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족의 부부관계
        저자 함인희
        발간호 제038호 통권제목 1993년 봄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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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한국사회연구회(편), 사회문화연구소, 1992, p.434. 

        함인희(이화여대 강사)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가족의 변화 양상에 대하여 그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통합적인 상황과 모순적인 상황을 주시하면서 한국가족의 
        민주화와 안정을 지향하는 이론적 경험적 연구시리즈를 계획해온" 
        여성한국사회연구회의 세번째 기획(첫번째 주제는 '혼인' 두번째 주제는 
        '부모--자녀관계') '부부관계'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한국가족의 부부관계」는 다음 몇가지 측면에서 가족 연구에 이론 및 
        방법론상 새로운 전망을 제시해주고 있다. 첫째는 가족주기의 중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가족을 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주체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공동연구를 통하여 개별연구로서는 어려운 포괄적 주제를 
        선정하는 동시에, 각 가족주기별로 3종류의 질문지를 개발하는 등 
        공동연구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연구방법에 수렴함은 물론, 비교적 규모가 큰 
        표본조사를 통해 경험적 자료 수집과정에서의 객관성과 일반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지금까지 자료수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연구가 다소 
        부진했던 '부부관계'에 대해 경험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앞으로의 
        가족연구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가족의 부부관계」는 가족주기를 편의상 자녀양육기 자녀교육기 
        노부부기로 구분하고 각 주기별로 부부관계의 특성에 맞는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즉 자녀양육기에는 결혼 초의 부부적응과 첫 자녀 출생으로 인한 
        부부관계의 변화를 , 자녀교육기에서는 자녀교육과 부부관계, 부부간의 갈등에 
        대하여, 그리고 노부부기에는 가족구성 및 가족관계 그리고 노부부 독립가구의 
        부부관계에 대하여 다루는 한편 부부의 개념과 부부간의 평등성에 관하여는 
        자녀양육기와 자녀교육기의 부부를 모두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 결과는 모두 11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이 자리에서는 각각의 
        논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 후에 전반적인 평을 해보고자 한다. 

        제1장 가부장적 사회의 부부관계의 성격--여성사회학적 시론--(조 형)은 
        "부부관계가 가부장적 사회라는 거시적 맥락에 위치하는 사실을 주목하면서 그 
        구조적 성격을 파악하려는 여성학적 시론"이다. 여기서는 부부간의 성별분업과 
        부인의 가사결정권을 통해 가부장적 권력의 중층구조를 분석해내고 있다. 즉 
        부부관계 속에 상황적 권력과 조직구조적 권력 그리고 체계적 권력이 어떻게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지금까지 '적절한 문제제기에 
        실패해온' 가족연구가들의 오류에 도전하고 있다. 

        제2장 부부관계의 인식에 관한 연구(권희완)는 "부부가 결혼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다른가"하는 점과 이러한 "부부간의 결혼개념의 차이가 전반적인 
        결혼생활 만족도 및 결혼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의 부부관계에도 J.버나드가 밝혀냈던 '두개의 결혼 곧 부인의 결혼과 
        남편의 결혼'이 공존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즉 부부간의 바람직한 배우자상을 살펴본 결과 아내는 남편이 성실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에, 남편은 아내가 집안살림 
        알뜰하게 꾸리고 자녀교육 잘 시키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편 '부부의 
        결혼에 대한 인식'을 "가계부양자로서의 역할, 부부간의 자율성, 부부간의 갈등 
        표출, 결혼에 대한 안정지향성"의 네측면에서 볼 때, 남편은 부인에 비해 
        가계부양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인식과 결혼안성성에 대한 욕구가 높은 반면, 
        부인은 갈등을 표출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아내의 
        결혼만족도가 결혼에 관한 태도는 남편의 결혼 인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반면에 남편의 경우는 부인의 태도로부터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부부의 결혼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남편 쪽의 태도 변화가 
        따라야한다는 점이 제안되고 있다. 

        제3장 부부관계의 평등성(박민자)에서는 오늘날 변화된 사회구조 속에서 
        부부는 얼마나 (불)평등한가, 아울러 불평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이며 
        결과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우리나라 부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평등한 부부관계란 권리(의사 결정권, 
        경제권)와 책임(가사노동, 육아)을 공유하는 관계"이며 "상호 인격을 존중해주고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관계"이다. 단 부부간의 평등은 역할을 완벽하게 
        공유하기 보다는 역할 분업에 따라 각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댁과 친정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부부"를 평등한 
        부부로 규정함은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가족제도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흥미롭다. 

        우리나라 부부들은 의사결정 측면에서는 비교적 평등한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결정권을 가진다는 것이 곧 부부간에 평등한 권리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실제로 가사노동의 90% 이상을 
        전담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불평등한 관계'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부관계의 질적인 측면, 곧 부부간의 우애나 상호존중, 대화의 개방성에 대한 
        인지에 있어서도 불평등한 관계로까지 인식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가활동이나 
        자신만의 생활에 대한 부인들의 평가는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 

        위 논문에서 부부관계의 평등성(가사노동 분담, 의사결정 유형, 여가 및 
        자신만의 생활, 부부관계의 질)은 남편의 성역할 개념이 얼마나 전통적이냐에 
        따라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성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평등한 부부관계를 이끌어내는 지름길인 셈이다. 

        제4장 결혼 초 부부관계의 적응(이광자)은 결혼 초(결혼 후 3년) 남편과의 
        성격과 습관의 차이, 시댁과의 적응, 경제적 적응에서 오는 갈등, 자녀양육 
        분담, 가사역할 분담, 성생활적응 문제들을 부부가 서로 어떻게 적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적응문제들이 부부관계의 만족도가 결혼생활의 안정성과 
        적응성에 어떻게 상호관련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연구 결과 결혼 초기의 부인들은 위 문제에서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많으나 
        이것이 부부관계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부부간의 적응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부부간의 유대와 상호의존성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제5장 첫자녀 출생과 부부관계의 변화--결혼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박숙자)는 첫자녀 출생 과정에 따른 결혼만족도의 변화, 부인의 취업 
        및 취업 중단 경험이 첫자녀 출생과 결혼만족도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자녀양육기 부인의 결혼생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등을 묻고 있다. 

        만 7세 이하의 자녀를 둔 양육기 부부를 대상으로 첫 자녀 출생으로 인한 
        부부관계의 변화를 분석해 본 결과, "부인의 결혼만족도는 첫자녀 임신중이 
        결혼초보다 약간 높으나 출산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는 만족도가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편의 결혼만족도는 결혼 초 이후 자녀를 낳아 키우면서 
        계속해서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첫자녀의 출생이 부부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간주된다. 단 그 요인이 첫자녀 출생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확한 검증은 어려움을 밝히고 있다. 

        남편의 자녀양육 참여 실태와 남편 역할에 대한 부인의 기대 그리고 
        결혼만족도간의 상관관계를 보면, 남편이 실제로 자녀양육에 얼마나 참여하느냐 
        보다는 남편의 양육역할에 대한 부인의 기대가 어느정도 충족되었느냐가 
        결혼만족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자녀출산으로 인해 취업을 중단한 부인의 경우, 첫자녀 
        출산후 현재의 결혼만족도가 전업주부집단이 취업주부집단보다 낮으며 특히 
        자신의 현재 생활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첫자녀의 양육 
        문제로 취업을 중단하는 현상은 인력활용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곧 취업을 중단한 부인의 경우 자아개념의 저하, 결혼만족도의 
        저하 등으로 건강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여 사회적 육아지원체제의 확립을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6장 자녀교육과 부부관계(유희정)는 대다수 자녀교육기의 부인들이 자녀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학업성적에 대한 걱정이나 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끼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자녀교육에 대한 남편의 지지는 심리적인 면이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실제 행동면에서는 낮았던 반면, 부인들은 사회계층적 지위나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남편과 비교하여 자신의 어머니 점수를 남편의 아버지 
        점수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성역할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어머니의 심리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큼을 추측케 한다. 

        자녀교육기의 부부관계는 자녀교육과 관련된 부모로서의 역할 수행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 부부관계가 원만한 경우는 자녀가 부부관계를 더욱 강화시키지만 
        원만치 않은 부부관계가 자녀로 인해 유지될 경우는 오히려 자녀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고 자녀로 인해 부부간의 갈등도 많아져서 부부관계가 자녀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부부관계를 강화시키고 
        결혼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부모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제7장 부부간의 갈등과 해소(변화순)는 부부간의 갈등 현상에 주목하여 원인과 
        방법은 무엇인가, 나아가 지속되는 갈등에도 불구하고 부부관계를 계속 
        유지시키는 기제는 무엇인가 등을 묻고 있다. 

        부부간의 갈등 원인과 갈등의 표출 방법은 대개 성격 및 습관의 차이, 
        배우자에 대한 역할 기대의 차이, 경제적 어려움, 술 담배 및 늦은 귀가시간으로 
        구분된다. 갈등의 해결 방법은 결혼 초에는 부부가 사소한 일로도 자주 다투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서로 이해하며 참고 지내거나 아니면 서로 포기한 채 평행선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부부가 각기 다른 세계를 
        경험함으로써 오는 이해의 부족과 배우자에 대한 역할 기대가 어긋날 때 
        일어난다고 본다. 

        제8장 노부부의 가족 구성 및 가족관계(손승영)는 인구가 점차 노령화되어 
        가면서 노령자의 가족구성이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하고 있다. 필자는 
        노부부 가족구성과 가족관계의 이해를 위하여 기존의 근대화론에 입각한 논의의 
        한계를 비판하며, 이중경제모형과 교환이론을 병행한 분석틀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연구 결과 노령자 집단 안에서도 연령, 계층 및 자녀와의 
        동거여부에 따라 부모--자녀간 "부양과 기여의 교환체계"가 달리 나타나고 
        있으며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집단별로 다양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제9장 노부부 독립가구의 형성과 부부관계(김자혜)는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잘 
        맞지 않는다고 여겨져온 노부부 독립가구('89년 현재 13.2%)의 증가가 의외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 착안하여 그 배경과 현황을 탐색하고 있다. 

        노부부 독립가구의 형성 배경을 보면, 경제적 여건이 마련된 경우 노부부의 
        적극적인 태도로 결정된다. 결정 시기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아들의 결혼을 
        전후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고부간의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의미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적극적인 찬성하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노부부 독립가구의 
        경우는 분가한 장남과의 관계도 좋고 결혼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 배우자 가운데 한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 노인부부의 건강 문제 그리고 
        노부부 독립가구의 지원이 현재는 개별 가족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제10장 오늘의 성문화와 부부의 성--여성잡지에 나타난 부부의 성 이미지에 
        관한 연구--(정은희)는 여성잡지의 내용분석을 통해 부부의 성 이미지가 
        변화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성 이미지 변화 과정을 보면, 남편의 경우는 
        80년대 '외도의 가능성을 가진 자, 경쟁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자, 남성우위 
        사상을 가진 자'라는 이미지로부터 90년대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자'로 
        변화해가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여 부인의 이미지는 80년대 '남편을 관심과 
        이해로 조정하는 자, 성적 매력을 지닌 사랑받는 아내, 자기발전을 꾀하는 
        자'로부터 90년대 '새로운 자극을 꾀하는 자'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보론) 일제시기 부부관계와 여성생활(신영숙)에서는 당시의 신문 및 
        잡지의 내용을 통해 식민지 가부장제 하에서의 중산층 여성, 신여성, 여성 
        농민과 여성노동자의 부부관계와 여성생활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가족의 부부관계」는 연구의 제한점을 지적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현재 유배우 상태인 가족만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해체를 경험한 가족을 제외시킨 점, 조사대상 지역을 서울시에만 
        국한하여 연구결과를 일반화시키는 데 신중을 요한다는 점, 표집 과정에서 계층 
        분류 기준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부부간의 
        성생활에 관한 논의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모든 연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하나 연구의 마무리는 더욱 많은 
        문제를 발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가족의 부부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의 연구를 위해 위 연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몇가지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가족주기에 따른 부부관계의 특성을 규명하고자 한 문제인식에 비해 
        「가족주기」자체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처리되어 있다. 특별히 
        가족주기와 관련해서 부부관계를 연구하는 작업의 의의는 무엇인지? 가족주기를 
        '자녀양육기 자녀교육기 노부부기'로 나눈 이유가 무엇인지? ('편의상'이라는 
        이유 이외에) 혹 한국가족에만 나타나는 가족주기상 특성은 없는 것인지? 등 
        가족주기와 관련된 논의가 보완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족주기에 대한 논의가 대폭 생략됨으로서 생기는 혼란 중의 하나는 
        부부관계에 대한 인식이나 결혼만족도, 부부간의 평등성 등이 자녀양육기의 
        부부와 자녀교육기의 부부간에 달리 나타난다고 할 때, 그 이유가 진정 
        가족주기에 따른 요인인지 세대 및 연령 변수의 영향력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와 같이 급격한 사회변동을 경험하는 곳에서는 
        연령별 코호트에 따라 가족주기가 단계적으로 변화되어가는 유형이 다르고 
        가족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상황 및 가치관 규범 등이 다르므로, 세대별 
        가족주기의 특성을 분류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가족의 부부관계」는 책 앞머리에서 "각 가족주기별로 부부관계의 
        특성에 맞는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 때의 
        가족주기는 진정한 의미의 독립변수로 활용되고 있다기 보다는 임의의 배경 
        변수에 더 가까운 셈이다. 즉 가족주기가 하나의 연속적인 단계로 파악되기 
        보다는 구획을 짓는 단계로서의 의미만 강조되고 있다. 진정 가족주기에 따른 
        부부관계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가족주기가 변화함에 따라 변화하는 측면, 
        가족주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화되지 않는 측면이 동시에 밝혀져야 하며, 
        변화(혹은 무변화)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논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문제 설정 및 자료수집 과정에서는 공동연구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음에 비해 자료의 분석 및 해석 과정에서는 공동 연구의 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각 장의 이론적 배경 간에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때로는 
        상호모순된 논의가 눈에 띄기도 한다(시종일관 머리를 떠나지 않은 의문은 
        1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상적 가족상--발전하는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나머지 
        장에서의 가족상에 대해 함축하고 있는 논의--안정성--간의 괴리관계이다). 이는 
        연구 주제가 달라짐으로 인해 생기는 논의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자료 수집 절차 및 응답자의 일반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나 개념 측정과 관련된 
        논의가 중복되어 나오고 있는 것이라든가, 같은 문항에 대한 논의가 연구자에 
        따라 다소 다른 맥락이긴 하나 반복되어 나오는 것 등은 사전에 조정이 필요한 
        작업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셋째, 부부관계를 논의함에 있어 부부의 성관계에 대한 논의가 다소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음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이 문제는 이론과 방법론상의 
        문제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즉 한국의 부부들은 상대적으로 성관계에 그다지 
        높은 비중을 두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부부들의 성관계를 연구하려면 
        서구에서 개발된 방법과는 다른, 우리나라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규명하는데 
        걸맞는 독특한 방법이 있는 것인지 등이 보다 진지하게 논의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 지적한 아쉬움들은 「한국가족의 부부관계」에 담겨있는 풍부한 
        연구결과, 심층면접자료와 내용분석자료, 날카로운 문제 제기와 새로운 해석,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구조적 상황과 가족성원 모두의 복지를 동시에 고려한 
        참신한 정책적 제안들 속에 묻힐 것이다. 

        대학 강단에서 가족을 강의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가족정책 및 가족복지에 
        관심이 있는 이들, 여성과 사회변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 나아가 가족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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