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한국사회
        저자 이재경
        발간호 제041호 통권제목 1993년 겨울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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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한국사회 
        여성한국사회연구회(편), 사회문화연구소, 1993 

        이재경(이화여자대학교 교수) 



        1977년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 강의가 처음으로 개설된 이후 여성학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며 1993년 현재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여성학 강의가 개설되고 있다. 하나의 학문분과로서 여성학이 소개된 
        이후 지난 15년간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한 이론이나 연구들은 활발히 소개되어 
        왔으나, 우리사회를 조명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연구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였다. 최근 한국여성의 문제를 서구적인 개념과 이론체계를 빌어 설명하는데 
        한계를 느낀 연구자들은, 우리사회 여성의 삶에 관한 구체적 현실검토와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쓰여진 이 책은 한국여성에 대한 이해는 한국사회의 사회문화적 특수성과 
        연관지어 분석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전제로 한다. 

        이 책에서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가부장제로 규정짓고, 이러한 가부장적 
        문화와 이념체계가 가족을 비롯하여 사회의 모든 조직에 확신되어 
        여성억압/남성지배의 권력관계를 정당화하고 지속시켜 왔음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사회화를 통해 개인에게 성역할이 내면화되는 과정과 이것이 
        경제활동의 영역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책 및 개인의 생활세계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우리의 행동과 의식구조를 지배하고 재생산하는가를 구체적인 사례와 
        경험적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다. 

        II 

        이 책은 모두 7부 1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체로 각 장의 내용은 기존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한국의 현실에 대한 분석,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여성과 사회는 이 책의 전개방향을 시사해 주는 서론에 해당되는 논문 
        2편이 실려있다. 1장에서는 우리사회에서 여성연구의 필요성을 논의하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서구 여성학이론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다. 
        지금까지 서구의 이론들이 한국여성의 경험과 삶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우리사회의 특수성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논의가 진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여성억압/남성지배의 사회구조가 
        대부분의 인류사회에서 발견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 할 지라도 상이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개별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이 보편적 틀 속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2장에서는 우리사회의 여성억압의 역사적 기원과 
        삼국시대로부터 고려, 조선, 일제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검토한다. 
        한국의 가부장제는 초기 국가형태를 띠어 온 삼국시대부터 형성되어 왔음을 
        주목하며, 이후 사회변동과정에서 가부장제가 어떻게 지속, 강화되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산업화에 따른 여성의 역할과 지위의 변화양상을 살펴보면서, 
        오늘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이 당면한 문제와 해결과제에 대하여 논의한다. 

        제2부 여성과 사회화에서는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3장에서는 남녀사이에 발견되는 해부학적 차이가 
        성별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체적 성차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으나, 이같은 
        성차가 인성에 미치는 영향이 그 동안 서구 학자들에 의해 과장되어 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여성 특유의 생리학적 요인이 어떻게 사회문화적 요소와 
        결합하는가를, 출산력 통제와 남아선호, 생리적 기능과 연관된 성정체감의 
        모순의 현실을 드러내면서 의료인류학적 입장에서 논의한다. 한편 4장에서는 
        남녀가 사회화 과정에서 어떻게 차별적으로 키워지고 있는가를 검토한다. 
        가족내에서 부모들은 가부장적 문화와 가치를 아들과 딸에게 심어주어 일찍부터 
        '남자답게' 또는 '여자답게'라는 성별 정체감을 갖도록 키우며, 교육기간가 
        대중매체 역시 남성성과 여성성을 나누는데 일조를 한다. 남성적이 아니면 
        여성적이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남녀의 영역을 분리하는 성역할 규범은 남녀 모두의 사고와 
        행동을 제한하게 된다. 이 논문에서는 성역할의 분리를 극복하고 양성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대안으로 양성적 인간상을 제시한다. 

        사회학자들은 가족이 사회에 중심적이고 필수적인 제도라고 주장하며 가족내 
        성별분업은 기능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왔다. 그러나 여성학자들은 가족내 
        성별분업과 이에 연관된 성불평등 현상에 주목하며, 가족은 사회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억압적인 남녀관계와 착취적인 계급관계를 재생산하는 중요한 단위가 
        됨을 강조한다. 

        제3부 여성과 가족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한다. 5장에서는 현대 
        한국가족의 구조적 특성이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분석한다. 
        불평등한 부부관계는 일차적으로 개인들의 성역할 관념에서 비롯되며, 그러한 
        관념은 가족밖의 정치, 경제, 문화규범 등 사회 구조적, 제도적 장치에 의해서 
        형성되고 강화되어 왔다. 따라서 가족성원 중 어느 누구도 집단의 복리라는 
        미명하에 희생당하지 않고 개인의 성장과 발달이 억압되지 않는 평등과 
        상호존중이 보장되는 가족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다. 6장에서는 
        한국가족의 구조와 기능이 계급별로 어떠한 다양성을 보여주는가를 가족의 형태, 
        경제생활, 여성의 취업, 가사노동, 부부간의 권력구조, 자녀양육 등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여기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삶이 자본주의 모순 뿐만 아니라 
        뿌리 깊은 가부장제에 의해서 왜곡되고 희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부와 
        빈곤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와 경로로 가족을 통해 재생산되며, 
        사회불평등구조를 매개로 자본주의와 가족, 그리고 여성억압이 어떻게 
        연계되는가를 설명한다. 

        최근 급속한 산업화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정내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은 여성의 일차적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성별분업은 노동시장의 성별분업과 불평등으로 연장되어 여성은 
        취업여부와 상관없이 열등한 사회적 지위를 점유하게 된다. 

        제4부 여성과 일에 실린 두 논문은 이러한 문제들을 검토한다. 7장에서는 
        가사노동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우리사회에서의 가사노동의 실태, 여성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의식과 만족도, 부부로서의 자신의 정체감과 갈등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인류사회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며,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일들이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가부장적인 성별분업의 원리는 이러한 일들을 가족내 여성의 
        일로 규정하고 여성은 모든 가사일을 전담하여 왔다. 더구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에서 제외되어 물질적 보수와 교환되지 않는 가사노동은 사회가 
        존속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일로 간주된다. 이 결과로 가정주부는 놀면서 남편에게 
        심리적,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으로 취급되고 궁극적으로 가족 및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열등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8장에서는 산업화와 더불어 
        여성들의 취업이 확대되고 질적으로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노동시장 내에서 여전히 열등한 위치에 머물고 있음을 지적한다. 노동시장의 
        입직구인 모집과 채용에서부터 임금, 배치, 교육 및 승진, 정년, 퇴직 및 해고 
        등 노동시장에서 나올 때까지 성차별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행해지는지 검토하고 
        여성의 지속적인 취업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모성보호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제5부 여성과 성 그리고 문화에서는 사랑과 성규범, 여성과 일탈, 여성과 
        문화에 관한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과 규범의 실상을 성(sexuality)에 대한 
        태도와 관련하여 논의하고 있는 9장에서는 성역할 체계와 성과의 관계를 성의 
        이중구조로 설명한다. '여성의 약하거나 없는 성충동, 수동성, 피학성/남성의 
        강한 성충동, 공격성, 가학성'들이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은 
        남성에게는 성적 자유분방함을 관용하는 한편 여성에게는 순결과 정절을 
        강요하게 된다. 이처럼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이중적 기준의 존재는 여성이 
        성적 대상으로 취급되고 여성의 성이 사물화, 상품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성도 대상물과의 성관계라는 소외를 경험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 모두 사물화되고 상품화된다. 한편 성규범이 이중적으로 체계화되어 있는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일탈적 성이 정상적 성(부부간의 합법적인 관계)을 
        보완하게 되는데, 10장에서는 성일탈을 중심으로 여성억압의 현실을 검토한다. 
        남성의 성적 특권과 여성의 성적 억압으로 구성되는 성의 이중구조는 대부분의 
        경우 일탈행위(매매춘, 낙태, 간통)에 대한 규제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보다 
        엄격하게 가해진다.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이중적 성규범의 존재는 남성의 
        일탈행위를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남성이 가해자,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범죄인 강간과 아내폭행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으면서 
        피해자인 여성에게 비난이 가해지고 있는 현실은 가부장제 사회의 여성억압이 
        얼마나 철저한가를 드러내 준다. 

        11장에서는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해 남성과 여성이 같은 사회속에 살면서도 
        상이한 문화를 가지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성별로 분리된 생활세계에서 
        살아가는 남성과 여성은 각기 다른 생활감정과 삶의 갈등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삶의 조건에 따라 생활정서를 표출하거나 삶의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이 논문에서는 여성의 문화현실을 미혼과 기혼, 
        취업과 비취업주부의 범주로 나누어 검토하면서, 남성과 여성이 현재의 분리된 
        삶을 극복하고 인간으로서 통합되는 동시에 인간다운 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대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6부 여성과 정책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삶과 사회적 지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행위를 법과 정책의 분석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은 모든 사람들의 이해로부터 자율적이고 중립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의 적용에 있어서도 법의 보편성과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이 관철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 여성관련 
        법(가족법, 노동관련 법, 성관련 법)의 현실을 검토하고 있는 12장에서는 
        성차별적 사회규범을 반영하는 법체계는 여성억압/남성지배의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재생산하는데 기여하게 됨을 보여준다. 한편 국가의 가부장적 성격은 
        여성관련 정책의 수립, 시행과정에서도 드러난다. 13장에서는 여성정책을 
        일반여성과 복지대상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구분하여 논의한다. 여성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인구정책, 아동보육정책과 매맞는 아내, 성폭력, 모자가족, 
        미혼모, 매춘여성 등 복지대상여성을 위한 정책 모두에서 가부장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여성의 이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진정한 
        여성정책은 부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이해에 대한 국가의 무관심과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여성의 배제 등에서 비롯된다. 

        제7부 여성과 사회운동에서는 한국사회의 여성운동을 역사적으로 검토하고 
        통일운동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여기에 실린 두 논문에서는 
        공통적으로 여성운동이 여성문제만을 다루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사회일반에 관련된 쟁점이나 현안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14장에서는 사회발전에 대한 여성의 주체적, 객관적인 인식과 조직적 
        실천은 여성운동의 성공을 가늠케 하는 필수요건임을 강조한다. 근대이후 
        우리사회의 급격한 변동과정에서 사회개혁과 발전을 추구하는 조직적 운동을 
        전개하는 여성들의 활동을 검토하다. 한편 오늘날 여성운동의 주요 과제를 
        정치민주화, 경제정의실현, 통일운동에의 적극적 참여 등으로 제시하면서, 
        사회운동의 현안들이 여성의 의식개혁과 적극적인 참여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15장에서는 여성 통일운동이 여성적인 통일운동에 제한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한다. 따라서 여성 통일운동은 여성문제 뿐만 아니라 
        남북여성의 교류와 연대, 군축과 평화, 통일방안, 통일 후의 사회체제, 
        정치체제, 권력구조의 문제까지 포괄하여 여성분야에 국한된 통일을 극복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III 

        이 책에서는 서구의 여성해방이론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특성에 비추어 여성의 삶을 분석하고 우리사회에 적합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특히 한국여성에 대한 경험적 연구결과나 구체적인 
        사례를 인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으며, 대학교재로서 뿐만 아니라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여성학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여성한국사회연구회의 회원으로 한국사회의 여성문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활발히 연구해 온 16명의 학자들이 부담, 집필한 여성학 교재이다. 
        각 장마다 그 분야에서 정진하는 연구자가 집필함으로써 최근의 연구성과와 동향 
        등이 비교적 잘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전체를 엮어주는 이론적 체계성이 미흡한 
        것은 여러사람이 참여하는 공동작업에서 피하기 어려운 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앞으로의 지속적 발전을 기대하는 동학으로서 다음의 사항들에 대해 
        필자들이 앞으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첫째, 각 장마다 우리사회 여성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경험적 자료를 기반으로 
        세밀하게 서술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개인적, 제도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한국여성의 특수성을 규명할 수 있는 대안적 
        이론틀에 대한 탐색은 미흡한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나 
        앞으로는 우리사회 여성들의 경험과 삶을 설명할 수 있는 대안적 이론에 대한 
        논의가 보다 진전되어야 하리라 본다. 

        둘째, 필자들이 여성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을 좀 더 명확히 밝혔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서구이론의 무조건적 수용에 대한 비판에는 동의하지만, 
        서구이론을 포함하여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진보적인 
        여성해방이론에 대한 보다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리라 본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모든 여성들이 공유하는 문제의 유사성과 개별사회 여성이 
        갖고 있는 특수성은 함께 논의될 때만이 학문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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