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가족의 다른 점과 닮은 점(각주:이 자료는 한국 통일여성협의회가
주관한 제1차 통일문화세미나('91.10.23), [남북한 가족의 동일성과 이질성]에서
변화순씨가 발표한 논문 "남북한 가족의 다른점과 닮은 점"을 수정 보완하여
여성연구 자료로 활용코자 한 것이다).
남북한 가족의 다른점과 닮은 점을 다루어야 하는 까닭은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할 과제인 통일을 대비해 양 사회의 사회관습과 의식구조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상적인 가족의 방향제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분단 이래 사회경제 체제나 정치이념 면에서 매우 상반된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사회전반의 문화를 포함하여 북한주민들의 사고방식과
가치지향, 행위유형과 생활방식은 남한주민들과 상당히 다르다. 따라서
북한사회를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이념, 정치, 사회경제체제
등이 연구되고 있고 그 실체를 일반에게 알리는 작업이 비교적 오랫도안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가족의 측면에서 닮은점과 다른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통일을 이룩해가는 과정에서나 통일후의 사회문화적 통합에서 극복해야할 과제로
그러한 차이의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은 최근에서야 진행되고 있다.
물론 한 사회체제의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해도 상대방을
서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이 걸리고 어떤 이들은 일생을 함께
살아도 이해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체제가 다른 사회에서 40년 이상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만나 이해하며 산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이므로 통일 후 남북한 사람들의
의식의 차이 때문에 야기되는 혼란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서 두 사회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분석하는 작업은 그만큼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이 글은 우선 양 사회의 가정생활 특성을 찾아내고
서로 다른점과 닮은 점을 비교한 것이다. 또한 구체적으로 그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행위의 근거는 무엇인가를 밝히고 그 장.단점을 비교한 자료이다.
이것은 유교적 전통에 기반을 둔 한 민족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요소가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고 그것은 현 사회구조에서 어떠한 유형으로 남아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으며 비교 관점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다음에서 제시하는 표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자료들을 모아
남북한 가족과 자녀양육 관행에 대한 현상을 종합해 특성, 다른 점과 닮은 점,
장.단점을 비교한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해 도움받은 글은 이태영(1988)의 [북한여성], 정무장관(제2)실
(1990)의 [북한여성의 실태] 중 이온죽의 "여성과 가정생활"과 김애실의 "여성의
경제활동", 윤미량(1991)의 [북한의 여성정책], 한국여성개발원(1990), [한국
가족정책에 관한 연구], 한국여성개발원(1991), [여성백서], 법제처(1991),
[북한법제개요], 통일원(1991), [남북한 사회.문화지표]이다.
<표1>남북한 가족의 특징
-----+---------------+------------------+--------------------------------
|사회적 가치 | 헌법상에 | 가족법
| | 나타난 가족 +----------------+---------------
| | | 재산상속권 | 이혼권
-----+---------------+------------------+----------------+---------------
남한 |전통적 유교사상|개인의 존엄과 양성|재산상속 인정 |협의이혼,
|서구의 자유평등|의 평등 인정, | |재판이혼 가능
|사상, 개방성, |국가는 모성보호를 | |
|다양성 |위해 노력(헌법 제 | |
| |36조) | |
-----+---------------+------------------+----------------+---------------
북한 |전통적 유교사상|양성의 평등, 모성 |사유재산 철폐로 |협의이혼제 폐지
|주체사상과 그에|보호, 가정은 |재산상속의 |'56년부터 재판
|따른 3대혁명 |사회의 세포로서 |형식적 인정 |이혼만 허용
|과업으로서 |국가의 보호를 | |
|가정의 혁명화, |받음(헌법 제 62, | |
|여성의 노동 |63조) | |
|계급화, 사회 | | |
|주의 사상, | | |
|획일성 | | |
-----+---------------+------------------+----------------+---------------
-----+---------------+---------------------------------------------------
| 결혼 | 가정생활
+---------------+-------+-----------+----------+---------+----------
| 배우자 선택 |가족의 | 부부.친족 | 경제활동 |가사노동 |남녀평등
| |형태 | 관계 | | | 의식화
-----+---------------+-------+-----------+----------+---------+----------
남한 |평균결혼연령: |직계 |전통적 |여성경제 |가사역할 |가부장적
|'90년 남27.8세,|가족의 |가치관에 |활동참가율|성별분업 |질서에
|여 24.8세, |원리를 |입각한 |:'91년 |현상이 |대한 여성
|자유주의 원칙하|유지한 |가부장적 |46.5% |지배적이 |문제제기,
|에 개인의 |핵가족 |남성중심의 |남녀취업 |나 부인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 |형태가 |부부관계를 |비율:'90년|직업유무 |권리주장,
|그시대의 사회적|지배적 |보이나 |67.8% |에 따라 |여성운동의
|가치가 중요한 | |교육수준, |취업기혼 |융통성 |가능성
|결정요인으로 | |부인의 |여성의 | |내포
|작용:성격, | |직업유무, |증가경향 | |
|경제력, 건강, | |계층에 따라| | |
|외모 등 | |다양 | | |
-----+---------------+-------+-----------+----------+---------+----------
북한 |만혼장려:남자 |직계 |공식적으로 |부녀노동 |가사역할 |여성의
|30세, 여자28세 |가족의 |남녀평등을 |비율:'91년|성별분업 |권리에
|당성우선, 계급 |원리를 |지향하나 |47.5% 남녀|고정관념 |대한 자각
|(성분)중 |유지한 |부자세습 |취업비율: | |
| |핵가족 |당략에 |'88년 49% | |
| |형태가 |함축되어 |비취업기혼| |
| |지배적 |있는 부계 |여성의 | |
| | |혈통중심 |증가방향 | |
| | |사상, | | |
| | |가부장제 | | |
| | |강화, 남존 | | |
| | |여비관행 | | |
| | |변함없음 | | |
-----+---------------+-------+-----------+----------+---------+----------
-----------+-------------------------------------------------------------
| 특징
+----------------------------+--------------------------------
| 남한 | 북한
--+--------+----------------------------+--------------------------------
육|자녀출산|산아제한정책 | 산아제한장려
|정책 | |
+--------+ |
|출산율 |'60년대 이후 출산율: |
| |3.2('80), 1.6('88), 1.0('95)|'70년대 이후 출산율:4.0('83)
| | |2.6('2000)
아+--------+----------------------------+--------------------------------
|0-14세 |남성 107.3('85) 108.6('90) |남성 104.3('85)
|성비(여 | |
|100) | |
+--------+----------------------------+--------------------------------
|0-6세 |470만여명('90) 총인구 |330만여명('90) 총인구
|인구 |4,352만여명 |2,172만여명
+--------+----------------------------+--------------------------------
|사회의 |-가족이 원칙으로 책임을 짐 |-아동양육과 교육의 사회화 중점
|육아방식|-아동양육의 다양화 및 |-아동양육의 사회화를 위에서
|관행 | 사회화를 아래에서 요구 | 부터 실시
+--------+----------------------------+--------------------------------
|가정의 |모성강조, 자녀양육 및 교육 |모성강조(현명하고 강인한 어머니)
|육아방식|중시 어머니의 상황에 따라 |모유를 먹임(의무는 아님)
|관행 |모유, 분유선택 |
+--------+----------------------------+--------------------------------
|교육목표|전인교육, 아동의 능력개발, |부자승계 체제유지를 위한
|및 제도 |시민의식 함양, 능력 및 |사회주의 교육 및 전통적 질서유지
| |경제여건 따라 상급학교 진학 |강화, 신분.성분에 따라 상급학교
| | |진학
+--------+----------------------------+--------------------------------
|탁아소 |탁아소:시설탁아:1천7백여개 |탁아소:6만여개('91) 수용인원:
|유치원 |('91) 가정탁아:2천여개소 |166만여명
|수용인원|수용인원:약9만여명 |
| |유치원:8,421개소('91) 수용 |
| |인원:40만여명 |
--+--------+----------------------------+--------------------------------
이상과 같이 남북한 가족의 결혼, 육아 및 가정생활에 대해 살펴보았다. 자유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이념적 차원과 사회 정치체제에서 남한가족은 개인의
능력과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빈부의 차, 성차는 계층간,
남녀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한편 공산
사회주의사상을 기반으로 한 북한가족에서도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평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획일성을 강요하는 점은 단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통일을 대비해 남북한의 바람직한 가족유형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논의해보자. 바람직한 가족유형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 하나는 미시적 접근 방법으로 가족 구성원에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서적 만족을 충족시키고 평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거시적 접근 방법으로 전체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하위체계로서
가족을 사회의 통합과 유지를 위해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첫째, 자본주의 체제의 가족에서 가족의 중요한 기능은 가족구성원의 정서적
만족과 자녀의 사회화 기능이다. 가족구성원을 위한 복지기능이 가족에서 국가로
이전될 때 가족의 정서적 만족을 위한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남한의 경제성장 정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보다 뛰어나기 위해서는 능력을
중요시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학력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자녀들은
생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외의 나머지는 입시준비를 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
기능이 얼마나 수행되는지는 검증하기 어려우나 대단히 회의적이다. 또한 최근
70~80년대와 사회적 상황은 다소 변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남성에게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을 강요하고, 또한 근무시간이 끝난
뒤 저녁까지, 심지어는 휴일까지 이어지는 남성들간의 비공식적인 교제 때문에
아버지와 자녀와의 관계는 소원해지는 경향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
남한사회와 그 문제 양상은 다르지만 북한 사회체제에서 가족보다 국가와 당이
우선한다는 점과 직장일을 마친 뒤 과외활동 및 강습회에 참여해야하는 실정에
북한사회 역시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모든 사회적 문제가 가정의 불행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인식해 볼 때 이
기능의 중요성을 남북한 사회에 모두 강조해야 할 것이다.
가족내 남녀평등을 위한 작업은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할 것이다. 이것은
남북한 사회의 가정생활에서 부부관계, 부모자녀관계, 가사역할 수행, 의사결정,
경제활동 참여등 다양한 측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해 남녀평등원칙에
바탕을 둔 바람직한 가족제도와 가족관계 유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가족내 개인의 정서적 만족을 우선하고, 다양한 사회적 인간상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자유민주사회에서 가족이 전체사회의 통합유지를 위해
기능해야한다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또한 이념과 사회체제가 다른 사회의
통합을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가족이념의 합치점을 찾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남한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족주의적 성향이 개인의 자유와 결합해
가족이기주의로 나타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점은 자본주의 사회 전체가
일반적으로 가지는 보편적인 취약점이라기 보다는 유교적 전통에 기반을 둔
우리사회에서 고도의 경제성장정책의 실시와 더불어 나타난 특수한 역기능적
현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미국, 서구
유럽, 일본 사회에서도 가족문제 역시 심각하지만 우리사회가 가지는 문제점과는
그 양상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한편 전체사회가 획일성을 지향할 때 사회통합을 위해 가족에게 요구하는
기능은 강화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점에서 북한의 가족은 이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북한은 김일성 부자계승체제의 유지를 위한 획일적인 사상의
주입으로 국가가 우선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은 이차적이라는데 근본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만족을 충족시키면서도 사회체제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가족의 이념과 유형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변화순(본원 책임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