 쓴 동영초를 꼽아도 이론이 없을 것이다. 5.4운동기에 
        학생으로 참여한 이래, 바로 지난 7월 11일 자신의 유해를 의학용으로 기증하고 
        30여년간 걸쳐온 단벌 검은 색 양복을 수의로 입은 채 떠나기까지의 그녀의 삶은 
        아름다운 드라마이다. 그러나 현대 중국여성의 삶의 궤적이 모두 그녀처럼 
        숭고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를 바란다면 그때부터 역사에 폭력을 가하는 
        것이리라. 

        어쨌든, 중국인이 아닌 우리로서는 풍부한 사료와 사실을 언어의 장벽없이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기회를 즐기면 족한 것이다. 아울러, 설사 이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발간목적을 받아들이더라도(그렇지 않다면 더더욱),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각(방법론)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겨 봄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