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서론
Ⅱ.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의 접목 : 에코페미니즘
Ⅲ. 환경보전을 위한 여성의 역할
Ⅳ. 결론 : 한국여성의 환경활동 현황과 과제
Ⅰ. 서론
본 논문은 미래사회의 가장 큰 갈등요인의 하나일 것으로 전망되는 환경위기의
극복을 위한 여성의 역할을 살펴봄으로 있어 먼저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을 소개하고 그에 입각하여
환경보전을 위한 여성의 역할을 폭넓게 제시하고자 한다.
1972년 로마클럽에 의해 「성장의 한계(The Limit of Growth)가 출판되고,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되어 '유엔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한 이래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국제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1982년에는 유엔총회의 결의로 '세계자연헌장'과 '인간환경선언'이 선포되면서
일반인들의 환경위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하였으나 각국의 환경오염
행위는 더욱 가속화되어 갔으며 여전히 환경보전이 경제성장과 상치되는
개념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그리하여 인간의 환경조건을 장기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결정과 발전계획의 목표를 '성장'대신에 '환경적 지속가능성'으로
대체시켜야 한다는 논의아래 1992년 6월에는 유엔 환경개발회의(UNCE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 Development) 주최로 브라질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지구정상회담(Earth Summit)이 열렸다. 이러한 국제적 열기는
환경문제가 국지적 성격을 벗어나 범지구적 위기에까지 도달하였다는 인식과
함께 이 해결을 위한 노력도 국가간 협력과 견제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는
합의가 전제된 것이다. 아울러 최근 국제사회를 지배해 오던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종식되어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환경문제가 국제간 주요 의제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60년대 이후 환경오염의 주 요인인 산업화와 도시화를 경험한 한국에서도
환경오염의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한국의
에너지소비 증가율과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은 세계 최고이며, 화석연료
의존도도 80%나 되는 등의 사실만 보아도 환경문제가 심각한 문제임은 자명하다.
그 동안 과학기술과 경제면에서 우리나라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고, GNP는
7천불에 이르지만 국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공기와 물, 토양과 식품의 오염상태는
너무나 심각하여 식수와 식량을 관리하고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생활자로서의
여성의 삶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여성들은 이미 1960년대부터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하여 환경문제에 관여해 왔으며, 특히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많은 여성단체들이 환경문제를 본격적인 활동 주제로 주제로 채택해
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환경위기에 관한 국내외 관심이 고조되고 언론을
통하여 쓰레기를 비롯한 제반 환경문제가 여론화됨에 따라 지역여성들의
환경보전활동이 눈에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 여성들의 환경활동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에코페미니즘을 중심으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의 관계를
살펴보고 ② 더 나아가서 환경을 의식하는 방향으로의 생활양식 및 가치관의
변화를 위한 여성의 역할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자 한다.
Ⅱ.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의 접목 : 에코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용어는 1974년 불란서인 프랑소와즈 도본느(Franoise
d'Eaubonne)가 우주속의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여성들이 갖고 있는 생태적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최초로 사용하였다(Marks & de
Courtivron, 1980 ; Merchant, 1990 : p.100에서 재인용).
에코페미니즘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무시하며,
인간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경쟁과 탐욕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사회에
긍정적인 인간관계 및 인간과 자연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으로서 출현하였다. 즉, 끝없는 착취로부터 자연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한없이 소외되고 주변인화되는 것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려는 시도이다.
전세계에 만연해 있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도전이며, 힘을 폭력으로
정의하는 지배적 개념으로부터 비폭력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것이다(Shiva, 1991 : p.5).모든 생명체를 지속시키는 생물학적·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생물학적 또는 사회구조적인 산물이라는 논쟁을 극복하고
여성의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유기적 성향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본이 되여야 한다는 것이 에코페미니즘의 핵심이다.
+----------------------------+ +-------------------------------+
| 근 본 생 태 론 | | 사 회 생 태 론 |
+----------------------------+ +-------------------------------+
| - 환경문제는 인간중심주의 | | - 환경문제는 사회적 불평등과 |
| 산물 | | 밀접 |
| - 자연과 괴리된 인간의 내적| | - 모든 불평등·지배의식 철폐 |
| 전환 시급 | | 시급 |
+----------------------------+ +-------------------------------+
↙ ↘ ↙ ↓
유토피아운동 +---------------------------------+ 생태운동
생태윤리회복운동 | 급진주의적 페미니즘 | 반관료주의운동
+---------------------------------+
| - 여성억압은 가부장제의 산물 |
| -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 |
| - 생물학적 근본성을 중시 |
+---------------------------------+
↓
+---------------------------------+
| 에 코 페 미 니 즘 |
+---------------------------------+
| - 여성과 자연에 대한 지배는 모두|
| 가부장적 남성주의의 산물 |
| - 여성-남성, 자연-문화 등 모든 |
| 이원론 거부 |
| - 모든 생명체의 영성이 중시되는 |
| 평등하고 유기적인 문화촉구 |
+---------------------------------+
↙ ↘
여성과 자연의 근원적 결합 회복 성차별적 사회구조 철폐를 위한 정치적 활동
↓ ↓
대안적 '여성문화'의 창조 여성의 연결망 세력화 구축
<그림 2-1> 에코페미니즘의 형성
에코페미니즘은 ①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가 지속되는 요인이 위계적,
군사적, 기계적인 가부장제 문화라고 규명하는 급진적·문화적 페미니즘과 ②
서구철학과 문화가 인간중심이기 때문에 자연을 격하시키고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자연관과
세계관을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본생태론(deep ecology)의 결합으로
탄생하였다 <그림 2-1>.
물론 에코페미니즘과 근본생태론은 공통점과 아울러 차이점을 갖는다.
공통점으로는 두가지 다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의식의 발전과 '내적인 전환(inward
transformation)'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같다. 여기서 말하는 '내적인 전환'이란
근본생태론에서 얘기하는 "타인과의 진정한 공동체(동일시), 더 나아가서
자연세계와의 공동체(동일시)를 이루는 경지"를 의미한다.(Devall-Sessions,
1985).
한편 에코페미니즘과 근본생태론 사이의 차이점은 근본생태론에서는
환경폐혜의 근본적 원인이 인간중심의 세계관(anthropocentric world
view)이므로 확장된 자기로의 내적 전환을 통하여 이 세계관을 생물중심적
평등주의(biocentric egalitarianism)로 대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에코페미니즘에서는 환경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남성 중심적 세계관(androcentric
world view)이라고 주장한다(Kheel, 1990). 즉 근본생태론과 에코페니즘 모두
원자론적 세계관, 이원론, 위계주의, 합리주의에 대하여 비판적인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근본생태론이 원자론, 위계주의, 이원론의 발달에 있어서
남성중심성과 가부장제의 역할을 간과한 것이다(Zimmerman, 1990).
평화운동, 생명운동, 노동운동, 여성보건운동, 반핵운동, 동물보호운동 등
여러가지 사회운동에 관여하던 여성운동가들에 의해 발전된 이론이라고
평가되는(Biehl, 1991) 에코페미니즘의 탄생에는 <표 2-1>과 같이 세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Spretnak, 1990 : pp. 5∼6).
<표 2-1> 에코페미니즘의 탄생요인
+------------------------------------------------------------------------+
|첫째, 60년대에 급진적/문화적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에 대한 지배를 자본과 |
|계급의 문제로 규명하려는 마르크시스트들의 설명을 거부하고 가부장제에 |
|대한 문화·역사적 분석을 통하여 여성에 대한 지배이론을 발전시키려한 |
|시도. |
|둘째, 그들에 의해 중세 이전에 자연을 신격화하던 전통을 재발견하게 된 |
|것(예를 들어, Gaia라든지 Demeter 등의 여신들을 지구의 모성성의 상징으로 |
|본 것). |
|셋째, 60년대 이후 서구 사회운동에서 환경운동의 확산. |
+------------------------------------------------------------------------+
이상과 같이 에코페미니즘은 서양에서 60년대 이후 사회운동의 물결과 더불어
출현한 여성해방운동이 1975년 세계여성의 해와 더불어 상당한 확산을 하면서
환경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리하여 1980년대에는
에코페미니즘이 세계적으로 페미니즘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이미 미국
등지에서는 여성학의 하나의 전공분야로 자리 매김을 하였다.
킹(1990 : p.24)은 자연에 대한 지배를 종식시키는 것은 생태학의 궁극적
관심이지만 여성과 자연에 대한 지배가 상호연관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회적 지배에 대한 여성해방적 분석없이는 생태학은 불완전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생태학은 페미니즘의 자연스러운 주제이며, 이 두 가지의
종합은 생태론을 사회적 지배에 관한 포괄적인 이론으로 완성시켜 준다고 볼 수
있다.
생태론에서의 사회적 지배에 관한 논의는 북친(Bookchin, 1982)에 의해서
전개된 바 있다. 사회생태론자인 북친(Murray Bookchin)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지배는 인간 대 인간(즉, 인종간, 계급간) 사이의 지배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로 만연화된다는 지배이론<그림 2-2>을 제시하여 에코페미니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림 2-2> 북친의 지배문제와 사회운동 이론
+--+ +--------------------+ +----------------+ +--------------+ +--+
|지| | 인간의 대 자연지배 | → | 자 연 파 괴 | → |생 태 운 동| |자|
|배| +--------------------+ +----------------+ +------+-------+ |유|
|의| ↕ | |의|
| | +--------------------+ +----------------+ +------+-------+ | |
|만| | 인간의 대 인간지배 | → | 국 가 에 의 한 | → |민주화 및 | |구|
|연| | 남성의 대 남성지배 | | 인 간 파 괴 | |반관료주의운동| |현|
|화| +--------------------+ +----------------+ +------+-------+ +--+
+--+ ↕ |
+--------------------+ +----------------+ +------+-------+
| 남성의 대 여성지배 | → | 여 성 파 괴 | → |여 성 운 동|
+--------------------+ +----------------+ +--------------+
(문순홍, 1992 : pp. 61∼62에서 재인용)
이상에서 살펴본 에코페미니즘의 내용은 킹(King, 1989)이 제시한
에코페미니즘의 기본신념에 잘 나타나 있다<표 2-2>.
<표 2-2> 에코페미니즘의 기본신념
+-------------------------------------------------------------------------+
| 첫째, 서구 산업화사회의 자연에 대립하는 문화는 여성을 자연과 |
|연결지음으로써 여성에 대한 종속을 강화한다. |
| 둘째,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위계가 아닌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
|인간의 위계는 그들의 사회적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자연적 |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에코페미니즘은 자연에 대한 지배를 포함한 모든 종류 |
|위계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
| 셋째, 인간과 모든 생물을 포함하여 건강하고, 균형된 생태계는 다양성을 |
|유지해야 된다. |
| 넷째, 종(species)의 생존을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자연/문화의 이원론에 도전하며 생태학적 원리에 의한 |
|인간사회의 재구조화를 촉구한다. |
+-------------------------------------------------------------------------+
(king, 1989 : pp.19∼20)
위와 같이 인간과 인간은 물론 인간과 자연사이의 유기적 공존원리로 모든
지배원리를 극복할 것과 문화적 다양성과 영성(spirituality)을 중시하는
에코페미니즘은 이론적 발달의 측면에서 볼 때 아직 초기단계이므로 앞으로 보다
체계적인 이론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구태여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이론에 국한시키지 않고서도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의 만남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그 필연성을 깨닫게 된다. 그러한
인식은 그 두 가지 사회운동의 공동적 지향과 운동의 방법, 그 두 가지 운동의
짧은 역사 속에서도 각자가 서로에게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쉽게 터득되는
것이다.
사실 여성해방운동과 생태운동은 각각 여성과 자연에 대한 지배와 착취를
벗어난 새로운 가치창조와 사회구조를 제안한다는 특징(Merchant, 1980)에서
'평등주의적 관점'(egalitarian perspective)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며
환경운동에서 만큼 페미니즘적 압력이 성공적인 영역은 거의 없다. 다른 종류의
정치적 운동과는 달리 환경운동에서는 그 운동의 이념이나 조직실천에 있어서
관습적 남성중심성에 대한 도전이 강하게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Connell,
1990). 예를 들어, 민주적 과정에 대한 공약은 가부장제의 지배적 성향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환경운동의 공동체성·집합성은 가부장제의
경쟁적 개인주의에 도전을 가하며, 개인적 성장에 대한 강조는 지배적 남성성의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스타일, 그리고 정서의 억압이라는 특성에 도전한다
<표2-3>
<표 2-3> 환경운동의 이념중 가부장적 요소에 대한 도전적 요인
+--------------------------------------+ +----------------------------+
| 환경이념의 특징 | | 가부장적 남성성에 도전 |
+--------------------------------------+ +----------------------------+
|·평등한 이념과 실천,민주적 과정 중시.| | ·위계적 지배원리에 도전 |
|·결집과 연대의 강조, 전체와 유기적 | | ·개인주의.경쟁주의에 도전 |
| 관계중시 | | ·폐쇄성·방어성·정서적 |
|·개인성장의 이념과 실천을 중시 |→| 억압에 도전 |
+--------------------------------------+ +----------------------------+
환경운동가들의 생애사 연구를 통하여 코넬(Connell, 1990)은 서구의
여성해방운동이 70∼80년대 초까지는 분리주의적이었지만 80년대의 환경운동
안에서는 여성해방운동이 활발하면서도 비분리적인 것을 발견하였다. 분석에
의하면 대개의 남성환경운동가들은 환경집단 안에서 여성해방운동과 일치하는
이념 및 주제들을 접하게 되지만 처음에는 제도화된 가부장제 안에서의 여성에
대한, 불평등에 대한 이해까지는 부족하고 하물며 여성해방운동의 정치적 성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환경운동을 하면서 ⓛ 그들 자신을 기존의
주류 남성성으로부터 분리시켜야 하고 ② 성적 편향이 없는 자아를 재구성하도록
태도와 행동의 변화요구를 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코넬은 대항문화운동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성장'의 개념과 같다고 보았다. 즉, 주류의
남성성으로부터의 분리는 남성환경운동가 자신의 인격적 성장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며 일단 이렇게 분리를 한 남성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과
깊은 정서라든지 민감성, 타인과 자연에 대한 관심과 배려 등의 표현할 가치가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기를 원하게 된다.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의 접목을 살피면서 환경운동의 주제와 특성들이 가부장제
문화에 도전을 가하면서도 비분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고, 따라서 아직
한국의 여성단체들 중에는 환경문제를 운동의 주제로 채택하면서도 여성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없고 개량주의적 접근이 아닌가 염려하는
경향도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위에서 살펴본 에코페미니즘이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Ⅲ. 환경보전을 위한 여성의 역할
앞에서 살펴본 에코페미니즘적 시각을 바탕으로 본 장에서는 환경보전을 위한
여성의 역할을 다양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그림 3-1>은 논의의 기본적인 틀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여성의 역할을 종전의 시각보다 폭넓게 인식하여 ①
경제주체(소비자·생산자) ② 교육자/양육자 ③ 지역주민
④전문가/의사결정자로서의 여성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전통적인
생활영역의 한계에서 벗어나 변화하고 있는 여성의 역할 속에서 환경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
|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
| 지속 가능한 사회 |
+-----------+------------+
|
+-----------+------------+
| 사회변화의 원동력 |
+-----------+------------+
+-------------------------------+------------------------+
| |
+-----+----------+ +-----------------++--------------+ +-----------------+
|경제주체(소비자,| |교육자/양육자로의||지역주민으로서| | 전문가/의사결정 |
|생산자)로서의 | |여성 ||여성 | | 자로서의 여성 |
|여성 | +-----------------++--------------+ +-----------------+
+----------------+
<그림 3-1> 환경보전을 위한 여성의 역할
1. 경제주체로서의 역할
가. 소비자로서의 여성
1)상품의 구매와 사용
먼저 상품의 선택에 있어서 의식있는 소비자라면 ① 사용시 오염을 덜
일으키는 재료를 사용하였나 ② 물건의 디자인과 포장에서 자원을 절약하였나 ③
사용 후 재활용될 수 있나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소비행동의 선택기준으로
환경을 고려하는 녹색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선택을 도와주기 위한
환경마크제가 한국에서도 1992년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아직 이 제도의
시행이 미비하여 적용대상도 9월말 현재 35가지에 제한되고 이들 대상품목이
청정기술개발을 유도해 내기에 미흡한 품목들이며, 선정기준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등 크게 유용한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 제도를
부족하나마 적극 활용하면 할수록 환경마크제가 보다 빨리 보완되어 좋은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장바구니의 사용과 알뜰시장이나 벼룩시장의 적극 활용, 못쓰게 된
물건은 가급적 개조하거나 고쳐서 용도를 달리하여 재활용하는 것, 불필요하게
된 물건은 이웃·친지에게 물려주는 것,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이웃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 등도 필요하다.
2) 쓰레기 감량과 처리
전반적인 상품소비수준과 일회용품 사용의 급증으로 인하여 '90년 하루 평균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은 8만4천톤이나 되며 전국은 지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의 93%를 매립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현재
사용중인 601개소의 매립지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생활쓰레기의 경우
재활용되는 비율은 4.6%(산업쓰레기의 경우는 54.4%)로서 너무나 미미한
수준이다(환경처, 1992).
이에 정부는 '91년 1월부터 쓰레기 분리수거제도를 실시하여 쓰레기의
감량화와 재활용을 촉진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소개되었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부녀회 등을 중심으로 쓰레기 분리수거가 활발한 지역에서는 쓰레기 양을
30% 이상 감소시킨 곳도 있으나 아직 농·어촌까지 확산되지 않은 상태이다.
생활쓰레기의 감량과 재활용품의 분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아파트단지의 경우에도 대개는 몇몇 의식있고 실천의지를 가진 주부들의
정기적인 분리작업으로 인해 그나마 실효를 보이기 시작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주부의 가사노동이 과중하고 그에 대하여 올바른 인식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이므로 분리수거가 몇몇 주부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황은 앞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각 가정에서 자기집 현관문 밖으로
쓰레기를 내오기 전에 이미 철저히 분리되어야 하며 집밖에는 현재보다 더욱
세분화되고 적절한 공동보관함이 설치되어 있어 각자가 분리한 것을 넣으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쓰레기는 해당지역에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재활용품을 활용하는 생산공장을 각 지역에서 가동한다면 지역내 고용기회도
창출될 것이다. <사례 1>
<사례 1>
+-------------------------------------------------------------------------+
| 멕시코의 경우에는 지역의 생활쓰레기 중 음식물 쓰레기만 모아서 유기비료 |
|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여 여성인력을 활용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생산된 |
|비료는 역시 지역 내에서 농사를 짓거나 원예를 하는 주민들에게 판매되고 |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여 상품생산을 |
|하는 공장이 생기고 있다. |
|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재활용 협동조합이 형성되어 지역의 쓰레기를 재활용 |
|하면서 취업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케리 리싸이클링'이라는 재활용협동조합은|
|아일랜드의 트랠리시 케리카운터에서 1989년에 설립되었다. 회원들은 지역의 |
|쓰레기의 양과 내용, 처리비용 등에 관해 연구한 뒤, 재활용이라는 작업이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며 지속적인 취업을 위한 잠재력이 높음을 발견하였다. |
|따라서 케리 리싸이클링 협동조합에서는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회수하여 |
|케리카운터로부터 환불을 받기도 하며 슬라이드나 지침서 등의 재활용 |
|교육자료를 개발하기도 한다. 또한 케리 리싸이클링은 지역의 행정부와 기업 |
|·상인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며 다른 지역으로 |
|협동조합을 확산시키고 있다. 아일랜드의 환경부는 이 프로젝트에 기금을 |
|제공하고 이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모임의 |
|회원들은 앞으로 재활용품을 이용한 생산·제조까지 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
3) 소비자 정치활동/녹색 소비자운동
소비자로서 환경보전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정치활동으로는 우선 유권자로서의
권리행사를 들 수 있다. 즉 선거시 입후보자의 환경공약과 과거의 환경관련
기여도를 평가하여 투표하는 일이 중요하다. 서구에서는 소비행동의
선택기준으로 환경을 고려하자는 '녹색 소비자운동'이 이미 정착하였다. 녹색
소비자운동<사례 2>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은 크게 ①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대처의 필요성에 관한 교육 ② 소비생활양식의 전환을 위한 개개인의 환경보전
실천사항 ③ 지역환경 오염실태에 관한 조사나 연구, 환경모니터링 ④ 기업의
환경오염행위 감시 ⑤ 환경오염(기업)제품 불매운동 ⑥
환경정책·행정·입법화에 압력행사를 통한 제도개선운동 등을 들 수
있다(신창현, 1992).
<사례 2>
+-------------------------------------------------------------------------+
| 환경문제를 여성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영국의 여성환경단체인 WEN |
|(Women's Environmental Network)은 흰 종이 한 톤을 만들 때마다 사용되는 |
|염소표백제가 청산칼리보다도 5만배나 더 위험한 다이옥신(dioxins)을 |
|포함한 organochlorine을 35∼65kg을 방출해낸다는 사실에 주지하고 |
|1989년에 '표백되지 않은 종이'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이 캠페인은 |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업들에게 종이로 된 상품에 표백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
|압력을 행사하도록 영향을 미쳤으며 유럽전역에 도미노 효과를 가져와서 |
|종이의 생산과정에서 염소표백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작용하였다(예를 들어, |
|스웨덴에서 생산되는 종이제품의 90%가 비표백제 종이임). |
| |
| 녹색 소비자운동의 또 한가지 사례로 WEN의 포장거부운동을 들 수 있다. |
|"Wrapping is a Rip-off"라고 불리우는 이 캠페인에서는 여성들이 동네 |
|가게나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값을 지불할 때,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
|포장지를 그 자리에서 뜯어서 정중한 불평과 함께 가게 지배인에게 되돌려 |
|줌으로써 기업이나 가게에 최소한의 포장만을 하도록 영향을 미쳤다(Valley, |
|1992). 또한 일본의 경우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 모임'이라는 단체는 |
|지역의 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추진중인 것을 알고 지역내 전기소비량에 대한 |
|연중연구를 하고 절전운동까지 벌이면서 전력이 부족해서 발전소 건설이 |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행정부를 설득시켜 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시키는데 |
|성공하였다. 이때 여성들은 무조건 발전소를 짓지 말라는 시위를 하는 것이 |
|아니라 에너지소비에 대한 집중적 연구를 통해 자료를 제시하고 절전을 |
|실천하며, 지역의원들과 협력하여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
+-------------------------------------------------------------------------+
한편, 한국사회에서는 80년대 중반이후 부터 특기할 만한 여성 소비자
환경운동이 전개되어 왔는데 생활공동체 생협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참조 :
한국여성개발원,「생활공동체운동에 관한 연구」, 1992). 한국여성민우회의
함께가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공동체, 경실련 정농생협, 안양생협, 안산생협,
부천 YMCA 생협, 녹원생협 등이 추진시키고 있는 이 운동의 참가자들은
유기농산물을 공동구매하면서 유기농법 생산자를 지원하고, 정기적인 모임을
통하여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정치적 압력단체로서의 역할은 수도물이 오염되었으니
생수를 사서 마시는 대안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 마실 수 있는 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운동, 합성세제가 환경을 오염시키니 덜 쓰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생산자로 하여금 무공해 세제를 개발하도록 압력을 넣는 운동 등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나. 생산자로서의 여성
여성의 경제활동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으로서,
생산자로서의 여성이 환경보전을 위하여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없었다. 여성은 그들의 직업적 위치가 피고용자인 또는
경영지도자인지에 관계없이 소속 직장(기업)의 생산체계가 청정생산으로
변화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즉, 청정생산의 원칙에 따라 생산활동을 하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환경기술개발 및 시설에 대한 투자를
높이며, 또한 기업문화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풍토가 형성되도록 영향을 미쳐야
한다<그림 3-2>
+-----------------------------+
| 청 정 생 산 |
+-----------------------------+
| ① 경영자의 공약과 목표설정 |
| ② 지속적인 자체 환경감사 |
| ③ 직원참여 |
+--------------+--------------+
|
+--------------+--------------+
+----------+ 직장에서의 환경보전 +-------+
| +-----------------------------+ |
+------+--------+ +----------------------+------------+
| 환경기술개발/ | | 기 업 문 화 |
| 시설투자 | +-----------------------------------+
+---------------+ | ① 환경윤리 형성 |
| ② 사내 환경정책 수립의 민주화 |
| ③ 자발적 절제와 환경행동 |
+-----------------------------------+
<그림 3-2> 청정 생산의 기본요소
소속직장에서의 생산이 청정생산의 원칙을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생산의 전과정을 환경차원에서 이해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①
기술개발의 수준 ② 공장설비 ③ 상품의 디자인 ④ 원재료의 사용 ⑤ 생산가동
⑥ 생산의 부산물 및 폐기물의 내용과 처리방법 등을 확인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역할을 살펴볼 때 <표3-1>과 같이 여성경영자와 피고용자는
환경보전을 위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겠다.
<표3-1> 청정생산을 위한 여성의 역할과 그 혜택
---------------------------------------------------------------------------
경영지도자의 역할 피고용자의 역할
---------------------------------------------------------------------------
①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의 창조 ① 직장의 환경정책 수립에 의사반영
② 비용 효율적인 청정생산연구 ② 직장의 환경정책 시행에 적극 참여
③ 환경평가제도 등 정책수립 ③ 최고 경영자들이 발견해내지 못하는
④ 유사기업들과의 공동기술개발 투자 자원의 낭비와 누수, 오염가능성 조사
⑤ 직원들의 참여증진을 위한 동기유발 ④ 상품과 공장의 디자인에서 기여
---------------------------------------------------------------------------
혜 택
---------------------------------------------------------------------------
① 산업경쟁력제고 ④ 작업환경의 질 향상 ⑦ 사회적 비용절감
② 상품의 질 향상 ⑤ 위험도의 감소 ⑧ 건전한 기업문화 육성
③ 소비자들의 상품 선호 ⑥ 기업의 이미지 향상 ⑨ 의욕적인 근로자 유치
---------------------------------------------------------------------------
위와 같은 일반직장에서의 역할 뿐 아니라 여성은 농사를 짓고 가축을 돌보며,
야채나 화초를 키우면서도 환경보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아프리카의 경우 식량생산의 70%가 여성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고,
아시아의 경우에도 그 비율이 50∼60%나 된다고 하며(Black, 1988), 한국에서도
농림수산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5%가 넘는다(통계청, 1991).
인구증가에 따르는 식량수요의 증대와 더불어 대량생산을 위한 각종 농약의
개발과 남용으로 인하여 토양은 오염되고 지력을 잃어 피폐해졌으며,
농업생산자들이 심한 중독 및 알레르기를 경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최근들어 땅과 물을 회복시키고 농약 중독의 피해, 식량오염의 위험 등을
벗어나기 위해 유기농사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농업생산자로서의 여성은
농민공동체를 형성하여 유기농업에 관한 연구와 실험을 통하여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농토를 사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사례 3>.
<사례 3>
+-------------------------------------------------------------------------+
| 뉴질랜드의 생물학 교사 출신의 마가레트 피스(Margaret Peace)는 뉴질랜드 |
|의 농업이 화학농약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여 지역이 희귀생물을 멸종시키고 |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을 심각히 여겨서 출신지역에서 조용히 운동을 |
|시작하였다. 그녀는 언론매체를 통해 농약의 위험성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고 |
|정부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였으며, 농촌교육활동 프로그램 |
|(Rural Education Action Programme)을 시작하여 유기원예와 정착농경에 |
|관한 강의를 하고 현장실습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에코페미니즘 활동을 |
|기반으로 그녀는 뉴질랜드의 살충제 농약사용을 통제하는 부처의 장관이 |
|되었다. |
+-------------------------------------------------------------------------+
2. 지역주민으로서의 역할
가. 지역환경 연결망 구축
이미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이 새마을부녀회나 아파트부녀회, 반상회 등의
조직을 통해 쓰레기 분리수거나 우유팩 수거, 폐품 수집 등을 하고 쓰레기
줄이기와 장바구니 사용하기 캠페인 등 홍보활동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이다. 그
외에도 환경문제에 관심있는 여성들이 조직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 수도 적고 활동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네트워크는 여성
환경활동의 전문화는 물론 교육·홍보활동을 통해 환경활동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사례 4>
<사례 4>
+-------------------------------------------------------------------------+
| 수원지역 여성환경단체인 '환경을 살리는 여성들'에서는 회원들끼리 모여 |
|환경도서를 읽고 토론을 허거나 강의를 받고 배운 것을 주부모임을 통해 |
|전파하는데 그 내용으로는 주로 폐유를 이용한 비누만들기, 분리수거 등 |
|주부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회원들은 또한 자신의 |
|지역에 사는 주부들이나 학교 학부모회, 직장모임 등을 통해서도 여러가지 |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비누원료인 폐유수거통을 아파트내에 설치하는가 하면,|
|분리수거 등에 대한 지침서를 직접 만들어 집집마다 돌리기도 한다. |
+-------------------------------------------------------------------------+
현재로서는 지역중심의 네트워크가 지역적인 특수성이 사장된 채 대부분
재활용품 수집, 쓰레기 분리수거 등 대동소이한 내용을 실시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앞으로는 해당지역의 자연적, 사회문화적 조건에 따라 지역별로
특징적이고 환경과 보다 직접적인 관련성을 지닐 수 있는 활동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참여자가 소수의 주부에 한정되어 있고 참여의 지속성과 적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본 궤도에 올라 인근지역의 모임들과 연대를
형성한다면 단일 조직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기반을 함께 조성할 수도 있고(예 :
재활용품은행 등을 설치), 공동의 목소리로 지방자치단체에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거나, 정보교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지역환경 모니터링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상당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직접적인 점검을 통한 환경개선의 성공사례는 사실상 미비한 상태이다.
이는 우선 환경에 대한 각종 정보가 개방되지 않은 현실에서 일반인이
전면적으로 접근하는데 무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위한 지역주민의
의지나 역량, 민간환경단체의 지원체제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지역주민이 주체적으로 자료의 수집과 조사활동을 수행한다면
개발주체의 정책변화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주민의 자발적인 조사활동에서는 여성이 중심이
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사례 5>. 지역환경 상태와 이것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의식은 자신의 직접적 생활공간, 즉 가정과 자녀를
보호하겠다는 데에서 출발하는데 바로 이러한 점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민감하며
정확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
<사례 5>
+-------------------------------------------------------------------------+
| 198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 실리콘 밸리에서 일어난 페어차일드사건 |
|에서는 근처에 사는 한 부인이 마을의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딸과 비슷한 |
|질병을 앓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혹시 물의 오염때문이 아닌지 의심하여 |
|주민과 보건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다. |
|주민들은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독자적인 조사활동을 |
|벌였고 이사간 사람까지 모두 뒤져 조사결과를 자료로 만들었다. |
|이러한 주민들의 조사결과는 문제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고 미량의 |
|화학물질이 문제가 되는 '첨단공해'사건에서 주민들이 전문가들에게 주눅들지 |
|않고 주도권을 쥐는데 큰 힘이 되었다. |
+-------------------------------------------------------------------------+
(조형섭, 1991)
우리나라에서도 아직은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최근들어 그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87년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공해문제를 걱정하던 서울 구로지역 주부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 녹색평화시민운동연합에서는 환경에 대한 공부와 지역홍보활동, 생협을
통한 무공해 농산물 직거래 이외에 대기오염 측정기로 구로지역 주변의 공장,
지하철역 등의 오염도 실태를 조사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시내
대기오염 측정소 20곳 등에 실험시약을 설치하는 등 그 활동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조선일보, '93. 2. 13).
지역주민들의 환경조사활동에 있어서 초기의 문제의식을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하고, 이를 여론화시키기 위해서는 공정한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민간단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YMCA가
주부환경감시단을 조직해 거주지역의 환경상태를 점검, 문제점을 파악하는
조직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으며, YMCA, 공해추방운동연합 등에서는
환경고발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다.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주민참여와 전문성 확보
지역환경의 개선은 무엇보다도 정책적 차원의 결정과 긴말한 관련성을 지니는
바, 궁극적으로 주민의 환경활동은 생활의 일상적 차원을 넘어서 정책경정
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려는 세력에 대해 지역주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정책의 수립, 시행에 최대한 반영시키는 노력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사례 6>.
이미 1991년부터 환경영향평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사업주체가 공청회
등을 개최해 지역주민의 의견이 최종평가서에 반영될 수 있게 되었지만,
현재로서는 지역주민의 의견이 사업의 시행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그들의 내부의견을 조정,종합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는 능력의 배양과 이를 위한 제도의 시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주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한 민주적 개발사업은 추진될 수 없을
것이다.
<사례 6>
+-------------------------------------------------------------------------+
| 일본 동경도 무라노시의 '청소센터 건설특별위원회'(1979년 조직)는 기존 |
| 소각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새로운 소각시설의 설치와 관련해 시설 입지지역 |
| 인근주민들의 권리와 이해를 보호하고 입지선정과 설치계획 수립에 시민 |
| 참여를 제고시킬 것을 목적으로 구성되었다. 위원회의 임무는 4개의 후보지에|
| 대하여 각 지역별 쓰레기 처리시설 입지, 환경보호측면, 보상시설 등에 |
| 대하여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시정부에 건의하며, 지역주민과의 |
| 협정서와 설치계획 시설의 운영감시에 관한 건의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환경 |
| 영향평가 등 사업계획을 평가하였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회의를 |
| 개최하였으며 최종 특별건의서를 시장에게 제출하였다. |
| |
| '청소센터 및 도심재개발 시민위원회'는 청소센터 건설계획과 시설의 |
| 운영에 관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점을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
| 계획지역 인근 시민대표, 전문가, 시정부의 관계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
| 이 위원회는 시설입지가 결정됨에 따라 페기물 배출허용농도, 페기물 수거와 |
| 처리, 소각에서 나오는 열의 이용 등에 대한 건의 내용을 시장에게 |
| 보고하였다. |
+-------------------------------------------------------------------------+
(최주섭, 1992)
따라서 지역생활의 구심점인 여성은 가정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 등이
환경보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소극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이웃, 더 넓게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조명하는 자세를 키우고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지역적 차원을 연결시켜 생활속에서 문제와 대안을 함께 발견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3. 양육자로서의 여성
가. 자녀와 환경, 그 매개자로서의 여성
산성비, 대기오염, 화학물질의 오용, 수질오염과 같은 위험요인들이 전 지구로
번져나가고 환경문제가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하면서 모든 어린이들이 잠재적인
피해자가 됨에 따라 더 늦기 전에 전체 어린이, 나아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의 복지를 방어하기 위해서 어린이와 일차적인 연계를 지니는
양육자로서 여성의 역할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운동에 참여한 많은
여성들이 문제의식의 뿌리를 자녀의 건강상태에 대한 염려에 두고 있어 자녀의
환경, 나아가 미래의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여성들은 자녀와 환경의 매개자, 인류의
재생산자로서 각종 환경피해로부터 자녀를 보호함은 물론 환경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앞장서고 미래세대의 환경적 욕구를 대변해야 할
것이다.
나. 환경교육의 구심점
학교환경교육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에 비교하면 가정환경교육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여성들이 가정에서 자녀를
가르치면서 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는 바 이러한 관심이 환경교육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①정의적 차원을 강조한다
환경친화적인 행동과 태도에 있어 무엇보다도 정신적 발달 초기의 영향력이
중요하므로 환경에 대한 태도와 가치가 유치원 이전부터 개발되어 모든
교육단계에 스며들게 해야 할 것이다. 이오찌(Louis A. Iozzi)는 환경교육에
있어서는 특히 어릴수록 정의적 영역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한국환경과학연구협의회, 1991; UNICEF, 1991). 이러한 점에서
어머니는 자녀에게 환경에 대한 바람직한 가치관과 정서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②일차적 경험이 중요하다
한국환경과학연구협의회가 실시한 조사결과(1991년)에 따르면 학교에서 배운
바를 '반드시/거의 실천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39.1%에 불과하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환경보전에 관해 배운 것을 학교를 떠난 생활의 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가에 관심을 두고 바람직한 행위를 유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머니와 접촉을 통해서 처음으로 보고
배우게 되므로 여성은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사례를 발견하여
자녀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이를 위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문제 일반에 대한 교육기회와 자녀지도를 위한 교습방법 및 자료 등의
지원체계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③환경과 환경문제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현재 학교에서 쓰레기 줍기 및 각종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여전히 강의위주의 교수방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관찰,
환경센터 견학이나 환경조사 등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자연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뿐 아니라 문제의 발견과 개인적, 집단적 해결 능력을
증진시키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각 가정에서 자녀들의
환경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권유하며 나아가
가정단위의 활동도 실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 포괄적인 교육의 장 형성
여성은 가정의 교육자로서, 지역생활의 주체로서, 학교의 학부모로서
가정-지역사회-학교를 커다란 하나의 교육장으로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사례 7>과 같이 가정과 학교에서 자녀를 직접 교육하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환경 교육활동을 지원하며, 지역차원에서의 실천을 추구함으로써 여성들은
자녀에게 포괄적인 차원에서의 교육경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사례 7>
'푸르게 사는 모임'은 1990년 대명국민학교 어머니회에서 환경관련 활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92년 독립적인 조직으로 발전하였다.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행하는 환경문화의 정착'을 목표로 학교, 학부모, 학생, 교사,
나아가 강동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펴 나가고 있다. 학교내에
환경보호 전시관을 설치하여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환경상식, 가정과
학교에서 실천하는 환경보호방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재활용품을
재생노트나 재생휴지로 교환해주고 있다. 또한 전교생이 기증한 물품을 가지고
알뜰바자를 열어 학생이나 교사는 물론 지역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관련
이벤트를 벌이기도 하였다.
학생이나 교사를 대상으로 전문강사를 초빙해 공개강의를 열기도 하였으며 각
학급별로 환경도서를 비치하여 환경교육의 기초를 제공하여 왔다. 또한
'환경보호상'을 제정하여 환경행동을 모범적으로 행한 학생에게 수여함으로써
적극적인 환경행동을 유도하고 있다. 이외에 학교 회원과 함께 지역회원도
모집하여, 이들과 매달 1회씩 동사무소 회의실에 모여 환경활동을 하고 있다.
4. 과학자·전문가·의사결정자로서의 여성
세계적으로 일반인들에게 환경문제에 관해 경종을 울린 사람은 미
연방야생동식물 보호국 직원이었던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었다. 그는
당시 농약으로 사용되고 있던 DDT를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 조류가 멸종되어
새소리가 없는 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그의 책 「Silent Spring」에서 경고하여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소수의 여성 중 한 사람으로서 서구 환경운동에 점화를
하였다. 이 밖에도 인도의 핵물리학자이며 칩코(Chipko)운동의 지도자이자
에코페미니스트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 역시 과학자이면서 아프리카의
그린벨트운동의 창시자이며, 이 운동이 아프리카 12개국에 확산되도록 기여한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Wangari Maathai) 등 세계적으로 여성과학자들은
환경문제에 도전하고 있다<사례 8>.
<사례 8>
인도의 칩코운동은 1974년에 인도의 한 지역(Chamoli District, Uttar
Pradesh)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삼림을 파괴하는 개발주의자들에 대항하기
위하여 여성들이 나무를 껴안고 보호하는 것인데(Chipko는 '껴안다'를 뜻함) 이
운동은 인디라 간디수상으로 하여금 그 지역의 상업적 밀림개발을 15년 동안
금하는 법을 제정케하였으며 히말라야 근처의 다른 지역에까지 확산되었다. 이
운동에서 여성들이 나무를 에워싸고 부르는 삼림과 자연에 관한 노래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린벨트운동은 1977년에 여성들이 중심되어 시작한 나무심기 운동으로 현재
아프리카 12개국에 확산되어 있다. 이 운동의 창시자이며 현재의 리더인 Wangari
Maathai는 케냐의 첫 여성박사, 과학자이며 UN Africa Prize를 수상한 바 있다.
이 운동은 칩코운동과 더불어 제3세계 여성들의 에코페미니즘적인 환경활동의
대표적인 예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해방론자이며 경제학자인 뉴질랜드의 마릴린 웨어링(Marilyn
Waring-여성해방론적 경제학서인 「If Women Counted : The New Feminist
Economics」의 저자임)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가 경제를 생각하는
개념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하면서 특히 현재 통용되는 GNP의 개념은 여성이
가족을 돌보고 환경을 관리·보전하는 역할, 그리고 나라의 복지수준과
국민생활의 질 등을 고려하지 못하므로 새로운 가치기준의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한편 인도의 수질학자인 베로니카 이어우드(Veronica Yearwood)는 공공
설비회사의 직원으로서 지하수의 수질검사를 통하여 오염의 정도를 발견하고
회사간부들을 설득, 하수 관리체제를 갖추도록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인도의
나르마다강과 지류에 30개의 대형댐과 135개의 중형 댐, 3000개의 소형 댐을
건설하려는 개발계획이 10만 주민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게 되자 사회학도이자
사회사업가인 메다 팍타르는 간디식 비폭력운동으로 수몰지역 주민들의 대변인이
되어 인도정부와 세계은행을 상대로 협상을 벌였다. 세계은행으로 하여금 이
개발프로젝트를 위한 재정지원을 보류하도록 하였으며 이러한 활동으로 '91년
노벨 평화상 부문 최종후보로 올라갔다(조선일보, '92. 1. 11).
이밖에도 생물통계학 박사이자 암연구자인 캐나다의 로잘리 버텔(Rosalie
Vertell), 오스트리아의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인 르넷 월터(Renate
Walter-엘베강의 오염자료를 가지고 동독을 탈출하였음) 등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군사주의와 오염에 의한 여성의 건강피해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와
의료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썩는 프라스틱을 개발한 국립공업기술원의 여성화학자 강혜정, 1년
동안 연구와 실험끝에 톱밥, 쌀겨기름, 폐식용유 등을 이용하여 완전무공해
세제를 개발, 보급하기 시작한 대전 살림원의 정해순(여성신문, '92. 7. 17),
해안 매립지에 나무를 심는 식재토와 식재방법을 개발하여 특허를 신청한 농학자
전부영(조선일보, '93. 2. 11)씨 등이 있다.
그 동안 여성은 환경개발 프로젝트의 계획과 시행단계, 정책수립의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왔는데 앞으로 이 분야의 여성진출이 시급하다.
의사결정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은 첫째, 정부 각 중앙부처의 공무원과 각료직에서
자신이 속한 부처의 정책이나 프로젝트가 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되도록 하는 일과, 둘째 지방의회의 여성공무원으로서 지역의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들 수 있겠다. 특히 후자의 경우 지방의회의 여성공무원은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과의 연계를 이루어 ① 지역주민과의
협조체제를 구성하고 ② 시민들의 환경관행(예 : 쓰레기 분리수거 및 재활용)을
지원하는 적절한 서비스체계를 갖도록 힘쓰며 ③ 지역주민은 물론 중·소기업에
환경정보 및 기술자문을 제공하는 지역환경정보센터를 개설·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Ⅳ. 결론 : 한국여성의 환경활동 현황과 과제
본 논문에서는 80년대에 들어와서 심화된 환경위기위식과 더불어 여성과
생태계의 독특한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부활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여
환경문제에 있어서의 여성의 참여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았다. 먼저 환경문제에
대한 여성적 관점을 제시하면서 환경과 여성의 관계를 국내에는 아직 별로
소개된 바가 없는 여성학의 새로운 분야인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이론을
살펴보았고, 환경보전을 위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종전의 시각을 탈피하여
경제주체(소비자 및 생산자), 지역주민, 양육자, 과학자 및 전문의사결정자의
역할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여성 환경활동의 근거와 당위성을
제시하고 그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일찌기 60년대부터 소비자단체의 활동을 선두로 하여 환경문제에 관여해오던
한국 여성들은 90년대에 와서 기존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환경을 본격적인
활동주제로 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기에서 최근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환경관련 활동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의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과 일부 언론사의 지속적인 캠페인의
영향으로 거주지를 중심으로 이웃간의 자원재활용 및 쓰레기 분리를 위한 작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둘째, 시민운동차원에서의 지역환경운동이 있는데 이 예로 강동구 명일동의
대명국민학교 어머니회를 중심으로 출발한 '푸르게 사는 모임'과 수원의
여성환경단체인 '환경을 살리는 여성들'을 들 수 있다.
셋째, 80년대 후반부터 도시 주부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생활공동체 생협운동을
들 수 있는데 한국여성민우회의 함께가는 생활협동조합, 부천 YMCA, 서울과
원주, 창원 등지의 한살림, 경실련 정농생협, 구로동의 녹원생협 등이 있다.
넷째, 환경전문단체는 아니지만 기존의 여성단체에서 90년대에 들어와서 부터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각종 캠페인과 공청회, 세미나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92년에는 리우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한 YWCA, BPW(전문직여성클럽 한국연맹),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이 많은 환경행사를 벌였다.
이 밖에도 일회용품과 합성세제 덜 쓰기, 장바구니들기 운동 등 개인적 실천을
강조하는 활동이 일반여성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여성들의 환경활동은 환경위기에 대한 국민적 의식을 제고시키고,
실천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계몽적 측면에서 상당히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된다.
여기에서 여성들의 환경활동의 의미를 몇 가지로 살펴보면 우선 사회적
차원에서 볼 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여성들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일반여성들의 환경활동이 주로 (모든 시민의 기본적인
의무와 관련되는) 쓰레기 치우기와 재활용에 제한되고 개별적인 소비자로서의
역할에 치우친 경향이 있지만 앞으로 사회전반에 환경윤리를 창출하고
생산까지도 변화시키며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정책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발전될 것이다
둘째로 여성들의 환경활동의 의미를 여성개인의 차원에서 보면 여성들은
환경활동을 통하여 생활자로서의 주체성을 찾아가고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셋째로 여성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90년대 여성운동 과제중의 하나가 제도권과
대중차원의 화합이며 여성단체 활동의 저변확대임을 감안할 때 환경문제를
통하여 일반여성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즈음
지역차원의 환경활동에 대한 일반여성들의 참여의사가 상당히 높게 나타나는 바,
여성단체들은 활동의사를 가진 지역여성들을 결집시키고 구체적인 활동을
추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의미를 갖는 여성들의 환경활동은 한편으로 다음 몇 가지의
제한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그 동안 여성들의 환경활동이 소비자로서 쓰레기 치우기식의
청결운동(clean movement)의 성격이 강하였던 반면, 환경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대안마련을 위한 보다 전문적이며 정치적인 활동은 미비하였다. 지역의
쓰레기 분리와 재활용운동만 보아도 모든 시민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쾌적한
환경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권을 찾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로서
강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가정 주부의 역할만이 강조되고 있어,
마치 여성들이 지구의 청소(global housekeeping)만 제대로 하면 환경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식으로 환경문제를 왜곡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 개인의
입장에서도 환경문제와 사회의 정치·경제적 구조와의 관계성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 부족한 채 우유팩을 씻어 말려 재생화장지 몇 개와 교환해 오는 일만으로
환경적 의무를 다했다고 느끼게 될 위험도 있는 것이다.
둘째로 환경보전을 위하여 여성들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한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단체안에서도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이해 즉, 왜 여성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입장정리를 하지 못한 채 이 주제를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환경운동에 대한 입장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환경을 활동주제로 택할 경우 그
활동이 단체의 기존이념과 목표, 활동방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는 여성환경운동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문제이다. 요즈음의 환경운동은
과거와 달리 이념적 접근만으로는 일반인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며
환경문제를 자연과학적, 사회과학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폭넓게 접근할 것을
필요로 하는만큼 이러한 전반적인 인식과 자질을 갖춘 환경운동 전문가가
시급하다.
이상에서 한국여성들의 환경활동 현황과 그러한 활동의 의미, 그리고 문제점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앞으로 이러한 활동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환경보전을 위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 제고, 여성환경단체의
세력화, 여성환경전문가의 양성, 환경정책과 프로그램에의 여성참여 등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전문가, 의사결정자로서 여성의 환경문제에 대한 참여의 필요성과 그 개입의
방향은 UN의 「2000년을 향한 나이로비 여성발전 전략」, '92년 리우회담의
결과인 「의제 21」중 제24장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발전을 향한 세계여성의
행동강령', 그리고 리우회담 비정부기구 포럼의 협약중 '공정하고 건강한 지구를
위한 비정부기구 여성협약'에서 강조되고 있다. 한국의 여성단체들은 이러한
국제적 동향에 보다 민감하게 대처하고 여성환경전문운동가의 양성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국내 환경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의 여성참여를
적극적으로 증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며, 그를 위한 교육 및 훈련의 기회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사회교육기관에서는 환경의식교육 뿐 아니라 여성환경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실시하여야 할 것인 바, 그 한 예로
한국여성개발원에 설립될 '여성공동의 장'안에 여성환경전문가와
여성지역환경운동 지도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계획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환경보전을 위한 다양한 여성집단의 활동이 정책적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 '여성과 환경에 대한 국가차원의 포럼'을 형성할 것을 제안한다.
환경문제는 정부의 여러 부처가 관계되는 만큼 이 포럼은 정부 각 부처의
의사결정 지위에 있는 여성들, 여성과학자와 학자, 지역여성환경운동 리더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의 환경정책과 프로그램 계획 및 실시에 적극 참여하고,
여성환경단체를 지원하며, 범 여성차원에서 여성과 환경에 관한 의식을
고양시키는 기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문순홍( 1992 ), "생태위기와 녹색의 대안"(미발표 논문)
신창현( 1992 ), "외국의 환경보전운동 움직임," 「소비자」, No. 136( 1992.
3. 31 ),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최주섭( 1992 ), "지역 이기주의의 실태 및 대책," 「환경보전」( 1992. 2 )
유니세프( 1991 ), 어린이와 환경
통계청( 1991. 4 ), 「1990 경제활동 인구연보」
한국환경과학연구협의회( 1991 ), 「초·중등학생 및 교사의 환경교육에 관한
의식조사.」
환경처( 1990 ), 「환경백서」.
( 1991 ), 「제6차 교육과정 개정에 대비한 학교 환경교육 강화방안
연구」.
Bookchin, M.( 1982 ), The Ecology of Freedom, California : Cheshire
Books.
Carson, Rachel( 1978 ), Silent Spring; Houghton Mifflin, US
Dankelman, I. and J. Davidson( 1988 ), Women and Environment in the
Third World : Alliance for the Future, London : Earthscan
Publication Ltd.
d'Eaubonne, F.( 1980 ), "Feminism or Death," in E. Marks & I. de
Courtivron( eds. ), New French Feminism : An Anthology, Amherst :
University of Massachusetts Press.
Devall-Sessions( 1985 ), Deep Ecology, Salt Lake City : Gribbs Smith.
Diamond, I. & G.F. Orenstein( eds. ) ( 1990 ), Reweaving the World : The
Emergence of Ecofeminism, San Francisco : Sierra Club Books.
Kheel, M( 1990 ), "Ecofeminism and Deep Ecology : Reflections on Identity
and Difference," in Diamond, I. & G.F. Orenstein( eds. ).
King, Y.( 1990 ), "Healing the Wounds : Feminism, Ecology, and the
Nature/Culture Dualism," in Diamond, I. & G.F. Orenstein( eds. ).
Merchant, C.( 1980 ), The Death of Nature : Women, Ecology and the
Scientific Revolution, New York : Harper & Row Publishers.
____________( 1990 ), "Ecofeminism and Feminist Theory," in Diamond, I. &
G.F. Orenstein( eds. )
Spretnak, C.( 1990 ), "Ecofeminism : Our Roots and Flowering," in
Diamond, I. & G.F. Orenstein( eds. ).
Zimmerman, M.E.( 1990 ), "Deep Ecology and Ecofeminism : The Emerging
Dialogue," in Diamond, I. & G.F. Orenstein( eds. ).
？？
